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결혼식 (퍼온글)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
****내가 사랑한 동생의 결혼식****
( 형의 생각 )
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 내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인걸 한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는 바보 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어봅니다.
유령처럼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움직이면서
그 동생의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옷장 속의 옷을 챙겨 입지만.........
마음은 급한데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것 저것을 고르는 제가 한심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나의 마음은 서글픔과 뭔지 모를 눈물이 흐르고
눈물을 훔치지만 나의 눈가는 다시.....
흐르고...
머리를 다시 손질하면서 머리에는 젤을 발라 멋지게 단장하고
이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바보 같은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작년가을에 그 동생이
사 주었던
까만 양복이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여름인데 정말 바보 같은 나, 자꾸만 그 옷이 입고 싶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그 양복을 입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지만 마지막 보내는 동생을 생각하면서 아니,
나를 더 확연히 보여 주기위해...
이제 결혼식장에 가야하는데.
신발장 앞에서 또 머뭇거립니다.
구두를 신고 얼른 나가야
그 동생의 결혼식을 처음부터 지켜 볼 수 있는데.
바보 같은 나, 선뜻 구두를 신지 못합니다.
그 동생이 양복과 함께 사 주었던 까만 구두 때문에 바보같이 또 망설입니다.
바보 같은 나, 동생이 사준 구두를 신지 못하고 그렇게 집을 나섭니다.
너무나 따스한 햇빛때문에 자꾸만 고개가 땅을 향하고...
우리 둘의 관계가 예상하지 않은 그런 상황은 아니건만...............
택시를 잡아타고 동생이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꽤 되는데 너무나 빨리 도착합니다.
일요일인데 길도 막히지 않았나 봅니다.
예식장 앞에서 바보 같은 나, 또 한참을 서성입니다.
심호흡을 몇 번 했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성이던 나,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 떠밀려 예식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동생이 입구에 서서 손님들한테 인사를 하고있습니다.
동생은 바보인가 봅니다.
오늘 자기와 결혼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데
아마 나와 결혼 하는 줄 알고 있나 봅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한 모습으로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 수가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도 저 바보같은 사람, 웃습니다.
아마 내가 입고있는 까만 양복이 동생이 사준 옷이라서 그런것이리라
아니 그 옷을 사주면서 한 말들 때문일까요?
\"형 우리 이옷 입고 결혼할까?\" 하던 말들
더 바보같은 나, 아니란 걸 보여 주려고 동생에게 다가갑니다.
인사를 하는데도 바보같은 동생은 자꾸 웃기만합니다...
더 바보같은 나, 같이 웃음 주고 받고 나서
식장으로 들어가 앉아서 결혼식이 시작되길 기다립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습니다.
신랑입장과 함께 동생이 예식장안으로 들어옵니다.
날 데리러 오는 줄 알고 바보같은 나, 놀라서 멍하니 바라봅니다.
근데 동생은 앞으로만 행진합니다.
그리곤 하얀 단상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서있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나 봅니다.
갑자기
신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쩜 저렇게 예쁠 수 있는지.
바보 같은 나, 다른 사람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저 사람은 매운 거 못 먹어요.'
'저 사람은 술 먹는다고 잔소리 하는 거 싫어해요. '
'저 사람은 우울 할 때 오버해서 애교떨어 주면 금방 풀려요.'
'그래 두 우울 할 땐 아무 말 없이 안아 주는걸 좋아해요.'
바보같은 텔레파시를 보내며
박수를 칩니다.
그녀가 동생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갑니다.
주례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안 들립니다.
신부화장이 짙다는 친구들의 수다도
자꾸만 귓가를 흘러 가기만 합니다.
동생이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 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네요.
정말 저 사람
바보 인가 봅니다.
너무 떨려서 그녀가 저 인줄 아는가 봅니다.
한참을 주례선생님이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두 사람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다소곳이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부모님, 그녀가 이쁜지 자꾸만 그녀만 쳐다보며 웃습니다.
한번도 나한텐 웃어 준적 없는 분들이라
웃을 줄 모르시는 줄 알았더니, 참 잘 웃으시는 분들이네요.
주례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났나 봅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저를 향해 돌아섭니다.
차마 동생의 웃는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 애써 고개를 외면합니다.
옆의 친구들이 웅성거립니다.
바보 같은 나, 고개를 들어 동생을 한없이 바라 봅니다.
동생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옆에 그녀는 너무 이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도망가서
우리끼리 살자고 나에게 애원 할 때도 울지 않던 사람인데.
내가 아파서 입원 했을 때도 웃으면서 얼른 낫자고 하던 사람인데.
그저께 밤 까지만 해도
나에게 찾아와서 씩씩하게
\"잘지내\" 라고 웃으면서 작별인사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동생이 왜 바보처럼 저러는 건지 너무 화가 납니다.
가서 눈물을 닦아 주고 싶은데
바보 같은 나, 바보처럼 우는 그 사람을 두고 예식장을 나와 버립니다.
하느님은 바보입니다
바보는 바보랑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느님은 저만 바보인줄 아셨나 봅니다.
알고 보면 저 동생도 나처럼 엄청난 바본데.
하느님은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
이제 저 동생도 바보란 걸 하느님이 아셨으니까
저에게 보내 주실까요?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생겨서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동생생각)
자꾸만 술잔을 기울입니다.
오늘따라 술을 권하는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술잔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내 손이 전화기를 잡고 형의 전화번호를 누를까 봐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술잔이 눈물을 흘립니다.
술이 취하긴 취했나 봅니다.
술잔이 울다니..
형이 말한건 항상 이렇게 맞아떨어집니다..
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이런 엉뚱한 놈을 사랑한 형은, 더 엉뚱한 형입니다
한 녀석이 내 술잔을 빼앗아 갑니다.
\"몇 시간 후면 결혼할 놈이
그만 마셔 임마~\"
몇 시간 후면 난 결혼을 합니다.
엉뚱한 날 사랑한 엉뚱한 형이 아닌, 너무나 참하고 논리정연하고 단정한 여자와 난 결혼을 합니다.
손에 힘이 빠집니다.
이대로 온몸에 힘이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떠졌습니다.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집니다.
대충 세수만하고 예식장으로 향합니다.
밥이라도 한술 뜨라고 붙잡는 어머니가 오늘은 너무나 야속합니다.
오늘이 내 결혼식이 맞긴 맞는 걸까요?
거리는 너무나 한산합니다.
평소와 아무 것도 다른 것이 없습니다.
룸밀러 에서
포도송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유난히 손이 크던 우리형, 머리카락 같은 바늘을 들고
유원지에서 고등을 열심히 까 주던 형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형이 이렇게 까 준 고등이 더 맛있다 생각하다가 피씩~웃고 맙니다.
바늘을 자꾸만 놓치던 형의 엉성한 손놀림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맙니다
난..
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예식장 앞도 한산합니다.
오늘이 일요일이 아닌 게 아닐까요.
혹시 내가 술에 취해서
월요일까지 자 버린건 아닐까요.
그랬으면 난 정말 멋진 놈 입니다.
이대로 출근을해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확인해보려고
예식장안으로 향합니다.
아무도 없으면 정말 월요일인 겁니다.
그럼 난 우선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을 먹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하는 길에 '형 나 지금 출근해 뭐하고 있어 밥은 묵고' 하면서.......
괜히 확인을 했나 봅니다.
예식장직원이 눈웃음으로 날 맞이합니다.
직원이 이끄는 데로 들어갑니다.
날 앉혀 두고 내 얼굴에 무언가를 자꾸 바르고 두드립니다.
직원이 뭐라고 자꾸만 말을 시키는데
귓속에서 웅 웅 거리기만
할 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거울 속의 나, 기생오라비처럼 새하얀 얼굴입니다.
까무잡잡한 내 얼굴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던
형의 입술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직원들이 날 둘러싸고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두드리고...
답답합니다.
형이였다면 이런 건 못하게 했을 텐데.
손놀림들이 느려지는가 했더니 이젠 턱시도를 건넵니다.
이것도 입어야 한답니다.
아무런 말이 하기 싫어서 그냥 입어 버립니다.
거울을 보여 줍니다.
거울 속의 저 사람.
어디 아픈 사람 인가 봅니다.
창백하니 참
불쌍해 보이네요.
얼만큼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사람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있음 결혼식이 시작이랍니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또 답답해진 나, 화장실로 향합니다.
담배를 태우려는데, 화장실 창 밖으로 예식장 앞에 서있는
형이 보입니다.
거기서 뭐 하는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서있네요.
분명 심~호흡을 하고 있을 겁니다.
긴장만되면
크게 심호흡을 하는게 버릇이거든요.
얼마나 마음 졸이고 왔을지 갑자기 가슴이 메입니다.
돌아가라고 마음속으로 외쳐 봅니다.
이런~~ 친구들은 역시 도움이 안됩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은 형을 밀치면서 데리고 들어오네요.
그것도 웃으면서 말입니다.
예전에 \"우리 형이야\" 하고 같이 몇 번 술자리를 했던것 때문에 아마 친구들은 나의 결혼을 축하 해주러 온줄 알 것입니다
얼른 담배를 끕니다.
괜시리 손을 씻고 담배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봅니다.
형은 담배냄새를 싫어하거든요.
입에서 나는 냄새는 괜찮은데 손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무진장 싫어합니다..
나가서 부모님 옆에 서서
형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손님을 맞습니다.
저 멀리서 형이 보이네요.
나를 사랑하는 형이기에 어젯밤에 울었나 봅니다.
눈동자가 빨간네요.
양쪽 볼도 약간 부었네요.
저 까만 양복바지가 좀더 길었음 좋겠습니다.
형이 절 보고있네요.
이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어서 웃음이 납니다.
형이 어이없어 웃는 날 보고 기막힌가 봅니다.
저를 마주보며 웃습니다.
예식장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불안해 보이네요.
저보고 예식장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네요.
떨립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앉아 있을 형을
제가 찾아 낼까봐 떨려서 앞만 쳐다보고 걸어 갑니다.
전,
전 엉뚱하게 시력만 좋은 놈 입니다.
뒤로 돌아서는데 형이 제일 먼저 보이네요.
저랑 결혼할 여자가 걸어옵니다.
자기 아버지 손을 잡고, 뭐가 좋은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걸어오네요.
형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아버지가 부러울까봐 겁이 납니다.
아버지란 걸 가져 본 적이 없는 우리형...
부러워서 울어 버릴까 겁이 납니다.
웃어 봅니다.
내가 웃으면 형도 따라서 웃거든요.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 형도 웃으면서 절 보낼 수 있겠죠.
그래야 형이 사람들 앞에서 눈물보일 일이 없겠죠.
자꾸만,
자꾸만 눈은 형을 향하는데
주례선생님을 보고 서 있으라고 합니다.
주례선생님이 열심히 저한테 설교를 합니다.
주례선생님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도 잘 살것 같습니다.
결혼에 대해서 저렇게 잘 알고 자신있으니 말입니다.
결혼을 수십 번은 해본 사람 같습니다.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라고 하네요.
반지를 끼워 주다가... 엉뚱한 놈,
주저앉아 버리고 싶습니다.
손가락이 너무나 가늘고 이쁘 네요.
마디가 굵고 거칠던 형의 손가락이 생각이 나서, 주저앉아
울어 버리고 싶습니다.
행여나 형이 신부의 손가락을 볼까봐
신부의 손을 꽉 움켜쥡니다.
얼른 빨리 식이 끝나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형의 얼굴이 너무 창백합니다.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 할 텐데...
이 놈의 예식은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는지.
자꾸만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주례선생님이 신부를 죽을 때 까지
사랑하고 아끼겠느냐고 물어봅니다.
마음이 다급했던 나,
너무나 큰소리로 빨리 \"예\" 라고 대답해 버립니다.
나는 정말 구제불능인 놈입니다.
창백하게 앉아 있는 저 형 앞에서 난 정말 죽일 놈입니다.
형을 집에 데려가서 뉘여 주고 재울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너무나 엉뚱하게 마지막 기회를 놓쳐 버린 어리석은 나,
그저께 밤에 형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 처럼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인내심도 어지간히 없는 모자란 놈, 그만
울어버 립니다.
눈물이 자꾸만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닦지도 못합니다.
눈물을 닦으면 뒤에서도 형이 눈치를 챌 겁니다.
나중에 돌아설때, 그때 얼른 닦아야겠습니다
벌써 돌아서서 형한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어쩔 수 없는 나, 돌아서서 형을 봅니다.
저형은 왜 고개를 죄인처럼 저렇게 숙이고 있는 거죠?
화가 납니다.
고개를 드네요...
들어서 절 바라보네요.
근데 왜 형은 울려고 하는 거죠?
왜 저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한거죠?
아차..
내가 눈물을 닦지 못했네요..
끝까지 잘 참던 저 형한테, 내가
눈물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제 형은 어딜 가는 걸까요..
울고 있는 날 두고 가 버립니다.
와서 눈물을 닦아 주지도 않고, 안아 주지도 않고
나가 버리네요..
내가 사랑했던 형은 정말로 참 바보입니다.
나에게 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내가 사랑한 동생의 결혼식****
( 형의 생각 )
일요일인데 너무 일찍 눈이 떠진다 했습니다.
잠을 자지 않은 것처럼 머리가
무겁습니다.
달력을 봅니다.
오늘 내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인걸 한번 더 확인합니다.
확인하고는 바보 같은 나, 욕실로 향합니다.
찬물에 샤워를 하고 나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어봅니다.
유령처럼 그렇게 나는 소리없이 움직이면서
그 동생의 결혼식에 갈 준비를 합니다.
옷장 속의 옷을 챙겨 입지만.........
마음은 급한데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것 저것을 고르는 제가 한심 하지만..
그러는 가운데 나의 마음은 서글픔과 뭔지 모를 눈물이 흐르고
눈물을 훔치지만 나의 눈가는 다시.....
흐르고...
머리를 다시 손질하면서 머리에는 젤을 발라 멋지게 단장하고
이제 옷을 입어야 하는데 바보 같은나,
옷장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립니다.
작년가을에 그 동생이
사 주었던
까만 양복이 자꾸만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여름인데 정말 바보 같은 나, 자꾸만 그 옷이 입고 싶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그 양복을 입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계절에 어울리지 않지만 마지막 보내는 동생을 생각하면서 아니,
나를 더 확연히 보여 주기위해...
이제 결혼식장에 가야하는데.
신발장 앞에서 또 머뭇거립니다.
구두를 신고 얼른 나가야
그 동생의 결혼식을 처음부터 지켜 볼 수 있는데.
바보 같은 나, 선뜻 구두를 신지 못합니다.
그 동생이 양복과 함께 사 주었던 까만 구두 때문에 바보같이 또 망설입니다.
바보 같은 나, 동생이 사준 구두를 신지 못하고 그렇게 집을 나섭니다.
너무나 따스한 햇빛때문에 자꾸만 고개가 땅을 향하고...
우리 둘의 관계가 예상하지 않은 그런 상황은 아니건만...............
택시를 잡아타고 동생이 있는 결혼식장으로 향합니다.
우리 집에서 거리가 꽤 되는데 너무나 빨리 도착합니다.
일요일인데 길도 막히지 않았나 봅니다.
예식장 앞에서 바보 같은 나, 또 한참을 서성입니다.
심호흡을 몇 번 했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서성이던 나,
갑자기 나타난 친구들에 떠밀려 예식장으로 들어갑니다.
저 멀리서, 동생이 입구에 서서 손님들한테 인사를 하고있습니다.
동생은 바보인가 봅니다.
오늘 자기와 결혼하는 사람은 내가 아닌데
아마 나와 결혼 하는 줄 알고 있나 봅니다.
어쩜
저렇게 늠름한 모습으로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짓고 있을 수가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래도 저 바보같은 사람, 웃습니다.
아마 내가 입고있는 까만 양복이 동생이 사준 옷이라서 그런것이리라
아니 그 옷을 사주면서 한 말들 때문일까요?
\"형 우리 이옷 입고 결혼할까?\" 하던 말들
더 바보같은 나, 아니란 걸 보여 주려고 동생에게 다가갑니다.
인사를 하는데도 바보같은 동생은 자꾸 웃기만합니다...
더 바보같은 나, 같이 웃음 주고 받고 나서
식장으로 들어가 앉아서 결혼식이 시작되길 기다립니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고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리지 않습니다.
신랑입장과 함께 동생이 예식장안으로 들어옵니다.
날 데리러 오는 줄 알고 바보같은 나, 놀라서 멍하니 바라봅니다.
근데 동생은 앞으로만 행진합니다.
그리곤 하얀 단상 앞에서 뒤를 돌아보고 서있네요.
누군가를 기다리나 봅니다.
갑자기
신부가 등장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어쩜 저렇게 예쁠 수 있는지.
바보 같은 나, 다른 사람과 같이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저 사람은 매운 거 못 먹어요.'
'저 사람은 술 먹는다고 잔소리 하는 거 싫어해요. '
'저 사람은 우울 할 때 오버해서 애교떨어 주면 금방 풀려요.'
'그래 두 우울 할 땐 아무 말 없이 안아 주는걸 좋아해요.'
바보같은 텔레파시를 보내며
박수를 칩니다.
그녀가 동생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걸어갑니다.
주례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안 들립니다.
신부화장이 짙다는 친구들의 수다도
자꾸만 귓가를 흘러 가기만 합니다.
동생이 그녀에게 반지를 끼워 주고 그녀를 바라보며 웃네요.
정말 저 사람
바보 인가 봅니다.
너무 떨려서 그녀가 저 인줄 아는가 봅니다.
한참을 주례선생님이 두 사람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두 사람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다소곳이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부모님, 그녀가 이쁜지 자꾸만 그녀만 쳐다보며 웃습니다.
한번도 나한텐 웃어 준적 없는 분들이라
웃을 줄 모르시는 줄 알았더니, 참 잘 웃으시는 분들이네요.
주례선생님의 이야기가 끝났나 봅니다.
갑자기 두 사람이 저를 향해 돌아섭니다.
차마 동생의 웃는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 애써 고개를 외면합니다.
옆의 친구들이 웅성거립니다.
바보 같은 나, 고개를 들어 동생을 한없이 바라 봅니다.
동생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옆에 그녀는 너무 이쁜 미소를 짓고 있는데. 도망가서
우리끼리 살자고 나에게 애원 할 때도 울지 않던 사람인데.
내가 아파서 입원 했을 때도 웃으면서 얼른 낫자고 하던 사람인데.
그저께 밤 까지만 해도
나에게 찾아와서 씩씩하게
\"잘지내\" 라고 웃으면서 작별인사 하던 사람인데...
갑자기 동생이 왜 바보처럼 저러는 건지 너무 화가 납니다.
가서 눈물을 닦아 주고 싶은데
바보 같은 나, 바보처럼 우는 그 사람을 두고 예식장을 나와 버립니다.
하느님은 바보입니다
바보는 바보랑 함께 있어야 하는데.
하느님은 저만 바보인줄 아셨나 봅니다.
알고 보면 저 동생도 나처럼 엄청난 바본데.
하느님은 그걸 모르셨나 봅니다.
이제 저 동생도 바보란 걸 하느님이 아셨으니까
저에게 보내 주실까요?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생겨서 그래도 나는 행복합니다..
(동생생각)
자꾸만 술잔을 기울입니다.
오늘따라 술을 권하는 친구들이 고맙습니다.
술잔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내 손이 전화기를 잡고 형의 전화번호를 누를까 봐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술잔이 눈물을 흘립니다.
술이 취하긴 취했나 봅니다.
술잔이 울다니..
형이 말한건 항상 이렇게 맞아떨어집니다..
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이런 엉뚱한 놈을 사랑한 형은, 더 엉뚱한 형입니다
한 녀석이 내 술잔을 빼앗아 갑니다.
\"몇 시간 후면 결혼할 놈이
그만 마셔 임마~\"
몇 시간 후면 난 결혼을 합니다.
엉뚱한 날 사랑한 엉뚱한 형이 아닌, 너무나 참하고 논리정연하고 단정한 여자와 난 결혼을 합니다.
손에 힘이 빠집니다.
이대로 온몸에 힘이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떠졌습니다.
그래도 결혼식이라고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집니다.
대충 세수만하고 예식장으로 향합니다.
밥이라도 한술 뜨라고 붙잡는 어머니가 오늘은 너무나 야속합니다.
오늘이 내 결혼식이 맞긴 맞는 걸까요?
거리는 너무나 한산합니다.
평소와 아무 것도 다른 것이 없습니다.
룸밀러 에서
포도송이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유난히 손이 크던 우리형, 머리카락 같은 바늘을 들고
유원지에서 고등을 열심히 까 주던 형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형이 이렇게 까 준 고등이 더 맛있다 생각하다가 피씩~웃고 맙니다.
바늘을 자꾸만 놓치던 형의 엉성한 손놀림이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고 맙니다
난..
난 정말 엉뚱한 놈입니다.
예식장 앞도 한산합니다.
오늘이 일요일이 아닌 게 아닐까요.
혹시 내가 술에 취해서
월요일까지 자 버린건 아닐까요.
그랬으면 난 정말 멋진 놈 입니다.
이대로 출근을해도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하며
그래도 확인해보려고
예식장안으로 향합니다.
아무도 없으면 정말 월요일인 겁니다.
그럼 난 우선 해장국집에 가서 해장국을 먹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출근을 하는 길에 '형 나 지금 출근해 뭐하고 있어 밥은 묵고' 하면서.......
괜히 확인을 했나 봅니다.
예식장직원이 눈웃음으로 날 맞이합니다.
직원이 이끄는 데로 들어갑니다.
날 앉혀 두고 내 얼굴에 무언가를 자꾸 바르고 두드립니다.
직원이 뭐라고 자꾸만 말을 시키는데
귓속에서 웅 웅 거리기만
할 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거울 속의 나, 기생오라비처럼 새하얀 얼굴입니다.
까무잡잡한 내 얼굴이 매력적이라고 말하던
형의 입술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직원들이 날 둘러싸고 머리를 만지고 얼굴을 두드리고...
답답합니다.
형이였다면 이런 건 못하게 했을 텐데.
손놀림들이 느려지는가 했더니 이젠 턱시도를 건넵니다.
이것도 입어야 한답니다.
아무런 말이 하기 싫어서 그냥 입어 버립니다.
거울을 보여 줍니다.
거울 속의 저 사람.
어디 아픈 사람 인가 봅니다.
창백하니 참
불쌍해 보이네요.
얼만큼 시간이 흘렀나 봅니다.
사람들이 차츰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있음 결혼식이 시작이랍니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또 답답해진 나, 화장실로 향합니다.
담배를 태우려는데, 화장실 창 밖으로 예식장 앞에 서있는
형이 보입니다.
거기서 뭐 하는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땅만 쳐다보고 서있네요.
분명 심~호흡을 하고 있을 겁니다.
긴장만되면
크게 심호흡을 하는게 버릇이거든요.
얼마나 마음 졸이고 왔을지 갑자기 가슴이 메입니다.
돌아가라고 마음속으로 외쳐 봅니다.
이런~~ 친구들은 역시 도움이 안됩니다.
건드리기만 해도 넘어질 것 같은 형을 밀치면서 데리고 들어오네요.
그것도 웃으면서 말입니다.
예전에 \"우리 형이야\" 하고 같이 몇 번 술자리를 했던것 때문에 아마 친구들은 나의 결혼을 축하 해주러 온줄 알 것입니다
얼른 담배를 끕니다.
괜시리 손을 씻고 담배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봅니다.
형은 담배냄새를 싫어하거든요.
입에서 나는 냄새는 괜찮은데 손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무진장 싫어합니다..
나가서 부모님 옆에 서서
형이 들어오길 기다리며 손님을 맞습니다.
저 멀리서 형이 보이네요.
나를 사랑하는 형이기에 어젯밤에 울었나 봅니다.
눈동자가 빨간네요.
양쪽 볼도 약간 부었네요.
저 까만 양복바지가 좀더 길었음 좋겠습니다.
형이 절 보고있네요.
이 상황이 너무나 어이없어서 웃음이 납니다.
형이 어이없어 웃는 날 보고 기막힌가 봅니다.
저를 마주보며 웃습니다.
예식장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불안해 보이네요.
저보고 예식장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네요.
떨립니다.
수많은 사람 속에 앉아 있을 형을
제가 찾아 낼까봐 떨려서 앞만 쳐다보고 걸어 갑니다.
전,
전 엉뚱하게 시력만 좋은 놈 입니다.
뒤로 돌아서는데 형이 제일 먼저 보이네요.
저랑 결혼할 여자가 걸어옵니다.
자기 아버지 손을 잡고, 뭐가 좋은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걸어오네요.
형이 저 여자 옆에 있는 아버지가 부러울까봐 겁이 납니다.
아버지란 걸 가져 본 적이 없는 우리형...
부러워서 울어 버릴까 겁이 납니다.
웃어 봅니다.
내가 웃으면 형도 따라서 웃거든요.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웃어야 합니다.
그래야 형도 웃으면서 절 보낼 수 있겠죠.
그래야 형이 사람들 앞에서 눈물보일 일이 없겠죠.
자꾸만,
자꾸만 눈은 형을 향하는데
주례선생님을 보고 서 있으라고 합니다.
주례선생님이 열심히 저한테 설교를 합니다.
주례선생님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도 잘 살것 같습니다.
결혼에 대해서 저렇게 잘 알고 자신있으니 말입니다.
결혼을 수십 번은 해본 사람 같습니다.
신부에게 반지를 끼워 주라고 하네요.
반지를 끼워 주다가... 엉뚱한 놈,
주저앉아 버리고 싶습니다.
손가락이 너무나 가늘고 이쁘 네요.
마디가 굵고 거칠던 형의 손가락이 생각이 나서, 주저앉아
울어 버리고 싶습니다.
행여나 형이 신부의 손가락을 볼까봐
신부의 손을 꽉 움켜쥡니다.
얼른 빨리 식이 끝나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형의 얼굴이 너무 창백합니다.
얼른 집에 가서 쉬어야 할 텐데...
이 놈의 예식은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는지.
자꾸만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주례선생님이 신부를 죽을 때 까지
사랑하고 아끼겠느냐고 물어봅니다.
마음이 다급했던 나,
너무나 큰소리로 빨리 \"예\" 라고 대답해 버립니다.
나는 정말 구제불능인 놈입니다.
창백하게 앉아 있는 저 형 앞에서 난 정말 죽일 놈입니다.
형을 집에 데려가서 뉘여 주고 재울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너무나 엉뚱하게 마지막 기회를 놓쳐 버린 어리석은 나,
그저께 밤에 형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설 때 처럼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인내심도 어지간히 없는 모자란 놈, 그만
울어버 립니다.
눈물이 자꾸만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데, 닦지도 못합니다.
눈물을 닦으면 뒤에서도 형이 눈치를 챌 겁니다.
나중에 돌아설때, 그때 얼른 닦아야겠습니다
벌써 돌아서서 형한테 인사를 하라고 하네요.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어쩔 수 없는 나, 돌아서서 형을 봅니다.
저형은 왜 고개를 죄인처럼 저렇게 숙이고 있는 거죠?
화가 납니다.
고개를 드네요...
들어서 절 바라보네요.
근데 왜 형은 울려고 하는 거죠?
왜 저 눈에
눈물이 그렁 그렁 한거죠?
아차..
내가 눈물을 닦지 못했네요..
끝까지 잘 참던 저 형한테, 내가
눈물을 보이고 말았네요..
이제 형은 어딜 가는 걸까요..
울고 있는 날 두고 가 버립니다.
와서 눈물을 닦아 주지도 않고, 안아 주지도 않고
나가 버리네요..
내가 사랑했던 형은 정말로 참 바보입니다.
나에게 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는데 말입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essay?sca=&sfl=wr_name,1&stx=유귀" data-toggle="dropdown" title="유귀 이름으로 검색" class="sv_guest"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유귀</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 내용이 이렇게 바뀔수도 있군여................. 담에는... 미리 멜좀 주세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