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교습 4화. < h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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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훈이를 부축해 눕히고 이상은 거실에 있는 선풍기를 가져다 틀었다. 선풍기는 바람을 일으키며 누워있는 훈이를 바라보았다. 잘 익은 감처럼 밤 하늘에 매달린 달님 덕분에 베개에 머리 베고 이상을 쳐다보는 훈이의 모습이 은은한 은빛으로 빛나 보였다.






- 바람 그 쪽으로 가니?



- 그래. 시원해. 어서 와. 자자.



- 뭐? 목 말라? 물 갖다 줄까?






훈이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이상은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훈이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침대로 걸어갔다. 무언가에 홀려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옛날 선녀들이 타고 다니던 구름사다리가 있다면 그 길을 걸을 때마다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이상은 침대에 올랐고 훈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상의 늘씬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 상아. 자자. 피곤하지?




- 그래. 피곤해. 빨리 자자,,,




- 상아.




- 왜?




- 너무 좋아.




- 피,,,, 빨리 자자. 조금 있으면 아침 될거야.








훈이는 이상의 허리를 안으며 가슴팍으로 비비고 들었다. 상이는 그런 훈이를 꼭 안아 받아들였다. 불어오는 선풍기바람에 입고 있는 얇은 면티가 펄럭였다. 이상은 훈이의 머리에 지긋이 코를대어 냄새 맡았다. 은은한 허브비누 향이 번져 올랐다. 세상의 일을 불행과 행복으로 극단적으로 나누는 일은 허무한 것일 수 있다. 무조건 불행을 거부하면 행복을 찾을 수 없고 행복만 찾다보면 불행해지니까 말이다. 불행과 행복은 손바닥 안과밖과 같아서 서로 떨어 질 수 없는 것이다. 상이의 지금 이 순간은 행복했다. 앞으로 또 찾아 올 불행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훈이를 가슴에 안고 잠들수 있는 밤이 너무나 행복했다.









달빛이 빼꼼히 열린 창사이로 흘러 들어왔다. 검푸르게 빛나는 달빛 한줄기가 이상의 머리칼을 타고 이마로 흘러 짙은 눈쎂에 와 닿았다. 그리고 달빛은 다시 천천히 흘러 속 쌍거풀속에 박혀있는 이상의 눈동자에 맺혔다. 훈이는 고요히 상이의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 상아.




- 응?




- 너 눈 예쁘다.



- 웃기는 소리하지 말구,,, 자라. 자.











선선한 바람이 창문으로 새어 들어왔다. 상이가 창가를 쳐다보니 세상이 온통 파랗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축복받은 새벽이었다. 훈이가 입고있던 하얀 면티가 땀에 살짝 젖어 있었고, 이마에도 송글송글 물 방울들이 열리고 있었다 ' 미련하긴,,, 더우면 떨어져서 자면 될 것을 꼭 붙어서 잤구나,,,' 이상은 소리죽여 웃다가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서 얇은 이불로 훈이의 배를 덮어준 후 선풍기를 20분 정도 더 돌아가게 맞추어 놓았다. 그리고 살며시 집밖으로 빠져 나왔다. 여름날의 상쾌함은 무척이나 낯을 가려서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찾아 볼 수 없다. 이렇게 부지런히 새벽을 만나는 사람이나 밤새 잠들지 못하고 새벽을 맞이하는 몇몇만이 그 상쾌함을 느낄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








이상은 형광등 밝은 편의점에 들어갔다. 망설임없이 찬거리 코너에 가서 즉석북어국을 하나 사고 계산대로 향했다.






- 이거 주세요,,,,




- 네,,,







찌개상자의 바코드를 기계가 읽어 내려가며 '삑'소리를 낼때 상이는 계산대 앞에 싸인 차음료수들을 바라 보았다. 간단히 뚜껑을 열고 따뜻한 물만 부으면 마실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종류가 퍽 다양했다. 모커커피, 카프치노, 헤이즐넛,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이라 쭉 한번 쳐다보기만 하고 계산이 끝나자 인사를하고 돌아 설려고 하였는데 문득 노란 컵이 눈에 들어왔다. 꿀차.






- 이거 뭐에요?




- 꿀차에요,,, 여기 뚜껑을 여시고 물만 부으면 되는건데요,,,



- 이 것도 주세요.









발걸음이 가벼웠다. 눈에 보이는 초록 가로수들의 나뭇잎들도 어제 보다 더 싱그럽게 보였고,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갈색목도리 참새들의 종종걸음도 오늘따라 경쾌하게 보였다. 어느정도 걷다가 상이는 뛰기 시작했다. 보여주고 싶었다. 훈이가 일어나기 전에 보글보글 끓여 놓은 북어국을 보여 주고 싶었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파란색 하늘이 조금씩 밝은 무채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상이는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렌지에 불을 켰다. 방안을 들여다 보니 훈이는 세상 모르고 잠자고 있었다.








- 상아. 왜 문을 열어 놓고 그래?




- 아,,, 엄마.




- 뭐하니?




- 응,,,, 국 끓여.




- 왜? 어제 엄마가 끓여 놓은 된장찌개 남았을텐데,,,, 다 먹었니?




- 그게 아니구요,,, 그냥 북어국이 먹고 싶어서,,, 저기, 훈이 놀러왔어요. 어제 밤에 늦게 왔어요. 저기,,, 같이 밥먹고 학원 갈거에요.




이상의 어머니는 방안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훈이를 들여다 보았다.




- 훈이 어머니께도 우리집에서 자고 간다고 연락한거지?




- 모르는데,,, 일어나는데로 하라고 하지뭐,,, 피곤하시죠? 얼른 씻고 나오세요. 제가 무진장 맛있게 끓여 놓을께요. 어제 밤엔 손님 많았어요?




- 음,,, 그래. 어때? 과외선생님은? 잘 가르치던?




- 네. 뭐라더라? 히히,,,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고, 원리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괜찮더라고요.




- 열심히 해. 엄마가 무리해서 시키는 거 알지?






상이의 어머니는 상이가 끄덕이는 것을 보고 세면실로 들어가셨다. 물이 끓을려고 냄비의 가장자리에 작은 방울들이 맺혔다. 상이는 컵으로 냄비의 따뜻한 물을 건져 꿀차의 뚜껑을 따고 부었다. 달콤하고도 진한 꿀냄새가 피어올랐다. 금새 투명했던 물이 노랗게 변해갔다. 냄비에 상자의 내용물을 부었다.







' 파도 잘라 넣어야 하나? 조리방법에 기호에 따라 넣으라고 했으니까 넣어 볼까? 계란도 있는데,,, 아냐. 계란은 괜히 넣었다가 지저분하게 부풀어 오르면않되니깐,,,, 계란은 넣지 말자 '









상이의 목을 다갈색의 단단한 팔이 감쌌다. 어깨위로 훈이의 턱이 올려져 있음을 이상은 느낄 수 있었다. 훈이는 상이의 목을 감쌌던 팔을 풀고 허리를 안았다.





- 뭐하는 거에요?




- 보면 몰라? 국 끓인다.




- 누구 줄려구?




- 내가 먹을려구.




- 어? 이건 뭐야? 꿀차같은데? 누가 어젯밤에 술 먹었나 보다.




- 세상에서 젤 미워하는 놈이 어제,,,,,







훈이는 상이의 등을 꼭 껴안았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려고 작정한 것 처럼 꼭 붙어서 안았다. 훈이의 체온을 느끼고 싶은 이상도 마냥 서있었다. 이렇게 찾아오는 고요가 어색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필요없었다.





노란색 꿀차에선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 훈아. 마셔.




- 고마워.




- 고맙긴,,, 자식아. 너 어제 술 많이 먹었잖어. 그만 하자. 엄마 나오시겠다.




- 조금만 더,,,




- 너,, 북어국 좋아해?




- 아니, 북어국은 싫어하는데 네가 끓여주는 건 좋아.




상이의 얼굴에서 얇은 미소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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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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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훈이를 위해서 북어 국과 꿀 차를 준비 하는 상이 .. 행복해 보입니다.  혹시 저를 위해서도 끓여 주실 수 있나요?  더위 먹지 않게 건강에 신경 쓰세요 . 건필 바랍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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