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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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 신부 퇴장!\"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으며 나와 세연이는 함께 식장을 걸어나온다. 색색의 폭죽이 우리 머리 위에서 터지자 나와 세연이는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연인이 된 듯하다.
 난 주위를 둘러본다.
 세연이의 부모님, 나의 양부모님.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나와 연인이 다았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 녀석은 없었다.
 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이 곳에서 찾지 말아야 할 사람을 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 체, 그 사람이 그리워 자꾸 난 시선을 돌린다. 이젠 이런 내 모습이 예전처럼 한심스럽지 않다.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린다. 그 녀석이다. 그 녀석이 출입구 옆에서 날 씁쓸히 바라보고 있다. 부드러운 비누 내음처럼  낯익은 그 녀석이, 부르고 불러도 이젠 가슴만 아픈 그 녀석이 날 바라보고 있다.
 바보같은 놈. 이런 병-신아! 왜 이런 곳에 나온거야?
 녀석이 입모양으로 뭐라 말한다
\"축하해.\"
그리곤 그가 날 보며 웃는다. 저 웃음! 내겐 너무나도 가슴아픈 현실이다.
 되돌릴 수만 있다면......
 65개월 전, 그 때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보같이 미련한 두려움에 내 마음 숨기지 않고 널 사랑한다고 말할텐데......
 그 때로 되돌릴 수 있다면......

2341일 전에......

 어지럽다.
알 수 없이 미궁 속으로만 빠져들고 나에겐 이태원 밤거리의 네온불빛이 어지럽다.
미래에 대한 아무리 확신 없이 살고있는 내 모습을 보며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만큼 난 내 인생을 동호대교 밑, 한강 물이 흐르는 데로 살고 있다.
 \"늦었네, 빨리 옷 갈아입고 서빙 시작해라.\"
 \"네, 사장님.\"
 벌써부터 이 곳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무대 위에서 하나 둘 씩, 벗어 던지는 그녀가 아닌 그를 보며, 무대아래의 그녀들이 아는 그들은 한 손에 맥주병을 쥐곤 환호하고 있다.
 난 그 아수라장을 뒤로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라커룸에서 풍기는 묘한 냄새가 날 자극한다. 옷을 하나 둘 씩, 벗어가며 난 그 묘한 냄새에 취해간다. 어느 새 난 속옷 한 장만을 걸친 체, 서서히 그 냄새에 날 맡겨가고 있다.
 순간 땀에 젖은 누군가가 뒤에서 날 앉았다.
 \"뭐하냐?\"
얼마 전까지 무대 위에서 알몸으로 춤을 추던 그가 내 허리를 감싸던 그의 손을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에 번진 땀이 내 등을 젖힌다. 내 엉덩이 사이로 발기하는 그가 느껴진다. 그 느낌에 나도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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