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친구들과의 벽이 느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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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테 연락이 왔다. 한번 보자고. 얼굴보는게 거의 연례행사라 언제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마 했지. 부산에 있는 B한테도 연락하고, 넷이서 수원에서 보기로 했다. A가 차를 끌고 왔고, 비가 오는 관계로 호수 보러 가기로 한 계획을 바꿔 바로 에비뉴 프랑으로 갔다.


신기한게, 오래 본 녀석들이라 그런가 몇달, 혹은 몇년만에 봐도 엊그제 본 것 같다. 서로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한 얘기 또 하고, 10년째 울궈 먹는 추억팔이까지. 이 날은 뭘 느꼈냐면, 전에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달라져 있다.


분명 10년 전에는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각자가 나아갈 방향도, 원하는 바도 달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게 여실히 느껴졌다. 본디 각기 인생이라는 것이 제각각이긴 하나, 대체로 그 나이대에 통용되는 공통분모가 있잖나.


근데 오늘은 내가 퀴어고, 내 친구들이 일반이라는 게 너무 확연히 드러났다. ‘아직은’ 청춘인 우리들. 연애얘기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가까운 지인들의 결혼 후 소식, 자신의 결혼관, 결혼 계획들로 이어졌는데, 처음부터 나는 선택지가 없는 얘기였다.


물론 만나고 있는 사람도 없지만서도, 있다 한들 법적으로 결혼 자체가 불가능 하니. 선택지가 주어지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지 않나. 선택하는 건 내 몫이어야 하는데, 당장은 시도조차 할 수 없으니.


지금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아 그럴 수도 있다. 나는 내 한 몸 건사하기 바쁜데, 다들 나보다는 형편이 좋아서 그런 걸 수도. 계속 결혼 얘기를 나누는 녀석들을 보면서 그 열띤 토론에서 슬그머니 발을 뻈다. 그리고 애들이 나누는 얘길 잠자코 듣기만 했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고, 한때는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들이었는데 약간씩 거리감이 느껴져서 슬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냥 다름을 인지하고, 그걸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할 시점이었는데, 그게 지금 찾아왔을 뿐.


남은 시간동안 약간은 꿀꿀한 기분을 애써 참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수석에 앉아 가는데 눈물이 삐져나왔다.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 노력했지만 조금 티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집까지 오는 길 울적해서 근처 사는 동생을 불러내려 했는데, 실패. 결국 맘을 달래려 맥주 한캔 하면서 잠에 든 것 같다.


전에 다른 형들한테 들었던 얘기가 생각이 났다. 나처럼 오래된 친구들과의 단톡방이 있는데, 어느 순간 대화의 주제가 결혼 한 친구들의 육아와 부동산 마련으로만 치우쳐저 찬밥신세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나도 그런 느낌이었다. 201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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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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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에도 결혼하고 각자위 삶이 달라지는데
친구지간엔들 뭐가 다르겠어요
그래도 좋은 친구들이라면 다른 삶을 살아도 저는 좋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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