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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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무대 위에서 알몸으로 춤을 추던 그가 내 허리를 감싸던 그의 손을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가슴에 번진 땀이 내 등을 젖힌다. 내 엉덩이 사이로 발기하는 그가 느껴진다. 그 느낌에 나도 서서히 발기하기 시작한다.
 \" 형, 안녕하세요. 쇼 끝났어요? 저 사장님이 서두르라고 했거든요. 옷 갈아입을께요.\"
난 얼른 그에게서 빠져 나왔다. 그리고 유니폼을 입으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속옷만 입은 체 온 몸이 땀으로 범벅되어 있는 그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난 그런 그의 눈길을 애써 외면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고 라커룸을 나왔다.

 \"야! 김정현! 너 발기된 거 알고있어. 너 언제까지 뺄거냐?\"

내 뒷통수를 향한 그의 말이 순간 내 심장에 얼음비수를 꽂았다. 하지만 난 이런 감정에 치우치면 안된다. 내 오래 전 어린 꿈을 위해서라면...... 
 \"정현아. 지금 서빙일은 바쁘지 않으니까, 카운터 좀 지켜라.\"
 \"네, 사장님.\"
난 달아오른 얼굴을 진정시키며 카운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거친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카운터 일도 쉽지만은 않다. 술에 흠뻑 취해서 서빙하는 얘한테 2차가자고 조르는 30대 아저씨에게 술값 계산을 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 아저씨 때문에 흘린 땀을 식히고 있는데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난 손님을 맞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난 얼른 허리를 숙여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허리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 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20세 미만의 미성연자였다.

 \"저, 죄송하지만 주민등록증 좀 보여주세요.\"
난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들에게서 온실 속의 값비싼 화초가 느껴진다.
 \"그런 거 없는데요.\"
그들은 당당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들에겐 가진 자의 맹랑함이 베어있다는 것을 난 느낄 수 있었다.
 \"저,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 업소는 만 18세 미만인 미성연자는 출입이 허가되지 않으    며......\"
 \"아, 그만 됐어요. 나도 그 정도는 알아요. 이런 쪽에서 일하기에는 되게 고지식 하시네요.\"
그들 중 한 명이 나를 비웃었다. 난 나의 감정을 감추어야만 한다. 참아야만 한다. 윗이빨로 아랫입술을 굳세게 깨물었지만 그들의 뻔뻔함은 더해갔다.
 
\"그냥 보내줘요. 성가시게 굴지 말고. 보아하니 그 쪽도 18. 아니면 19일텐데......\"
난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그들은 내 얼굴에서 당황한 나의 모습을 읽어내었다.
 \"맞지? 너도 미성연자지? 야, 우리 여기 하루 이틀 들락날락 거리는 거 아니니까 나와라. 좀.\"
 \"안돼, 그냥 못 들어가. 민증 내놓고 가.\"
 \"그냥 못 들어간다고? 그래 알았어.\"
한 놈이 주머니에서 지갑를 꺼내 지폐를 세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마냐? 너 5만원이면 되겠냐?\"

난 그런 그의 모습에 기가 찼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느껴졌다.
 \"야! 그만하고 나가라. 어디서 니들 아버지나 써먹을 짓을 배워 와 가지고...... 죽기 싫음 나가라 \"
 \"허, 이게 이젠 반말까지 하고 욕도 하네. 너 죽고싶어?\"
점점 더해가는 그들의 뻔뻔함에 난 더 이상 이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난 드디어 내 감정을 폭발시켰다.
 \"야! 내가 니네같은 놈들에게 죽을 것 같아! 몇 명이야? 5명? 그래, 다섯 명이서 깔 수 있으면 해봐. 미친-놈들아! 보아하니 좀 있는 것들 같은데, 어디서 이딴 더러운 짓거리를 배워와서 지-랄이야?\"
 \"저게 미쳤나? 넌 오늘 죽었어.\"
 
\"무슨 일이야?\"

그 때 사장이 입구에서 다투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셨다. 그리고 서로 엉켜있는 나와 그들을 떼어 놓았다.
 \"사장님 여기 이 새-끼들 미성연자인데, 여기에 들어오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 그냥 들여보네.\"
사장은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순간 난 이 게임에서 사장의 개입으로 승리했다는 그 짧은 생각이 쇠몽둥이가 되어 내 뒷통수를 후려친 기분이었다.

 그들은 날 비웃으며 한 테이블을 차지하였다. 난 너무나도 분한 마음에 그들을 계속 노려보았다. 그러자 사장은 내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나와 마주치게 하고서는 내게 말했다.
 \"저 놈들, 강남에서 있다는 놈의 자식들이야. 이제부터 저 놈들에게 알아서 행동해.\"
난 '네' 라는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빌어먹을 놈의 세상이다.
 난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체, 카운터에 앉아서 한 곳만 바라보았다. 내가 한 곳만 계속 바라보고 있자 업소 직원들은 내가 무척이나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자기들끼리 아까 나에게 있었던 일을 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무대 위의 스트립쇼도 보이질 않는다. 다만 날 비웃었던 그 자식들의 모습만 떠올랐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너 삐졌냐?\"

내 살벌한 침묵을 누군가 깨뜨렸다.
 \"아까 그 깡과 악으로 뭉친 모습은 어딨냐?\"
내 침묵은 깨뜨린 사람은 바로 나와 시비가 붙었던 그 자식들 중 한 명이었다. 그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난 최승우야.\"
 \"근데?\"
 \"뭐야, 악수 안해? 손이 부끄럽잖아. 그래 아까는 니가 참았으니까, 이번엔 내가 참아야지.\"
그는 내가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날 뚜렸히 바라보았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이 부담스럽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스트립쇼가 끝나가는 무대 위로 돌렸다. 그러자 그가 두 손으로 내 뺨을 만지더니 내 얼굴을 자기 얼굴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러자 그와 나의 얼굴이 마주보게 되었다.
 
 \"뭐하는 짓이야?\"
 \"가만 있어봐. 그냥 이대로.\"

난 그의 이런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너도 참 속이 없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꽤 잘난 녀석이었다. 얼굴엔 자신감이 베어있는 쾌남이었다. 강한 남성적인 면도 지녔고, 언뜻 보면 맥컬린 컬킨 같이 귀여운 면도 느낄 수 있었다.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녀석이었다. 녀석은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미남이었다. 왠만큼 큰 키에 정말로 이목구비가 뚜렸한 얼굴. 난 나도 모르게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듯 했다.
 
 \"끄~~윽 꺼억.\"

녀석이 마신 맥주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참 황당했다.
 \"뭐하는 거야. 이 새-끼야!\"
 \"나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가 내 생각을 읽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섬짓 놀랐다. 대체 녀석은 지금 무슨 짓을 하고있는 걸까? 도무지 알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치? 그 생각하고 있었지?\"
 \"이거 미친-놈이잖아. 니가 잘셍겼다고? 나 그 따위 생각할 시간 없어 ?\"

 \"구라치긴. 허~~~음. 너, 흐음. 그룹섹스 안할래?\"

녀석은 정말 황당했다. 난 그 때 녀석이 술에 취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따가 저기 얘들이랑 모텔 갈꺼야. 내가 너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같이 가자.\"
그러면서 녀석은 내 가슴을 만졌다.
 \"너두 가슴근육 키우냐? 진짜 너 내 맘에 든다.\"
그럼 그렇지. 녀석은 표현방법만 틀렸지 하룻밤 상대를 구하는 저속하고 타락한 게이중에 한 명이었다. 난 그런 그의 모습이 참 한심스러웠다. 나처럼 아직 어린놈인데......
 \"난 그런거에 취미없어.\"
 \"그래? 난 그룹섹스가 취미인데...... 니가 싫다고 할 줄 알았어.\"
 \"그래? 그럼 더 이상 나한테 볼 일 없지? 그럼 사라져라.\"
 \"아니, 볼일은 앞으로 더 많을 꺼야. 내가 너 좋아하거든. 나 내일 너 보러 올 테니까 그 때는 들여보내 주기다. 알았지?\"
 \"미친 새-끼. 이 쪽으로 도가 트였군.\"

그는 다시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그의 친구들이 있는 테이블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모텔인지, 어딘지로 향하였다. 그가 밖으로 나가면서 계속 날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난 그의 눈빛을 고의로 피했다.
 최승우......
 그런데 나는 왜 그 녀석의 이름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까? 자꾸 난 그 녀석이 그의 친구들과 함께 섞여서 그룹섹스를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룹섹스가 취미라는 그 말. 그 녀석처럼 황당한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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