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5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철렁.

들리지나 않았을까..

내가 한말에 내 심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느리다..

아직 내가 뱉은 말은 거의 주름이 없다고 생각되는 내 뇌에 닿지도 않았다.

.. 의학이 발전되면 얼마가 들더라도 내 몸속 뉴런 세포들부터 갈아치워야겠다..

"너.. 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는 있어..?"

"...."

움찔.

내 허리를 안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 하아..."

서늘한 호흡이 내 이마 위에 흐른 머리칼을 살짝 흔든다.

".. 진심이야?"

뭐가?

.. 라고 물었다간 왠지 다시는 밝은 하늘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

"...역시.. 그런건가....."

..뜻을 알 수 없는 체념적인 말투와는 달리..

그의 이기적인 손은 아직 나를 놓아주고 있지 않다.

"그래도.. 도망갔을 때 보단 낫군. 안그래?"

마치 동의를 구하는 듯, 내 눈을 들여다보며 미소 짓는다.

... 머릿속이 복잡하다.

... 수능시험 본날, 이상하게도 우리 어머니가 붙이신 엿만 바닥에 붙어있는 광경을

보았을 때 ..

그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붙었지만..-

--------

돈이 없다.

정말, 빈말이 아니라. 단 한푼도 없다.

"12. 13. 14.... 열흘도 더 남았잖아...?!"

어머니께서 돈을 부치시는 날짜가 25일.

오늘은 11일.

.. 물만 먹으며 견디기에는 객관적으로 재봐도 조금, -어쩌면 상당히- 긴 시간.

".. 어디 아르바이트 할데 없나..?"

-----

"아르바이트?"

".. 돈이 떨어져서.."

"흐음.."

턱을 살짝 비튼다.

그 특유의 의문의 표시.

"뭐에다 쓰길래 돈이 그렇게 빨리 떨어지지?"

"그.. 글쎄요."

아직도 어렵다.

만남을 피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기에는 조금 힘이 든다.

"헤이즐넛이랑. 아메리칸 커피 나왔습니다."

아주 짧은 침묵을 깨고 경쾌한 여 종업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아메리칸 커피. 나는 헤이즐넛.

커피잔이 각자의 앞에 놓이기를 기다렸다가 그가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 너 하나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어..."

".. 말씀은 감사합니다.."

"쿡.."

한번.

작은 티스푼에 설탕이 담겨 아메리칸 커피 안으로 들어간 횟수.

그의 취향은 깔끔한 그의 외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 지난번 상담실에서 그는 갈팡질팡하는 나를 보며 몇가지를 제안했다.

- 일단은.. 학원에 다시 다니라 마라, 이건 강요하지 않겠어.

-..

- 대신.

- ?

- 하루에 한끼 정도, 내가 사도 되겠지?

생각해 보면 하루에 한번은 만나겠다. 그거다.

....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늘 그가 부르면 달려가 이것저것 먹어대는 나지만 말이다..

"..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는데로 나한테 알려줘."

".."

끄덕 끄덕.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매력적인 그의 보이스는 안그래도 둔한 내 신경을 마비시킨다.

'..? 아는 사람이야?"

"예? .. 아닌데..?"

커피향 가득한 대기를 가르는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붉은 머리의 소년이 나와 그의 옆에 자리한 창가에 매달려 있다.

굉장한 머리색.

완전히 새빨간 머리색이 이상할 정도로 잘 어울리는 녀석.. 이라고 생각하며

하는 짓을 그와 함께 나란히 관찰.

머리를 몇번 쓸어올리다가 귀에 단 피어싱을 다시 확인.

여유롭게 한번 씨익 웃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거... 아무리봐도 우리가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

".. 여기 바깥쪽이 거울인가.."

".. 하는걸 보니 그런 것 같군."

그래.. 그럼 이해가 가지. 꼬마야. 나중에 시간나면 여기 들어와 보렴.

머리만 빨갛게 되는 게 아니란다..

---------

경악.

혹시나 해서 확인했다.

.. 거울이 아니다.

아무리봐도.. 이건.. 이건..

안쪽사람이 너무나도 확연히 보이는 평범한 보통 유리다.

".. 흐음..?"

그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간다.

묘하게.. 멋지다.

'그나저나 그럼 아까 그놈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지?'

-섬칫.

손끝에 서늘한 무언가가 닿는다.

"... 싫어?"

"아.. 아뇨.."

.. 언제나 생각해봐도 이 사람의 체온은 이상할 정도로 낮다.

남들보다 체온이 조금 높은 내 손은 그의 체온에 동화되어 간다.

- 저기좀 봐.

- 어머.

확실히 다 큰 남자 둘이 낮부터 손잡고 다니면.. 이상한 걸까..?

-저남자 너무 잘생겼다.

-진짜..

".... -_-"

"쿡.."

역시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얼굴부터 감쪽같이 고쳐야 할지도..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애는 2층에.. "

척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옷을 차려 입은 부인이 나와 2층 층계로 나를 안내한다.

"애가 머리는 좋은데.. 딴생각이 많아서.."

"아.. 예.."

네. 어머님. 부모님 100분을 모셔놓고 물어도 다들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원목 소재의 고급스러운 나무 층계를 올라가니

1층 못지 않게 으리으리한 2층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 뭐, 나쁜짓해서 돈 버는 거 아냐?'

주머니속 10원짜리가 거슬린다.

-똑똑.

"..."

"진욱아. 선생님 오셨다. 어서 나와봐야지."

".."

-끼익..

"... 뭐야.."

"어머.. 얘.. 아휴.. 선생님 죄송합니다.. 당장 세수하고 안와!"

부시시..

부시시한 빨간머리..

빨간.. 머리?

"너..?"

"얘가 방학이라고 머리를 이 모양으로.. 빨리 안가?"

".. 시끄러워."

터벅 터벅 소리를 내며 방 옆의 문으로 휙 들어간다.

-쏴아아..

물소리가 나자 그재서야 부인은 아래로 내려간다.

"... 죽여버리겠어.. 동진이 자식..."

- 알바?

-그래. 아는거 없냐?

-.. 너 무슨과냐?

- 나? 영문과잖아. 임마.

- 빙고~ 과외자리 알아봐 줄께.

- 어? 정말?!

- 근데.. 음.. 과외 받는 애가 말야.. ... 아니다.. 돈 벌면 좋지?

-당연하지. 고맙다. 월급 받으면 내가 쏜다.

..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녀석과의 대화..

생각해보니 녀석이 이상하게 시선을 피했단 말이지..

... 문. 제. 아. 다...

-달칵.

"뭐야. 안들어가고. 공부 안시켜?"

".. 그.. 그래.."

.. 반말..

떨어지는 물기를 닦지도 않고 목에 수건을 걸친체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빨간 머리.

.. 분명..

"저기.. 너.. 지난번에.. 나 본적 없냐?"

-지익.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의자 2개가 빼어 나온다.

"앉아."

"어.. 그래. 고마워."

앗! 이게 아니다.

"나 본적 없냐니깐?"

"너?"

왠만하면 존대말 써라.

이마에 불거져 나오는 힘줄을 애써 감추며 뻔뻔스런 얼굴로 의자에 걸터 앉는 녀석을

최대한 상냥한 눈으로 바라본다.

"글쎄.. 어서 봤드라..?"

"그게.. 커피숍 유리에 너 붙어서.."

"커피숍? 음... 음..."

"..."

"아~ 그래. 기억났다."

"그치? 그치?"

.. 뭘 좋아하고 있는 거냐..

"킥.. 너 정말 웃기다."

"?"

뭐.. 뭐야?

------

오랜만입니다. 아카상입니다.

얼마전 소녀들이 운영한다는 야오이동에 가봤습니다.

.. 그녀들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기회 되면 한번 그런 곳 들려보세요.

꾸벅.

저는 그저 읽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essay?sca=&amp;sfl=wr_name,1&amp;stx=팬" data-toggle="dropdown" title="팬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팬</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오늘글은 좀 산만햇어요...(무슨일있으신가??)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