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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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픕니다.

열이 나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닌데

가슴 언저리 어딘가 미어지듯 내려앉는 감각은

아프다는 말 외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요.


진단하기 난감할 거에요.


있잖아요, 저는요.

적당했으면 했어요.

적당히 마음 쏟고

적당히 마음 받고

치솟지 않는 열정? 

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안도감이라도 느껴진다면 감사하다 여길 것 같았어요.

목숨 같은 사랑, 두번 다시 하기 싫었어요.


넘치는 마음만으로도

아플 수 있는 나이는, 

마치 젊은 날의 특권처럼,

지나도 한참 지났다 생각했어요.


다들 그러잖아요.

탄식 섞인 목소리로 에이 이 나이에 무슨, 이라며

세월이 일러준 현명함을 엿보았는지

사랑 앞에 초연해 해요.

사랑이란 말을 입에 담기에도

마치 하찮다는 듯 대수롭지 않아해요.

혼자인 게 편하다면서

굳이 아쉴 것 없다는 여유가 부럽기도 해요.


이것 봐요.

부러워한다니까요.

정말이지,

저는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세월이 주는 교훈에 귀를 틀어막았는지

아직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리 내게 경고하듯 일러준 댓가들을

또 언젠가는 까맣게 잊어버릴 겁니다.


네, 잘 보셨어요.

결국 또 이렇게 됐어요.

마음을 적당히 줄 수가 없었어요.

적당히가 안되요.

그게 되요?

건네는 말속에 다 담을 수 없는 제 마음이 늘 아쉬워요.


내딛는 발걸음만큼

곁에 있어주고 싶은 사람을 두고

그게 되겠나요?

현실성 없어요.

속는 기분이랄까요. 

이게 말이 되나 싶더라니까요.


눈 떠보면은요. 

하루 아침 사이 저만치 커버린 마음으로

그 모습을 두 눈에 담기만해도

마음 한 쪽이 묵직해져요.


한편으론 겁도 덜컥 나더라구요.

내달리는 마음은 항상 들키고 싶지 않는데,

계산이 안되요.

그냥 주고 말아요.

들키고 말아요.

담아둔 말을 아낌없이 그냥 다 뱉어버리고 말아요.


그래서 슬퍼요.


사실 수도 없이 다짐했거든요.

두 번 다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쉽게 마음 뺏기지 않으리라

사랑, 그깟 거 인생 전부가 아니다.

얼마나 마음 먹었게요.


그래서 이런 제 모습이 두렵기도 해요.

사라질까봐요. 

적당히를 모르는 절 두고 다들 사라질까봐요.


다음부터는 계산을 해야겠죠?

감추는 게 좋을까요?

헤픈 사람이라 생각하면 안될테니까.


이제 정말 어지럽군요.


거 봐요. 저 아프다니까요.

열이 나고 배가 아픈 것도 아닌데

아프다는 말 외엔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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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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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전 아픈게 싫어서 도망갑니다.
가슴이 두근 거리면
알아차리죠.
도망가야할 때라는걸...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그러들 듯
 잊혀지지만

가끔씩 생각 난 답니다.
그럴땐 기도합니다.
간절히...
다시 만나기를 꿈꾸죠.

어떨땐
 다시 만날때도 있었는데...

또 도망쳤어요.

바보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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