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우정사이(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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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온 바다의 숨소리가 거칠다..
아직도 채 가시지 않은 흥분으로 인해 달아오른 자신의
입술에 조심스레 손가락을 가져가 보는 그녀..
거울에 비친 모습이..뛰는 가슴 못지 않게 가관이었다..
볼주위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갈색머리..붉게 달아오른
입술..흥분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마치 권태기를 맞이한 결혼한 여자가 새로운 애인이라도
찾아낸듯..무료한 그녀생활에 신선한 충격을 준듯했다..
하지만 아직 마르지 않은 자신의 눈물을 보며 다시한번
현실로 돌아와버린 바다였다..
맞아..난..바다였지..
잠시 착각했어..
아주 ...잠...시..잊었어..
난 사랑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여자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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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듯..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온 준후를..
따듯히 맞아주는 준휘이다.
준휘 : 인제와..?? 늦었네..??
준후 : 응..
간단히 대답을 마친 준후가 거실을 지나쳐 자신의 방으로
발길을 옮기자 서운한듯한 준영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그의 귓가를 파고든다..
준영 : 난..안보여..?? 이젠..아예 인사도 안하기로 한거야..??
그의 목소리에..들어가려던 발길을 멈칫하곤..쇼파에
앉아..신문을 펼쳐들고 있는 준영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준후 : 날짜 지난 신문은 왜 보는거냐..??
준영 : 직업상..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야..!!
준후 : 네일은 지나간 과거를 더듬는게 아니라..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거잖아..!!
준영 : 과거 없는 미래는 존재하지 않아!!
준후 : 그럼 신문이나 똑바로 들고 보던지..
너...거꾸로 들었어..!!
준영 : 빌어먹을!!
준후의 조용한 목소리에 거칠게 욕을 내뱉는 준영이
못참겠다는듯..벌떡 일어나 형에게 다가간다..
준영 :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다니는거야..??
준후 : 알아듣게 애기해라..!!
준영 : 날 속이려 하지마!! 형..밤낮 세워가며 잠도 안자고
시뻘게진 눈으로 뭘 계획하는지 대충은 짐작하니까..
준영의 꼭 다문 붉은 입술을 바라보던 준후의 눈동자는
그의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듯 했지만.
이내 테이블위에 있는 종이 뭉치를 들고와 자신의 앞에
격하게 흔들어 보이는 준영의 행동에..
당황하고 마는 그였다..
준영 : 형은..사람의 신체구조나..파악하는 일에 흥미가
있을줄 알았는데..이게..뭐지..???
태영건설의 재무구조와 그동안 진행해오던..사업실태까지
모조리..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돼어 있어..
흥분한 준영의 목소리가 넓은 거실안을 쩌렁쩌렁 울린다..
무섭도록..자신을 제어하는 준영이 아무리 화가나는 상황이
오더라도..결코 큰소리를 내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아는 준후로써는 그의 그런 반응이 결코 달갑지 않았다..
아마도 삼형제중 가장 사리판단이 빠른 그가..외환딜러라는
직업에 걸맞게...수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더욱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은 수치뿐만 아니라..
그 내용까지 너무 정확히 파악해버렸다는 것이었다..
준후 : 네가 신경쓸정도로..큰일 아니다..!!
준영 : 신경쓰지 말라고..?? 젠장할!!!
얼마전엔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오고 요새들어..
부쩍 피곤해보이는 형의 모습...
원인이 이거 아니야...???
그리고 이것은 건설업계에선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태영건설을 순식간에 풍지박산 낼수 있는 자료들이야!!
한눈에 봐도...어마어마한 비리들로만 똘똘 뭉친 태영이란걸
알수가 있다고!!
주가조작부터..부실공사..세금 문제까지..
태영건설을 쓰러트리려고 아주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
이런 자료들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게다가..그동안 쌓아왔던 인정할만한 공로들은 단 한줄도
나와 있지 않아!!
완전히..의도적이야!
준영의 검은 눈동자가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는 준후였다..
준후 : 그 공로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만큼 떠들석하게
행해져 왔으니까..굳이 명시할 필요는 없었다..!!
준영 : 내 말뜻은 그게 아니란걸..형은 알텐데..
준후 : .....
준영 : 난..형이 영특하다는건 알았지만..이런쪽으로까지
뛰어난다는건..오늘 처음 알았어!!
대단해!!..전문가도 감히 꼬집어 내기 힘든 작은 수치 몇개로
이런 사실들을 유추해내다니..
단순히..머리좋은 장준후가..아니라..천재라 칭송해줘야 겠어!!
준후 : 그래서 내입에서 무슨 대답이 듣고 싶은 거냐!!
준영 : 이 어마어마한 자료들을 만든 의도가 뭐야!!
그것도 태영건설..형의 둘도 없는 죽마고우인
정훈형의 회사를 상대로..
준후 : 네가 걱정하는게 그거냐!!...그렇다면 안심해라!!
그게 공개되는 날은 오지 않을테니..
준영 : 지금..나보고 이런 자료들을 단순히 재미로
만들었다고..말하고 있는거야..??
준후 : 내가 알아서해..
나 모질지 못하다는거..네가 더 잘알잖아..
준영 : 난..단지 지금 형이 하고 있는 이일때문에..
형에게..피해가 오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이야..
나..이기적인거 알잖아..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형이 힘들어할것 같아서 그래..
형의 성격..너무도 잘알기 때문에..
정훈형이 힘들어 하면 형은..더 힘들어 한다는것..
너무도 잘알기때문에..
그게..그..게...걱정되는거야..
준후 : 네 이런모습..남들이 보면 뭐라할가..!!??? 훗...
가족에게만 간간히 비춰지는 준영의 약한 모습에
부드럽게 웃어주며..그의 손에 들린 종이뭉치를 가볍게
빼앗아 자신의 방으로 모습을 감춰버리는 준후였다..
그런 그에게 더이상 묻지도..추궁하지도 못한채..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뼈마디가 꺽일정도로..주먹을
세게 쥐어보는 준영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준휘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준휘 : 작은형..큰형이 그렇게 큰일을 벌이고 있는거야..??
그리고 그게..얼마전 큰형이 쥐어터지고 온 사건과 관련이
있는거야..??
준영 : 단지..내 짐작일 뿐이야..
준휘 : 형의 짐작이라면..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꺼야..
정말 좋은 히든카드를 쥐고도..
정때문에.,.
정에 이끌려..
남에게 져주는 큰형이잖아..
그래..준휘야..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제발..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요즘본 형이 모습은..예전에 우리가 보던 모습관 달라..
그래서 걱정된다..
평소와 다른 형의 대담함과..거친행동에..믿음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준영의 까만 눈동자가 준후에 대한 암당한 걱정으로 인해
심하게 흔들린다..
불길한 예감..
단한번도 빗나간적 없는 동물적인 그의 직감에..
다시한번..섬뜻함을 느끼는 준영..
그런..그가.. 준휘의 어깨를 툭 치며..발길을 옮긴다..
준영 : 늦었다..들어가 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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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영을 뒤로 한채 방으로 들아와 책상앞에 스탠드를
켜고.. 회전의자에 몸을 맏긴 준후..
그동안 쌓였던..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듯..
팔다리에 힘이..쫙 빠져나감을 느낀다..
그런 그가.. 준영의 손에서 빼앗아든 종이 뭉치를 바라보다..
짜증스러운듯..잔쯕 인상을 구기며..책상위로 던져버리곤..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고..고개를 뒤로 젖혀본다..
참으려 했다.
막으려 했다..
점점 격해지는 내 감정을..
점점..커져만가는 내 사랑을..
하지만..이젠 안돼..
더이상 버틸수가 없어..
방법은 하나..바다와 거리를 두는것..
그녀를 정훈에게 돌려보내는것..
결국..내손에 쥔 이열쇠로..정훈이 어머니의 닫힌 마음을
여는것...그것뿐이다..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 보이는 준후..
그럴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 잔혹하고..야속하다 욕해보지만..
정훈에게 미안한 마음을 뒤로한채..굳은 결심을 하는 그였다..
오래간만에 외출을 하려 몸단장에 나선 이여사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잘손질된 까만 머리를 세련되게
틀어올린후..아이보리색의 고급 투피스를 꺼내드는 그녀의
행동이..갑작스런 노크소리에 멈칫한다..
" 사모님..응접실에 손님 오셨는데요.."
이여사 : 누구..??
" 저기..그게.."
당황하는 가정부의 말에 잔뜩 신경이 날카로워진 그녀가 소리를
지르고 만다..
이여사 : 까마귀고기라도 먹은거야..!!!????
그녀의 톤높은 목소리에 그제서야..조심스레 말을 꺼내보는
가정부였다..
" 장준ㅎ.."
이여사 : 됐어!! 나가봐!!
장준후란 이름을 읊어내기도 전에 신경질적으로
딱 잘라버린 그녀가..들고 있던 투피스를 난폭하게
팽게친다..
뭣때문에 나타난거냐..
아직 모습을 드러낼때가 되지 않았는데..
난 아직 시작도 않했는데..
갑작스런 준후의 등장에 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온몸을
휩쓴다..
천천히 발길을 옮겨 응접실로 들어선 이여사의 눈에..
언제나 그렇듯..깔끔한 베이지 정장에..부드러운 갈색머리가
자연스럽게 흘러 내려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가 보인다..
이여사 : 오래간만이구나..
마음에도 없는 인사라는걸 알면서도 웃으며 되받아치는 준후..
준후 : 예..안녕하셨어요..??!!
이여사 : 난 그럭저럭 잘 지냈다..앉거라!!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잠시 몸을 일으켰던 준후에게 다시한번
앉으라 권유하는 이여사..
이여사 : 뭐좀 마실래..??
준후 : 아뇨!! 됐습니다..
저..여기 오래 앉아있고 싶지 않습니다..!!
이여사 : 그거참!! 유감이구나..
여유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이여사였지만..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준후의 그 한마디로 인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검지손가락에 끼워진 커다란 반지를 습관처럼 돌려보는
그녀의 손에 촉촉한 땀이 베어나온다..
오냐..이놈..!!
네입에서 얼마나 대단한 말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발버둥쳐봐야 내 손바닦안이다..
네 감정을 내게 들킨 이상..열쇠는 내가 쥔거야..!!
반지를 돌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짓던 준후의
눈동자가 한순간 싸늘히 식는다..
이여사 : 말하기 곤란한 일인가 보구나
준후 : 아뇨..곤란하다기 보다는 죄송스런 말이라 해야 맞겠죠..
내심 불안해 하고 있는 이여사에 비해..무척이나 차분한 준후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숨이 막히는 긴장감을 느낀..이여사..
평소와 다른 그의 싸늘한 눈빛에 엉덩이뼈부터..척추를 통해
전해져 오는 썸짓한 냉기가 온몸을 뒤덮는다..
이여사 : 아마도 바다에 대한 이야기 같구나..
준후야..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난 허락할수 없다..
네가 아무리 부탁하고 사정해도 난 그애를 받아들일수 없어..
준후 : ....
대답이 없는 준후..
이여사의 입에서 나올 바다를 향한 모진말을 대비해..
자신의 주먹을 꼭 쥐어본다.
이젠..참을 만큼 참았습니다..
바다를 무시하고 그녀의 심장을 쥐어짜는듯한..생각없는 발언..
그만두십시요..
제 이성이 조금이나마 머물고 있을때..그만두시란말입니다..
이여사 : 지금 너만해도 그래..넌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그애를 약혼녀로 내세운게 잘한 일이라 생각하니..??
천만의 말씀!!
이미 여기저기서 수근대고 있어!!
그리고 그 수근거림을 놓칠 기자들도 아니야.!!
두고봐라!!
네가 바다를 정훈에게 돌려보낸답시고 파혼을 선포하는날..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는 언론을 막기엔..네 할아버지조차도
무리일꺼야..
준후 : 그런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이여사 : 뭐..???
준후 : 저희 할아버님 애기까지 꺼내시며 설득시키려 해도..
안통한단 말씀을 드리고 있는겁니다!!
이여사 : 너까지 바다에게 미친거냐..??
그녀의 그 한마디에 준후의 눈동자가 사납게 변하고 만다..
그걸본..이여사..
순간이었지만..잠시..스쳐가는것에 불과했지만..
준후의 눈동자에 언뜻 비친 강한 살기를 놓치지 않았다..
머리에서 경보음이 울린다..
적색신호!!!!!
순간적으로 쇼파에서 튕기듯..일어난 이여사..
일인용 가죽쇼파의 등받이를 잡은채 간신히 버티고 있는 그녀였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표내지 않으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척 해보지만..
이미 그녀의 그런 심경을 눈치챈듯..준후가 느린 동작으로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무언가를 테이블에 꺼내놓으며 고개를 들어
다시한번 이여사를 마주본다..
준후 : 저..멀쩡합니다..어머니!!
이제서야..제정신으로 돌아온것 같아요..
항상 어머님 앞에만 서면 미칠듯한 분노가 제몸안을
휩쓸고 다녔습니다..
다만..그 분노덩어리들을..엄청난 자제력으로 몸안에 가두고
있었던 거지요..
하지만..이제부턴..그러지 않을겁니다..!!
아니..이번만큼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오직..감정에
충실하려 합니다..
이여사 : 이놈!! 너마저 홀렸구나..
바다..고 요망한것이..너마저 잡고 말았구나..!!
준후 : 말씀 삼가해주십시요..이제부터 더이상 그녀를
더러운 병원균보듯..추한..창녀대하듯..하지말란 말씀입니다!!
더이상..참고..있기..힘이듭니다..
제발...제..발..그만하십시요..
이여사 : 네..네가..나한테 원하는게 뭐냐..!!
도대체..뭘 원하는 것이냐..!!
침착하려 했지만..누군가 그녀의 심장을 움켜쥔듯..
몰아쉬는 숨마저..그녀에게 버거웠다..
그런 가뿐 숨을..그동안은 부의 상징이라며..
선호했던..숨막히는..응접실안의 웅장함때문이라..핑계를
대어보지만..이미..그녀의 눈동자는..인정하고 있었다..
준후 : 바다를 인정해주십시요..
그녀와..정훈의 결혼..이제그만..허락해주십시요!!
이여사 : 안된다!!
내눈에 흙이 들어가기전엔..절대로 안돼!!
네가 백번을 무릎꿇고 사정해도..절대로 안되는 일이야!!
자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조차..무슨말인지
모를정도로..흥분한 이여사..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준후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조차
엿보이지 않았다..
준후 : 제말뜻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전 사정하는게 아니라..강요하는겁니다..협박하는 겁니다..
바다를 받아들여주시지 않는다면..그동안 이회장님이 피땀흘려
일으켜세운 태영건설이 밀려오는 바닷물에 힘없이
쓸려가버리는 모래성처럼..그렇게 덧없이 무너져 내릴것입니다..
잘생각해보십시요..
태영건설의 흥망이 어머님손에 달렸습니다..
어머님 선택에 달렸습니다..!!
준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말에 소름이 돋는 이여사..
하지만 아무리 정신이 없다해도..결코 준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준후 : 그동안 태영건설이 지금의 모습으로 거듭나기위해..
남몰래 벌렸던 온갖 파렴치한 일들!!
무참히 짖밟혔던 힘없는 중소기업..그들은 법에 대해
알지 못했기때문에..모든걸 잃어야 했습니다..
완공된지..5년만에 사람이 생명을 위협할정도까지 헐어버린
고가다리..그런상황에서도 정부가 들고 일어나지 않았던..이유..
사람이 생명보다는 돈이 먼저라는 비겁한 사회의 단면을
아주 잘표현했지요..
그밖에도 무리한 공사추진으로 인해 바닦난 자금 충원..
회사 지분의 30%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들이 어마어마한 손실을
봤습니다..
자..더읊어 드릴까요..???!!!
그의 반문에 손을 내저어보이며..기어이는 주저 앉고 마는 이여사..
그런 그녀를 향해 낮고 부드러운 준후이 음성이 다시한번
귓전을 파고 든다..
준후 : 표리부동한 태영건설의 모습입니다..!!
지금은 불경기라 건설회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아무리 큰 태영건설이라도 예외일순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더욱이 이번 제2의 한강대교 건설하는데..태영건설이
후보에서 밀려났다지요..??
어머님!! 그..오다..제가 힘이 될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잘생각해 주십시요..
내일까지..정훈의 입을 통해..기쁜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싸늘히 말을 마친 준후가 이여사에게서 등을 돌린다..
그리곤 옮기던 발길을 멈칫하더니 등을 돌리지 않은채..
다시한번 이여사에게 경고를 주는 그였다..
준후 : 바다를 만나..해결을 본다거나..정훈에게..SOS신청
을 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제가 말씀드렸지요..??
이제부턴..머리로 움직이지 않고..모든것을 뛰는 심장에
맏길것입니다.. 일말이 동정심이나 이해심..꿈도 꾸지 마십시요..
준후의 마지막말!!
이여사의 마음에서 자라나는 일말이 희망마저도..무참히
짖밟아버리는 말이었다..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린는 이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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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이 않은 격한 분노로 인해 온몸이 저려오는 준후..
바다를 더러운 버러지 보듯하는 이여사의 말투에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참을수 없는 분노가..그의 이성을 뒤흔들고..끝내는
또다른 장준후를 창조해 내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은 준후의 손에 필요이상이 힘이 들어가고..
결국은 더이상 차를 몰지 못하고..도로 한켠에 세우고 만다..
참을수 없었다..자신의 허물은 바로보지 못하고..
바다의 더러움만을 찾아내는 인간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왜 그리도..돈과 권력에만 집착하는건지..
바다야..지켜주고 싶다..
평생을 함께하며..더러움에 찌든 이세상으로부터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주고 싶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건 여기까지 이다..
더이상 해주고 싶어도..
너에게 있어..친구이상으로 다가갈수 없는 내 신분이..
모든걸 가로막아버린다..
이여사가 쓰러졌단..소리에..집에 들른 정훈이다..
어머니의 기절소식에..걱정이 앞서기 보다는 화가나는 그였다..
어머니 굳이 이런방법으로 절 불러들이셔야 했습니까..
아무리..어머니가..그러셔도..저는 바다를..포기 못합니다..
제아무리..수를 쓰셔도..제 의지는 꺽지 못하실겁니다..
이여사의 침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에 상당히 무거움을 느낀다..
문을 열어젖힌..그가..성큼성큼..침대로 다가서자.. 이여사의 옆에서..약을 먹을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던..가정부가 흠짓 놀라..물러서 버린다..
정훈 : 어디가 아프신가 보죠..??
이여사 : 못된놈!! 사흘만에..본 에미에게 겨우 할말이 그것뿐이더냐!!!
정훈 : 죄송합니다.. 어머님 쓰러지셨단 말을 듣고..걱정보다는 화가
앞섰다는건..사실입니다..
이여사 : 내가..왜 이렇게 됐는데…내가…왜..이모양이 됐는데..
정훈 : 물론 저 때문에..그러셨단 말씀을 하고 싶으시겠지요..
이여사 : 너…너…
정훈의 삐딱한 말투에..흥분한 이여사가..정훈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자신의 옷 앞섬을 꼭 움켜쥐어본다..
정훈 : 할말이 있어 절 불러들이신..거라면..간단히 끝내주세요..
회사에 다시 들어가봐야 합니다..!!
냉정한 말투였다..
마치..어머니가 아닌..철천지 원수에게 하는 말인것처럼..아무 감정도 내포되어
있지 않은..무미건조한..음성이었다..
이여사 : 바다와의 결혼말이다…그..결..혼..
정훈 : 바다와의 결혼에 대해..다시한번 설교를 늘어트리시려고..이런 연극까지
불사하며..저를 불러들이신 겁니까..???
그말이라면..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지금 하실 말씀이..제가 원하는 답이 아니라면..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정말..아프신거라면..몸조리 잘하고 계십시오..!!
싸늘히 말을 끝맺으며 돌아서는 정훈이었다..
그런..정훈을..이여사의 날카로운 음성이 불러세운다..
이여사 : 못된놈!! 고얀놈!! 천하에 배은망덕한놈!!
그래.. 네 친구 하나 건사하지 못해..결국은..내가 무릎꿇고 마는 구나..!!
결국은..내가 지고 말아!!
이여사의 한이 서린 말투였다..
아쉽다는듯..
자신이 가진 좋은 히든카드를 ..단 한번도 써먹지 못하고..그대로 패해버린 이상황이
진절머리 난다는듯..
울분과..한이 섞인 그녀의 음성은..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여사의 그 한마디에..놀란 정훈이..그대로..돌아서서..침대에 앉아..
가슴을 욺켜쥐고 있는..그녀에게로 눈길을 돌린다..
정훈 : 어머니..지금..뭐라하셨습니까..???
이여사 : 내입에서..죽기보다 더 싫은 말이 나왔다..
나보고..그말을 다시한번 되풀이 하란 말이냐..???
정훈 : 바다를..받아들이시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겁니까..???어머니..??
이여사 : ……..
대답을 하지 안은채..흥분한 정훈의 얼굴을 노려보는 이여사..
그런 그녀에게..다시 한번 확인을 하는..정훈이었다..
정훈 : 방금…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제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군요..
이여사 : 아마도..아주 정확히 이해한 것 같구나..
이여사의 대답에.. 알수없는 희열을 느끼는..그였다..
훈훈한 열기가.. 그의 온몸을 뒤흔든다..
이사실을 바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외엔..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정훈이었다..
정훈 : 감사합니다..어머니..
채연이보다..훨씬더 나은 며느리를 보시는 겁니다..!!
절대로…절대로..후회하시는일..없을겁니다..!!
이놈!!
난 벌써…후회하고 있다..
이럴수밖에 없는 현실에..뼈져리게..후회하고 있어..
좀더..빨리 움직였어야 하는건데..
준후에게..이런식으로.. 당하다니..
회사를 위해서다..
단지..회사를 위해서야..
난…
내 마음은…
아직..그애를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어..!!!
이여사에게..인사를 해보이는 정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흥분으로 인해..반짝이는 그의 검은 눈이… 몇 년만에..생기를 찾은 것 같았다..
바다를 알고부터… 아니..바다와..그의 관계를..이여사가 끈질기게 반대할때부터..
줄곤…어두운 눈동자만을 보였던..그가..
단지..이여사의 그 한마디에.. 메마른 땅에..소나기가 내린듯..
그렇게… 잔잔한..감동의물결을 보이고 있었다..
이여사에게 정중히 인사를 해보인 그가..등을 돌리고..문을 나서려 한다..
그때…이여사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그의..귓가를 파고 든다..
이여사 : 난 아직 바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희들 결혼해도..그앤..내 며느리가 아니야!!
내말 잘들어라!!…네가 이뻐서..바다가 이뻐서..너희들 허락한거 아니다..
장준후..그놈!!..네..그 잘란 친구놈이..이걸 가지고 와서 협박하더구나..
바다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회사를 집어삼키겠다고..
그놈이..와서…내게 그러더구나..
못된놈…!! 너나..그놈이나..똑같아!!
보기싫다..!! 썩 나가!!
무언가를 집어던지고는..버럭 소리를 지르는..이여사였다..
의아한 생각에..이여사가 집어던진..종이뭉치를 들고 나온..정훈..
그런..그가..자신의..차에 올라..그것을 펴본다..
그리곤..어느새..눈길을 떼지 못하고.. 처음부터..끝까지..훌터보는..그였다..
마직막 한장을 마저 넘긴 정훈의 손이..심하게 떨린다..
어떻게 이럴수가..
준후야…네가 어떻게..이런사실들을..알수 있었던..거냐..
나도 모르는…우리 회사의 부정행각을..어떻게..네가 속속들이 알수 있는거냐..
이해할 수가 ..없다..
도무지..네 놈의생각을 따라잡을 수가..없어…
집으로 돌아오는..바다..
가벼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집을 향해 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잠시스치는..그림자에..고개를 든다..
그녀의 정면에 보이는건..남자의 가슴이었다..
바다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그 넓은 가슴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준후의 넓은 가슴에서 더 이상 시선을 들지 못하는 그녀가..
고개를 숙인채..입을 연다..
바다 : 미안하단 사과를 하러 온거라면..차라리 하지마…
네게..뭐라 말해야 하나..
널..멀리해야만 하는 네..마음을 무엇으로 다 설명해야 하나..
줄곧..여기까지 오며..머릿속을 꼭 메우던..여러가지 핑계거리들이..
네..둘곳 없는 시선에..하얀 백지장이 되고 말았다..
우리..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이젠..거짓으로조차도..네 옆에 머물수 없다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
바다야..제발..날 바라봐다오..
날..보고..한번만..웃어다오..
내일이면..한치의 오차도 없이..정훈의 여자가..될..너..
오늘만큼은..날 향해..한번만 웃어다오..
바다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고정된채..옮겨질 기미가 안보이자..
준후가..조용히 달랜다..
준후 : 날..봐..
그 한마디에..자신도 모르게..고개를 들어..준후의 갈색눈동자를 마주보고 마는 바다..
신바다..
왜 그러니..
이건..네 몸이야…!!! 준후의 몸이 아니라고..!!
네 의지대로…움직여야지…
왜..그의 한마디에..고개를 드는거니..!!
따듯한 갈색눈동자를 한번 바라보면..다시는 헤어나올수 없다는걸..알면서..
왜..마주보는거니…
보지..말았어야..했어..
보지..말..았어야..했다고..
준후를 보자..자신도 모르게..눈물을 흘리고 마는..바다..
그런..그녀를 따스하게 꼭 껴안아주는..그가..
부드럽게..토닥인다..
준후 : 울지..마라..
제..발..울지마…
준후야..나..안아주지마..
나..한테..너무 잘해주지마..
너와 헤어질 때..미련없이..떠나고 싶어..
다시..정훈에게도 돌아가더라도.. 널..기억할수 없게..
네..흔적..나한테 남기지마..
네..포근함..나한테..남기지마..
자꾸…안아주면…
이젠..네..넓은 가슴..잊지 못하잖아..
잠시뿐인.. 행복이라면..
그 행복뒤에..사묻히는 그리움이 뒤따른다면…
나..포기할래..
차라리.. 외롭고..말래…
한참을 울고 있던..그녀가..이내 정신을 차릿듯..고개를 들고..다시한번
준후를 바라본다..
그러자.. 아직 마르지 않은..눈가를..조심스레..쓸어주는 그…
그런..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심장이 찢기는 바다였다..
속에선..피를 토하고 죽을지언정..그런..약한 모습..준후에게 보이면 안되지 하는 생각에..
붉은 입술을..꼭 깨물어보는..그녀..
준후 : 바다야..오늘은 할말이 있어서..왔다…
준후의 조용한 음성이..그녀의 귓가를 잔잔히 울린다..
듣고 있노라면..편안해지는 목소리..
그리고..그가..옆에 있어주는게..당연하다..느꼈던..익숙함..
하지만..곧..떠나보내야 할.. 그리움이었다..
준후 : 바ㄷ…..
바다 : 참!! 곧 네생일이지..?? 우리 그때..어디갈래..???
아직은 내가..네 약혼녀인데..그정도는 챙겨줘야지..!!
준후 : ….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괜한 불안함을 느낀..그녀가..
곧 다가올 준후의 생일을 핑계로.. 화제를 돌려본다..
하지만..대답이 없는 준후를 느낀다..
바다 : 약..혼녀로서가 싫다면.. 그냥..편하게 친구로서는 되는거지..??
그래..도..돼는거지..???
상처받기 싫어..친구란 말을 다시한번 강조하며..슬쩍..위기를 모면하려는..바다..
그런..바다의 말에..심장으로부터..전신으로 퍼지는 아련한 통증에…
눈을 감아버리는 준후였다..
더 이상..아무말도 하지 말아라..
약혼녀란..말도..친구란..말도..더 이상 하지 말아라..
난..너한테 있어..약혼자로서도..친구로서도..곁에 있어줄수 없다..
내 여자가 아닌..정훈의여자이기에..남자로써..내곁에 머물수 없고..
널 향한 내 감정이..우정이 아닌 사랑이기에..친구로써 내곁에 머물수 없다..
그러니..더 이상..그런 필요치 않은 말로..내 가슴에..못밖지 말아라..
바다에게.. 거짓약혼이 오늘로 끝임을 알리러 왔던..준후였지만..
그녀의 그 한마디에..더 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돌아서고 마는..그였다..
그런..그의 행동에..잠시 주춤하는..바다였지만..이내..큰소리로..
소리친다..
바다 : 나..네 생일날..기다릴께..
블루마린..에서..기다릴께..꼭…와…
부드럽게..빠져나가는 준후의 차를 보며..쓴웃음을 지어보는..바다..
오늘따라..왠지 슬퍼보이는..그의 뒷모습에.. 알수없는..불안함을 느낀다..
준후야..
왜..그러는거니..
지금..네..모습..
마치..딴사람 같아..
많이..아파보여..
속으로..울고 있는 것 같아..
나한테..말못하고 돌아설정도로..큰..아픔이니..??
넌..항상 날 지켜주는데…난..너한테 있어.. 아픈 고민조차도
들어줄수 없는 존재였나 보구나..
난….
난..
이렇게 널..사랑하는데…
넌..그게..아닌가 보구나..
준후의 차가..모습을 감춘후에도..한참을..바라보는 바다였다..
혹시나..다시 돌아와..그녀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을까..
혹시나..다시 돌아와..그녀를 안아주지 않을까..
그..혹시나 하는 마음에..넉놓고..차가..빠져나간..허한..길목을..마냥 바라만 보고 있는 바다..
하지만 있을수 없는 일이라는걸 알기에..어쩔수 없이 발길을 돌린다..
그때..크락션이 울리며..다시한번 검은 대형차가 모습을 드러낸다..
밤길에..라이트를 환하게..키며..바다에게..장난스럽게..다가오는 차량..
눈부심에..잘 보진 못했지만..준후일거란..생각에..금새 얼굴이 환해지는 그녀였다..
드디어..라이트가..꺼지며 차가 정지한다..
손으로 눈을 가리던..바다가..반가움에..고개를 들고..
그런..그녀의 눈에..준후가 아닌..정훈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 : 정훈이..??
정훈 : 야..타이밍 좋네..
너랑 난..역시 통하는게 있나보다..!!
정훈의 말에..살며시 웃음을 띄우는..바다였지만..
왠지..그 웃음은..보는 사람도 느낄수 있을정도로..아픔이 서려있는 웃음이었다..
왜..그러는거니..바다야..
정훈이 아닌..준후이길 바랬니..??
그가..다시 와서..안아주길 바란거야..???
정말…그런거니..??
그는..네 남자가 아니야..
네 남자는 이정훈이야..신바다..
넌..절대로..장준후를 가질수 없어..
근데…뭐니..이 허전함은..
도대체..뭐니..이..통증은..
준후가 아닌..정훈이기에..이리도..아파하는거니..??
그가..아닌..다른 사람이기에..이리도..슬퍼하는거니..??
정말…그런거니..??
정훈의 모습에..속에서 넘어오는..슬픔을 삼키며..
아픈 마음..가슴에 꼭 꼭 묻고..
그렇게..버텨보는 바다였다..
그런 그녀에게..다가와..바다의 손을 꼭 쥐어보는..정훈..
정훈의 입가에 웃음이 떠날줄 모른다..
정훈 : 바다야..
우리 결혼하자..
이젠..더 이상..준후 약혼녀일 필요가 없어..
어머니가..허락해 주셨다…
널..허락해 주셨어..!!!
정훈의 흥분한 목소리..
말을 마친..그가..바다를 껴안는다..
정훈의품에 안긴채..잠시동안..그의 충격적인 말을 다시한번 더듬어 보는 그녀..
이거였구나…
네가 내게 머뭇거리며..차마 말하지 못하고 돌아선게..이것때문이었구나..
그토록..기다리던..정훈의 청혼인데..왜..이리 찹찹한지 모르겠어..
아마도.. 그동안..꿈에 불과했던..이 모든 것이 현실로 나타난 기쁨보다는..
널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다시는..거짓으로 조차도..네여자로 설수 없다는 사실에..
더..상처받은 것 같아..
준후야.. 이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것처럼..무거워 보였던..네 어깨..아파보이는 뒷모습..
단지..내 착각이있을까…
슬퍼보이는..네 눈동자…
그이유가 나일거라는거..단지..내 착각일까..
네 눈에 비춰진 내모습..마치..채웠다..비워지는 술잔처럼..그리도..허무한것이었을까.
차라리..모질게라도 말해주지..
그러면..나..네게 남은 미련 따위..지우려 애썼을지도 모른는데..
이젠.. 잊고 돌아서기엔..너무 큰 아픔으로 남고 말았어..
네 따뜻한..눈동자..잊고 살기엔..너무..깊이 빠져버렸어..
다시는..준후의 품에 안길수 없다는 생각에..정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채..서럽게
울어버리는 바다..
슬퍼보이는 그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쉽사리 발길을 땔수없었던..이유..
결혼하자는…정훈의 말에.. 온몸의 피가..말라붙는것 같은..괴로움을 느끼는..이유..
다시는..볼수 없는..준후의 부드러움에..벌써부터..지친 까닭이리라..
정훈 : 그렇게좋아..???
이런..내가 미안해 지네..후후..
바다야..사랑한다..우리..잘살아보자..
그동안..마음고생했던거..내가..평생을 보상해줄께..
이젠..내가..널 지켜줄께….
믿을수 없는 파혼사실에 아직도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 채연..
길길이 날뛰는 그녀의 아버지를 제외하고라도 도무지 믿을수
없는 사실이었다..
파혼이라니..인정할수 없다..
이정훈.!! 네가 어떤 방법을 써서 네 어머니를 설득시켰나 하는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내게 있어 최대의 관심사는 이번일로 인해..준후가 얼마나 아파해야
하는 것이다..
용서하지 않아.. 그리도 경고했는데..
그리도 암시했는데..
날끝까지 무시하다니..
이정훈..난 네가 이렇게 머리나쁜지 오늘 처음 알았다!!!!!
분함에 입술을 꼭 깨물어보는 채연이 서둘러 일어선다..
핸드백을 쥐어들며 자신의 방에서 세차게 문을 닫고 나가는 그녀를
어머니가 불러세운다..
어머니 : 채연아..어디 가는거니..??
채연 : 엄마!! 잠시 나갔다 올께요..파혼사실!! 정훈이 입에서
직접 들어야 겠어요!!
어머니 : 채연아..아버지도..많이 화가 나셨는데..우선 아버지 부터
진정시켜야....어머..채연아..!! 채연아!!
어머니의 말에..아무말없이..문을 나서버리는 그녀..
끓어오르는 화로 인해 예쁜 채연의 입술이..파르르 떨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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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파에 몸을 묻고 이던 정훈이 테이블위의 전화를 집어든다..
단축키 일번을 누르자..신호음이 떨어지고..곧이어 수화기
저편에서..너무도 따듯한 준후의 음성이 울려퍼진다..
<여보세요..>
정훈 : 나야..준후야!!
< 어..그래..>
정훈 : 몸이 안좋은가봐..?? 목소리가 이상하다..??
< 잠을 많이 자서 잠겼어..왜.?? 듣기 싫어..??>
정훈 : 무슨말을 그렇게 서운하게 해..??
장준후..난 지금 화상입어 흉측하게 일그러진 네 얼굴이라도
부둥켜 안고 뽀뽀세례를 해주고 싶은걸 간신히 참고있다!!
<......>
정훈 : 바다랑 행복하게 살께...그동안 네노력...결코 헛되지
않게..정말 잘사는 모습만 보여줄께..
<제발 그래다오..>
정훈 : 자식!! 여전하구나..단 한번도 안지고 쉽게 맞받아치는 네 여유..
< ....>
정훈 : 의외로 일이 쉽게 풀려 많이 당황도 했지만..어쨌든 다시한번 고맙다..
< 그런소리 말아..내가 그랬지.?? 기간이 길지 않았으면 한다고..!!
너한테만 의지하고 기다리다가는..나..바다랑 같이..
숫총각...숫처녀로 늙어죽을것 같아..안돌아가는 머리..큰맘먹고
튕겨본거야!!..참 그리고..네 회사..걱정말아라..
자료는 네 어머니께..주고 온게 전부니까..
나..아는 사실도..알아낸 사실도..전혀..없는거야..나..믿지..??>
정훈 : 내가 너아님 누굴 믿겠냐..???
준후야.,.나중에 결혼식하면 부케 너 던져주마!!
<개자식!! 또 장난이야!!>
정훈 : 하하...기분이 좋아서 그런다..
- 탕 -
낮게 웃으며 기분좋은 말투로 중얼거리던 정훈이..난폭하게
열리는 문소리에 잠시 멈칫한다..
그리곤 그 주인공을 확인한 순간..다시한번 준후에게 입을 연다..
정훈 : 골치아픈 일이 생겼다..!! 고맙단 인사는 나중에 아주 길게
해주마!!
말을 맺곤 전화수화기를 내려놓는 정훈이..고개를 들어..채연의
성난 눈동자를 바라본다..
정훈 : 꼭..그렇게 티를 내고 다녀야겠냐..??
채연 : 아주..기분이 좋으신가 보군!!
정훈 : 보다시피!!
분노로 인해..자신의 감정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채연에 비해
어깨까지 으쓱해보이며 자신의 기분상태를 여유롭게 알려주는 정훈이었다..
그런 그에게..위축된 자신을 느낀 채연이었지만..그것도 잠시..
테이블위에 핸드백을 내려놓으며..느린 동작으로 정훈에게 다가선다..
마치..유혹을 하듯.. 그를 향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너무도 야릇한 느낌을 준다.
정훈앞에서 멈춘 그녀..
손을 들어 그의 셔츠깃을 쓸어보이며 입꼬리가 살짝 말려올라가게
웃어보인다..
그러나..채연이 행동이나 밖으로 나타나는 표정과는 반대로..
한치의 거짓도 엿보이지 않는 싸늘한 흑색 눈동자가..정훈을
잡아먹을듯.. 노려보고 있었다..
채연 : 그래..그렇게 여유로워야지!! 그래야 무너지는 널 보며..
한껏 재미도 느껴볼거 아냐..??
눈동자 만큼이나 싸늘한 목소리였다..
채연 : 내..경고를 무시했지..??? 훗..후회하게 될거야..
이미 드러난 사실이니 왜 파혼을 요구했냐고..시시콜콜하게
물어보지 않겠어...이젠..되돌릴수 없으니까..
하지만..한가지는 확실해!!예전에도 말했듯이..바다는 네여자로
만들수 없을거야!! 아니..이미 네여자가 아닌지도 모르지..
확신에 찬듯..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말하는 그녀의 말투가
예사롭지 않았다..
셔츠깃에서 자신의 턱선으로 옮겨지는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무겁게
입을 여는 그...
정훈 : 방법도 가지각색이군!! 이젠 그런식으로 날 협박하다니..
하지만..그래봐야 소용없어..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채연 : 던져지기만 했지..아직 공중에 떠 있는 주사위야..
정훈 :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거냐..!!강채연!!
채연 : 단지 바다를 포기 하란 말을 하고 싶은거야!!
나와 결혼하지 않아도 좋으니..사랑의 선택은 바다가 할수있게..
놔주란 말이야!!
정훈 : 선택..?? 그녀의 선택은 나다!!
채연 : 웃기지마!! 미래를 네가 점칠순 없어!!
정훈 : 강채연..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뭐냐!!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거냐..
내가 알지 못하는 그무언가를..넌 알고 있는것 같구나!!
나..머리나빠 이해하지 못하겠으니..돌려말하지 말고..확실히..끝맺어!!
채연 : 그래..네가 알지 못하는 그무언가를 너무도 확실히 알고 있어..
그래서 더욱도 괴로워....
그사실이 믿고싶지 않을만큼...
정훈 : 뭐...냐..???
정훈의 단호한 물음..
그런 그의 물음에도 한치의 떨림도 없는 채연의 눈동자다..
채연 : 너와.,.준후가..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사랑이..우연치않게도..한여자를 향해 있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 그동안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던..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채연의 입에서 흘러나온는말에..온몸이 근육세포가..딱딱히 굳어버리는것
같은..정훈이었다..
그리곤..채연의 말을 믿을수 없다는듯..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버리고 마는..그.
정훈 : 믿을수 없다...어지껏..어머니로부터..바다를 보호해왔고..
이번에 어머니를 설득시켜준것도 준후야..그런 그녀석이..
바다를 사랑하고 있다니..
채연 : 어머니를 설득시킨게 준후라고..???
정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뜻밖의 말에 한층더 어두운 빛은 띄는
채연의 눈동자..
정훈 : 네말 ..믿을수 없다..준후가..준후가..절대로 그럴리 없다..
바다와의 결혼을 풀어준게..녀석이야..
사랑하는 여자를 나한테..아무렇지 않게 웃으며..떠넘긴단 말이냐..??
채연 : 준후의 가장 친한 친구라며..아직도 그를 모르다니..
정훈 : 뭐..???
채연 : 예전엔 네 어머니로부터 바다를 보호했지만..
이번엔 주체할수 없는 자신의 사랑으로부터..바다를 보호한거다..!!
네 사랑이기에.. 네 여자이기에..
사랑하면서도..단한번도 내색하지 않고..10여년간을..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던..거다..
넋을 잃은 정훈을 뒤로한채..말을 끝내곤 돌아서는 채연..
그래..그래서 나는 빈껍질뿐인 준후를 10년동안 바라봤던 거다..
단한번도..나를 향해 사랑한다 되뇌어주지 않았던 그였다..
몸은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입술은 나를 향해 사랑한다 말하면서도
그 모든것들은..어딘가에 너와 함께있을 바다를 향한 것이었다..
다만...나를 통해 바다에게 사랑을 전하는 준후만 있었을뿐..
단..한번도..사랑한단 말을 듣지 못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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