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부 그녀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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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는 늘 그렇듯 약간의 어수선함과 분주함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새로 익혀야하는 이름과 얼굴들. 그리고 새로 엮어야하는 급우관계.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들이지만
 난 그런 과정들이 싫었다.

 그렇다고 여러분들은 내가 특이한 녀석이라거나
 조만간 '따'를 당할지도 모를 녀석이라고 미리 생각하지 말기를...
 단지 과정이 귀찮을 뿐 일단 한 번 엮이게 되면 모두가 나를
 좋아했다. (이건 자찬인가?)

 무난한 성격에, 조금씩이나마 끼어들 정도로는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운동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여학생들이 말하길 내겐 다른 녀석들과는 다른 분위기까지 있대나?
 그래서 좋대나? (죄송)
 
 어쨌던 앞서 말한 '그녀석'과도 어느덧 가까와져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는 사이가 되었다.

 그녀석이 자주하던 장난중의 하나는 내 바지 앞을 툭 치듯
 건드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도 '어쭈'하며 그녀석의 바지 앞을 툭...
 때로는 녀석이 한 짓(?)보다 더 심하게 바지 위로 녀석의 것을
 움켜쥐기도 했다.
 그러면 그녀석은 교실이 시끄러울 정도로 온갖 엄살을 떨었다.

 그런데 종종 녀석의 물건이 손에 느껴지는 순간
 묘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 느낌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단지 다른 녀석들의 것보다는 물건이 커서,
 그래서 약간의 경이로움과 부러움이 섞인 그런 감정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가버렸다.
 
 그녀석의 건장한 체격과 물건은 반 친구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는 모두들 여름이 되기전에
 몸을 만들겠느라고 헬스바람이 불 정도였다.
 (물론 고3 이었으니 범생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나도 놀기만 한 학생은 절대 아니었음.)

 나도 체격이라면 빠지지 않는 편이었지만 (난 키도 그와 비슷했다.
 180 에서 1Cm 모자람) 그녀석 옆에만 서면 웬지 왜소해 보였다.
 덕분에 나도 지금까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나쁘지 않은 습관을 가지게 되었지만 말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즈음
 내게는 새로운 일과가 생기게 되었다.
 방과 후. 녀석이 럭비 연습하는 것을 지켜본 뒤
 끝나면 같이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 때는 그정도로 녀석과 사이가 가까와져 있었다.

 나도 웬만한 운동은 빠지지 않고 하는 편이었지만
 럭비만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때로는 과격하게 몸을 부딪히며 뒤엉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저러고도 몸이 부서지지 않는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내가 쉽게 하지 못하는 럭비였기에
 보는것 만으로도 신선한 그 무엇이 있는것 같았다.

 땀을 흘리며 부대끼는 모습이 건강함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그들의 몸은 이미 고등학생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웬만한 어른들보다 건장했다.
 그녀석의 몸은 그 중에서도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뒤섞여 몸싸움을 벌일때의 그의 단단해 보이는 엉덩이.
 그리고 통나무처럼 튼튼해 보이는 그의 하체.

 플레이에 열중인 녀석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장난치며 녀석의 바지 앞을 움켜쥐던 그 낯설던 느낌이
 되살아났다.
 
'이 느낌은 뭐지? 그리고 왜 지금 이 순간에...'

알수가 없었다.
 
\"뭘 그렇게 넋을 놓고 생각하냐?\"
 
 알 수 없는 감정속에서 헤매고 있을때
 녀석의 목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연습을 마쳤는지 녀석이 내 앞에 와서
 신기한 듯 날 코앞에서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아, 아니. 벌써 끝났냐?\"
 
 \"그래, 아우야.\"
 
 (녀석은 언제부턴가 나를 아우라고 불렀다.
 다른 녀석이 그렇게 불렀다면 다리라도 분질러질 일이었지만
 그녀석이 그렇게 부르는 건 왠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녀석은 목이 마른지 스탠드에 길게 기대 누우며 물을 들이켰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건 녀석의 짧은 반바지 앞부분이었다.
 
 꽉 죄는 듯 작아보이는 그의 반바지 앞은 불룩하니 솟아 있었다.
 나는 또다시 야릇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을 깨달았다.
 
 \"아우야, 잠깐만 기다려라. 나 샤워 좀 하고 올테니까\"
 
 녀석은 500 ml 생수 한통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타월을 들고 일어났다.

 \"그, 그래.\"
 
 녀석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경쾌한 걸음으로 콧노래까지 부르며
 기숙사 쪽으로 걸어갔다.
(운동부 선수들은 연습이 끝난 뒤
 기숙사 샤워실을 이용하는 것이 허락되어 있었다.)

 나는 기숙사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을 떨쳐버리려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샤워를 마친 녀석이 빛이 나는 듯한 맑은 얼굴을 하고서 걸어왔다.
 웃음까지 머금고....
  (녀석의 웃음이 왜 저렇게 맑고 싱그럽게 보이지?)
 
 \"오래 기다렸지? 미안, 미안.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매일 연습 끝날때까지 기다려주니 말이야\"
 
 \"알면 나중에 한방 쏘기나 해!\"
 
 나는 짐짓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하! 알았다. 아우야.
 어! 그런데 우리 아우는 술을 마셨었던가?\"

 \"난 보리차 아니면 안마셔!\"

 \"보리차? 아, 거품나는 보리차?\"
 
 \"아니, 거품 안나는 색깔 진한 보리차!\"
 
 \"어쭈, 쎄게 나오는데? 알았다. 아우야!
 오늘은 일단 나가자고.\"
 
 교문을 나설때는 이미 해가 건물들 뒤로 넘어가며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너 저녀석 아냐?\"
 
 녀석이 길 건너편을 가리키며 물었다.
 녀석의 손가락 끝에는 학교 근처에 사는 명섭이가 서 있었다.

 별로 친하지는 않았지만 명섭이는 1학년때 같은 반을 해서
 이름과 얼굴정도는 알고 있었다.
 명섭은 가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곤 해서
 내가 당황해 했던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명섭의 그 버릇은 1학년 끝날때까지 계속되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눈 인사만 할 뿐 
 그 외 별다른 기억은 없는 그런 친구였다.
 
 \"아! 명섭이? 그런데 왜?\"
 
 \"저녀석... '이반'이야..!\"
 
 '명섭이가? 명섭이는 3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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