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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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年만에 찾은 집은 날 위해서였는지 변한 것이 없었다.
그 동안 내 자신이 입양아라는 수치감에 방황하며,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던 아픔들을 양부모님의 품에 안겨서 눈물로써 지워냈다.
양부모님의 품에서 마음껏 울고 나자 그제서야 난 그 동안의 못난 생각이 양부모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분들은 날 정말로 친아들처럼 생각해 주셨는데...... 내가 다시 힘든 방황을 마치고 돌아올 거라는 것을 믿고 계셨는데...... 난 그 동안 내게도 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던 것 같다.
집안에는 혹시나 내가 다시 돌아와서 작은 변화에도 낯설음을 느낄까봐 2年 전, 새벽에 내가 몰래 집을 나왔을 그 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고단 잠을 잘 때,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집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까? 난 다시 2年 전에 내 모습으로 쉽게 돌아올 수가 있었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식당을 예약했다고 하셔서 정말 몇 年만에 가슴 뿌듯한 가족외식을 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없는 동안, 내가 다시 돌아오면 꼭 한번 다같이 가보고 싶으시다면서 우리를 강남의 한 가족 퓨전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셨다.
난 오랜만에 혼자서 먹던 인스턴트식품 대신 그 동안 맛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식사 내내 예전보다 더 다정한 분위기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물 잔에 물을 마시고 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래, 엄마는 네가 검정고시를 혼자서 봤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어.\"
\"혼자는 아니고요. 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
어머니는 선뜻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너 수능 준비하는 건 어떠냐? 검정고시도 혼자서 치뤘는데 수능은 못 보겠어?\"
결국 난 외식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수은 준비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학원에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다니게 되자 승우와 함께 할 시간이 그 만큼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녀석은 대학을 수원에 있는 곳으로 다니게 되어서 만나기가 더욱 힘들었다.
이젠 녀석과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서로 힘들 때 손을 잡아줄 수 없는 듯 하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밤 12시가 되었다.
이젠 그만 집으로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서둘러서 학원 자습실에서 짐을 챙기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하루종일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인지 고개가 너무나도 뻐근했다. 난 크게 기지개를 피며 고개를 뒤로 젖혀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도시의 먼지로 약간은 뿌옇지만, 그래도 한참 사소한 것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수험생에게는 하늘은 수놓은 별들이 가슴 시리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다.
힘든 하루를 마치는 내 모습을 우주 한 가운데 홀로 쓸쓸히 빛을 내어 날 밝혀주는 저 별들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만 같았다.
\"정현아!\"
쓸쓸한 별빛에 눈이 부시다 싶을 때,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난 내 피곤에 절은 몸을 맥없이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예상대로 승우가 서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녀석은 요즘 한창 대학물을 먹어서 그런지 책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있는 나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성숙된 모습이었다.
\"웬일이냐? 니가 여기까지 다 오고.\"
\"임마. 너 보고 싶어서 왔지.\"
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서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내가 오늘 특별히 쏜다.\"
난 그런 녀석에 억센 손에 계속 끌려 다녔다.
예전 같으면 힘을 써서 녀석의 팔을 장난스레 뿌리쳤을 텐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녀석에게 완전히 내 몸을 맡긴 상태였다.
\"힘드냐?\"
\"당연히 힘들지 임마. 하긴 넌 고3때 나랑 같이 놀았으니, 전혀 안 힘들었겠다.\"
\"힘들다면서 입은 아직도 살았네. 내가 술 사주랴?\"
\"사줄래?\"
\"임마, 넌 대학가면은 마셔. 아직 어린것이.\"
\"지-랄한다.\"
\"너 배고프지? 원래 수험생들이 많이 배고파. 저기서 내가 라면 쏠께.\"
녀석은 날 학원근처의 편의점으로 끌고 갔다.
그 속에서 녀석은 날 테이블에 앉혀놓고서는 컵라면 두 개와 김치를 가져왔다.
\"고작 컵라면 사 줄려고 기다린 거냐?\"
\"기껏 생각해서 사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요즘 집에 들어가니까 좋아?\"
\"응. 고맙다.\"
\"짜식. 알면 됐다. 집에서 잘 해주나 보다. 요즘 얼굴이 많이 좋아졌어.\"
\"그러냐?\"
\"응.\"
난 녀석의 말에 웃어 보이며 계속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도 이제는 귀여워졌다. 하지만 난 내 속마음을 감춘 체 퉁명스레 녀석에게 말했다.
\"먹는데 소화 안 되게. 뭘 쳐다보냐?\"
\"그냥. 좋아서.\"
\"주인이 이상하게 본다.\"
\"뭐 어때?\"
그러면서 녀석은 좀 더 내게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냥 녀석의 장난에 웃을 뿐이다.
편의점에서 나온 우리는 내가 그럴 필요가 설득했지만 녀석은 또 집까지 바래다주어야 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난 녀석과 함께 늦은 새벽길을 걷게 되었다.
솔직히 그 동안 녀석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참 많이 서운했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이 내사 힘들 때마다 함께 있어주는 존재란 사실을 느끼면서 날 잡은 녀석의 손이 참 흐뭇했다.
\"이젠 맨날 너 학원 앞에서 기다릴꺼야.\"
\"그런 짓 하지 말라니까. 부담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니 맘대로 해라. 피곤해도 니가 피곤하니까.\"
어느 덧 나와 승우는 우리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자 승우가 날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서운한 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가 임마. \"
\"알았어. 너도 조심해서 가. 가서 잘 도착했다고 연락하고.\"
\"그래, 들어가라.\"
녀석은 날 집 앞에 데려다 놓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손을 들어서 내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늦은 밤이슬에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녀석은 매일 내가 학원에서 끝날 시간 때에 맞추어서 날 기다렸다.
난 항상 녀석에게 기다리지 말라며 말하지만 어쩌다 학원에서 나와서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오늘은 기다릴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면 섭섭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런 지 수험생으로써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녀석의 손을 잡은 체,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녀석은 자칫 외로움에 허덕일 수 있는 수험생인 나와 항상 함께 해 주었고 난 그런 녀석 덕분에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며 수능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난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교에 진학할 수가 있었다.
그 동안 내 자신이 입양아라는 수치감에 방황하며,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었던 아픔들을 양부모님의 품에 안겨서 눈물로써 지워냈다.
양부모님의 품에서 마음껏 울고 나자 그제서야 난 그 동안의 못난 생각이 양부모님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 분들은 날 정말로 친아들처럼 생각해 주셨는데...... 내가 다시 힘든 방황을 마치고 돌아올 거라는 것을 믿고 계셨는데...... 난 그 동안 내게도 날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던 것 같다.
집안에는 혹시나 내가 다시 돌아와서 작은 변화에도 낯설음을 느낄까봐 2年 전, 새벽에 내가 몰래 집을 나왔을 그 때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내 힘든 하루일과를 마치고 고단 잠을 잘 때, 가끔씩 볼 수 있었던 집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일까? 난 다시 2年 전에 내 모습으로 쉽게 돌아올 수가 있었다.
오늘은 아버지께서 식당을 예약했다고 하셔서 정말 몇 年만에 가슴 뿌듯한 가족외식을 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없는 동안, 내가 다시 돌아오면 꼭 한번 다같이 가보고 싶으시다면서 우리를 강남의 한 가족 퓨전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셨다.
난 오랜만에 혼자서 먹던 인스턴트식품 대신 그 동안 맛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다.
우리는 식사 내내 예전보다 더 다정한 분위기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물 잔에 물을 마시고 나서 내게 말씀하셨다.
\"그래, 엄마는 네가 검정고시를 혼자서 봤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어.\"
\"혼자는 아니고요. 친구가 많이 도와줬어요.\"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
어머니는 선뜻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말씀을 이으셨다.
\"너 수능 준비하는 건 어떠냐? 검정고시도 혼자서 치뤘는데 수능은 못 보겠어?\"
결국 난 외식이 있고 나서 며칠 후 수은 준비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내가 학원에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다니게 되자 승우와 함께 할 시간이 그 만큼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게다가 녀석은 대학을 수원에 있는 곳으로 다니게 되어서 만나기가 더욱 힘들었다.
이젠 녀석과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서로 힘들 때 손을 잡아줄 수 없는 듯 하였다.
시계를 보니 어느 덧 밤 12시가 되었다.
이젠 그만 집으로 가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서둘러서 학원 자습실에서 짐을 챙기고서는 밖으로 나왔다.
하루종일 책상에 머리를 숙이고 있어서인지 고개가 너무나도 뻐근했다. 난 크게 기지개를 피며 고개를 뒤로 젖혀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도시의 먼지로 약간은 뿌옇지만, 그래도 한참 사소한 것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수험생에게는 하늘은 수놓은 별들이 가슴 시리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다.
힘든 하루를 마치는 내 모습을 우주 한 가운데 홀로 쓸쓸히 빛을 내어 날 밝혀주는 저 별들이 나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만 같았다.
\"정현아!\"
쓸쓸한 별빛에 눈이 부시다 싶을 때, 너무나도 낯익은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난 내 피곤에 절은 몸을 맥없이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예상대로 승우가 서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녀석은 요즘 한창 대학물을 먹어서 그런지 책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있는 나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성숙된 모습이었다.
\"웬일이냐? 니가 여기까지 다 오고.\"
\"임마. 너 보고 싶어서 왔지.\"
녀석은 빙그레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서는 내 팔을 잡아끌었다.
\"가자. 내가 오늘 특별히 쏜다.\"
난 그런 녀석에 억센 손에 계속 끌려 다녔다.
예전 같으면 힘을 써서 녀석의 팔을 장난스레 뿌리쳤을 텐데,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녀석에게 완전히 내 몸을 맡긴 상태였다.
\"힘드냐?\"
\"당연히 힘들지 임마. 하긴 넌 고3때 나랑 같이 놀았으니, 전혀 안 힘들었겠다.\"
\"힘들다면서 입은 아직도 살았네. 내가 술 사주랴?\"
\"사줄래?\"
\"임마, 넌 대학가면은 마셔. 아직 어린것이.\"
\"지-랄한다.\"
\"너 배고프지? 원래 수험생들이 많이 배고파. 저기서 내가 라면 쏠께.\"
녀석은 날 학원근처의 편의점으로 끌고 갔다.
그 속에서 녀석은 날 테이블에 앉혀놓고서는 컵라면 두 개와 김치를 가져왔다.
\"고작 컵라면 사 줄려고 기다린 거냐?\"
\"기껏 생각해서 사줬더니 한다는 소리가...... 요즘 집에 들어가니까 좋아?\"
\"응. 고맙다.\"
\"짜식. 알면 됐다. 집에서 잘 해주나 보다. 요즘 얼굴이 많이 좋아졌어.\"
\"그러냐?\"
\"응.\"
난 녀석의 말에 웃어 보이며 계속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자 녀석은 아무 말 없이 흐뭇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도 이제는 귀여워졌다. 하지만 난 내 속마음을 감춘 체 퉁명스레 녀석에게 말했다.
\"먹는데 소화 안 되게. 뭘 쳐다보냐?\"
\"그냥. 좋아서.\"
\"주인이 이상하게 본다.\"
\"뭐 어때?\"
그러면서 녀석은 좀 더 내게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냥 녀석의 장난에 웃을 뿐이다.
편의점에서 나온 우리는 내가 그럴 필요가 설득했지만 녀석은 또 집까지 바래다주어야 겠다고 우기는 바람에 난 녀석과 함께 늦은 새벽길을 걷게 되었다.
솔직히 그 동안 녀석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참 많이 서운했었다. 하지만 지금 녀석이 내사 힘들 때마다 함께 있어주는 존재란 사실을 느끼면서 날 잡은 녀석의 손이 참 흐뭇했다.
\"이젠 맨날 너 학원 앞에서 기다릴꺼야.\"
\"그런 짓 하지 말라니까. 부담스럽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니 맘대로 해라. 피곤해도 니가 피곤하니까.\"
어느 덧 나와 승우는 우리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그러자 승우가 날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서운한 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들어가 임마. \"
\"알았어. 너도 조심해서 가. 가서 잘 도착했다고 연락하고.\"
\"그래, 들어가라.\"
녀석은 날 집 앞에 데려다 놓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손을 들어서 내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늦은 밤이슬에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녀석은 매일 내가 학원에서 끝날 시간 때에 맞추어서 날 기다렸다.
난 항상 녀석에게 기다리지 말라며 말하지만 어쩌다 학원에서 나와서 녀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오늘은 기다릴 수 없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때면 섭섭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런 지 수험생으로써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은 녀석의 손을 잡은 체,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녀석은 자칫 외로움에 허덕일 수 있는 수험생인 나와 항상 함께 해 주었고 난 그런 녀석 덕분에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며 수능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난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교에 진학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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