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12)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다시 한 번, 해가 바뀌고, 난 대학 새내기로 한창 정신이 없는 시간을 보냈고, 승우는 어느 새 대학교 2학年이 되었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달리 많이 성숙한 모습이었다.
10대 방황하면서 힘든 세상을 원망하며 보내던 하루 대신에 우리는 20살의 젊은 자유로 하루를 탕진하였다. 이제 나에 대해서 어느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또 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따듯한 봄날. 난 개나리 핀 오후의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난 바지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여보세요.\"
\"야! 대학생활 재미있냐?\"
\"승우냐? 왜 전화했냐?\"
\"나 독립했어. 지금 짐 옮기고 있는 중이야.\"
\"독립한다고 그러더니, 진짜 했구나. 집에서 허락하셨냐?\"
\"응. 좋은 경험이 될 꺼래.\"
\"집이 어딘데? 수원이냐?\"
\"그건 나중에 가르쳐 줄게. 이따가 빠에서 보자.\"
\"그럴래? 그러자.\"
독립한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니더니 진짜로 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정말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 일은 모두다 이루는 놈이었다.
난 녀석과 전화를 끝은 후 다음 수업을 위해서 강의실로 뛰어 가야만 했다.
수업이 끝난 후 난 집에 들렸다가 외박을 한다고 말하고서는 이태원으로 향하였다.
가족들에게 나의 정체성을 속이는 것이 항상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내가 입양아이기 때문에 날 가족들에게 속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게이란 이유만으로 친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난 가족들에게 날 속여야 했다. 그것이 게이로써의 내 운명이다.
이태원의 한 이반빠에 들어섰다.
이 곳은 1年 전 까지, 내가 일하던 곳이었다. 그 때에는 돈이 궁해서 내 노동력을 팔기 위해서 이 문을 넘어섰지만, 지금은 이 곳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 거목급 손님이 되어서 이 문을 넘는다.
이 곳의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장도 그대로이고 내부 장식도 웬만해서는 변함이 없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 더 직설적으로 변해버린 무대 위 공연. 그것뿐이었다.
난 카운터에 들어서자 마자 사 장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레, 정현아. 부잣집 아들이었다더니 많이 좋아졌다.\"
\"그래요? 승우 어딨어요?\"
그러자 사장은 댄스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흔들어 대는 승우를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난 사장에게 다시 간단히 인사하고 승우에게로 갔다. 그리고 녀석의 옆에서 나도 그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익힌 나이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왔어?\"
\"응, 독립했다며?\"
\"뭐라고? 음악소리 때문에 안 들려.\"
\"독립했다며?\"
\"응, 안 가볼래?\"
\"어딘데?\"
\"이 근처야.\"
\"뭐라고?\"
이 근처라고.\"
\"잘 안 들려.\"
그러자 녀석은 날 무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음악 소리가 아까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이 곳에서 일하는 아이를 시켜서 병맥주를 가지고 오게 하였다.
아이가 병맥주 2병을 가지고 오자, 그 중 한 병을 내게 건네었다. 난 거친 숨을 고르며 맥주를 마셨다.
\"나 이사한 곳에 안 가볼래?\"
\"어딘데? 수원 아니야?\"
\"서울이야?\"
\"왜? 너 학교 수원이잖아.\"
\"다 이유가 있어. 안 갈꺼야?\"
\"가자.\"
우리는 바로 가게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나는 승우가 가는데로 쫓아갔다. 그러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하는 기분으로 아무 말 없이 녀석을 따라갔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녀석이 새로 얻었다는 집은 내가 집에서 나왔을 때 얻었던 작은 방이었다.
\"야! 이게 뭐냐? 여기 내가 살았던 곳이잖아.\"
\"응. 무슨 문제 있냐?\"
녀석은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능청을 피우며 열쇠로 문을 열었다.
난 집에 들어가자마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침대며 탁자며 텔레비젼이며 집안의 모습도 예전 내가 해놓고 살던 그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심지어 벽에 걸린 옷걸이의 청바지까지도......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체 현관에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놀라지 마.\"
\"안 놀라게 생겼냐?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러자 녀석은 벗던 옷을 침대 옆으로 가지런히 정리해 두면서 말했다.
\"그냥, 그 때가 난 참 좋았어. 너와 함께 이 곳에서 지냈던 그 때가. 나 이해하지?\"
난 계속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신발을 벗어 방안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벌렁 누어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내 엉덩이를 치면서 말했다.
\"나 먼저 씻는다. 그 담에 너 씻어. 너 발 냄새 장난 아니게 나니까.\"
녀석이 씻은 다음 나도 씻고 나서 녀석과 오랜만에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난 몇 年 전, 지금처럼 청바지만 입었고 녀석은 또 속옷만 달랑 입었다. 난 겉으로는 녀석의 옷차림새를 싫은 척 했지만 어쩌다 내 손에 와 닿는 녀석의 그 곳의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했다.
승우가 내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놀랐냐? 왜 반응이 그러냐?\"
\"솔직히 놀랬어. 이럴 줄은 몰랐거든.\"
\"그랬냐? 난 그냥 그 때처럼 너하고 이 곳에서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
\"안다. 니 맘.\"
\"그래? 그럼 고맙고.\"
녀석과 나는 그렇게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발 냄새 얘기부터 배꼽이 못생겼다는 둥, 우리는 그렇게 다시 10대의 풋풋함으로 돌아가서 서로 손을 맞잡은 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느 새 또 개나리가 지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여름이 왔다.
난 그 동안 승우의 집을 찾아가서 녀석과 함께 하였다. 그리고는 항상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뒤엉켜서 장난을 하곤 했다.
날이 더워지자 우리는 샤워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이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안 그럴 것도 같지만 아직은 앞에서 옷 벗기가 부끄럽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게이이기에 서로의 몸을 탐닉하면서 발기되는 서로를 보며 민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발기된 모습을 가지고 다시 서로를 놀리고 장난치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온 몸이 물에 불린 후에야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녀석이 왜 그런지 시큰둥하다.
내가 평소와는 달리 녀석에게 짖궂은 장난을 먼저 걸어보지만 녀석은 별 반응이 없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녀석이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길래, 녀석의 목을 조르면서 침대로 눕혔다. 그리고 녀석의 이에 올라서 힘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체, 가만히 누워있었다.
난 그런 녀석의 반응이 이상해서 더 심한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내가 녀석의 허벅지 사이를 발로 막 간지럽히니까, 결국 녀석이 화를 냈다.
난 나도 그 동안 괜히 저기압 상태로 아무 말도 없는 녀석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었기에 녀석에게 화를 내고서는 그 곳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서는 지금까지 계속 내 방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습니다.\"
내 방 전화벨이 울렸다. 난 혹시 녀석인가 싶어 처음에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 두 번째 벨이 울리고 다시 세 번째 벨이 울리자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승우.\"
녀석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보였다. 난 그런 승우에게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왜? 쫌생아. 뭐할려고 전화했는데.\"
\"여기 옥수역이야. 나와 줘.\"
난 녀석의 목소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끝자마자 옷을 갈아입고서는 옥수역으로 향했다.
난 3호선 지하철역으로 마구 뛰었다.
그리고서 지하철을 타자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억눌렀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심장은 계속 뛰었다.
지하철이 동호대교 위를 건넌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주위 야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평소에 내가 사랑하던 이 곳의 불빛들이 이태원의 네온사인들처럼 날 어지럽힐 뿐이다.
드디어 지하철이 옥수역에서 멈춰섰다.
난 문이 열리자 마자 내려서 승우를 찾았다. 녀석의 플랫홈 구석의 한 자리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았다.
난 아무 말 없이 녀석의 옆에 앉았다.
녀석은 내가 왔는데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난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역에 놓여져 있는 철도만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난 이런 침묵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불렀냐?\"
하지만 녀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나서 지하철이 3대쯤 더 지나갔다.
어느 덧 날이 어두워지고 역에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자 녀석은 허리를 피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무슨...... 일있냐?\"
\"아니.\"
\"그럼 왜 그러는데?\"
\"......\"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그래 오늘 일은 내가 잘못했어.\"
\"나 군대간다.\"
\"......\"
\"나 영장 나왔어. 일주일 후에 군대 간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과 달리 많이 성숙한 모습이었다.
10대 방황하면서 힘든 세상을 원망하며 보내던 하루 대신에 우리는 20살의 젊은 자유로 하루를 탕진하였다. 이제 나에 대해서 어느정도 정의를 내릴 수 있었고 또 나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따듯한 봄날. 난 개나리 핀 오후의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난 바지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여보세요.\"
\"야! 대학생활 재미있냐?\"
\"승우냐? 왜 전화했냐?\"
\"나 독립했어. 지금 짐 옮기고 있는 중이야.\"
\"독립한다고 그러더니, 진짜 했구나. 집에서 허락하셨냐?\"
\"응. 좋은 경험이 될 꺼래.\"
\"집이 어딘데? 수원이냐?\"
\"그건 나중에 가르쳐 줄게. 이따가 빠에서 보자.\"
\"그럴래? 그러자.\"
독립한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다니더니 진짜로 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정말 녀석은 자기가 원하는 일은 모두다 이루는 놈이었다.
난 녀석과 전화를 끝은 후 다음 수업을 위해서 강의실로 뛰어 가야만 했다.
수업이 끝난 후 난 집에 들렸다가 외박을 한다고 말하고서는 이태원으로 향하였다.
가족들에게 나의 정체성을 속이는 것이 항상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었다.
내가 입양아이기 때문에 날 가족들에게 속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게이란 이유만으로 친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난 가족들에게 날 속여야 했다. 그것이 게이로써의 내 운명이다.
이태원의 한 이반빠에 들어섰다.
이 곳은 1年 전 까지, 내가 일하던 곳이었다. 그 때에는 돈이 궁해서 내 노동력을 팔기 위해서 이 문을 넘어섰지만, 지금은 이 곳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간 거목급 손님이 되어서 이 문을 넘는다.
이 곳의 분위기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장도 그대로이고 내부 장식도 웬만해서는 변함이 없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 더 직설적으로 변해버린 무대 위 공연. 그것뿐이었다.
난 카운터에 들어서자 마자 사 장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그레, 정현아. 부잣집 아들이었다더니 많이 좋아졌다.\"
\"그래요? 승우 어딨어요?\"
그러자 사장은 댄스음악에 맞추어 열심히 흔들어 대는 승우를 손가락으로 가르쳤다.
난 사장에게 다시 간단히 인사하고 승우에게로 갔다. 그리고 녀석의 옆에서 나도 그 동안 대학을 다니면서 익힌 나이트 춤을 추기 시작했다.
\"왔어?\"
\"응, 독립했다며?\"
\"뭐라고? 음악소리 때문에 안 들려.\"
\"독립했다며?\"
\"응, 안 가볼래?\"
\"어딘데?\"
\"이 근처야.\"
\"뭐라고?\"
이 근처라고.\"
\"잘 안 들려.\"
그러자 녀석은 날 무대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음악 소리가 아까보다는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이 곳에서 일하는 아이를 시켜서 병맥주를 가지고 오게 하였다.
아이가 병맥주 2병을 가지고 오자, 그 중 한 병을 내게 건네었다. 난 거친 숨을 고르며 맥주를 마셨다.
\"나 이사한 곳에 안 가볼래?\"
\"어딘데? 수원 아니야?\"
\"서울이야?\"
\"왜? 너 학교 수원이잖아.\"
\"다 이유가 있어. 안 갈꺼야?\"
\"가자.\"
우리는 바로 가게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나는 승우가 가는데로 쫓아갔다. 그러자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설마하는 기분으로 아무 말 없이 녀석을 따라갔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녀석이 새로 얻었다는 집은 내가 집에서 나왔을 때 얻었던 작은 방이었다.
\"야! 이게 뭐냐? 여기 내가 살았던 곳이잖아.\"
\"응. 무슨 문제 있냐?\"
녀석은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능청을 피우며 열쇠로 문을 열었다.
난 집에 들어가자마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침대며 탁자며 텔레비젼이며 집안의 모습도 예전 내가 해놓고 살던 그 때의 모습과 똑같았다. 심지어 벽에 걸린 옷걸이의 청바지까지도......
난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체 현관에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놀라지 마.\"
\"안 놀라게 생겼냐?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러자 녀석은 벗던 옷을 침대 옆으로 가지런히 정리해 두면서 말했다.
\"그냥, 그 때가 난 참 좋았어. 너와 함께 이 곳에서 지냈던 그 때가. 나 이해하지?\"
난 계속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신발을 벗어 방안으로 들어와서 침대에 벌렁 누어 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내 엉덩이를 치면서 말했다.
\"나 먼저 씻는다. 그 담에 너 씻어. 너 발 냄새 장난 아니게 나니까.\"
녀석이 씻은 다음 나도 씻고 나서 녀석과 오랜만에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난 몇 年 전, 지금처럼 청바지만 입었고 녀석은 또 속옷만 달랑 입었다. 난 겉으로는 녀석의 옷차림새를 싫은 척 했지만 어쩌다 내 손에 와 닿는 녀석의 그 곳의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했다.
승우가 내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놀랐냐? 왜 반응이 그러냐?\"
\"솔직히 놀랬어. 이럴 줄은 몰랐거든.\"
\"그랬냐? 난 그냥 그 때처럼 너하고 이 곳에서 가깝게 지내고 싶었어.\"
\"안다. 니 맘.\"
\"그래? 그럼 고맙고.\"
녀석과 나는 그렇게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발 냄새 얘기부터 배꼽이 못생겼다는 둥, 우리는 그렇게 다시 10대의 풋풋함으로 돌아가서 서로 손을 맞잡은 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느 새 또 개나리가 지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여름이 왔다.
난 그 동안 승우의 집을 찾아가서 녀석과 함께 하였다. 그리고는 항상 어린아이들처럼 서로 뒤엉켜서 장난을 하곤 했다.
날이 더워지자 우리는 샤워를 같이 하기 시작했다.
이젠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안 그럴 것도 같지만 아직은 앞에서 옷 벗기가 부끄럽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게이이기에 서로의 몸을 탐닉하면서 발기되는 서로를 보며 민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런 발기된 모습을 가지고 다시 서로를 놀리고 장난치기 시작하면 끝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온 몸이 물에 불린 후에야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녀석이 왜 그런지 시큰둥하다.
내가 평소와는 달리 녀석에게 짖궂은 장난을 먼저 걸어보지만 녀석은 별 반응이 없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녀석이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길래, 녀석의 목을 조르면서 침대로 눕혔다. 그리고 녀석의 이에 올라서 힘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체, 가만히 누워있었다.
난 그런 녀석의 반응이 이상해서 더 심한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내가 녀석의 허벅지 사이를 발로 막 간지럽히니까, 결국 녀석이 화를 냈다.
난 나도 그 동안 괜히 저기압 상태로 아무 말도 없는 녀석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었기에 녀석에게 화를 내고서는 그 곳에서 나와버렸다.
그리고서는 지금까지 계속 내 방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었다.
\"전화 받으세요. 전화 왔습니다.\"
내 방 전화벨이 울렸다. 난 혹시 녀석인가 싶어 처음에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 두 번째 벨이 울리고 다시 세 번째 벨이 울리자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나야. 승우.\"
녀석의 목소리는 힘이 없어 보였다. 난 그런 승우에게 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왜? 쫌생아. 뭐할려고 전화했는데.\"
\"여기 옥수역이야. 나와 줘.\"
난 녀석의 목소리에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끝자마자 옷을 갈아입고서는 옥수역으로 향했다.
난 3호선 지하철역으로 마구 뛰었다.
그리고서 지하철을 타자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억눌렀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심장은 계속 뛰었다.
지하철이 동호대교 위를 건넌다. 하지만 평소와는 달리 주위 야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평소에 내가 사랑하던 이 곳의 불빛들이 이태원의 네온사인들처럼 날 어지럽힐 뿐이다.
드디어 지하철이 옥수역에서 멈춰섰다.
난 문이 열리자 마자 내려서 승우를 찾았다. 녀석의 플랫홈 구석의 한 자리에 시무룩하게 앉아 있았다.
난 아무 말 없이 녀석의 옆에 앉았다.
녀석은 내가 왔는데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난 것 같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아무 말 없이 역에 놓여져 있는 철도만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난 이런 침묵이 답답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불렀냐?\"
하지만 녀석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나서 지하철이 3대쯤 더 지나갔다.
어느 덧 날이 어두워지고 역에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자 녀석은 허리를 피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무슨...... 일있냐?\"
\"아니.\"
\"그럼 왜 그러는데?\"
\"......\"
\"말하기 싫으면 하지마. 그래 오늘 일은 내가 잘못했어.\"
\"나 군대간다.\"
\"......\"
\"나 영장 나왔어. 일주일 후에 군대 간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