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결코 유쾌한 이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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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다는것은 겪어보지 못하면,
어느누구도 당사자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엄두조차 못한다는것또한 당사자만이 알수있는 사실이라고 말하는 나또한 그 당사자들중의 하나가 되었다.
겨울에...
추운 겨울에...
나이드신 어머니는 \"영감탱이, 추운날씨에 가느라 고생이구먼... 옷이라도 제대로 입고 가는지..원...그래도 나만나서 호강한줄 알아야지..\".


나또한 나이드신 부모님 밑에서 칠남매중 막내로 자랐고, 그래서 인지 그렇게 말이 많지도, 그렇게 막되먹지도 못한 나이어왔다.
이미 예상한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막상 당했을땐,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내주위 사람들의 슬픔이 내게로 밀려오는것 같아,
너무도 슬펐던것 같다.
시간이 지난 지금, 가끔 아버지가 있어주셨으면 하는것보다, 아버지의 이름자체가 필요할때가 종종있다.
그럴땐 조금 그리워지기도 하고,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게 된다.

그때였다. 군입대전 아르바이트 할때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비교적 담담하게, 레스토랑 사장한테만 말을 하고는 집으로 향했고, 생각하기를 '아르바이트는 여기서 그만 접고, 집에 있다가 입대나 하련다...'
좋았던, 주방장형과의 기억이나, 이런저런 것들은 뒷전이 되는것 같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그런 기분이었다.
상주로서 친형과 둘이서 문상객들을 일일이 맞이하는데...
레스토랑 사장이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들어왔다. 참고로 사장은 날 참 믿었었다. 요즘 애들답지 않게, 조숙하다나... 돈벌어서 어머니 드리고,
입대한다고 하니, 그말에 꼴딱 넘어간것같다. 또한 그 말이 거짓은 아니고..
뒤에 누군가가 또 따라 들어왔다.
주방장형.!
기분이 좋은 그런 감정은 아니었고, 뭐랄까..모르겠다. 지금도 말로서 적확한 표현을 하기가 어렵다.
여튼 고맙거나, 반가운 그런 감정은 아니었고, 음... 놀라긴 했던것 같다.
차라리 오지 말지. 라는 생각은 했던것같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지..
절을 하고.... 틀에 박힌 위로/감사의 말을 나누는중 주방형은 내 눈을 찾아 이리저리 헤메는듯 했다.
일어서기 전 내 손을 잡는 주방형. 난 손을 그만 빼듯이 인사를 나눴다. 왜 그랬는지. ...............
내가 주방장형이었다면, 무척이나 서운했지 싶다.
장례식을 치르고, 집에서 며칠 쉬었던것 같다. 물론 그동안 핸드폰은 줄곧 꺼져있었고.
뒷마당에서 담배를 피면서, 핸드폰을 무심코 켰다.
수신된 메세지:10개.
1.형이야. 많이 놀랐겠구나. 그동안 왜 아무말 안했니. 힘들어했겠구나.
2.사장 가는데, 같이 갈까? 니가 부담스럽지 않으면..
3.전화 꺼져있나보네. 형도 같이간다.
4.형이 부담스러웠나보구나.
5.일이 손에 안 잡히는구나. 언제쯤 다시 나오는지..
6.형은 너만 괜찮다면, 이일 그만두고 다른일을 찾아볼까해. 좀더 같이 있을 수있는 시간이 많은..
7.힘들어하는 너한테 힘이 안 되는것 같아서 괴롭구나. 사랑한다.

.................................
난 전화를 한다.
\"형 나야..\"
\"그래..어디야?\"
\"응..집.\"
\"어디 아픈데 없어?\"...무척 걱정스런 투다.
\"응..없어. 가게 바뻐?\"
\"그렇지 뭐.................. 언제 나와?\"
\"...................몰라..좀더 있어봐야 할것 같아. 엄마도 좀 그렇고...알잖아..\"
\"그렇지....휴~!, 보고싶어. 안아주고 싶고... 힘이 못되줘서 미안하고...............\"
\".........................\" 아무느낌이 없었다. 왜 였을까....
그런 내가 너무도 싫었다. 지금도 싫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기 전원을 끈다.
그렇게 일주일을 집에서만 보낸다.
엄마가 왜 밖에도 안나가냐고 성화시다.
외출을 한다.
겨울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눈도 부시고....
안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찌푸린다.
목적지 없이 몇분을 걸었나보다. 레스토랑 앞이었다.
문앞에서, 지배인 누나를 만난다.
안스러운듯한 눈초리다. \"고생했다. **아. 이제 좀더 어른스러워 진거 같구나. 들어가서 뭐라도 마시자. \"
가려던 길을 돌려 날 데리고 홀로 들어선다.
그다지 손님이 많진 않았다.
가게 귀퉁이 햇살이 비치는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다.
\"어머니는 괜찮으시고? 그래 지금 집에는 누가 누가 계시니?\"
\"형하고 누나요..\"
주방형이 홀로 나온다. 소메를 둥둥 걷고, 슬리퍼 차림으로... 냉장고엘 가나보다..
나를 보고, 어쩔줄 몰라하는 눈빛이다. 주인만난 강아지 마냥...나도 물론 무척이나 너무나 보고싶은 얼굴이었다는걸 그때서야 알았지만.
\"어~ 왔네.... 좀 말랐구나.\" 형의 손이 내 볼을 스친다. 내 팔도 만진다. 안스러운 눈빛으로..
\"형이 맛있는거 만들어 줄테니..놀다가 저녁도 먹고 그래..알아찌?\" 내심 밝게 말하는 형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지배인 누나도..\"그래 그래라...누나는 은행좀 다녀올께...앉아있어..음악도 듣고...기분전환좀 해~\"
누나가 나가고, 주방형이랑 둘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형이 내눈을 응시한다. 무슨 말을 기다리듯이...난 딱히 할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고마워 형..그때 와줘서..\"
\".................언제 다시 나오는거야? 아르바이트..\"
\"봐서.....안하게 될지도 몰라...지금껏 얼마 못 벌었지만, 이거라도 어머니 드리고, 좀 빨리 군 입대할 길이 있으면, 그러려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것 같이 형이 쳐다본다.
나또한 가슴 한구석이 찡하다. 숨이 턱하고 막힌다.
형의 인상이 말이 아니다.
\"왜 그래? 나 어디 놀러 가고 싶어. 형 언제 쉬는거지?\" 일부러 소리를 크게 해서 묻는다.
\"요번주말에 쉬어도 돼..\"
\"나 차 태워죠. 어디든 좀 가고 싶어. 바다 보러 가도 좋고...\"
오랜만에 홀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가끔 홀로 나오는 형하고 웃음을 나누기도 하면서...그렇게 그날을 보내고 있었다.
저녁먹을때쯤에 사장이 들어왔다. 겐조 사장 이씨형하고 같이.
\"**이 왔구나. 짜식...좀 어른 됀거 같네. \" 사장이 어깨를 툭친다. 웃으면서.
난 이씨형 얼굴은 쳐다 보지도 않았다. 왠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던것 같다.
밥을 먹고, 잡지도 보고................... 그냥 그렇게 너덧시간을 그곳에서 삐댔다.
밤이되었고, 조금 우울해 졌다. 가게를 나가려고, 인사를 이리저리 하러 다녔다. 지배인 누나랑 주방형한테..
형이 조금 있다가 가라고,,태워 준다고, 지배인 누나 있는데서 말을 한다. 누나도..\"그러지 머..아님 있다가. 술이라도 한잔 하고 가던가.
누나가 쏠께..^^\"
난 일단 사양을 하지만, 그러기로 하고, 뭘 하면서 놀건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때마침 들어온 무더기 손님탓에 다시 알바로 돌아간다.
우습지...무슨 흥으로.. 이짓을...
그렇게 일이 끝나고, 우리 세명은 밖으로 같이 나오고, 문밖에서 겐조 사장을 만난다.
누나가, \"**야~(이씨형을 부를때 이렇게 부른다 ㅇㅎ야~) 우리 술마시러 간당~. 약오르지?...오늘 **이(나를 지칭하는..) 기분좀 풀어줄라고..\"
\"그래? 그럼 어디가? 지하에서 놀아. 내가 쏠께. 누나왈..그건 **이 마음이지..\" 날 본다.
난 주방형을 본다.
\"좀 건전한데 가서 놀지...\" 까짓것 재치있고, 조금은 농담섞인, 그래도 내마음을 내 비친...그런 말을 했다.
\"그럼 일단 요앞에 가서 뭐라도 구워먹고 오자..\" 누나가 앞장선다. 이씨형이 날 잡는다. \"있다가 꼭 와라 안오믄 죽음이야...주먹을 내민다..
귀여운 엉덩이도 흔든다..\" 난 애써 외면하고 주방형과 눈을 맞춘다.
주방형 눈도 날 찾다가, 마주치고는 덤덤한 눈치였다. 내가 웃는다..
형도 따라 미소 짓는다.
낙지랑 조개도 구워먹고...술도 조금 마시고...
두어시간후 우린 밖으로 나왔다. 지배인 누나는 집에 간다면서..
\"형이랑 지하가서 노래나해~ 거기 가믄 이쁜 애들 많잖아...꺄꺄...\"누나가 웃는다.
난 알겠다고 말하고, 형이랑 거리를 좀 걷는다.
택도 없지, 이 상황에서 무슨 지하야...형이 내게로 밀착해온다.
사람들이 뜸한 곳을 가자..손을 잡는다. 따듯했다. 형 손에서 땀이 난다.
형이 날 보고 씨익 웃는다.
곧이어 한마디 툭 내뱉는다.
\"우리...........같이 살래? 그냥 니가 내 집에 들어와 살면되잖아. 밥이랑 빨래는 내가 다하잖아. 응?\"
형이 애기처럼 말을 하고 내 앞을 가로 막는다. 대답안하면 안 비켜줄 태세로..
\"....................\"
\"너하고 떨어져있기가 왜 이리 힘든건지...미치겠어..\" 목소리가 비교적 컸다.
난 형을 좀더 후미진 곳으로 이끈다.
\"형..나 좀 이기적인 인간이야. 알잖아. 느꼈지? 형이 장례식 왔을때....\"
\".................\"
\".................\"
\"그래도 괜찮아. 내가 바꿔가면 돼. 넌 그냥 내 옆에 있어만 주면 돼. 그리고 너 곧 입대하잖아. 앞당기지만 말고, 그냥 있다가 가라..\"
\".............. 난 왠만해선 안 변해. 힘들텐데, 서로 힘든일이 많을텐데..그래도...괜찮을까?\"
형이 환하게 웃는다.
\"언제 올거야?\" 애기 같다.
\"언제든.. 엄마한테는 학교친구랑 같이 산다고 하지. 아르바이트도 한다고...집에는 자주 가야겠지..\"
\"그럼 다음주 어때?\"
\"봐서..^^\" 난 웃는다. 형도 따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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