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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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을 처음 올립니다.
물론 이 홈페이지 어딘가에 가명으로 흔적은 남겼지만.
다 지나간 유치한 신세타령이니 비웃지는 말아주십시오.
이로써 마음이 홀가분 할 수 있을까 싶어 어렵게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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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고백---

형..

지금 어디야.....?

난 잘지내.

나...많이 씩씩해졌어  형..

남자다워졌다구..

형이 그랬지, 남자는 호연지기를 길러야 한다고.

93년..  형을 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옛날얘기가 됐네.

형 참 멋있었는데..

그땐 몰랐었어. 그냥 만나는게 좋았을 뿐..

까무잡잡한 얼굴, 유난히도 새카맣던 머리카락,

안경너머 보이는 선한 눈, 청바지에 점퍼를 즐겨 입는..

지금 생각해보니 형, 굉장한 미남이었다.

형이 헬스한다, 수영한다고 그래도 난 거긴 관심이 없었지..

그저 커피마시고 얘기듣는게  좋았다.

알지도 못하는 철학얘기...

언제던가.. 거의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몸이 너무 좋아져서 옷이 비좁아 보이더라.     

형..

보고싶은 마음이 생길땐 지금도 머리가 멍해져.

막 친해지고 형이 나한테 반말 할때쯤

우리집 근처까지 바래다주며 형이 그랬지.

'넌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

....난 왜 그때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왜 그냥 좋은 형으로만 생각했을까..

나중에야 어떤 느낌을 알고

나 가슴을 치며 울었었다.

난 생긴거랑 다르게 샌님이었어.

철학, 정치, 경제, 운동, 남자다움,.. 아무것도 몰랐다.

나에 대한 형의 느낌마저도........

형이 밤에 삐삐 치면 좋아서 달려갔다.

나에겐 만난다는 자체가 그냥 행복이었나보다.

형 차 타고 밤에 백운산 갔을 때도..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잊을 수 없었다.

다시 차에 오르기전 깜깜한 절입구에서

같이 쉬-  한거  기억나..?

난 괜히 긴장되서 형 다 눌때까지 한방울도 못눴어..

사실은 그때 형 고추 보고싶은 생각도 들었어.

집근처라고 호출했을 때, 포장마차에 둘이 새벽까지

앉아 이야기 한것도 기억나..?

한번도 밤에 돌아다니는 일 없는 아들이 밤마실이 잦아지니

누구랑 그렇게 친하냐고 울 어머니 궁금해하셨는데..

소주 한 병, 명덕게 한마리..

난 술 한모금 못했어도 취기올라 한 얘기 또 하는

형 옆에 그렇게 있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래..분명 형은 내가 형마음 알아주기를 기다렸나보다. 

당시 친했던 누나들과 패스트푸드점에 갔던 어느 여름날 저녁,

'나는 이제부터 자연의 이치에 따라 00를 사귀기로 했다.'

하며 앞의 누나를 가리켰지.

상황에 안맞는 형의 갑작스런 얘기로 우린 모두 당황했었어.

난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기분이 언잖았고.

하지만 그후에도 형은 여전히 잘해줬고, 우린 매 방학마다

거의 매일을 만났지?

문득 형이, 먹던 밀크쉐이크를 내밀며 한입 먹어보라고

빨대채로 건네줬던 기억이 났어.

난 빨대에 침이 따라나온 것도 봤는데..

순간 멈칫해서 형을 봤는데 형도 약간 멈칫거렸지?

그래도 서로 잠자코 난 기분좋게 한입 먹었던 기억이 난다. 

형..

난 지금 나름대로의 삶을 열심히 살고있어.

앞날에 대한 계획도 있고. ...모든게 정상적이야.

마음도 많이 차분해.

하지만 형의 존재를,  네가 내 운명적인 만남임을 깨닫았을 때,

이미 넌,..  가고 없었다..

왜 이렇게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걸렸을까...

아주 오랜시간동안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 가슴을 치며 목놓아 울었었다.

심장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형의 말없는 바램을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형과 함께 했던 시간속으로 수없이 나를 돌려보냈었다.

형과 단한번 같이 찍은 사진..

형 정말 총명하게 생겼구나..

나 아직도 기억해..?

.........보고싶다..

다시한번, 딱 한번만이라도 만나봤으면..

나, 이렇게 의젓해지고 남자다워졌는데..

부둥켜 안고 엉엉 울고싶다.

썩을 몸둥아리...

형을 그리는 뇌세포도, 눈물 흐르는 두 눈도,

안타까운 가슴도, 이렇게 너없이 살아도

흙으로 돌아가면 그만.

...행여 다시 만나진다 해도

그때 다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행하기엔

너무 많이 늦었다...욕심일 뿐.

...형.

형이 이런 말 듣고싶었을까?

'사랑한다, 형..'

너무나 들려주고 싶지만...

나 이제 너를 가슴에 묻고싶다.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이뤄보기도 전에...

채 그것이 인연이었음을 자각하기도 전에...

난 왜 너를 잃었을까..

정말로 하고싶었던 한마디..

ㅅ.
ㅏ.
ㄹ.
ㅏ.
ㅇ.
ㅎ.
ㅐ.
ㅆ.
ㄷ.
ㅏ.
ㅈ.
ㅜ.
ㄱ.
ㄷ.
ㅗ.
ㄹ.
ㅗ.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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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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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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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프네여.. 저도 비슷한 일이 있어서..하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확실하게 고백을 하지못한 형이라는 분도 후회하고 있을 거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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