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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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번 친구와 함께 비디오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

.. 남자들끼리의 정사를 담은 그 비디오의 내용에.

나는 그날 아침에 먹었던 마른빵까지 위장이 뒤집히도록 토해냈다.

역겹다고.

놀아날사람이 없어서 남자끼리 하냐고.

친구와 비디오를 끄고 캑캑거리면서 비웃었었다.

그랬었다...

-----

"...."

담배를 꺼내려는 듯 주머니속에 들어갔던 손이 잠시 멈칫하다 이내 다시 밖으로 나온다.

"..."

여자였다면?

만약 이앞에 서서.. 나를 사정하게한 사람이 여자였다면 나는 이런 감정까지 느꼈을까?

머리속이 하얗게 변해가며

처음 게이 비디오를 봤을 때와 같은.. 역겨움이 몰려왔다.

"... 제길.."

담배를 꺼내 들었어야 했을 그의 손이 제 할일을 찾지 못해 방황하다 이내 머리를 쓸어올린다.

"..."

그는 끊임없이.. 힘없이 주저 앉은 나를 바라보며 낮게 욕지거리를 했다.

욕하고 싶은건 나다..

멱살이라도 잡으며 잔뜩 퍼부어 주고 싶다..

그런데..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매력적이지만 서늘한 그의 눈동자를 보면

아까까지도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욕지거리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로 할 수 없는 싸아한.. 감정이 일어난다..

"... 가.. 볼께요..."

사정후의 나른함을 참아내며 벽을 집고 일어서는 나를 바라보며

그는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이내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탁.

빌어먹을.. 이래서 내가 보충을 싫어한다.

최악의 보충.

..수강 취소하면 몇 % 까지 환불 받을 수 있을까...

---------

"니가 그럴 줄 알았다. 컴퓨터는 왠 컴퓨터. 워드나 배워둬."

"시끄러워."

그 다음날 학원에 가서 바로 수강을 취소했다.

수업 시간동안 그의 목소리를 듣고 제정신으로 버틸 용기가 없었다.

그가.. 그.... 애널이라는 부분에 삽입하지 않는것 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기며

다시 전처럼 조금 쫄기도 하고, 외모를 부러워하기도 하며

그의 수업에 집중할만큼 .. 나는 뻔뻔스럽지 못했다.

"너 담배피우고 왔지! 나 숨못쉬면서 죽어가는거 생중계로 보고 싶냐?"

"쳇.. 한대밖에 안피웠어. 너무 그러지 마라. 냄새 좀 맡는다고 죽냐?"

"썩을.."

주머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흔들며 변명하는 친구녀석을 노려보다

그의 손에 잡힌.. 담배를 보았다.

필립.

".. 너.. 원래 필립 피웠냐?"

"응? 어. 내가 굶어죽어도 담배는 필립만 피운다. 근데 왜?"

"아니.."

향기..

분명히 같은 담배인데도.. 틀리다.

친구녀석의 손끝에. 옷깃에 머무는 향기는 두통만을 유발하지만..

그의 손끝에.. 옷깃에 머물었던 그 향기는..

심장의 통증만을 안겨 주었다.

관능적인 필립향.. 이라고 하면 역시 틀린 말일까?

관능적인 '그의' 필립향.. 일까...

"..!"

제길.. .. 생각해 버렸다.

"뭐야? 이상한 놈일세? 왜 혼자 흠칫 놀래고 그러냐?"

"아무것도..."

"너 음침해진 것 같다?"

.. 너도 한번 내꼴 나봐라. 쾌활하고 발랄한 생활의 영위가 가능한지.

"..나 먼저 가야겠다..."

"뭐? 앉은지 10분이나 됐냐? 뭐하자는 플래이야?"

"일이 생각났어."

-딸랑.

경쾌한 문소리와 함께 조금 서늘한 공기가 목을 조여온다.

일은 개뿔이 일.

학원때문에 강의도 몰아서 짜는 바람에 빌어먹게도 한가하다.

그 시간이나 때우려고, 바쁘다는 녀석 억지로 불러낸 나다.

특별히 갈곳도 없고, 집에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 아마..

아마 미친걸지도 모르겠다.

---------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이미 학원이 있는 건물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

병신같이 왜 갑자기 여기로 온건지.

수강 취소하고 하루밖에 안됐으니까.. 버릇이 됐을 테니까..

그래.. 습관처럼 그냥 온거다..

라고 혼자 웃기지도 않은 변명을 지껄이며 한참을 서 있었던 것 같다.

".. 유성민.."

바람에 필립. 아니 그의 향기가 실려와 내 후각을 자극한다.

언제 나왔는지 그가 내 앞에 조용히 선채로 나를 내려다 본다.

".. 안녕.. 하세요..."

"유성민.."

그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조금 갈라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자꾸만 부른다.

이름이 불릴 때 마다 온 몸의 신경세포가 바짝바짝 일어서는 듯한..

묘한 감각이 일어난다.

"수.. 수업.. 안들어 가세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제 바지에 티 하나 만을 걸친 그의 차림을. 실내에 있다가 급히 나온듯한 그의 차림을

발견했다.

".. 왜 수강 취소했어?"

"..."

잘생긴 그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며 나를 바라본다.

.. 뭐라고 말해야 하나..

당신한테 당한 충격이 커서 끊었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

뭐라고 하라는 거야......

"왜 학원 끊었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목소리에 주위에 지나다니던 몇몇 사람들이 우릴 쳐다본다.

지나가던 여고생 2명이 그를 바라보며 '어머. 어머.' 하는 소리도 들려온다.

.. 잘생기고 봐야한다.

성격이 더러워도 잘생기면 용서 된다는 건가..?

".... 컴퓨터가.. 재미 없었어요."

거짓말이다.

제법 즐거웠다....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것을 신기해하며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거짓말도 작작해."

.. 움찔.

역시.. 알고 있었구나..

".. 정말이에요."

"유성민!"

"그럼 뭐라고 해!"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나를 흐음..? 이라고 하는 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 사실은 당신 보기 싫어서 관뒀어! 됐어? 이제 시원해?"

"야.."

"제길.. 욕하고 싶은 건 나야. 왜 자꾸 기억나게 만들어!!"

가슴이 저려온다.

머리속에 기억들이 밀려 들어 온다.

그런데...

그런데...

역겨웠다는 기억은 마치 처음부터 거짓말인 것 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빌어먹게도 느꼈다는 것..

처음 느껴보는 다른 사람의 손길. 그 감각이 .. 미치도록 좋았다는것만..

그렇게 수치심과 함꼐 기억속으로 밀려들어왔다.

"흑.. 으흑.."

"유성민..."

감정이 복받쳐오면서 급기야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이게 왠 추태야..

수치심에 현기증마저 일어난다.

남자놈이 되가지고..

제길..

".. 따라와."

체온이 낮은 그의 큰 손이 눈물 닦아 내기에 정신이 없는 내 손을 잡아 끈다.

".. 제.. 길... 쿨쩍(이런..) 놔요.."

"닥치고 따라오기나 해."

싸늘한 말투와는 달리 조심스래 이끄는 그의 손길에..

움직일 것 같지 않던 내 다리가 조금씩 그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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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 끝이 날런지. ..

쓰면서도 정신이 없는 아카상입니다.

의견 써주시면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격려나 질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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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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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잘보고 있습니다.넘 좋은데요.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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