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김현태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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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후니 wrote:

>

> 뜨거운 편지

>

>

> -- 김현태

>

>

>

>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 어떻게 하면

> 어떻게 하면

> 그대 마음 얻을까, 고민하다가

> 연습장 한 권을 다 써버렸습니다

> 이렇게 침이 마르도록

> 고된 작업은 처음입니다

> 내 크나큰 사랑을 표현하기에는

> 글이란 것이 턱없이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 지금 부엌에서

> 보리차가 끓고 있습니다

> 보리차가 주전자 뚜껑을 들었다, 놨다

> 합니다

> 문틈으로 들어 온

> 보리차 냄새가 편지지 위에서

> 만년필을 흔들어 댑니다

> 사랑합니다, 란 글자

> 결국 이 한 글자 쓰려고

> 보리차는 뜨거움을 참았나 봅니다

>

>

>

> ***

> 그러고 보니 메일이 아닌 진짜 편지를 써 본 게 언제였던지...

> 정말 까마득하게만 느껴집니다.

>

>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무료 이 메일 업체 중에 한 곳에 가입해서

> 낯익은 이름 석자가 아닌 낯선 영문의 주인공에게 키보드로 톡톡 쳐서 보내는 메일보다는

> 편지지에 한 자 한 자 정성으로 써서 보내는 진짜 편지가

> 받는 이는 물론이고 보내는 이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하는 거죠.

> 그럼에도 편지보다는 이 메일이 더 가깝고 편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은

> 마음의 따뜻함보다는 편리함 그리고 간단함이 우리 맘에 더 크게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겠죠...

>

> 이 메일이 아닌 진짜 편지...

> 하루에도 수십 번 내 가슴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사람에게

> 차마 꺼내 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되뇌었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만

> 바로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한 그리움으로 서 있는 그 사람과의 공간을

> 따뜻함의 다리로 잇고 싶을 때...

> 우린 편지지를 삽니다.

> 문구점의 편지지 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고른 끝에

> 내 맘을 담을 고운 편지지를 사고

> 그날 밤 책상 위에 그 편지지를 놓고선 정말 큰 고민에 빠지게 되죠.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아니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은데

> 그 말들이 편지함에 예쁘게 담기지 않고 한꺼번에 다 쏟아지는 바람에

> 한 장... 두 장... 편지지만 구겨버립니다.

> 결국 책상 위에는 한 장의 편지지만 남게 되고

> 그 마지막 편지지의 맨 첫줄에는 "○○에게" 라는 말만 한참 서 있게 되지요.

> 그러다가 아주 힘들게 가슴속의 말들을 따뜻함으로 교통정리해서 편지지에 정렬시키고 나면

> 그 때의 행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죠. ^^

>

> 오늘은 시인처럼 아련한 편지 한 통 써 보시는 건 어떠세요?

> 글자마다에 마음을 담아서 보내는 진짜 편지요.

> 쓰다가 틀리면 백 스페이스로 쉽게 지우고, 고쳐 쓸 수 있는 이 메일이 아닌

> 한 번 틀리면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까지 담겨 있는 진짜 편지...

> 클릭 한번이면 몇 분 안에 영문의 주인공에게 전송되는 이 메일이 아닌

> 우표를 붙여서 우체통에 넣기 전에 주소와 이름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 남들이 볼세라 편지봉투에 슬쩍 입을 맞추어 보내는 진짜 편지요.. ^^

>

> 오늘 하루 화랑에 오신님들께 그런 따뜻함과 가슴 설렘이 가득하셨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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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부산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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