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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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나무 계단을 누군가 헝겊 슬리퍼를 끌고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 서야 뽈도 그 대담성의 한계를 보이고야 만다.
우리 둘은 서로 교합한 체로 그냥 정지해 버렸다.
시간이 둘의 긴장으로 인해 정지해 버린 듯했다.
올라온 사람은 바로 그 집주인이었다.
뽈과 그 집주인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인 듯 싶었다.
뽈과 집주인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뽈의 허리를 재빨리 뒤로 움직여 자기의 성기를
내 몸에서 빼냈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들어올 때보다 갑자기 나갈 때가 더욱더 아팠다.
나의 구멍이 마치 영화에서나 나오는 블랙홀의 흡인력을 받은 것처럼 어디론가 빨
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당황한 집주인..,
뽈은 벌써 바지를 올렸지만 난 일어설 수 조차 없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휘청거리다가 그냥 바닥
에 엎드리고 말았다.
내가 살아온 기간 중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노오란 살이 다 드러난 나체로 엎드려서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나의 모습.
집주인과 나의 눈이 마주 쳤을땐 난 이미 개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내 입에서 금방이라도 \"멍멍\"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눈을 피해 부끄러운 내몸을 살폈다.
평소에 예민한 피부인데 뽈의 그 까실한 턱으로 한편의 엥포르멜 추상화를 연상시키
는 벌건 자국들이 온몸에 나있었다.
뽈이 프랑스어로 진지하게 무어라고 집주인에게 말했다.
집주인은 금방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시 내려갔다.
뽈이 금갈색 머리를 뒤로 슬슬 쓸어 넘기면서 나에게로 다가와서는 이마에 키스하
고 침대 위에 얇은 면 이불을 내 몸에 감싸주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꽤 직위가 높은 사람이고 꽤 좋은 집에
서 산다고..,
듣고 싶지 않은 얘기였다.
그리고는 명함을 줬다.
난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내 벗어놓은 바지 뒷주머니에 아예 자기가 꽂아 버리고는 내 전화 번호를
달라고 한다.
오기가 났다.
전화번호를 줘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아예 풋내기가 아닌 프로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나의 이 오만한 수
치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시 그에게 물었다.
\"당신 돈 얼마나 많아요?\"
난 빤히 그의 눈을 주시했다.
그의 눈이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하게 아예 골키퍼가 골을 지키듯 눈을 좌우로 빠르
게 움직이며 그의 시선을 몰아 버렸다.
그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한쪽 눈을 파르르 감더니
\"난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아\"
역시 물샐 틈이 없는 그의 방어였다.
\"애인 있어요?\"
이번엔 뽈이 좀 긴장한 듯했다.
\"있어..,\"
\"안된 일이군요..,\"
버릇없어 보이는 눈길로 그를 위아래로 훓어 보며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입술에 있는 힘을 다 주며 \"뿝\"소리를 내뱉았다.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그 녀석이랑 헤어지고 싶어..,\"
\"장난하지 마세요... 전 섹스 파트너를 찾지 않아요...그냥...\"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가 나의 말꼬리를 확 잡아채더니
\"장난이 아니라 난 네 스타일과 네 느낌이 아주 맘에 들어\"
난 당장이라도 그의 말을 물고 늘어지고 싶었지만 왠지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한것이 생각이 났다.
\"과녁을 향해 조준을 할 때 절대로 입을 벌리지 마라!\"
그게 여기서 적용이 될 줄이야.
그를 나의 사냥감으로 만들고 싶었다.
마구 요리해서 그가 즐기는 인생의 행로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온통 유치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올랐다.
난 잠시 휴지로 나의 몸을 구석구석 닦은 다음 옷을 입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가겠
다고 했다.
내 긴 다리를 일부러 텅텅거리며
내려와 버렸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애썼다.
시간이 너무도 안지나갔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다들 이태원에 있는 댄스 바에서 2차를 기약하며
콩알 굴러가듯이 자리를 비웠다.
데이비드가 날 한참을 찾았다고 투덜거렸다.
데이비드와 나란히 언덕을 걸어내려 오는데 누가 소리를 외쳐댔다.
자기 차를 태워주겠다고...
난 사양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 차의 조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아까 그 폴이 조수석에서 긴장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이 있는데요...\"
\"괜찮아요! 어서 다들 함께 타세요.\"
데이비드가 눈치도 없이 땡큐를 연발하면서 강아지가 집주인 따라가듯 재빨리 올라
타버렸다.
\"저 뽈이라는 신사 아예 오늘 나와 끝을 보려는게군...\"
조용히 올라탔다.
어떻게 저 신사를 골려 주나 요리조리 진땀을 빼며 이태원에 도착할 때까지 좋지도
않은 머리로 골머리를 짰다.
\"기가 막히는 일이군.., 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자 바로 애인을 버리겠다고 말하다
니 도대체 상식이 있는 넘인가... 내가 그걸 믿게 보일 정도로 점수를 잃었나, 아님
날 우습게 보는건가...\"
난 어릴 적부터 버림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부산 광복동에 있는 빌딩에서 아버지는 선박회사를 운영하셨고 큰 원양어선도 두
척이나 가지고 계셨다.
가끔 선원 수출도 하시고 무역에 손을 대시기도 하셨다.
하늘에 무슨 그렇게 빼어난 첩을 여럿이라도 두셨는지 그냥 갓난 아기인 나를 버리
고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버리셨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존재가 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사춘기를 겪으면서 불알 친구인 창우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니, 서로 사랑하
고 그러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나에게 절실한 존재인지를 점점 깨닫게 되어갔다.
남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관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우때문에.
그 뒤론 가끔 혼자서 집에 말도 안하고 부산 용호동 천주교 묘지에 내려가 아버지에
묘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올라앉아 하루 종일 바다구경을 하고 오곤 했다.
거기서 항상 빼놓지 않고 했던 생각이,
\"혹시 아버지도 이반이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내려 올때면 묘지입구에 쇠창살을 들고 험상궂게 표정을 지은 아
기 천사상이 날 노려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창우라는 녀석.., 그 녀석도 훌륭한 공무원 집안의 장손인데 물론 그 아인 헤어지지
말자고 사정을 했지만,
그 이후로도 일방적으로 나에게 연락을 하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했지만,
사실은 그가 날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가 중학교 이수 과정을 다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
둘은 성인이 되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공감대로 삼아 매일 매일 서로 만나
서 이야기하고 어울리고 그랬다.
창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꽤 성숙해서 턱수염도 까맣고 성기도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다.
그가 학교 체육 시간에 작아 져서 달라붙는 체육복을 입었을 때 느꼈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체육복을 벗으려 의자위에 올라가 깽깽이를 하며 체육복 바지를
내릴땐 하얀 삼각팬티 좌측 또는 우측으로 그의 소리나지 않는 멋진 방울도 가끔
보였다.
나보다도 더 하얀 피부를 가졌었다.
교회를 가는 날이면 우린 부모님들이 함께 구입해 주신 정장을 입었는데
난 아기 티가 좔좔 흘렀지만 창우는 매우 듬직한, 도회적 이미지가 나는 청년으로 보
였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일요일은 학교도 학교지만 우린 정말 해방감을 느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하느님 앞에서 '심히 좋아 보이도록' 최대한 건전하
게 서로를 아껴 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같은 좌석에 앉아 예배를 보면서도 몇 초가 지나면 서로가 잊혀질라 걱정되는
듯 눈길을 맞추고 피식피식 웃곤 했다.
서로의 손을 의자 밑으로 내려 목사님의 연설이 끝나고 찬송을 하기 전까지 진땀이
나게 꽉 쥐는 것은 거의 일요일의 일상이었다.
내가 성경 구절을 잘 못 찾아 곤혹스러워 할 때면 창우는 파릇한 면도자국이 있는 그
의 볼을 내 얼굴에 닿을랑 말랑하게 가져다 대고 대신 자기가 성경을 넘겨주곤 했다.
얇은 성경책이 넘어가며 일으키는 미미한 바람에 살랑살랑 다가오던 그때 그의 싱
싱한 살냄새.
난 그때서야 젊은 사람의 살내음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우린 행복했다.
세상 모든 음악이 우리를 위해 만든 것 같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도 우리의 관심사안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명목으로 발을 들일 틈
이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은 우리 둘 뿐이었다.
용돈이 생기면 우린 서로에게 자랑대신 나눠 주기를 희망했고 좋은 선물이나 음식
이 집에 들어오면 항상 서로를 생각했다.
가끔 뭘 줄게 없나 생각이 나지 않을땐 우린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안타까움이 사라질 때까지 서로의 숨소리를 들려 주곤 했다.
우린 서로 살아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자주 확인 시켜 주어야만 했다.
우린 서로 정신적인 지주이자 가족보다 더 가까운 하나라는 개념에 가까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 장남인 큰형이 대학생 엠티를 가는데 우리도 껴주겠다고 하
는 것이 아닌가.
아마 심부름과 잡일을 시킬 사람이 없어서였겠지.
여하간 우리가 오붓하게 둘이 교외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평소에 걱정하던 부모님의 허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오우케이.
엠티 떠나기 전날 스무명정도의 건장한 청년과 여성당원들이 우리집 거실에 모였다.
형이 창우와 나와 둘이서 자전거를 끌고 시장을 좀 봐오라고 했다.
창우가 자전거를 끌었고 그 뒤에 내가 탔다.
초저녁이라고 사내녀석 둘이서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왠지 민망하게 느껴졌
다.
창우는 뭐가 어떠냐고, 소심하다고 그랬지만 난 그래도 뒷좌석에 뒤로 돌아 앉아서
거꾸로 그의 허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의 허리를 잡는다는 것이 그만 그의 중앙청 입구에 양손을 갖다댄 것이다.
\"으악...헤헤\"
나도 모르게 쑥스러운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는데.
창우는 뒤를 힐끔 돌아보며 변성기 지난 굵은 작은 목소리로 \"좋아?\"라는 질문을 흘
렸다.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준 목소리였다.
그리곤 더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었다.
다시 그의 허리를 잡았는데 너무도 탄탄했다.
자전거의 덜컹거림에 내 손의 응큼함을 맡기고 그의 \"王\"자가 새겨진 단단한 배를
어루만졌다.
페달을 돌리기 위한 그의 다리 근육 때문에 배 근육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심하게 자전거가 덜컹거려 다시 한번 내 손이 그의 거기를 스치게 되었다.
마치 파스텔로 주위가 칠해지듯 시간이 우리 주위를 꽁꽁 묶어 대는 듯했다.
그의 힘차고 곧게 뻗어 있는.., 내 무언의 갈증에 대한 그의 반응.
다시 한번 그는 \"좋아? 정말.., 좋아?\" 확인하는 듯 싶었다.
신음이 섞인 속삭이는 목소리.
마지못해 대답대신 대 뒷통수를 그의 등에 기댔다.
조용히 속삭였다.
\"후~ 네가 내 여자 친구였으면...\"
그는 껄껄 크게 웃으며 \"으아!~~\"하고 하늘을 보며 큰 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얻었다는 즐거운 그 목소리.
주위 사람들이 우릴 이상한 눈으로 주시했다.
우린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우가 페달을 밟았기 때문인지 약간 헐떡이며 말했다.
\"내일..,헉헉..,말이야.., 우리집에 텐트가 두 개 있거든, 후후..,
우리 둘만 쓸 수 있는 텐트치자!
알았지?\"
그때 창우는 같은 나이인데도 왜 그렇게 순진하고 맑아 보였을까.
난 죄인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창우가 즐거워 할수록 난 뭔가 다른 생각을 해야 했다.
내 손에 조여가는 금기라는 수갑을 어떻게 하면 남들 보기에 보편적인 악세사리로
바꿀 수 있을까...
창우의 입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단내가 자전거 뒷자석에 뒤로 돌아 앉아 있는 나의
코를 감쌌다.
\"이 자식아! 운전이나 똑바로 해!\"
나의 웃음 섞인 대답이었다.
창우는 힐끔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더 힘차게, 시장 쪽으로 더 힘차게 페달을 밟았
다.
그제 서야 뽈도 그 대담성의 한계를 보이고야 만다.
우리 둘은 서로 교합한 체로 그냥 정지해 버렸다.
시간이 둘의 긴장으로 인해 정지해 버린 듯했다.
올라온 사람은 바로 그 집주인이었다.
뽈과 그 집주인은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인 듯 싶었다.
뽈과 집주인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뽈의 허리를 재빨리 뒤로 움직여 자기의 성기를
내 몸에서 빼냈다.
\"뻑\"하는 소리와 함께..,
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들어올 때보다 갑자기 나갈 때가 더욱더 아팠다.
나의 구멍이 마치 영화에서나 나오는 블랙홀의 흡인력을 받은 것처럼 어디론가 빨
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당황한 집주인..,
뽈은 벌써 바지를 올렸지만 난 일어설 수 조차 없었다.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갓 태어난 송아지처럼 휘청거리다가 그냥 바닥
에 엎드리고 말았다.
내가 살아온 기간 중에 최악의 상황이었다.
노오란 살이 다 드러난 나체로 엎드려서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나의 모습.
집주인과 나의 눈이 마주 쳤을땐 난 이미 개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내 입에서 금방이라도 \"멍멍\"이라는 소리가 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눈을 피해 부끄러운 내몸을 살폈다.
평소에 예민한 피부인데 뽈의 그 까실한 턱으로 한편의 엥포르멜 추상화를 연상시키
는 벌건 자국들이 온몸에 나있었다.
뽈이 프랑스어로 진지하게 무어라고 집주인에게 말했다.
집주인은 금방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다시 내려갔다.
뽈이 금갈색 머리를 뒤로 슬슬 쓸어 넘기면서 나에게로 다가와서는 이마에 키스하
고 침대 위에 얇은 면 이불을 내 몸에 감싸주었다.
그리고는 자기가 어디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꽤 직위가 높은 사람이고 꽤 좋은 집에
서 산다고..,
듣고 싶지 않은 얘기였다.
그리고는 명함을 줬다.
난 받지 않았다.
그랬더니 내 벗어놓은 바지 뒷주머니에 아예 자기가 꽂아 버리고는 내 전화 번호를
달라고 한다.
오기가 났다.
전화번호를 줘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아예 풋내기가 아닌 프로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나의 이 오만한 수
치감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다시 그에게 물었다.
\"당신 돈 얼마나 많아요?\"
난 빤히 그의 눈을 주시했다.
그의 눈이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하게 아예 골키퍼가 골을 지키듯 눈을 좌우로 빠르
게 움직이며 그의 시선을 몰아 버렸다.
그는 여유 있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한쪽 눈을 파르르 감더니
\"난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아\"
역시 물샐 틈이 없는 그의 방어였다.
\"애인 있어요?\"
이번엔 뽈이 좀 긴장한 듯했다.
\"있어..,\"
\"안된 일이군요..,\"
버릇없어 보이는 눈길로 그를 위아래로 훓어 보며 베시시 웃었다.
그리고 입술에 있는 힘을 다 주며 \"뿝\"소리를 내뱉았다.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그 녀석이랑 헤어지고 싶어..,\"
\"장난하지 마세요... 전 섹스 파트너를 찾지 않아요...그냥...\"
이렇게 말하는 순간 그가 나의 말꼬리를 확 잡아채더니
\"장난이 아니라 난 네 스타일과 네 느낌이 아주 맘에 들어\"
난 당장이라도 그의 말을 물고 늘어지고 싶었지만 왠지
지나친 반응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한것이 생각이 났다.
\"과녁을 향해 조준을 할 때 절대로 입을 벌리지 마라!\"
그게 여기서 적용이 될 줄이야.
그를 나의 사냥감으로 만들고 싶었다.
마구 요리해서 그가 즐기는 인생의 행로가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온통 유치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올랐다.
난 잠시 휴지로 나의 몸을 구석구석 닦은 다음 옷을 입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가겠
다고 했다.
내 긴 다리를 일부러 텅텅거리며
내려와 버렸다.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애썼다.
시간이 너무도 안지나갔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다들 이태원에 있는 댄스 바에서 2차를 기약하며
콩알 굴러가듯이 자리를 비웠다.
데이비드가 날 한참을 찾았다고 투덜거렸다.
데이비드와 나란히 언덕을 걸어내려 오는데 누가 소리를 외쳐댔다.
자기 차를 태워주겠다고...
난 사양했는데 그 사람이 자기 차의 조수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아까 그 폴이 조수석에서 긴장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일행이 있는데요...\"
\"괜찮아요! 어서 다들 함께 타세요.\"
데이비드가 눈치도 없이 땡큐를 연발하면서 강아지가 집주인 따라가듯 재빨리 올라
타버렸다.
\"저 뽈이라는 신사 아예 오늘 나와 끝을 보려는게군...\"
조용히 올라탔다.
어떻게 저 신사를 골려 주나 요리조리 진땀을 빼며 이태원에 도착할 때까지 좋지도
않은 머리로 골머리를 짰다.
\"기가 막히는 일이군.., 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자 바로 애인을 버리겠다고 말하다
니 도대체 상식이 있는 넘인가... 내가 그걸 믿게 보일 정도로 점수를 잃었나, 아님
날 우습게 보는건가...\"
난 어릴 적부터 버림을 받는데 익숙해져 있다.
부산 광복동에 있는 빌딩에서 아버지는 선박회사를 운영하셨고 큰 원양어선도 두
척이나 가지고 계셨다.
가끔 선원 수출도 하시고 무역에 손을 대시기도 하셨다.
하늘에 무슨 그렇게 빼어난 첩을 여럿이라도 두셨는지 그냥 갓난 아기인 나를 버리
고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버리셨다.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존재가 왜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나, 사춘기를 겪으면서 불알 친구인 창우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니, 서로 사랑하
고 그러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나에게 절실한 존재인지를 점점 깨닫게 되어갔다.
남자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관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창우때문에.
그 뒤론 가끔 혼자서 집에 말도 안하고 부산 용호동 천주교 묘지에 내려가 아버지에
묘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올라앉아 하루 종일 바다구경을 하고 오곤 했다.
거기서 항상 빼놓지 않고 했던 생각이,
\"혹시 아버지도 이반이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내려 올때면 묘지입구에 쇠창살을 들고 험상궂게 표정을 지은 아
기 천사상이 날 노려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창우라는 녀석.., 그 녀석도 훌륭한 공무원 집안의 장손인데 물론 그 아인 헤어지지
말자고 사정을 했지만,
그 이후로도 일방적으로 나에게 연락을 하고 집 앞에서 기다리고 했지만,
사실은 그가 날 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가 중학교 이수 과정을 다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
둘은 성인이 되어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공감대로 삼아 매일 매일 서로 만나
서 이야기하고 어울리고 그랬다.
창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꽤 성숙해서 턱수염도 까맣고 성기도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다.
그가 학교 체육 시간에 작아 져서 달라붙는 체육복을 입었을 때 느꼈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체육복을 벗으려 의자위에 올라가 깽깽이를 하며 체육복 바지를
내릴땐 하얀 삼각팬티 좌측 또는 우측으로 그의 소리나지 않는 멋진 방울도 가끔
보였다.
나보다도 더 하얀 피부를 가졌었다.
교회를 가는 날이면 우린 부모님들이 함께 구입해 주신 정장을 입었는데
난 아기 티가 좔좔 흘렀지만 창우는 매우 듬직한, 도회적 이미지가 나는 청년으로 보
였다.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일요일은 학교도 학교지만 우린 정말 해방감을 느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하느님 앞에서 '심히 좋아 보이도록' 최대한 건전하
게 서로를 아껴 주었기 때문이었다.
우린 같은 좌석에 앉아 예배를 보면서도 몇 초가 지나면 서로가 잊혀질라 걱정되는
듯 눈길을 맞추고 피식피식 웃곤 했다.
서로의 손을 의자 밑으로 내려 목사님의 연설이 끝나고 찬송을 하기 전까지 진땀이
나게 꽉 쥐는 것은 거의 일요일의 일상이었다.
내가 성경 구절을 잘 못 찾아 곤혹스러워 할 때면 창우는 파릇한 면도자국이 있는 그
의 볼을 내 얼굴에 닿을랑 말랑하게 가져다 대고 대신 자기가 성경을 넘겨주곤 했다.
얇은 성경책이 넘어가며 일으키는 미미한 바람에 살랑살랑 다가오던 그때 그의 싱
싱한 살냄새.
난 그때서야 젊은 사람의 살내음이 어떤 것인지 알았다.
우린 행복했다.
세상 모든 음악이 우리를 위해 만든 것 같았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도 우리의 관심사안에 인간이라는 존재의 명목으로 발을 들일 틈
이 없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은 우리 둘 뿐이었다.
용돈이 생기면 우린 서로에게 자랑대신 나눠 주기를 희망했고 좋은 선물이나 음식
이 집에 들어오면 항상 서로를 생각했다.
가끔 뭘 줄게 없나 생각이 나지 않을땐 우린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안타까움이 사라질 때까지 서로의 숨소리를 들려 주곤 했다.
우린 서로 살아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자주 확인 시켜 주어야만 했다.
우린 서로 정신적인 지주이자 가족보다 더 가까운 하나라는 개념에 가까워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집 장남인 큰형이 대학생 엠티를 가는데 우리도 껴주겠다고 하
는 것이 아닌가.
아마 심부름과 잡일을 시킬 사람이 없어서였겠지.
여하간 우리가 오붓하게 둘이 교외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평소에 걱정하던 부모님의 허락은 두말할 나위 없이 오우케이.
엠티 떠나기 전날 스무명정도의 건장한 청년과 여성당원들이 우리집 거실에 모였다.
형이 창우와 나와 둘이서 자전거를 끌고 시장을 좀 봐오라고 했다.
창우가 자전거를 끌었고 그 뒤에 내가 탔다.
초저녁이라고 사내녀석 둘이서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왠지 민망하게 느껴졌
다.
창우는 뭐가 어떠냐고, 소심하다고 그랬지만 난 그래도 뒷좌석에 뒤로 돌아 앉아서
거꾸로 그의 허리를 잡았다.
그런데 그의 허리를 잡는다는 것이 그만 그의 중앙청 입구에 양손을 갖다댄 것이다.
\"으악...헤헤\"
나도 모르게 쑥스러운 웃음으로 넘기려고 했는데.
창우는 뒤를 힐끔 돌아보며 변성기 지난 굵은 작은 목소리로 \"좋아?\"라는 질문을 흘
렸다.
아랫배에 잔뜩 힘을 준 목소리였다.
그리곤 더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이었다.
다시 그의 허리를 잡았는데 너무도 탄탄했다.
자전거의 덜컹거림에 내 손의 응큼함을 맡기고 그의 \"王\"자가 새겨진 단단한 배를
어루만졌다.
페달을 돌리기 위한 그의 다리 근육 때문에 배 근육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었다.
잠시 후 심하게 자전거가 덜컹거려 다시 한번 내 손이 그의 거기를 스치게 되었다.
마치 파스텔로 주위가 칠해지듯 시간이 우리 주위를 꽁꽁 묶어 대는 듯했다.
그의 힘차고 곧게 뻗어 있는.., 내 무언의 갈증에 대한 그의 반응.
다시 한번 그는 \"좋아? 정말.., 좋아?\" 확인하는 듯 싶었다.
신음이 섞인 속삭이는 목소리.
마지못해 대답대신 대 뒷통수를 그의 등에 기댔다.
조용히 속삭였다.
\"후~ 네가 내 여자 친구였으면...\"
그는 껄껄 크게 웃으며 \"으아!~~\"하고 하늘을 보며 큰 소리를 질렀다.
무언가 얻었다는 즐거운 그 목소리.
주위 사람들이 우릴 이상한 눈으로 주시했다.
우린 아랑곳하지 않았다.
창우가 페달을 밟았기 때문인지 약간 헐떡이며 말했다.
\"내일..,헉헉..,말이야.., 우리집에 텐트가 두 개 있거든, 후후..,
우리 둘만 쓸 수 있는 텐트치자!
알았지?\"
그때 창우는 같은 나이인데도 왜 그렇게 순진하고 맑아 보였을까.
난 죄인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창우가 즐거워 할수록 난 뭔가 다른 생각을 해야 했다.
내 손에 조여가는 금기라는 수갑을 어떻게 하면 남들 보기에 보편적인 악세사리로
바꿀 수 있을까...
창우의 입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단내가 자전거 뒷자석에 뒤로 돌아 앉아 있는 나의
코를 감쌌다.
\"이 자식아! 운전이나 똑바로 해!\"
나의 웃음 섞인 대답이었다.
창우는 힐끔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더 힘차게, 시장 쪽으로 더 힘차게 페달을 밟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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