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정사이(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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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린으로 들어선 채연의 시선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페안을 쭉 훑어보다가 어느 한곳에 시선이
고정된다..
창가쪽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오가는 사람들을 투명한 유리너머로
바라보는 바다가 채연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채연이 발걸음이 그녀에게로 향한다..
채연 : 빨리 왔구나..
바다 : 응..
" 뭘 드시겠습니까..??"
채연 : 커피요...!!
웨이터의 물음에 간단히 주문을 한 채연이 바다를 바라본다..
자신을 훑어보는 채연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초라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기죽지마..그녀앞에서 고개숙이지마..
바다 : 할말이 있다며..어서 말해..나 너랑 얼굴 마주하기 거북해..
채연 : 마찬가지야..나도 이왕이면 네 얼굴 안보고 해결하려 했어!!!
채연의 독기어린 눈이 바다의 눈동자에서 떠날줄을 모른다..
신바다!! 내앞에서 고개 떨구지 마라..
언제나 약한척..고고한척 하는 네 모습에 준후가 빠져든거야..
제발.. 내앞에서만은 당당해져라..내가 평생을 죽도록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걸..넌 너무 쉽게 얻었으니까..
넌..그런 여자니까..
내앞에서만은 고개 숙이지 말아라..
네 그런모습 볼때마다..너에게 모든걸 빼앗겨 버린 나는 더없이
비참해진다..
채연 : 어떠니..?? 준후를 그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넣고 넌..재미 좋니..??
자신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바다에게
다시한번 울분을 터트리고 마는 채연..
채연 : 말좀해!! 그렇게..모든걸..인정한다는듯..고개숙인채..외면하지말고..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보란 말이야..
신문이나..TV..잡지..모든 언론매체에서 준후를 들들 볶기 시작할꺼야..
아니..어쩌면..벌써 냄새를 맏고..준후주위를 맴도는 놈들도 있을지 몰라..
애초에 정훈에게로 돌아갈 계획이었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정훈을 향한 사랑때문에 준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잊어버린거니..??
너하고 정훈이만 잘되면 준후는 어떻게 되는 상관없다는거야..??!!!!!
점점 격해지는 감정을 어쩔도리가 없었는지 커피잔을 쥐고 있는 채연의
손이 심한 떨림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너와 마주앉아 이런말 하는거 죽기보다 싫었다..10여년동안 단한번도
물러서지 않고 준후의 심장을 차지하고 있는 너때문에..
단하루도 편할날이 없었다..
너로인해 아파하는 준후를 지켜보며..피눈물을 머금어야 했던 하루..하루..
생각만해도 지치고 비참해 진다..
그런 네게..강채연이 가지지 못했던 그의 사랑..넘쳐나가 가져가면서도..
왜 그를 사랑하지 못하는거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그런 말조차도 빌어먹을 자존심때문에..마지막 남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히 내뱉지못하고..다시 삼킬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은 더..싫다..
한가닥 남은 자존심이 내전부이기에..
그 자존심이 이제껏 강채연을 지켰기에..
내가 살려면.. 그것을 지켜야만 하는 현실이..너무 싫다..
바다 : 뭐라고 말해야 하니..무슨 이유를 대야 네가 날 이해할까...
채연의 분노섞인 외침에 그제서야 고개를 들며 입을 여는 바다였다..
그리고..바다의 눈동자를 마주본 순간..흠짓 놀라고 마는..채연이다..
자신과 같은 눈동자..자신을 닮은 슬픔..
채연은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바다의 눈동자를 인정하지 않으려 세차게
고개를 저어본다..
채연 : 아니야..아니야.. 왜..네가..그런 눈빛을 하고 있는거니..
분에 넘치게 행복한 네가..왜 그런 슬픔을 담고 있는 거야..
바다 : 너만큼 나도 아프니까.. 너만큼 나도 슬프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채연아..네눈앞에 보이는 사실만은 인정해줘..
네가 사랑했던 남자..아니 지금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네 남자..
가진것도 없고 잘난것도 없는 내가..사랑하고 말았다..
난 강채연이 아니라..신바다인데..
잠시 내 신분을 망각하고 넘지 못할 선을 넘으려 했어..
그리고 결국..되돌아온건..쓰라린 패배와 절망..씻을수 없는 상처뿐이다..
채연 : 너랑 난..달라..엄연히 다른 상처야...
채연의 말에..그동안 잠들었던..바다의 자존심이 고개를 들고 만다..
바다 : 모든걸 다가진 너와 내상처..뭐가 다르다는 거니..
가진것 없는 나는 사랑마저도 네게 양보해야 하는거니..??
하나정돈 내게 물러서줄수도 있잖아..
채연 : 단지 모든걸 다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양보해야 한다면..
나 차라리 내 가진걸 모두 버리겠어..그리고 사랑을 택하겠다..
그럴수만 있다면 그리하겠다..
돈..권력..탐난다면 모든걸 가져가라..신바다..
대신 널향한 준후의 사랑 반만이라도 내게 돌려주렴..
원한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으니 ..단한번만이라도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이름을 듣고 싶다..
바다 : 그건 너이기때문에 할수 있는 말이야..!! 난 가진게 없어 내줄것도
없다..그래서 모든걸 버리고 사랑을 택하겠단 말은 할수없어..!!
하지만 그사랑마저 없다면 난 정말 빈털털이가 되는거야..
네가 부럽다..
당당하게 모든걸 버리고 사랑을 택하겠다고 말할수 있는 네용기..
그 모든걸 허락해준..네 환경..
잠시나마 준후의 여자로 불리웠던 네 과거..
그모든게 사묻히도록 부럽다..
가진것없이 태어난 내처지를 이번만큼..원망했던..적도 없다..
채연 : 넘치는 사랑으로 인해 정신마저 나간 모양이지..??
바다 : 난 누군가에게 넘치는 사랑 받아본적 없어.. 오히려 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이야..나 그렇지 않아도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데..
너까지 날 미치게 만들고 있어..
너 아니어도 나 준후때문에 이렇게 힘이 드는데..너마저 날 죽이고
있어..
채연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려 하지만..눈에고인 눈물로 인해..
그녀의 얼굴의 흐려지자 고개를 돌리고 마는 바다였다..
그러자 고였던 눈물이..기어이는 흘러내리고 만다..
채연앞에서 절대로 울지 않겠다고..그녀가 무슨 험한 말로..
자신을 헤집어놓는다 해도..절대로 상처받지 않겠다고 수없이..
되뇌이며 나온 자리였다..
하지만..그런 그녀의 의도는 여지 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채연의 한마디에 그녀는 씻을수 없는 상처를 받고 말았다..
바다 : 제발..채연아..우리 그만하자..
내가 미안해..애초에 나 같은게 네남자자를 넘본것..너로써는
자존심 상하고 분한 일이겠지..
하지만 그만큼 충분히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있으니..이젠 더이상
그런말 하지 말아줘..
나 갑작스런 헤어짐에 아직 준비가 되지 못했을 뿐이야..
아직 준후를 향해 내쉬는 숨결..다 가다듬지도 못했는데..
잊을여유도 없이 찾아온 헤어짐이라..많이 당황했어..
메말라버린 사막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었어..
신기루라도 좋으니 준후가 촉촉한 생명수가 되어주길 바랬어..
너무 늦어버린 깨달음이지만 내게 있어 너무 큰 꿈이었다는걸 알았어..
그리고 아직도 꿈에서 헤메이고 있는 나를..네가 현실로 끌어내주었어..
이젠 알아..절대로 내것이 될수 없다는걸..
하지만 준후의 여자인 네게 이런 말 듣는거..정말 참을수 없어..
마치 내 환경때문에 그사랑 지키지 못한것 같아..죽고싶을 만큼 비참하고 초라해져..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훑어내리는 바다..
하지만 심장에서 흘러내리는 피는 차마 닦을수 없어 더이상 자리에 앉
아 있지 못하고 뛰쳐나가다시피 블루마린을 빠져나가 버린다..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바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채연..
돌아서서 나가버리는 그녀를 붙들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버리고 만다..
바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에도..불구하고 그녀의 자리에..
시선을 고정한채..넋이 나간 눈빛으로 다 식어버린 커피로 메마른
입술을 적시며..혼자말을 해본다..
채연 : 준후를 사랑한다 말한거니..바다야..??
내가 그의 여자라 말한거니..??바다야..??
모든걸 다가진내가 그의 사랑이라 마주보고 있기 힘들다는거니..??
네슬픈 눈동자..낮설지 않은 이유..나와 같은 아픔이기 때문이니..??
그렇다면..바다야..오히려 안심이야..
이제 선택은 네게 달렸어..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란다..
한순간 실수로 나처럼..모든걸 잃지마..
블루마린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와 아무생각없이 거리를 거닌게
벌써 세시간째다..
채연앞에서 절대로 눈물보이지 않겠노라고..
만나잔 그녀의 이야기에 잠시동안 잠들어있던 그녀의 오기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끝끝내 아픈 모습을 보이고 만 바다였다..
채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모든걸 가지고 태어난 그녀에게 약한 모습..가진게 없어 절망하고 패배하는
모습..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결국.. 그녀의 그런 자존심은..
오늘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준후의 여자..
대학시절 한동안의 화제로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었던 커플..
화려하고 잘노는 채연과 조용하고 머리좋기로 소문났던 준후..
서로 떼어놓고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사람이었지만..막상..
같이 웃으며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감히 그런말을 내뱉을수가 없었다..
축제때조차도 최고의 선남선녀커플로 바다와 정훈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었다..
그런 그들이 헤어져야만 했던 이유..
남들은 준후가 채연에게 버림받은 거라 혀를 찼지만 바다는 볼수 있었다..
헤어진 이후..여류롭던 준후와는 달리..그를 바라보는 채연의 눈길은..
아픔이었다..
잊을수 없어..괴롭고..사랑한다 말하지 못해 힘들어했던..채연의 눈동자를
절대로 잊을수 없는 바다였다..
채연아 이젠 널 이해할수 있어
왜 그리도 준후를 못잊어했는지..이젠 알수 있어..
그토록 꿈꿔왔던 정훈과의 결혼..
바로 눈앞에 있음에도 전혀 즐겁지 않은이유..
그건 준후와 함께한 시간들이 내마음 한구석에 너무도 큰 아픔으로
존재하기 때문이야..
가던 걸음을 멈추곤..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바다..
투명한 유리에 반사되어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이 모순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붉게 칠한 자신의 입술을
닦아내는 그녀..
거친 손놀림으로 인해 붉게 부풀어 올라버린 자신의 입술을 보곤..
시선을 들어 반사되는 눈동자를 마주본다..
마치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보고 있는듯..전혀 생소한 느낌이 드는 눈동자..
하지만 이내 그눈에서 흘러내리는 투명한 눈물이 유리에 비춰지는 그녀가
자신임을 확인시켜주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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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 : 왜 내가 함께 가야 하는 거지..??
동준 : 너무 일에만 몰두해있었잖아..잠깐의 휴식도 취할 필요가 있어!!
여행용 가방에 자신의 소지품을 챙겨넣으며 조용히 말하는 동준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걱정을 보란듯 비웃어주는 혜미였다..
혜미 : 왜 솔찍하지 못해..?? 강채연..그여자 걱정되서 그런다고 왜 말못해..??
우수워!! 이동준에게 이런면이 있었다니..!!다시 한번 놀라고 있어..!!
동준 : 혜미야..
혜미 : 나혼자 내버려두고 혼자 뜨면 내가 그사이 그여자를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그래서 옆에두고 감시하려고 날 데리고 가는거 아냐..??
동준 : 그만하자!! 우리..
제주도..좋은곳이야..
사업상 가는거지만 단지 일때문에 잠시 스쳐지나오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다..
같이가서.....
혜미 : 그만해!!!!!!! 시시콜콜한 변명 듣고 싶지 않아..절대로 안가!! 절대로 안간다구!!
기어이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화가난 발걸음을 돌려세우는 혜미였지만..
그방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동준이 거칠게 잡아 돌려세우고 어깨를 욺켜쥔채..그녀의 까만 눈동자를
위협하듯..바라본다..
동준 : 내가 가자면 가는거야!! 그누구도..내말을 거스를순 없어!!
강한 말투..
도저히 뜻을 거스를수 없게 만드는 묘한힘이 동준의 목소리에서
실려나오고 있었다..
분함에 입술을 꼭 물어보는 혜미였지만 그동안 그와의 생활에서..
이럴때 반항하면 어찌된다는것쯤은 충분한 교훈으로 많이 봐왔기에..
감히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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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만나고 지친듯 들어온 그녀가 침대에 쓰러지듯..몸을 눕힌다..
너무 많은 생각으로 인해 10년은 더 늙어버린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기운도 없었다..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을 준후 걱정에 수없이 핸드폰을 쳐봤지만..
단한통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집에도 없다고 해서..연구소로 찾아갔었지만 몸이 아파 결근했다는
이야기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그녀였다..
침대에 누워 너무 많은 신경을 쓴덕에 지끈 지끈 아파오는 머리의
관자돌이를 두손가락으로 짚어보다..결국은 눈을 감아버린다..
준후야 어디있는거니..
도대체 어디서 죽어가고 있는거야..
바보.. 네 승리야..
결국 하늘도 네노력에..네 사랑에 감동한거야..
이젠 숨어서 아파할 필요 없어..숨어서 사랑할필요 없어..
남들 앞에서 당당히 네 사랑이라고 밝혀..
그녀도 그걸 원하고 있을테니까...
난....
난.... 깨끗히 물러나줄께..
조금 힘들겠지..아니 평생을 후회할지도 몰라..
태어나 처음으로 목숨받쳐 사랑한 남자였고..
강한 자존심..오만한 자만심.. 전부 널위해 버려야만 했으니까..
내모든걸 주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정말로 널 사랑했으니까..
평생에 단한번뿐인 사랑..동화속에난 나오는 그런 이야기인줄만 알았어..
근데 내가 동화속 주인공이 되고 말았어..
다시는 ....
다시는..이런사랑 할 자신이 없어..
너무 힘든 사랑에 많이 지쳐버렸어..사랑한다는거..내인생에 가장 어려운 숙제야
난 그숙제로 평생을 고민하는 학생이 되어버렸어..
네가 내게 남겨준 이 숙제..나..다시는 풀지 못한다..
더이상 풀어볼 자신이 없어..
내모든 의욕..희망..전부 네가 가져가 바렸으니까...
채연의 꼭 감은 눈이 아파오는 아련한 추억으로 인해 심하게 떨린다..
그와 함께 했던..시간..
그와 함께 웃었던..즐거움..
그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한듯..머릿속에 스치는 그 영상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보지만..잡히지 않는 사랑처럼..그렇게 미련없이
흘러가버리는 그 기억에 온몸의 혈관이 터져나가는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아가씨..회장님께서 뵙자하십니다.."
채연 : 곧 내려갈께요..
아픈 몸과 마음이지만 아버지의 부름에 어쩔수 없이 일으켜 본다..
그리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차림새를 다시한번 체크해보는 채연이었다..
잠시후..
강회장의 서재를 노크해보는 그녀..
문 너머로 조용하고 강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전을 때린다..
강회장 : 누구냐..!!!
채연 : 저예요..아빠..
강회장 : 들어오거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선 강회장의 서재..
항상 그랬듯..너무도 위압감있는 중후한 분위기에 저절로 위축되는 채연이었다..
숨막히는듯한..가죽냄세...네 면의 벽중에 세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높은책장과
그 넓은 책장에 빽빽히 메워진 수많은 책들..
그리고 이곳의 이런분위기와 너무도 잘어울리는 강회장..
채연의 아버지 강회장은 그런존재였다..
일반인들은 감히 접근할수도 없는 위압감..
단지 그와 같은 공간에 숨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수없는 강박관념을 안겨주었다..
돋보기 안경을 쓴채 책상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쓰던..강회장이..
채연의 인기척게 고개를 들고 그녀의 긴장한 눈을 바라본다..
강회장 : 앉거라..
채연 : 예..
거역할수 없는 그의 말에 단지 습관적으로 대답만을 읊어낸체..
기계처럼..앉아보이는 채연..
그런 그녀를 보며..돋보기 안경을 벗고 고급스런 검은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댄체 편안한 자세를 해보이는 강회장이었다..
강회장 : 네게 할말이 있어서 불렀다..
채연 : 예
강회장 : 이번 파혼문제로 인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냥 그대로 태영건설을 짖밟아버릴까..아니면 그집안의 숨통을
조여줄까..여러모로 고민을 했지만 우리 신영그룹이 네 파혼문제로 인해
고작 태영건설을 상대로 감정표현을 한다는건 내 방식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행히..네 약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한건 아니기때문에 그리 큰문제가
되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냄새 잘맏는 기자들이 그냥 지나치기엔..너무 큰 먹이거리라는건 어쩔수
없는 사실이야..
채연아..네게 그런 고통 주고 싶지 않구나..
그렇지 않아도 정훈이 일로 인해 충격이 클텐데..
잠시 말을 끊는 강회장..
준후때문에 힘들어하는 채연을 정훈이가 원인일거라 생각하는 그였다..
아무리 강하고 냉철한 강회장이라지만..
그도 인간이고..아버지였기에..너무도 귀하게 길렀던 외동딸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한것이다..
강회장 : 당분간 피해 있거라..파혼문제로 인한 기자들의 관심은 내가 마무리
지을테니..너는 바쁜일로 인해 출장중인걸로 하자꾸나..
제주도에 있는 신영호텔 1호에 머물거라..
그쪽에서 카지노 문제로 건달들과 마찰이 생겨 머리가 아프던 참이었다..
물론 모든 일은 정실장이 알아서 처리할테니 너는 명목상으로만 곁에 머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거라..내말..무슨말인지 알아듣겠냐..!!
무섭고 엄한 아버지 였지만..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누구보다도
듬직한 존재로 다가서는 아버지였기에..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조용히 대답하는 채연이다..
채연 : 예...
..
내가 가는 길은 언제나 어둡게만 보였었지
가끔 건네주던 따뜻한 손길조차 외면했지 작은 의심혹에 흩어진 용기 날 여기
묶어두고...
잦은 배신속에 흔들린 믿음 차라리 혼자였던...
이렇게 부족한 날 힘껏 안아준 너 이런 예길 어떻게 해야 할까
거친 세상속에 누군가와 나의 꿈들을 나눌 수가 있다면 오직 너라는 걸
너는 내게로 와 세상을 다시 알게 해주었지 같은 시간들이 소중해지고 내일을 생
각하고 내 숨결조차 아름다운건 사랑일 뿐이라고...
내게 준 이 모든 행복이 난 믿어지지가 않아 널 만난 이후로 내 작은 가슴속엔
두려움뿐이지만 끝없는 바다처럼 크게 안아준 너 평화롭게 잠재운 나의 가슴 누
군갈 위해서 욕심없이 나의 이름을 잊을 수가 있다면 이젠 고백할께
오직 너라는걸....
- 바다의 테마 -
정훈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다..
바래다 주겠단 그의 어거지에 혼자가고 싶다며 고집을 부렸던 바다였다..
왠지 깜깜한 밤길을 혼자 걷고 싶었다..
준후가 바래다 줄땐..한없이 짧게만 느껴지던 길목이..마치 영원히 걸어야
하는 지옥의 길목처럼 유난히도 멀다 느낀다..
붉은 빛을 내는 가로등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녀의 발소리만이..
까만 밤의 고요함을 가르고 있었다..
넋놓고..땅만 바라보며..힘없이 걸어가는 바다..
집앞에 와서 벨을 누르려다..멈칫한다..
그리고..심하게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듣고 있었다..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돌아보면..방금 보았던..
방금 느꼈던..그 그리운 느낌이..한순간..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차마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벨을 누르던 동작을 멈추고..핸드백을 맨체..자신의 구두를 바라보며..
너무 긴시간을 서있었는듯..하다..
아무 인기척이 없다..
이정도면..자신의 이름을 불러..돌려세워줄만도 한데…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공간에서 오직 숨쉬는 인간은 자신뿐인양..두근거리는 심장박동과..긴장한 숨결..
들리는 거라곤..오직 자신의 것이었다..
불안한 마음에..
자신이..너무 그리워..한순간 헛것을 본것같아..
눈을 꼭 감은체..돌아선다..
그리고..감은눈을..뜨고..고개를 드는 바다..
그녀의 눈동자에..그토록 보고 싶었던..사람이 보인다..
항상 정장만 입던 그가..오늘은 깔끔한 캐쥬얼 복장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복장이 편안하고 부드러운 그의 외모를 한층..빛나게 하고 있었다..
자신이 상상하고 있던..준후의 모습..그대로..그는 거기에 서있었다..
다만 달라진 것..예전엔..항상 웃음으로 넘쳐났던 그의 눈동자에..
많은 아픔을 안고 있는듯..촉촉히 젖어..금방이라도..눈물을 흘릴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말을 할수 없었다..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몇칠동안..전화연락도 안되어..애만 태웠던 바다였다..
돌아오면..가만두지 않겠다고..나름대로..마음의 정리까지 하고 있었던 그녀였다..
잊겠노라고..
예전의 그 우정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노라고..
돌아오면..친구란 말로..그를 반겨주겠노라고..
수없이..세뇌시키고..연습했다..
하지만..눈앞에 있는 준후의 모습을 보는 순간..그녀는..그 모든 노력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었음을..절실히 느끼고 만다..
이젠..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기다림에 너무 치져..
그리움에 너무 지쳐..
이젠..울 힘조차 없었다..
다만..그의 모습을 눈동자에 담을수 있는 기력이 전부 였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서서히..그녀에게 다가오는 준후..
밝은 색상의 옷만큼이나.. 다가서는 그의 존재만으로도..바다의 기분이..맑아진다..
어서 다가와..
그리고 날 안아줘..
잊으려 했지만..잊을수 없었던..네..가슴..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
아무말도 못한채 얼어붙어 있는 그녀에게..조심스레 다가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는 그였다..
준후 : 잘 지냈어..??
준후의 멋쩍은 인사에..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너무 맘에 들었는지..웃으며..말을 이어가는 준후였다..
준후 : 다행이네..
짤막한 그의 한마디..
더 이상..준후도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몇칠동안..홀로 지내면서..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그녀의 곁에 더 이상 머물수 없다는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이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그녀를 보는 순간..그동안 읊어내던..많은 말들이..뿔뿔히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생각나는 말이라곤..사랑한다…는..한마디..
정말..그녀에게 한번 해보고싶고..들려주고 싶은 그 한마디..
하지만 오늘도..그는 그 한마디를 감히 내뱉지 못한채..가슴속에 묻고 만다..
바다 : 고작 할말이 그것 뿐이니..??
준후 : 훗..미안.. 할말은 많은데..그냥..나중에 할래..
바다 : 그동안 어디 있었어..?? 전화도 안받고..
준후 : 앞으로 다가올 폭풍에 대비하느라..수련 좀 했지..!!
바다 : 폭풍..???
바다의 반문에..마음이 아픈 준후였다..
바다야..내일이면..너와난 남남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파혼을 선언하고..
네 앞에서 등으로 보여야만 하는 나를 용서해다오..
준후 : 너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꺼야..
당분간 어딘가로 피해 있어도 좋고..
물론 정훈이..충분히 알아서 할테지만..
바다 : …무..슨..
준후 : 내일…파혼을..발표할거야..
이말..해주려고 왔어..
준후의 말에..앞이 하얗게 보이는 그녀였다..
언젠가 한번은 치를 홍역이라 생각했다..
하지만..막상..그의 입에서 파혼이란 단어가 흘러나오자.. 뛰는 심장이 멈춘듯..
숨을 쉬기가 버거운 그녀였다..
밀려오는 설움이 그녀의 눈을 흐리게 한다..
진정해..바다야..
제발..진정해..
네가 이런 모습 보이면..준후가 널 어떻게 생각하겠니..
마음 약한 그가..어떻게 돌아서겠어..
독한 마음으로..자신을 달래보는 그녀였지만..
온몸을 뒤덮는 아픔은..결국..멈추지 않는 떨림으로 표출되고 만다..
오돌오돌..
마치 추운듯..그렇게 떨고만 있는..그녀를 걱정이 되는듯한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는 준후..
준후 : 아...프니..??
바다 : ....
준후 : 몸이 안좋아 보여..
부드러운 그의 음성과 함께.. 자신의 어깨에 닿는 준후의 손길을 느낀다..
그리곤..자신도 모르게 움츠리고..결국은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마는 바다였다..
바다 : 손대지마!!!
그녀의 외침에..흠짓 놀라며..그녀의 몸에 닿았던 손길을 거둬들이곤 바다로부터
한발짝 물러서고 만 준후..
제발..손대지마..
이젠..지겨워..
미련이 남는듯한..네 손길..
아픈듯한 네 눈동자..
전부 거짓이야..
난..이렇게 아픈데...
자제하려 애를 써도..몸이 말을 듣지 않을정도로..아파하고 있는데..
넌..전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다시한번 내몸에 흔적을 남기려 하고 있어..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라면..
영원히 내것이 될수 없다면..
날..만지지마!!
바다의 경계어린 눈빛...
새파랗게 질린 입술..
그걸 본..준후의 마음은..갈갈히 찢기고 있었다..
무엇이 널 그리도 아프게 한거냐..
무엇이 널 그리도..무섭게 한거냐..
날봐라...바다야..
그런 경계의 눈빛 말고..예전처럼..따듯한 눈빛으로 날 봐다오..
내일이면 돌아서야만 하는 난데..
그 사실이..사묻히도록..아픈데..
너마저 그런 눈빛으로..날 대하면..
난...정말..죽는다..
네 말 한마디에..죽고..
네 눈빛 한번에..다시 죽는다..
그러니..제발..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말아다오..
더 이상 그녀의 곁에 있을수 없어..서서히 뒷걸음질 치는 준후였다..
자신에게 거부감을 느끼는..그녀를 보며..더 이상..머무를수 없었다..
그리곤..어쩔수 없이 돌아서는 그..
바다는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그를 보곤.. 긴박함을 느낀다..
이번에 돌아서는 그를 잡지 못하면..어쩌면..평생을 보지 못할것 같은..그런 예감..
자신의 몸에 손대지 말라는 그녀의 외침에..주춤하며 물러서는 그를 보곤..
마음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말은 그렇게 했을지언정.. 내심 그의 부드러운 손길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기에..
멈칫하는 그의 행동에 많은 실망감을 맞본 그녀였다..
돌아선 그의 넓은 어깨가..축 쳐저 유난히도 버거워 보인다..
준후야..돌아서지마...
사실이 아니야..
네손길...오히려 내가 간절히 원했던 거였어..
곧있으면 정훈의 여자가 될..내가.. 네손길을 그리워하고..아파한다는 사실에..
잠시..혐오감을 느꼈을뿐이야..
널향한..미움이 아니야..
날 향한..미움이야..
오히려..내 자신에게 소리치고 싶었던..말이었어..
제발..돌아서지마..
제...발....
바다의 숨이 꺼져간다..
아무리 진정하려 애를써도..점점 막혀가는 그녀의 숨결을 자신도 어쩌지는 못했다..
잡아야 한다..
그를 잡아야 한다..
바다는 준후의 등돌린 모습을 보이며..그렇게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그녀의 입을 통해..준후를 불러세웠다..
바다 : 준..후야..!!
그녀의 부름에 준후가 발길을 멈춘다..
바다 : 파혼..하기전에..내 소원하나만 들어줄래..??
그래..줄수 있지..??
감작스런 바다의 요구..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그 소원이란게..
터무니 없을거란 예감이 들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는 준후였다..
그리곤..돌아서서..대답대신 잔잔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본다..
막상 돌려세우긴 했지만 돌아선 그의 눈동자를 보자..말문이 막혀버린 바다였다..
바다 : ...저..기..
그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를 향해
곤두선다..
바다 : ...나..랑..바다구경 안갈래..??
얼떨결에 나와 버린..그녀의 목소리.
자신이 말을 해놓고도..흠짓 놀라는 바다였다..
준후 : ....
바다 : 바다..보고 싶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자신조차도 예측할수 없는 말이었다..
단지 돌아선 준후를 돌려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그냥 내뱉어본 한마디가..그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심 그녀의 본심이었을지도..
정말로 준후와 단둘이 바다를 보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이 지금 이순간..
자신의 입을 통해 밖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훈의 존재도..준후와 자신의 관계도..
그냥 모든 세상사를 다 잊고..그와 단둘이..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싶었다..
잊고 싶어..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네가 누구인지..
그냥 단 하루만이라도 좋으니..모든걸 잊고 싶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는 준후였다..
바다는 느낀다..
그의 눈동자를 보고..절대로 그가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을것임을..
준후 : .....바다야..
바다 : 아무말도 하지 말자.. 그냥..단 하루라도 좋으니..
멀리..멀리..가버리자..
아무도 찾지 못하는곳...
그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내 자신을 잊고 싶어..
준후 : ....
바다 : 섬으로 가고 싶어..외딴 섬..
무인도...
우리 둘만..있을수 있는곳..
파혼은..갔다 와서 해도 되잖아..
파혼이라는 말에 다시한번 움찔하는 준후였다..
상처받았구나..
단지 사랑없는 약혼일 뿐인데..
남한테 항상 짖밟히는데 익숙한 네게..그런 약혼식의 파혼마저..
상처가 되고 말았구나..
미안하다..내가 생각이 짧았어..
항상 너를 지켜준다 해놓고..
항상 너를 웃게 해준다 해놓고..
매번..널 울게 만들어..
준후 : 어..디로 갈까..??
준후의 대답에 고개를 번쩍 들며...부드러운 음성이 흘러나오는..
그의 입술을 바라본다..
바다 : 네가 좋을대로..
단지 나를 잊을수 있는 곳이면 돼..
너랑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곳..
순수한 사람들을 접할수 있는곳..
준후 : 알았어...내일..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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