[단편]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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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의 이야기 -

늘 똑같았다. 매일 만나면 까페에 들렸고, 커피를 마셨고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매일 나에게 웃는 모습만을 보여준다. 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오늘도 돈이 없어서 저녁 값을 내지 못하는 나에게 웃어 보이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훗.. 매일 제가 얻어먹었으니까 오늘은 제가 낼께요.\"
기실, 그녀는 매일 저녁 값을 냈었다. 까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나면 언제나 나는 돈이 다 떨어져 버렸으니까.
그럼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는 그녀를 보며 나는 매일 다짐한다. 이렇게 좋은, 고마운 사람에게 절대로 슬픔은 안겨주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떠났다. 그날은, 내가 그녀와 만난지 백일째 되던 날.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 그녀의 이야기 -

이젠..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가 않았다. 그래서 매일 똑같은 곳만 되풀이하는 그에게 웃어 보이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라도 그의 모습을 기억해두고 싶은 나에게.. 그가 가난한 사람이라는 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
오늘도 역시나 저녁값을 내지 못하는 그에게 나는 웃어 보이며 대신 저녁값을 지불했다. 물론, 그에게 한마디 해주는 것은 잊지 않았다.
\"훗.. 매일 제가 얻어먹었으니까 오늘은 제가 낼께요.\"
돌아서 나오는데,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마도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으리라.
이젠, 그에게서 떠날 시간이 되어간다. 의사의 말로는 내가 살아갈 날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 거일 것이다. 나 혼자 세상을 떠나서 어떤 곳에 가더라도 그의 모습만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의 얼굴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리기 위함.
그래, 그런 것이다.
죽어가는 순간, 갑자기 그가 떠올랐다. 나의 연락에 그는 곧 왔고, 나는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죽어갈 수 있었다. 비록, 내 모습을 보며 그는 울고 있었지만..
나는 편했다. 그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지 못한 것이 좀 불편했을 뿐.

- 에필로그 -

그녀는 떠났다. 하지만 내 가슴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떠나던 그 순간, 그녀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나라는 사람을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라도 기억할 수 있어서 행복할 거라는..
그 말의 의미를 그때엔 몰랐지만, 이제는 알것도 같다. 나에게도 그녀의 모습은 그리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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