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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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애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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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이그나..! (으악. 이거 놔!)"
볼 쪽으로 결코 장난으로 웃어넘길 수 없는 감각이 느껴진다.
"느.. 이그 아나.. !1 (너.. 이거 안놔..!!)
"푸하하하~"
가까스로 녀석의 질긴 손을 떼어 내고 부어오른 볼을 만져본다.
월급만 받으면... 넌.. 죽었어...
'그나저나.. 힘이 장난이 아니군..'
"이름이 뭐야?"
삭막한 공기를 가르는 경쾌한목소리.
".. 위사람한테 이름을 물을땐 자기 이름부터 말하는 게 예의야."
"흐음.. 김진욱."
"그래. 난 유성민이야."
"음."
빨간 머리가 살짝 갸웃한다.
어린 아이다운 뽀얀 피부가 감싼 턱선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필립향을 생각하고 말았다.
"... 공부 시작해야지.."
"그래야 겠지."
그래.. 이런게 바로 과외 선생과 학생의 대화야. - 존대말은 포기하자.
깔끔한 디자인의 원목 책상위엔 게임 시디들과 디스켓들만이 한가득 쌓여있다.
책이라고는 유일하게 나와 녀석의 중간지점에 놓인 영어 참고서. 그리고 연습장.
.. 이런 꼴을 해가지고 공부 잘할리가 있냐..
".. 이제 고등학교도 올라가고 그러니까 , 가능하면 책상위에 공부할 것좀 올려놓지 그래?"
"남이사."
무심한 대꾸가 바로 튀어 나온다.
"그래. 그래. 니일이지. 너 알아서 해라."
집도 부자니까 악착같이 공부하고 취직 준비하지 않아도 먹고 살수 있겠지.
파스텔톤의 벽지와 옅은색의 원목 바닥재. 그리고 흰색의 침구.
그 방안에서 붉은 머리를 한 녀석은 마치 광원도, 초점도 다른 합성사진 같다.
".. 우리집 열라 크지?"
"그래. 그래. 빨리 몸 돌리고 책상봐."
"...하아..."
그 나이 답지 않은 깊은 한숨.
-드드륵.
"..?"
-찰칵.
-치익.
"...!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당장 안꺼?!"
"한 대만."
야 임마! 니가 폐가 썩어서 죽든지 말든지 상관은 없다구!
내가 죽을까봐 그런다!
"꺼!"
".."
피식 웃으며 담배를 깊숙히 빨아들여 그대로 연기를 삼킨다.
말보르..
놀줄 아는 놈이다..
가. 아니라!
"쿨럭! 쿨럭!.. 컥.."
"뭐야? 그 나이에 담배연기도 못견뎌?"
"처.. 쿨럭.. 천식이야... 임마.. 쿨럭.."
"아주 골고루 하네."
비꼬듯이 중얼거리며 담배 끝을 책상 유리에 짓눌러 버린다.
.. 성격 이상한 사람들은 책상 위에다 담배 짓눌러 끄는 특징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다지 많이 피우지 않고 꺼버린 탓에 연기는 많이 나지 않지만.
그 담배 특유의 매캐한 향에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창문좀 열자."
"추워."
"냄새 나잖아. 어머니라도 들어오시면 어떻하려고."
".. 상관 없어."
".. 추우면 떨어 임마. 공부할 땐 좀 추워야 잘돼."
-드르륵.
옅은 소라색 커튼을 들고 하얗게 페인트칠된 창틀을 잡아 열자
서늘한 공기가 피부에 와 닿는다.
".. 뭐 하고 서있어? 공부 안가르쳐?"
"아.. 그래.."
나도 모르게.. 그 서늘한 공기와 같은 온도를 지닌 사람을 생각해 버렸다.
.. 병신같이..
중독 된 걸지도 모르겠다.
"...."
-드륵.
-탁.
"자.. 어디보자.. 고 1이라.."
"너 어디학교 다녀?"
"뭐?"
"어디학교 다니냐고."
"Y대. 왜? 의심스럽냐?"
"범생이였나보네?"
"그정돈 아니였지만 너보다야 성실했지."
"...."
밖에서 간혹 불어오는 바람은 커튼을 기분좋게 흔들었고.
어머님께서 가지고 오신 생과일즙은 너무 달았다.
녀석은 산만했고,
진도는 .. 2시간동안 2페이지를 나갔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아르바이트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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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벌써?"
".. 첫시간이긴 하지만.. 보통은 끝나면 좋아해야지. 임마."
"좋은건 너 같은데?"
".. 그래.. 그래.. 제대로 봤다."
가방에 팬을 쑤셔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녀석은 앉은 상태에서 나를 올려다 본다.
".. 뭘 그렇게 빤히 보고만 있냐? 나 가는데 배웅도 안하냐?"
"... 일주일에.. 4번인가."
"뭐가."
정전기가 일어 부시시한 머리를 마른 손으로 쓸어올리며 녀석은 내뱉듯이 묻는다.
"오는 날 말야."
"월. 화. 목. 금. 일주일에 4번. 한번에 2시간. 다음시간에 숙제 안해놓면
엉덩이를 빨갛게 만들어 줄거다."
"..."
.. 이렇게 말하면 뭐라고 한마디 나와야 할텐데.. 반응이 없다.
"왜 그러고 있어?"
"돼.. 됐으니까 이제 나가.. 배웅은 엄마가 알아서 할거야."
".. 그래.. 간다."
의자 위로 올린 다리에 얼굴이 닿도록 고개를 숙이고 웅얼거리는 녀석을 뒤로 하고
방문의 매끄러운 감촉을 느끼며 녀석의 옅은 말보르 향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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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r r r r
-T r r r r
"... 으이씨.."
-T r r r
-찰칵.
".. 여보세요.."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청각은 전화기에 집중시키며.. 아직 흐릿한 시각을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시계에 보낸다.
'.. 8시... '
-.. 자는거 깨운 건가?
"아.. 아니에요."
정신이 확 든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미 7시에 울렸을
시계의 찟어지는 알람소리보다 더 빨리 내 뇌에 접근한다.
"무슨.. 일로..?"
일요일 평균 기상시간 오전 10시...
발음이 약간 샌다..
-쿡.. 정신좀 차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그의 낮은 웃음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칫. 한다.
기분좋은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오른다.
"아.. 예..."
- 오늘 시간 있어?
널. 널. 하다.
"예.."
-그럼.. 나랑 어디 좀 갈까?
착한 아이를 꽤어가는 유괴범의 목소리가 이럴까.
유혹하는 듯한 그의 매력적인 음성.
.. 어릴적에 만났더라면 유괴 됬을지도..
"네.."
-그래.. 그럼. 9시에 Doom에서 만날까? (카페 이름입니다. by 아카상)
"아.. 네.. 그럼.."
-달칵.
-탁.
그가 전화기 내리는 마찰음이 머리속에 짧은 여운을 남긴다.
".. 준비나 해야지.."
이불속의 달콤한 유혹으르 애써 떨치며 욕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 나른한 귓가에
날카로운 전화음이 들려온다.
- T r r r r
'.. 뭐 잊고 말 안했나..?'
-달칵.
".. 형. 뭐 잊고 말 안한거라도?"
- .. 형이 누구야?
"..?"
- 나야. 진욱이.
.. 일이 꼬이려면 별거에서 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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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글이 뒤숭숭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쓴 글 제가 읽어도 언제나 뒤숭숭해서 스스로는 잘 못느끼거든요.
그런 충고나 의견,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상 써주신 분들도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 그나저나..
이거 끝나면
또 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글솜씨가 부족해서..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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