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 ) 손님들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이태원에서 일하면서 작은 특이점이라면 다른 지역에 비해 방문하는 손님이 좀 더 다양하다. 지역특색 덕분에 외국인 손님도 많고, 성소수자들도 종종 오는 편이다.
게이들이야 외견상으로는 크게 드러나지 않고, 오며가며 들리는 단어중에 '이쪽 용어'를 알고 있는 나만이 알아 듣고는 티 안나게 씩 웃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트랜지션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은 음색이나 외견상의 모습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 보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에 온 손님도 그랬다. 장발의 그녀는 MTF로 보였는데, 그래서 인지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자리에, 주문을 할 때에도 말 없이 메뉴판을 가르키고, 물잔이 비었을 때도 조용히 빈컵을 들어보였을 뿐이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아마 굵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내기 싫어서가 아니었나 싶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는 다른 일을 처리했다. 난 그냥 각자의 속사정 같은 것이라 치부했었다.
그 날은 같이 일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서빙을 마치고 와서 말을 꺼냈다. 'O번 테이블 손님 봤어? 역겹다, 토나온다' 그 말을 듣자 속에서 뭔가 꿈틀댔다. 오랜만에 마주한 날 것의 혐오.
몇달간 일을 하면서 여러 퀴어 손님들이 오갔다. 그런데 유독 그 손님은 외형상의 특징 때문에 티가 났고, 그 이유로 알바생의 가십거리로 소모되고 있었다. 순간 욱했지만 애써 참으면서 "너는 이 나라, 이 도시에서 가장 자유분방한 동네에서 일하고 있다"며 에둘러 말했다.
그 말에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는 건 넌 모르겠지, 아마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기억도 못할걸. 네 바로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내가 진성 게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나는 너무 궁금하다.
몇주 뒤 남자 손님 둘이 와서 식사를 하고 갔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일이라 가게도 조용하고, 그 둘이서 식사 내내 영상통화를 하며 떠들어 대는 통에 당연히 신경이 쓰이긴 했다.
그 날도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그 둘이 가게를 나가자마자 쟤네 사귀니? XX색 옷 입은 애 너무 여성스럽지 않니? 하는 사모님. 그 말에 나는 그런가요, 잘 모르겠네요 하고 웃어 넘겼다.
이제는 좀 무뎌지는 걸까, 그냥 그렇게 익숙해 지는 걸까. 더 이상 일일이 토달고 싸울 힘이 없다. 그렇담 그냥 모른체 해도 될까, 익숙해 져도 되는 걸까. 많이 털어냈고, 곁에 있는 이들에게는 다 커밍을 해서 이제는 옷장 밖으로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부족한걸까.
어쩌면 그 벽장은 하나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벽장 밖에 또 다른 벽장이 있었는지도 몰라. 아무튼 나는 또 주저하는 중. 아직 벽장 안에 있는 사람으로서 묻건데, 벽장 밖은 안녕한가요? 2021-03-07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moss09" data-toggle="dropdown" title="swidlss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swidlss</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물론 일반도 많이 오지만 성소주자들도 만만치 않게 많이 오는곳인데....
대충 이태원 분위기부터 파악하는게 장사하는 사람들의 기본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