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짜리를 만났어요(4) - 번개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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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군대 잘 갔다와라" 이것이 H와의 마지막 통화내용이었습니다. H는 7월이
면 만나줄 수 있다던 약속을 끝내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9박10일간 친구들과의
여행일정에다가 입대전의 나머지 며칠은 식구들과 보내야하므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럼 군대 잘 갔다와라..." 이 말을 끝으로 H를 잊기로 했습니다. 잊을 수밖
에 없었습니다.
저는 요사이 번개미팅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수
다, 술... 현재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안식처로서 번개
는 아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7월 18일은 제가 일곱 번째로 번개에 나갈 작정이
었습니다. 10여일 만에 번개에 나갈 요량이었는데 딱히 적당한 방이 없었습니
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방장으로 대학로번개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멤버가 쉽
게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찰라에 ㅇㅇㅇ이라는 닉을 가진 21살짜리가 참
석의사를 밝히며 귓속말로 폰번호를 알려왔습니다. 번호를 확인한 전......순간
정지, 심호흡, 100만 분의 1, 우황청심환 대기!!!
H였습니다!!! 폰번호는 H의 것이었습니다.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내일모레면 입대한다는 애가 지금 번개에 나온다
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전 침착해야만 했습니다. 지
금 당장 숨이 멎어 죽는다해도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011에서 제공하는 투넘버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에 폰번호가 두 개가 있었
습니다. 음흉스럽게도 H에게 이미 알려주었던 번호가 아닌 두 번째의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번호는 일반들과의 통화전용으로 이반에게 알려준 것은 사상 처
음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미 알려준 번호가 H의 폰에 저장이라도 돼 있다면 저
인줄 알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서 그랬던겁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평상시에는 번개만 때리면 개떼처럼 몰려들던 이반
들이 도무지 모여 주질 않았습니다. 번개가 깨질 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번개를 할 수 있는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자 H는 포기의사를 밝히며 방을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우황청심환!!! 수습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쩐
다, 어쩐다...
H가 방을 나가자 저는 곧바로 방폭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대기실과 각 방을 돌
며 H를 찾아댔는데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굴러 들어온 호박을 순간찰라에 놓
칠 판이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과감히 H에게 폰을 때렸습니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아까 그 방장인데요. 오늘 번개 됐거든요. 신촌인데 나오실 수 있으세
요?"
"그런데 왜 갑자기 신촌이에요. 대학로 아니였나요?"
왜 갑자기 신촌이냐구? H는 명지대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대학로면 너무 멀어서
혹시 못 나온다고 할까봐 번개장소를 목동과 가까운 신촌으로 바꿨습니다. 제
나름의 잔꾀였습니다.
거짓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신촌으로 하자고해서요. 나오실 수 있으세요?"
"예, 나갈 건데요. 두 명이 같이 나가도 되죠? 근데 몇 명이나 나오나요?"
"한 예닐곱 명정도 나옵니다"
일단 번개처럼 속이고 나가서 일대일로 만나자는 것이 처음의 계산이었습니
다. 하지만 번개가 아닌 것을 안 H가 과연 같이 있어줄까가 의문이었고 더군다
나 일행하고 같이나온다고하니 그렇게 될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할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사방에 흩어져 있는 각종 번개전문걸(?)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번개를 무조건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천우신조, 번개를
무지 고파하는 28세의 모르는 사람 둘을 채팅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고 제가 번
개에 늘 데리고 다니는 노상궁 둘, 거기다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번개로 알게
된 꽃띠 두명을 순식간에 섭외할 수가 있었습니다. 짜자잔... 일단은 번개정족
수 확보! 그러나 한가지 더 - 번개에서 H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처럼 하기 위해
서는 누군가에게 방장을 넘겨주어야만 했는데 28세의 모르는 사람이 적임자였습
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방장을 해줄 수 있냐고 묻자 순순히 응해주었습니
다. 물론 "이유는 묻지 말고 방장을 해주기만 하면 차후에 거나하게 술 한잔 사
겠다"는 뇌물성 약조가 크게 작용했겠지만은 아무튼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훌륭
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명이 펑크를 내고 H를 포함한 여덟 명이 번개장소에 모였습니다.
아주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H와의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역사적인 순간
이었습니다.
저를 먼저 알아 본 H가 머뭇하다가는 제게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세상에 이
런 우연도 있구나' 하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응했습니다. 흑흑...베
니스를 넘어서 깐느영화제 남우주연상감의 연기력이었습니다.
번개는 그런 대로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역대 최고 번개였던 다섯 번째의 강남
번개에는 못 미쳤지만 100점짜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주 푸짐한 잔치였습니다. 다만 키스게임을 하지 못한 게 서운하기는 했지
만....
그런데 100점짜리는 뭔가 다르긴 달랐습니다. 아무리 이쁜애들이라도 자꾸 보
게되면 점수가 깍이기 마련인데(거의 모두 다 그랬습니다) H는 보면 볼수록 이
뻤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던 또다른 이쁜구석이 새록새록 보여지기 시작
했습니다. 120점이 되려고 했습니다.
2차 노래방을 끝으로 H와 함께한 대망의 일곱 번째 번개는 막을 내렸습니다.
H는 군입대를 연기했다고 했습니다.
면 만나줄 수 있다던 약속을 끝내 저버리고 말았습니다. 9박10일간 친구들과의
여행일정에다가 입대전의 나머지 며칠은 식구들과 보내야하므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이유를 들이밀었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럼 군대 잘 갔다와라..." 이 말을 끝으로 H를 잊기로 했습니다. 잊을 수밖
에 없었습니다.
저는 요사이 번개미팅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수
다, 술... 현재의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자 안식처로서 번개
는 아주 안성맞춤이었습니다. 7월 18일은 제가 일곱 번째로 번개에 나갈 작정이
었습니다. 10여일 만에 번개에 나갈 요량이었는데 딱히 적당한 방이 없었습니
다. 하는 수 없이 제가 방장으로 대학로번개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멤버가 쉽
게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찰라에 ㅇㅇㅇ이라는 닉을 가진 21살짜리가 참
석의사를 밝히며 귓속말로 폰번호를 알려왔습니다. 번호를 확인한 전......순간
정지, 심호흡, 100만 분의 1, 우황청심환 대기!!!
H였습니다!!! 폰번호는 H의 것이었습니다.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내일모레면 입대한다는 애가 지금 번개에 나온다
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전 침착해야만 했습니다. 지
금 당장 숨이 멎어 죽는다해도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011에서 제공하는 투넘버서비스에 가입했기 때문에 폰번호가 두 개가 있었
습니다. 음흉스럽게도 H에게 이미 알려주었던 번호가 아닌 두 번째의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 번호는 일반들과의 통화전용으로 이반에게 알려준 것은 사상 처
음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이미 알려준 번호가 H의 폰에 저장이라도 돼 있다면 저
인줄 알 수도 있다는 노파심에서 그랬던겁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평상시에는 번개만 때리면 개떼처럼 몰려들던 이반
들이 도무지 모여 주질 않았습니다. 번개가 깨질 참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번개를 할 수 있는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자 H는 포기의사를 밝히며 방을 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 번 우황청심환!!! 수습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쩐
다, 어쩐다...
H가 방을 나가자 저는 곧바로 방폭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대기실과 각 방을 돌
며 H를 찾아댔는데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굴러 들어온 호박을 순간찰라에 놓
칠 판이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과감히 H에게 폰을 때렸습니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아까 그 방장인데요. 오늘 번개 됐거든요. 신촌인데 나오실 수 있으세
요?"
"그런데 왜 갑자기 신촌이에요. 대학로 아니였나요?"
왜 갑자기 신촌이냐구? H는 명지대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대학로면 너무 멀어서
혹시 못 나온다고 할까봐 번개장소를 목동과 가까운 신촌으로 바꿨습니다. 제
나름의 잔꾀였습니다.
거짓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신촌으로 하자고해서요. 나오실 수 있으세요?"
"예, 나갈 건데요. 두 명이 같이 나가도 되죠? 근데 몇 명이나 나오나요?"
"한 예닐곱 명정도 나옵니다"
일단 번개처럼 속이고 나가서 일대일로 만나자는 것이 처음의 계산이었습니
다. 하지만 번개가 아닌 것을 안 H가 과연 같이 있어줄까가 의문이었고 더군다
나 일행하고 같이나온다고하니 그렇게 될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할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사방에 흩어져 있는 각종 번개전문걸(?)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번개를 무조건 만들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천우신조, 번개를
무지 고파하는 28세의 모르는 사람 둘을 채팅으로 끌어 모을 수 있었고 제가 번
개에 늘 데리고 다니는 노상궁 둘, 거기다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번개로 알게
된 꽃띠 두명을 순식간에 섭외할 수가 있었습니다. 짜자잔... 일단은 번개정족
수 확보! 그러나 한가지 더 - 번개에서 H와 우연히 만나게 된 것처럼 하기 위해
서는 누군가에게 방장을 넘겨주어야만 했는데 28세의 모르는 사람이 적임자였습
니다. 그에게 전화를 걸어 방장을 해줄 수 있냐고 묻자 순순히 응해주었습니
다. 물론 "이유는 묻지 말고 방장을 해주기만 하면 차후에 거나하게 술 한잔 사
겠다"는 뇌물성 약조가 크게 작용했겠지만은 아무튼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훌륭
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명이 펑크를 내고 H를 포함한 여덟 명이 번개장소에 모였습니다.
아주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H와의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 역사적인 순간
이었습니다.
저를 먼저 알아 본 H가 머뭇하다가는 제게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세상에 이
런 우연도 있구나' 하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응했습니다. 흑흑...베
니스를 넘어서 깐느영화제 남우주연상감의 연기력이었습니다.
번개는 그런 대로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역대 최고 번개였던 다섯 번째의 강남
번개에는 못 미쳤지만 100점짜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주 푸짐한 잔치였습니다. 다만 키스게임을 하지 못한 게 서운하기는 했지
만....
그런데 100점짜리는 뭔가 다르긴 달랐습니다. 아무리 이쁜애들이라도 자꾸 보
게되면 점수가 깍이기 마련인데(거의 모두 다 그랬습니다) H는 보면 볼수록 이
뻤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몰랐던 또다른 이쁜구석이 새록새록 보여지기 시작
했습니다. 120점이 되려고 했습니다.
2차 노래방을 끝으로 H와 함께한 대망의 일곱 번째 번개는 막을 내렸습니다.
H는 군입대를 연기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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