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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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알람 벨소리에 눈을 떠보니 시계바늘은 벌써 오후 3시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난 침대에서 부시시 일어나 창문커튼을 걷었다. 오후의 따가로운 햇살이 나의 눈을 부시게 했다.
창문 밖의 사람들은 모두들 한창 바쁜 시간들을 보내느냐 정신이 없는데 난 이제서야 너무나도 늦은 아침을 맞이한다.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며 냉장고 문을 열고서는 생수병을 꺼낸다. 그리고는 생수를 입에 한아름 물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

제길, 의미 없는 생활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만 하는지......

내가 집에서 아무도 몰래 나왔을 때에는 이런 생활이 반복될 줄 몰랐었다.
새벽 4시가 넘어 아무도 없이 불꺼진 집에 들어와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면 오후 3시가 넘어 일어나, 대충 시간을 죽이다가 저녁 9시에 다시 돈을 벌러 나가는 이런 뫼비우스의 띠같이 끝이 보이질 않는......
언제까지 항상 생존을 위해서 비이상적인 생활을 반복해야 하는지.....
도저히 내겐 미래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이런 답답한 생활 속에서도 작은 의미가 있는 시간은 바로 저녁노을이 질 때 낡은 노트를 들고 옥상에 올라가 붉게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노트에 글이나 끄적거릴 때이다.
그 때만큼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내 꿈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날은 어두워 졌고, 난 또 생존을 위해서 이반업소로 향하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그래. 정현이 왔니? 저기 누가 널 기다리고 있다.\"

난 사장이 가르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 곳엔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이 초조하게 발을 구르고 있었다.
\"누구에요? 아직 시작할 시간도 아닌데.... 손님이에요?\"
\"글쎄다. 그냥 너 찾으러 왔다는데...... 가 봐.\"

난 그를 계속 바라보며 탈의실로 향하였다.
그리고 탈의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동안 그가 누군지 생각해 보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 탈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제 나의 몸을 더듬었던 댄서형이었다.
난 그의 눈길을 피한 체, 밖으로 나갈려고 했다.

\"김정현.\"

하지만 그가 날 불렀고 난 그곳에 그냥 서 있어야 했다.
\"좋은 놈 골랐더라. 내 앞에선 그렇게 내숭 떨더니...... 사장이 너 오늘 아무 것도 하지 말고 나가서 너 기다리는 놈 시중이나 들란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난 그의 비이냥을 뒤로한 체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사장은 정말로 나에게 오늘 하루는 날 기다리는 사람의 시중을 들라는 것이었다.
난 긴장을 하며 아직까지 발을 구르고 있는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저, 기다리셨다면서요.\"
\"어, 왔네. 안녕이다.\"

난 그를 그 자리에서 서서 자세히 바라보았다.
\"나 모르겠냐? 어제 우리 봤잖아. 내가 다시 온다 그랬지?\"
\"너......\"
\"왜 내가 다시 오니까 좋아?\"

최승우!!! 그 녀석이었다.
난 그런 녀석의 모습이 참 거만하다고 느꼈다. 감히 아직도 학생인 주제에 벌써 시중들 사람이나 찾았다니......
내 표정은 순간 일그러졌다.
\"표정이 왜 그러냐? 앉아라.\"
난 우선 녀석의 앞에 앉기로 했다.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려고 했던 말을 꺼내었다. 
   
\"너, 너무 건방진 거 아니냐?\"
\"칭찬이지? 고맙다.\"

말이 통하지 않는 녀석같았다.
녀석은 업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맥주를 시켜놓고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왜?\"
\"너 맥주 안 마실래?\"
\"니 돈 들어간거는 안 마실래.\"

그래도 녀석은 날 바라보며 웃을 뿐이었다.
난 녀석의 그 웃음에 기분이 나빠질 대로 나빠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일어나도 돼냐?\"
\"아니, 나 오늘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돈 얼마나 썼는데.\"
\"뭐라고? 재수없는 놈. 나 간다.\"

그러자 녀석은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잠깐만, 나 너한테 할 얘기있어.\"
\"뭔데?\"
\"응, 몇 살이야.\"

난 녀석의 엉뚱한 질문에 귀찮은 듯이 말했다.
\"19. 넌?\"
\"나? 고3이야.\"
\"동갑이네.\"
\"아니, 나 20살이야.  6개월 유학 갔다 와서 그냥 놀았어.\" 
\"재수없는 짓은 다했군. 할 말 다했지? 나 간다.\"
\"아니야. 또 있어. 응...... 맞아. 너 키가 몇이야?\"
\"허, 181 됐냐?\"
\"나보다 약간은 크네, 난 180인데.\"

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녀석을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겨우 이런 거 물어 볼려고 돈 썼냐?\"
\"아니.\"
\"근데 자꾸 나한테 왜 그래?\"

\"그건...... 나 너 좋아해서 그런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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