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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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 너 좋아해서 그런건데......\"

난 승우가 뭐라고 말한 건지 알 수 있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머리 속으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승우만 바라보았다. 승우는 나의 시선을 피한 체, 고개를 숙이고는 쓴웃음만 짓고 있었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지?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최승우. 장난......\"

\"정현아. 이제 손님들 이동이 많은 시간이야. 어차피 카운터 보기로 했으니까 이왕 보는 거 
 신경 쓰고 열심히 해라.\"
\"네, 사장님.\"

사장이 이 어색한 시간 속에 날 건져 주었다. 승우는 계속해서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사장의 말처럼 정말 카운터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게다가 오늘은 나에게 같이 2차를 나가자고, 테이블에 같이 합석해서 이야기 좀 하고 싶다고 조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승우란 녀석을 알게 된 이후로, 잠시나마 승우를 잊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새벽이 되어서야 모든 영업이 끝났고, 사람들은 업소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직원들이 남아서 업소를 청소하였다.
난 그제서야 한 숨을 돌리고 난 후, 카운터 잎에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승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죠? 사장님?\"
 \"그러게. 이것 참 곤란하게 됐군. 이 봐요. 학생! 일어나요. 이젠 우리도 문을 닫아야지.\"
사장이 아무리 승우를 흔들었지만 녀석은 깨어나지 못하였다. 내가 그런 승우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스트립댄서 선배가 지나가며 말했다.
 \"김정현. 니네 집에서 재우면 되겠네. 서로 아는 사이잖아. 어차피 너도 혼자 살고.\"
 \"그래 그러면 되겠군. 정현아. 그렇게 할래?\"
난 사장의 말을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니 녀석이 자고 있을 이 곳이 어딘지도 모를 승우를 바라보며, 난 침 녀석과 묘한 인연이란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정말 업소에서 집이 가까워 다행이다. 녀석은 왜 이렇게 무거운 건지......
작은 방 한 칸. 남들이 보기엔 작아 보일지 몰라도, 나 혼자 사는 이 방은 내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런 큰공간이다.

난 승우를 침대 위에다 던져 놓고 청바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화장실고 가서 대충 씻고 나와서 한 침을 서 있었다. 침대 위에선 승우 녀석이 잠들어 있다.
승우를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참 황당한 녀석이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녀석이다. 자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무의식적으로 끌려서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를 가만히 내려보았다.
녀석의 입술이 보인다. 내 입술이 그만 녀석의 마력에 끌려 녀석의 입술로 향한다.

 순간, 예쁜 아내와 귀여운 아이를 둔 내 모습을 꿈꾸던, 지금도 변함없는 내 어릴 적 소망이 생각났다. 난 그에게서 다시 멀어졌다. 
하지만 난 다시 그에게 자석처럼 끌렸다. 내 입술이 그의 입술로 향한다.
지금 내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다만 그의 입술이 탐날 뿐이다.
순간 녀석이 눈을 뜬다.

 \"너, 나한테 키스할려고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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