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우정사이(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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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집으로 향하는 길을..힘없이 터벅터벅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준후를 만나러 갔다가..그냥 돌아왔다..

벌써..일주일째…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것이다..

만나줄때까지..

그게..내일이 될지..모레가 될지..아니면..내후년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바다는..준후의 얼굴을 보고..안심할수 있을때까지 그를 만나러

갈것이다..

그가..오지말라는 말로..그녀의 심장을 후벼파더라도..바다는 포기 하지

않겠다고..단단히 결심을 해본다..

그러나..번번히..입구에서..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발길을

돌려세울때면.. 너무도 아픈 마음에..숨을 쉴수가 없었다..

오늘도..바다는..아픈 가슴을 욺켜쥐고..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힘없이 돌아서야 했다..

단한번만이라도 그를 볼수 있다면..좋으련만..

도무지 만나줄 생각을 하지 않는 준후를 느끼며..항상..아파한다..

집앞에 도착해서..핸드백에서 열쇠를 찾고 있는 바다에게로..밝은 라이트가

비춰지자..너무도 환한 빛에..실눈을 떠보이는 그녀였다..

까만 대형차에서..말쑥한 정장의 사내가 내린다..

순간..준후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바다는 느끼고 만다..

그보다..좀더 작은키..

짧은 스포츠 머리..

너무도 그리운 그이길 바라지만.. 눈앞에 보이는 정훈의 모습에..

작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정훈 : 어딜 갔다 이제 온거야..???한참 기다렸구만..!!

가볍게 웃으며 바다에게 다가와..그녀의 얼굴을 훑어보는 정훈의 행동에..

당황한다..

정훈 : 뭘 그렇게 놀라..??
어디보자….
이런..얼굴이 많이 안좋네.. 요새 밥은 제때 먹긴 하는거야..??

정훈이 밝게 웃으며..바다의 볼을 가만히 쓸어본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흠짓 놀라며..움츠리는 바다를 보곤..

이내 정훈은 그녀의 볼에 머물렀던 손을 거둬들이고 만다..

민망한 바다의 반응에..쑥스러운듯 웃어보이며…정훈은 가만히 그녀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곤..바다가..고개를 들어..조용히 이야기 한다..

바다 : 준후한테..갔다..왔어..

왠지..정훈에게 말해야 한다는 강한 집념이 기어이는 목소리가 되어 나오고 말았다..

숨기고 싶지 않았다..

준후를 만나러 갔단 사실을 정훈에게 숨겨야할 이유가 없다 생각하는 바다였다..

하지만..막상 말을 해놓고..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끼며..방금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절실히 후회해본다..

다시 주어담을수만 있다면..

정말로 그리할수 있다면..그렇게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훈의 입에서 나올 말들을 예상하며..이런저런..생각을 많이 해보는 바다였지만..

이내..그의 뜻밖의 발언에..놀라고 만다..

정훈 : 알고..있어..!!
네가..준후를 찾아갔다는거..
그리고…번번히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다는것도..

바다 : 어떻..게..??

정훈 : 나도..준후를 찾아..갔었어..

그렇다..

정훈도..준후가 걱정이 되어..찾아갔었지만..항상 바다보다 한발 늦게

도착하여..힘없이 뒤돌아서는 그녀를 보았던 것이다..

정훈 : 오늘도..준후를 보지 못했어..??
얼굴이 좋지 않아..

바다 : …

정훈의 말에..자신의 얼굴로 손을 가져가보는 바다였지만..

도무지 그의 말뜻을 이해하기란..상당히 어려웠다..

그런 그녀에게..정훈이..씁쓸히 웃으며..해답을 쥐어준다..

정훈 : 내가..너무 방심했나봐..
내가..너무..자리를 오래 비웠나봐..
난..네가..항상 같은 자리에서 날 기다려 줄거라 생각했어..
내가..
내가..
바보였던..거..야..

바다 : ..정..ㅎ..

정훈 : 네 얼굴에 씌여있어..
준후를 보지 못해..속상한 마음이..네 얼굴에 나타나있어..
골목을 들어서는 널 봤을때부터..그리 느꼈어..
오늘도..준후를 만나지 못해..네 마음이 아픈거구나..하고..

고통스러운듯..바다의 얼굴에서..눈길을 돌려버리는 정훈이..

자신의 가슴근처에..손을 가져다 대며 다시한번 조용히 입을 연다..

정훈 : 하지만..바다야..
여기있는 내 심장은 항상 널위해 뛴다는걸 알아줬음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리고..많은것을 버리고라도..너를 택하려는 이유..
너 없는 내인생..상상해본적도 없기 때문이야..
고등학교때..밝게 웃는 네 웃음을 봤을때부터..단한번도..네 웃음을 잊어본적 없었어..
공부를 하면서도..일을 하면서도..너무도 예쁜..네 웃음이..자꾸..나를 괴롭혀..
그리고..어느새…사랑의 열병에 걸려버린거야..
이젠..헤어나올수 없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널 내옆에 붙들어 두고..속박한다면..나..내자신을 용서하지 못할것 같다..
요즘들어..부쩍..어두워진 네얼굴을 보고..많은걸 생각했어..
웃지도 못하는 널..내옆에 붙들어 두는건 의미가 없다고..

조용히 아픈말들을 남김없이 털어내는 그를 보며..

바다는 속으로..정훈에게..끝없는 사과를 하고 있었다..

설사..그것이..그에게 전달되지 못할지언정..그녀는 마음속으로나마..

정훈에게 한없는 용서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정훈아..

정말로..미안해..

나도..

내자신도..

준후를 향해 내달리는 이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어..

감당하기 버거워..

그를 생각하면..설레이고..마음아파..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알수 없는 불안함에..돌아버리기 직전이야..

나..말은 못해도..이미 마음은 정했어..

내..심장..준후에게..주기로..그리..결정했어..



정훈을 마주하던..눈을 조심스레 피해버리며..눈길을 돌려버리는 바다였다..

그의 한숨석인 목소리가..다시한번..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정훈 : 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너 머리아플텐데..나도 참 미쳤지..
너무 오래 붙들어 뒀어..
들어가 쉬어..
아무 걱정말고 오늘은 편히..쉬어..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정훈의 말투에..고개를 갸웃거린 바다였지만..

그런 그의 말을 기다렸다는듯.. 아픈 그의 눈동자를 뒤로하고..

돌아서버린다..

정훈은 그런..그녀의 뒷모습에.. 알수없는..고통을 느끼곤..다시한번..자신의

심장 근처로 손길을 가져간다..



아프다..바다야..

여기 이곳이..

누군가..거세게 움켜쥔듯..알수없는 커다란 고통으로 인해..서서히 마비되어가고

있다..

언제나 항상..변함없이 기다려줄 너라..믿었다..

가던길 멈추곤..나를 향해 웃으며..내가오길..그렇게 기다려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늦어버린 것 같다..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해버린 것 같아..

기다림에 지쳐버린 너는..준후가 내미는 따뜻한..손을 붙들고..

내게서 돌아서려 하고 있어..

하지만..널 놓치고 싶지 않다..

좀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만약..네 옆자리를 다시 내어줄수 있다면..

나..네게로 뛰어가마..

숨이 가빠..쓰러지더라도..

네가 기다려주기만 한다면..다시 일어서서..뛰어가마..

사랑한다..바다야..




바다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며..얼마나 서있었는지 모른다..

다만..한참의 시간이 지났다는것만..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발길을 돌리며..정훈은 생각한다..

그녀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겠노라고..

그녀가 행복할수 있다면..

그녀의 웃음을 지켜볼수만 있다면..

먼 발치에서라도..지켜볼수 있다고..

그녀의 옆에 머무는게..비록 자신이 아닐지라도..

다름아닌 그가..준후이기에..그녀에게..선택권을 주겠노라고..

그렇게 다짐해 본다..
..

*******************************************************

연구소에서의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하루종일..바다와..채연의 얼굴이 교차하며..준후를 끊임없이

괴롭혔단 사실 하나만은 확실했다..

아무생각없이..운전을 하던..그는..낮익은 주변환경에..이내 놀라고 말았다..

바다를 데려다 줄 때 항상 지나쳐야만 했던..수퍼며..과일가게가..준후의

시야를 꽉..메우고 있었다..

어느샌가..자신도 모르게..그녀의 집앞으로 와버린 것이다..



미쳤군..장준후..!!

오늘 파혼을 발표한다며..결국은 이리로 오고 말았어..!!

뭐냐..

도대체 뭘 얻고 싶어서 이리고 온것이냐..

독한맘먹고..그녈 보내주기로..결심했었잖아..

당장..기자회견을 열어..파혼을 알리고..그들의 결혼을 축복해주기로..

그리..마음 먹었잖아..

그런데..지금의 내 행동은..애써..그녀를 잡아놓으려는 것처럼..

그렇게..더뎌지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은 준후의 손에..힘이 들어가며..

힘있게..운전대를 내리쳐본다..

준후 : 제기랄..!!

돌아가려..했지만..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누군가가..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깨끗이 지워버리듯..

집으로 되돌아가는 길이..그의 머릿속에서..거짓말처럼..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운전을 해야..집으로 갈수 있는지..

어떻게 운전해야..그리움이 묻어나는 이 거리를 빠져나갈수 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속으로 수없이 욕을 되풀이 하며..자신을 자책해보지만..

그러면 그럴수록..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심장을 잔잔히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운전석에 머리를 기댄채..한참을 있었던 것 같다..

환한 라이트가..준후의 차를 비추며..골목을 들어선다..

까만 썬텐이 되어 있는 준후의 차량이었지만..그 환한 불빛에..

가늘게 눈을 떠보이며..조심히 차량을 주시한다..

그리고..곧이어..준후는..그차량에서 내리는 바다와 정훈을 보고 만다..

차문을 열며..놀란듯..준후의 차를 바라보는..바다..

정훈의 차량에서.. 준후의 차안을 본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바다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차량의 넘버를 보지 않아도..그 차안에..준후가 있다는 것을..직감적으로

느꼈다..

바다못지 않게..놀란 정훈도 마찬가지였다..

낮익은 차량..

골목을 들어서며..라이트에 비춰지는 검은 차량을 봤을때부터..그인줄 알고 있었다..

준후는 움직일수가..없었다..

마치 누군가..그를 운전석에 메어놓은듯..단 한번의 몸부림도 쳐볼수 없었다..

내려서..그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그는 그렇게 까만 썬텐이 되어있는

창문을 통해..바다와 정훈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너희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뭐라고 말해야..지금의 내행동이 설명이 될수 있을까..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한순간 실수로 인해..이렇게..너희들을 다시한번 보게되리라곤..

정말..상상도 못했다..



그랬다..

정말로..잠시동안..바다의 얼굴을 보면 보았지..

죽어도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은 없었다..

예전에야..그들의 그런 모습을 봐오며..속으로 끙끙 앓기만 했던..준후였지만..

자신의 감정을 너무도 확실히 알아버린 지금은..그들이 함께한 모습을 보는게..

죽기보다..싫었다..

운전대를 쥔..그의 손에 필요이상의 힘이 들어가고..

용기를 내어..차에 시동을 걸어본다..

그의 차가..기분좋은 소리를 내며..시동이 걸리고..

이내..부드럽게..차를 빼내는 준후였다..

하지만..그는..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었다..

준후의 차량이 골목을 벗어나려는듯..주차한 곳에서..서서히 움직이자..

마음이 급해진 바다가..그의 차앞으로 뛰어들었다..

순간..차량이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바다의 바로 앞에 정지하고..

그모습을 지켜보고 있던..정훈은..덜컥 내려앉은 심장을 다시한번 달래야 했다..

이젠..피할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바다는..준후가 차에서 내릴때까지..

그리고..정훈과 그녀에게 웃으줄 준후의 얼굴을 볼때까지..

그렇게 버티고 있을 작정인가보다..



제발..날 보내다오..

그냥..조용히..보내다오..



마음속으로..수없이 그녀에게 말해본다..

웃는 얼굴 보일만큼..너그러운 자신이 아니니..제발..보내달라고..

하지만.. 머리를 쓸어올리며..고개를 든 준후는..까만 유리를 통해..바다의 눈동자를

보고 만다..

차앞에 버티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히 젖어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안보이는 준후의 얼굴이지만..

그를 향해..많은 말을 하고 있는듯 했다..

제발..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얼굴을 보여달라고..

그리고..안아달라고..

마치..그리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준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런눈빛 하지 말아라..바다야..

네가 그러면..내가 독해질수가 없어..

날 향한 네 감정이..한순간 물밀 듯 밀려오는 감정이 아닌..영원히 지속될 것 같아서..

날 큰착각에 빠지게 한다..

네가..날..너무도 사랑한..다..는..

그런..행복한..착..각..




바다의 눈동자를 바라보며..자신도 모르게..차에서 내리고 마는 준후..

그녀는 드디어 오늘..그리도 보고 싶었던..

꿈에서나마..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준후의 외모를 한눈..가득..담아내고 있었다..

차문을 열고..내리는 그의 모습이..슬로우 모션처럼..왜그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결국..고개를 들어..준후가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서야..멈추고 있던..자신의 숨을..길게 내쉬어보는 그녀였다..

준후는..바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한숨소리를 듣고..

자신도..함께..한숨을 내쉬어 본다..



웃어라..장준후..

그들에게 아무렇지 않은듯..웃으란 말이다..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수없이..중얼거리며.. 정훈과 바다를 번갈아 본다..

하지만..딱딱하게 굳은 얼굴 근육은..도무지 풀리줄 몰랐다..




이젠..웃는법조차 잊어버린거군..

후후..장준후..

채연이 죽은후..그동안 네가 얼마나 팍팍하게 살았는지..

이제야 알겠냐..??

웃을 수가 없어..

그동안 내 자신이 어떻게 웃었는지..

웃을땐 어떤모습이었는지..

전혀..생각나질 않아..





준후 : 오래간만이다..

생각다 못해..나온 말이었다..

하지만…그말을 해놓고 절실히 후회해보는 준후였다..

정훈이 보는 앞에서..바다가 달려와 준후의 품에 메달려 버렸던 까닭이었다..

키가 큰 그의 목에 메달려..가슴에 얼굴을 묻고..서럽게 우는 바다를

정훈이 보는 앞에서..껴안고 마는 자신을 느낀다…

바다의 떨리는 어깨에..

그녀의 서러운 울음소리에..

준후의 심장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얼마나 그리웠는지 몰라..준후야..

그동안 네 모습..눈에 담질 못해..지금은..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보아도 본것같지 않고..들어도 들은 것 같지 않았던..지옥 같은..하루하루..

그게..전부..너때문이었어..

네 목소리 듣지 못해..

네 모습 보지 못해..

그래서..생긴..휴증이야..





한참을 울던 바다가..그제야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준후의 품에서..고개를 든다..

하지만..곧 그의 얼굴을 보곤..너무도 아픈 눈동자로..준후의

얼굴을 하나하나..자세히 보고 있엇다..

그동안 못보았던..그의 얼굴을..만회라도 하려는듯..

그렇게 세심하게 훑어보고 있었던 것이다..

짙은 눈썹아래..위치한..따듯한 다갈색 눈동자..

지금은..아팠던 흔적이..역력히 들어난 눈동자이지만..바다가 기억하고 있는

그만의 포근함..그대로 였다..

또다시..숨이 막혀옴을 느끼며..자신의 가슴으로..손을 가져가는 바다는

남은 한손으로..준후의 가슴근육을 쓸어보이며..그의 뛰는 심장을 찾는다..

자신의 그리움이..

자신의 사랑이..

그의 심장에 전달되기를 바라며..

하지만..그녀의 그런 손놀림은..준후의 손에 의해 제지되어 버리고..

그녀의 손목을 욺켜쥔채..자신의 가슴에서 떼어내는 그가..조용히 말한다..

준후 : 바다야..나한테..심장따윈..없다..!!
이미..녹아버렸어..!!






너 때문에..녹아없어져 버린지 오래다..

이미 오래전에..흔적도 없이..사라져 버렸어..



준후의 말에.. 바다는 자신의 손아래 있는 심장이 거세 뛰는 것을 느낀다..





무슨말이니..??준후야..??

내 심장은 이렇게 널위해 뛰고 있는데..

그게..무슨 말이니..??

네..심장..채연이 가져가 버린거니..??

그녀가..죽으면서까지..남기지 않고..가져가 버린거야..??




준후의 그 한마디가..비수가 되어 바다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

바다의 손을 욺켜쥔채..그녀에게서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그를 보며..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그녀였다..

준후의 눈은..아픈듯 하면서도..그녀에게 “다가오지마”라고..말하고 있었고..

그런 그의 눈빛에..겨우 고개를 돌린 바다는..그제서야..정훈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정훈의 어두운 눈이 바다를 응시하며..그들에게로 다가오고..

그렇지 않아도..한발짝 뒤로 물러서버린..준후가..아예 그녀의 사정거리

안에서 벗어 나고 만다..

정훈 : 널보고..뭐라 말해야 할지..난감하다..준후야..

준후 : ..미안하다..잠적 기간이 너무 길었지..??

준후의 따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두손을 꼭 쥔채 그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바다였다..

하지만..이내..정훈이 그녀의 그런 감상을 중단시켜 버린다..

정훈 : 바다야…자리좀 비켜줄래..??
준후랑..할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그의 말에 고개를 번쩍든 바다가..알수없는 불안함에..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바다 : 싫..어..

자신의 의사표시를 확실히 했다 생각했지만..그런 그녀의 의사는

다시한번 울리는 준후의 목소리에 의해..방향이 틀어지고..

준후 : 그만..들어가..
나중에..연락할께..

바다는 준후의 말에 입술을 꼭 깨물며..아무말 없이 획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에게..

정훈이 입을 연다..

정훈 : 신경쓰지마..항상..잘 삐치니까..
하지만..내일이면..또다시 웃으며..떠들어 댈거야..

준후 : …

정훈 : 우리 어디가서 술한잔 할까..??

준후 : ..그..래..

말없이..돌아서는 두사람..

각자의 차로..향하는 그들은..

정훈의 차가..먼저 골목을 빠져나가자..그의 뒤를 준후의 차가 따른다..

붉은 빛이 도는..바에..나란히 앉아..술을 마시는 두사람..

정훈은 묵묵히 침묵을 유지한채..준후의 빈 술잔에 술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단한마디도 하지 않고..주는 술을 전부 다 마셔대고 있는

준후였지만..이미 주량이 한계에 달했음을 알수 있었다..

정훈 : 준후야..

준후 : 내이름 닳겠다..자식아..!!할말 있으면..어서해..
답답하니까..

아까부터..하고싶은 말을 목구멍으로 쓰게 삼킨채..연신 준후의 이름만

불러대는 정훈을 보곤..기어이는 준후가 먼저 터치를 해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겨우겨우..힘들게 입을 여는 정훈이었다..

정훈 : 우선..고맙다..!!바다와 내 결혼..너 아니었으면..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는거..
잘알아..하지만..이해할 수가 없다..왜 그리도..네가 그일에 목을 메었는지..

준후는 알고 있었다..

정훈의 말뜻을..

너무도 잘알고 있기에..감히 함부로 입을 열수가 없었다..

준후 : ………
네..어머니로부터..바다를 지키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더 이상..나도 자신이 없었어..

정훈 : 우리 어머니로부터 바다를 지키려는게 아니라..
네 사랑으로부터..그녈 지키려했던 거겠지…

정훈의 말에 준후의 어두운 눈동자에 잔잔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

정훈 : 채연이..죽기 직전..내게..해준말이다..
그앤..네 친구인 나보다도..널..더 많이 알고 있었어..
한때 스쳤던..네 여자가..
그동안 쭉 함께였던 나보다..네 마음을 더..잘..이해했다..
널 죽도록 사랑했던..채연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만큼..네 아픔이 그녀에게 보일정도로..컸던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나는 몰랐다..
항상 웃고만 있는 네얼굴을 보고..너무 안심했을수도..
그리고..너무 믿었던 것일수도..있겠지..
어떻게 웃을수 있었냐..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수 있었어..
이해할 수가 없다..
나같으면..절대로 너처럼 바보같이 속앓이 하지 않았을거야..
그런점에선..너한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때론 서운함도 느껴..
왠줄알아..??
둘도 없는 친구라 생각했는데..
둘도 없는 우정이라 생각했는데..
난..결국..너에게 정말 못된친구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야..
그리고..그건..결국..네가 날 속였기 때문이고..

준후 : 속인거..아니다
감추려 했던거야..
참을수 있을거라고..잊을수 있을거라고..수없이 중얼거리며..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아니..정말로 그럴수 있을거라 믿었어..
하지만..잊으려 하면 할수록.. 참으려 하면 할수록..
더욱더 선명에 내박히는 바다의 웃음을 지울길이 없어..속수무책이었다
너때문에 우는 그녀를 달래며..나도 소리 없이 울어야 했고..
너때문에..아파하는 그녀를 보며..나또한..소리없이 죽어가야 했다.
널보며 웃는 바다를 보고..
널향해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결국은..그녈 대신할 사람을 찾아야 했고..그게 바로 채연이었어..
하지만..그녈 잊으려는 내 노력이..채연을 죽음으로 이끌었어..
한..마디로..난..여잘 사랑할 자격이 없는..놈이다…정훈아..

괴로운듯..얼굴을 감싸쥐며..한숨을 내쉬는 그를 보곤..

정훈 자신마저도..그와 함께..작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바다를 향한 사랑과..채연의 죽음에..심한 갈등을 느끼는 그를..절실히..볼수 있었다..

이주동안..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았던 이유..

사랑하는 바다를 밖으로 내몰아야 했던 이유..

정훈은..그 모든것이..채연에 대한 준후의 죄책감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는 준후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힘들고 괴로울땐..언제나..곁에서 따스하고 든든하게 감까주었던 준후였는데..

정작..그가 아파할땐..위로의 말한마디 건내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다 생각한다..

준후 : 정훈아.. 바다와 결혼하거라..
그녀와 결혼해서..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다오..
제발..내가 그녀에게서 남은 미련..지워버릴수 있게..어서..그녈 데려가다오..

정훈 : 준후야..네 맘..너무도 잘안다..하지ㅁ..

준후 : 그만!!
제발..그만해라..!!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날 위해서..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거겠지..!!

정훈 : …

아무말도 없는 정훈..

준후는 그의 눈동자만 보아도..정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다 알고 있었다..

너무도 가깝게 지내왔던..친구였기에..

그의 호흡소리 하나만 들어도..그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할수 있었던 것이다..

서로를 너무도 잘아는 그들이었기에..

둘사이에 있어 비밀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생각했고..또 그렇게 믿어왔다..

하지만..결국..그들의 그런 생각은..지금 이순간 산산히 조각나고 말았다..

가장 결정적인 실수..

바다를 향한 준후의 눈길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그녀에 대한 사랑을 감추며..아파했을 준후를 생각하면..또한번

가슴이 무거워지는 정훈이었다..

바다만큼..준후란 존재도..그에게 있어..너무도 소중했기에..

그녀를 얻기위해 그를 죽이는 일따위..절대로 할수 없었던 것이다..

정훈 : ..네가..괴로운거 알아..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도 알고..
거기다..갑작스런 채연의 죽음까지..

준후 : 아니..넌 몰라..
그 누구도 내 마음을 알순 없다..
나…
마지막으로 채연을 봤을때..곁에 있는 바다때문에..그녀를 무시하고 짖밟았다..
항상..남에게 밟히기만 했던 바다인지라..
그런 그녀를 옆에 두고 있자니..채연의 존재따윈 까맣게 잊어버렸어..
그녀에게 있어..자존심이란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채연을 철저히 무시하고..지나쳤다..
잊을수 없어…
날바라보던..채연의 눈동자..
죽으면서까지..남겨진 나를 걱정하던..그녀의 눈동자..
아파하면서도..죽는건 자신인데도..
당장 닥쳐올..죽음의 그림자 보다..그녀에게 있었선..
내 보잘 것 없는 아픔이 더..걱정되고 슬펐던 거야..
그런 그녀에게..사랑한다는 말한마디 못해주고..
너무도 듣고 싶어하는 한마디라는 걸 알면서도..나..인색하게 굴었다..
죽기직전..까지.. 그말한마디에 한이 맺혀..날 바라보며..사정하는 그녀의 눈동자..
거짓이라도 좋으니..사랑한다 말해달라고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늦지 않게 들었으면 한다..
하지만..끝까지 못듣고 가버린 건지도..
사랑한다 말했는데..
그말..못듣고 가버린 건지도..
정훈아..
나..바다가 내곁에 있으면..채연을 잊어버릴 것 같아..참기 힘들다..
바다의 눈동자에 취해..채연의 슬픈 눈빛을 잊어버릴까 겁이 난다..
그럴바엔..차라리..
차라리..
바다를 내곁에서 떼어다오..

많은 아픔이 있는 준후의 목소리였다..

듣고 있는 정훈의 심장에..준후의 아픔이 전해질정도로..그렇게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었다..

제발..바다를 떼어달라고..

채연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그는..자신의 사랑을 버리려 한것이다..

그렇게 되면..바닦으로 곧두박질치는 자신이라는 걸 너무 잘알면서도..

준후는 끝내..그길을 택하고 싶어했다..

하지만..정훈은 절대로 허락할수 없었다..

아니..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식으로 바다를 곁에 두면..평생을 아파해야 할 사람은 자신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곤..결국 굳은 결심을 한듯..

준후에게 입을 연다..

정훈 : 인정할수 없다..준후야..
물론 네 마음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네무덤을 파는..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을수가 없어!!
그리고..그무엇보다 중요한건..죽은 채연이도.. 네사랑을 얻기보다..
네사랑을 지켜주길 택했다는 것이다..
그녀가 나와 약혼을 한이유..
바다를 향한 네사랑을 너무도 잘알기에.. 자신이 희생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니..준후야..
죽은 그녀에게 보답하는 셈 치고..내말을 들어다오..
채연에 대한 죄책감 훌훌 털어버리고..
그녀가 죽기직전까지..지키려 했던 네 사랑..
다시한번..도전해 다오..

채연이 죽기직전까지 지키려 했던 준후의 사랑..

그는 정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채연의 사랑방식에..너무도 놀란다..

얻으려 했던 사랑이 아닌..지켜주는 사랑..

- 채연아.....사랑하는 사람을 꼭 내것으로 만드는게..사랑이 아니야...
그사람을..행복하게...지켜줄수 있는게..진짜..사랑이야....
옆에서...단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행복한게..사랑이라고....

언젠가 준후가 채연에게 속삭여 주었던 한마디..

그는 그제서야..깨닫고 만다..

자신의 말뜻을 너무도 잘알고 있는 채연에게..

다시한번 상기시켜..그녀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던..자신을..그제서야 깨닫고 만다..



미안하다..채연아..

널 사랑하지 못한 사실에 미안하고..

그런 널..고이 보내주지 못하고..끝까지..아픔만을 안겨준 사실에 미안하다..

하지만..채연아..정말로..네가 지키려 했던게 내 사랑이라면..

나.. 다시한번..희망을 가져봐도..네게 죄가 되지 않을련지..모르겠다..

살아있을때도..네게 죄만 지었던 난데..

죽은 너에게까지..죄를 짓고 싶진 않다..

부디..지켜봐다오..

이번 바다의 선택이..나라면..네가 원하는 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다..

하지만..그녀의 선택이 정훈이라면..

아프겠지만..

많이 고통스럽겠지만.. 잊으며 살란다..

그게..네 바램이라 생각하고..잊으며..살란다..




정훈 : 같은날..같은시에..약속을 정하자..
날짜는 네가 선택해라..

준후 : 내일…오후..7시..

정훈 : 내일..??
내일은..네ㅅ..

준후 : 난..블루마린이다..넌..??

정훈 : 화이트존..

정훈의 대답을 들은..준후는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얼마전..바다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조용히 자리를 뜨는 그였다..


- 나..네 생일날..기다릴께..
블루마린..에서..기다릴께..꼭…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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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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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음.. 게시판에 사적 게시물 올리지 말라고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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