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리' 게이의 길을 걸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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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리> 게이로 살아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자, 나는 순간 너무 무서웠습니다. 분명 처음에는, 나는 상관없다고, 단지 친구들 걱정에 그런 것이라 자위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말끔히 증발한 줄 알았던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불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졌던 집단 린치의 기억과 맞땋뜨린 것이었습니다. 한번 지나온 상처들이라 다 아물었을 줄 알았는데. 어제 낮 동안에, 햇살이 그렇게 따사로웠는데. 괜찮다 괜찮다 다독이면서도, 스멀스멀 피어오는 불안감이. 아마, 어제 밤을 거의 못자서 괜히 그런게 아니었나 싶었어요.
자고 일어나 고민을 계속했고, 그래, 역시 한번해보자로 결정이 났습니다.
사촌동생1한테서 며칠 전 카톡이 왔었습니다. 간단히 톡 주고 받다가, 문득 타투일을 하는 동생한테 궁금한 걸 물었죠. 그렇게 얘기가 이어지다 근황도 볼겸, 동생도 타투를 했다기에, 구경도 할겸 인스타를 물어봤습니다. 사진이 참 많더라구요. 가끔 들여다 보면서 잘 지내는지, 팔로잉을 해볼까 하다 말았습니다. 지금은 하면 안 될 것 같더라구요.
어제는 또 날이 너무 좋아, 근처 마트까지 느릿느릿 다녀오다, 아주 귀여운 꼬마가 가는 걸 보곤, 사랑하는 제 조카 생각이 났습니다. 사촌동생2한테 급히 전활 걸었고, 정작 보고 싶던 애기 얼굴은 못보고 덩치 큰 동생놈이랑 통화를 1시간이나 했습니다. 그간의 간극이 너무 커, 할 얘기가 너무 많았고, 아직 못다한 얘기가 많아, 매번 친구들한테만 써주던 편지를 써주겠노라고. 아, 왜 그 생각을 못했었을까요. 내게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는데.
분명 언젠가의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저는 퍽 이기적이라, 둘다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여 지금의 이 비공개 계정을 그래도 공개로 전환 하려고 했죠, 대신 미리 언질을 주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비공계 계정들이라 상관없지 않나, 하다가도 그럼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던 순간들을 찍은 사진, 그것도 올릴수가 있을지 모르겠고, '친한친구' 기능 쓰면 되잖나, 싶다가도, 그러다가도, 아니기도.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은둔시절에 행여 들킬까 숨어 보았던 영화 <위켄즈(2016)>. 한창을 울다, 옛날 영화속에서 봤던 그 따뜻함을 찾아 오게된 <친구사이>와 <지보이스>. 그 울타리가 너무나 안락해, 금새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만, 동시에 그 울타리 밖과는 꽤 많이 멀어졌었네요. 몸도, 마음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딴에는 제 계정의 빗장을 풀고 '혹시나 친구들에게 닥칠지 모를 미연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테지만, 친구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는 거니까요. 저 역시 비공개라는 빗장이 주는 안락함과 편안함에 한껏 취해 있었으니까요.
여기서 잠깐,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저는 가끔 우리의 거리에 나와 칵테일을 마시며 기갈부리고, 청승 떨거고, 또 사랑하는 친구들이 보고싶을 때면 다시 친정에 들러 얼굴 보고, 힘을 얻고 갈 겁니다.
단지, 혹시 무언의 걱정에 온라인 상으로만 연결을 끊을 뿐인건데.
나는 이 요람을 뒤로 하고, 나가서 가족들과 이 장벽 너머의 것들을 보고 싶은 것 뿐인 건데.
글쓰기를 참 좋아하게된 요즘의 내가,
괜히 조금이라도 늦게 써볼까하고, 괜히 이것 저것 한참을 뒤적였답니다.
또, 괜히 섭섭한 기분이 들어 산책이나 갈까 했는데,
현관문 앞에서 눈물이 핑도는게, 주저 앉고 훌쩍 거리고 말았답니다.
계정이 끊겨도,
어차피 다 오며가며 만나게 될텐데.
보고싶으면 때맞춰 친정 식구들 모임 장소에 나타나면 되는 일일텐데.
시시각각 친구들의 소식 못 들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조금은 못내 아쉬웠나 봅니다.
페북 게시글 하나하나, 공개 범위를 수정해보고,
인스타 피드의 사진들을 다 내렸습니다.
아, 못내 아쉬워서 무대 위에서 찍었던 단체사진을 남겨뒀지요.
사실 엄습하는 불안감에 수차례 내렸다 살렸다를 반복했지만요.
유튜브에도 버젓이 올라와 있는 면면들이니,
이정도에서 합리화 해볼까 합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는데,
흔적 하나도 없으면 너무너무 아쉬울 것만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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