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정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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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은 달아올랐다.
그 눈이 내게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다.
난 녀석의 눈빛에 내 생애 그 어느 날보다도 심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 긴장감에 난 점차 힘이 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빛은 날 내버려두지 않았다. 자꾸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난 더 이상 참지 않고 먼저 말을 꺼냈다.

\"난 괜찮으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그러자 녀석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음성으로 내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자는데로 할 수 있냐?\" 

난 승우의 말에 상기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자 녀석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난 그런 녀석 때문에 머릿속이 순식간 적으로 복잡해졌다.
여기서 난 어떻게 해야하지? 녀석에게 무엇을 말해야 하지? 정말 녀석의 뜻대로 움직여줘야 하나?
이성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성을 정말로 되찾았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난, 어떠한 분위기나 그 동안 어떻게도 풀지 못했던 욕망의 힘에 이끌려 내 자신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예전처럼 내 마음을 부정하느냐고 가슴 속 깊이 그리워했던 그 사람을 더 이상 잃기 싫은 마음에, 녀석의 뜻을 따르고 싶은 것이라고......

내가 이렇게 굳게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다시 승우를 바라보자 녀석은 내 손을 꼭 쥐었다.
꼭 쥔 녀석의 손에서 예전의 그 풋풋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엔 녀석이 내 손을 잡은 체, 뛰기 시작했다.
난 그 손에 그냥 이끌릴 뿐이었다.
녀석은 내 손을 잡은 체, 깜깜해진 시흥역을 재빠르게 빠져 나왔다.
1번 국도를 흐르는 수많은 자동차 불빛을 따라서 우리는 숨 한번 고르지 않고 마구 뛰었다.

아무도 거닐지 않는 쓸쓸한 인도의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달리는 녀석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웠다.
그 뒷모습이 그리고 바람을 타고 흐르는 녀석의 땀내음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내가 가진 세상을 다 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녀석에게 내 세상을 다 주고픈 마음에 들떠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시흥역 근처의 한 여관 앞에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정현아. 괜찮겠냐?\"

난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막상 여관 앞에 오니까 매우 혼란스러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하지만 한 가정의 아빠가 되고픈 유년시절의 작은 꿈......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견딜 수 없었던 그리움 시간들......
하지만 앞이 보이질 않을 불안한 내일......

내 표정은 순식간 적으로 상기되었다.
그러자 승우는 그런 나의 표정에서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내 손을 잡고선 돌아서려고 하였다.
하지만 난 그 자리에 서서 돌아서려는 녀석의 손을 꽉 쥐었다.
난 다시 이미 내 삶에 반쪽이 되어버린 녀석을 혼자 그리워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 손길에 녀석은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난 녀석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 없이, 알 수는 없지만 우리의 내일에 대한 믿음을 얘기하였다.
결국 우리는 잡은 두 손을 더욱 꽉 쥔 체, 서로 상기된 얼굴로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방 있죠?\"

승우의 말에 여관 입구에 조그만 골방 안에서 한 할머니가 머리만 밖으로 내밀었다.
\"방이야 있지. 조그만 기다려 보우. 내가 방 열쇠 들고 나갈테니까.\"
주인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잠시 후, 물이 담긴 주전자와 함께 열쇠 꾸러미를 들고선 밖으로 나오셨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할머니의 뒤를 쫒아갔다.

\"총각 둘이서 이런 곳에 오고. 별일이네.\"

할머니는 농담을 하시는 듯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지만 나와 녀석은 그냥 서로만을 바라보았을 뿐 따라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왠지 부끄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는 복도 끝에 있는 낡은 방문을 열쇠로 여시더니 그 안으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그리고 작은 신발장 위에 주전자를 놓으시면서 말씀하셨다.
\"이불은 저기에 있고, 텔레비젼도 나오고 그러니까, 잘 들 주므시게나.\"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우리 둘의 모습을 훑어보시더니 밖으로 나가셨다.

승우는 할머니가 나가시자 마자 문을 잠갔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머쓱해져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보았다. 녀석의 검은 눈동자 안에서 녀석과 세상을 함께 하고픈 나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녀석의 눈동자 안에 있는 내 모습을 자꾸 바라볼수록 내 마음 한 구석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그 감정의 느낌이 강해질수록 내 호흡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처럼 거친 숨을 쉬고 있는 승우를 봤을 때, 나는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날 맡겨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무언가에 끌려서 서로에게 다가갔다.

다시금 나의 입술은 녀석의 입술과 함께 포게어졌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우리는 지금 서로에게 느끼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처럼 더 강렬한 입맞춤을 하였다.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우리는 계속 서로의 입술에 그 동안의 강한 그리움을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신발을 벗으면서도 그 시간이 아까웠는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숨이 차도록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그렇게 방 한 가운데로 왔다.
그러자 나를 감싸던 녀석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서는 서서히 나의 바지벨트를 풀렀다.

\"털 썩.\"
나의 바지는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고, 녀석의 바지도 곧 나로 인해서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는 더 세게 서로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나의 가운데에 녀석의 그것이 느껴졌다.
속옷위로는 녀석의 그것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내 몸에 와 닿는 그 느낌은 부드럽고 촉촉하기까지 했다.
마치 내가 검정고시를 치르던 날, 내 손을 잡아주던 녀석의 따스함처럼......

우리는 둘 다 반팔 와이셔츠를 입었었기에 서로의 입술에서 떨어지지 않고 쉽게 옷을 벗을 수가 있었다.
달랑 부풀어 오른 속옷만 걸친 몸이 되었을 때, 우리는 맨 바닥 위로 쓰러졌다.

차갑고 딱딱한 맨 바닥 위에서 우리의 몸은 서로 겹치었다.
나의 다리 사이에 녀석의 굵은 허벅지가 들어와 내 몸에 녀석의 무게가 느껴졌을 때쯤, 우리는 잠시 서로의 입술에게서 떨러졌다.
승우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녀석의 온 몸에 입술을 부비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도 나의 온 몸에 입술을 부비었다.

그러다 서로의 속옷이 벗겨지고, 내 눈앞에는 녀석의 것이 들어왔다.
팽팽하게 긴장한 모습이 예전에 서로 장난으로 만지다 흥분된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난 그런 녀석의 것에도 다른 신체의 부위와 똑같이 입술을 부비었다.
성기부분이라고 더 오랫동안, 더 자극적으로 입술을 부비지 않았다. 난 녀석의 그것만을 사랑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녀석 그 자체의, 녀석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녀석도 이런 나의 마음과 같았다.

\"하나가 되고 싶어. 지금 너와 하나의 몸이 되고 싶어.\"

녀석의 입술이 내 귓가에 닿았을 때, 녀석은 이렇게 속삭였다.
그 말에 우리는 더욱 더 강렬히 서로의 온 몸에 입술을 부비었고, 정말로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서로의 몸을 잡은 손을 더 세게 끌어당겼다.
최대한 서로의 몸을 밀착시켰다.
녀석의 모든 것이 내 몸에 느껴지는 이 순간만큼은 정말로 하나의 몸이 되고 싶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의 몸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4번의 사정을 하였다.
사정을 했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한 번의 사정으로 식어버릴 감정도 아니었고 또 짧았던 그리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한 행위의 목표는 오르가즘을 통한 사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하나의 몸이 되는 것이었지......
몇 시간 동안 그렇게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다가, 혹시나 다시 떨어져서 그리워하게 될까봐 서로를 꼭 잡은 체 잠이 들었다.
잠에서 일어나면 정말로 하나의 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속삭이면서......

먼지 낀 창문사이로 햇살이 들어왔다.
난 그 햇살이 너무 눈부셔 잠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알몸을 보았을 때는 이미 오후 2시 30분이었다.
내 몸에는 어제 녀석과 흘린 4번의 사정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난 장난끼가 발동해 내 몸에 남은 엄청난 사정의 흔적을 녀석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직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녀석을 찾았다.

\"승우야. 이것 봐. 나한테 우리 그거 묻었다. 니 몸에도 묻었냐?\"

하지만 내가 완전히 눈을 떴을 때, 녀석은 방안에 없었다.
순간 불안했다.
나는 얼른 화장실 문을 열어 보았다.
누군가 목욕을 한 흔적만 있을 뿐, 녀석은 없었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녀석의 옷과 가방과 신발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가 되고 싶다면서......
다시 그리워하게  되는 건 아닌지......
자꾸만 불안했다.

불안한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히기 위해서 옷부터 입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닥에 팽개쳐져 있는 내 속옷을 집으려는 순간, 작은 탁자 위에 놓여있는 쪽지를 볼 수 있었다.
난 얼른 그 쪽지를 들어 떨리는 손으로 펴 보았다.
난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곱게 접은 그 쪽지를 한 겹, 한 겹, 폈다.
드디어 마지막 겹을 폈을 때, 그 쪽지에서 승우의 글씨체를 보았다.

-미안하다. 정현아......
 

 


드디어 둘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원래계획은 정말 찐하게 표현할려고 했는데, 제가 글솜씨도 없고 또 많은 분들이 둘의 순수한 모습을 기대하시는 것 같아서, 많이 고민하면서 썼습니다.
좀 부족할 거예요
요즘 제가 학겨에서 안 조은 일두 있고 가지가지 힘들어서......
글쓰는 것두 힘들게 됐어요.
예전보다 재미가 떨어졌어도, 글쓴이가 뭔가 힘들엇구나 하고 이해해주세요.
그럼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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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 않습니다.. 절제된 감정표현..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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