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gedy [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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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의 전화를 받고 나서 모레가 엄마 생신이라는 걸 알았다.
큰형은..왠만하면 집에서 학교를 다니라고 말하지만
붙잡지는 않는다. 난 그게 가끔은 섭섭할 때가 있다.
그럴땐 경원이 녀석이 갑자기 떠오른다.
형하고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난 가끔 경원이가 큰 형이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대사도 만들어 보고.....그러다보면 어느새 굳은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경원이는 그런 아이다.

흰면티 가늘 줄무늬 남방, 단추는 가운데만 하나 채우고..그 위에 검은색 마이
면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채 터덜터덜 걷고 있는 녀석의
거대한 모습이 머리에서...허리로...허리에서...다리까지...점점 가까이 올때마다
그 발자국 만큼이나 두근거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안녕...이라는 인사도...영훈아..하는 부름도 없이 다짜고짜
"가자."며 손을 잡아 이끄는 그 매너없음...

"근데 백화점은 머하러??"
"음..엄마 생신 선물 사려고..."
"응...머 살껀데??"
"글쎄..엄마 쓰시던 화장품이나 살까??"
"머니머니해도 엄마 선물은 속옷이 최고 아닐까?"
"그런가?"

둔한 녀석인 줄 알았더니 선물 고르는 센스가 남다르다.
무척 컬러플한 스카프를 고르고
밥을 먹기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같은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아기가 젊은 엄마 품에 안겨서 칭얼거린다.
아기를 안고 있었지만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런 수식어 아무에게 어울리지는 않을텐데...아름답다는 ....
엄마를 닮아 무척이나 인형같이 생긴 아기를 경원이는 신기하게 바라보다가
"영훈아. 너도 애기때 이뻤을 거야, 그치? 제보다 더 이뻤을 거야."
한다..
그랬었을 것이다.
남자 삼형제 집에 막내는 은근히 딸을 바라시던 어머니께서도
결국엔 아들을 낳으셨지만 여자아이 같은 생김에 뭐..그럭저럭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젊은 엄마도 우리와 함께 같은 음식점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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