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 하는 남자.(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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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오늘이 11월의 몇째날쯤 되었을까요?

그남자.달력을 안본지 꽤 되었어요.
그래서 오늘 날짜가 몇일인지
,무슨 요일인지
잘모르고 넘어갈때가 많아요.
금요일마다 주급이 나오니까
돈을 받으면 아! 오늘이 금요일 이구나.
그렇게 생각할 정도니까요.페이를 많이
받느냐구요? 천만에요.
세탁소에서 받는 돈이 얼마나 많겠어요.
더군다나 20%는 세금으로 내야하니까 받는 돈은 별로 없지요.
일주일 피울 담배를 사고,일주일 타고나닐 train 값
.일주일치 방값,일주일치
먹을 라면과,도시락반찬..
그리고 오페라 하우스앞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저녁을 한끼쯤 먹을 돈..약간 허무하죠?
돈이라는게 원래 그렇잖아요.
벌때는 모르는데,나갈일은 왜그리 많은지.

그남자가 달력을 안보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남자 집근처에 옥
스포드 거리가 있어요.
그 옥
스포드 거리를 한국 이반들은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옥거리"..이렇게 불러요.
참 이쁘지 않아요? "옥거리"..
그 옥
스포드 거리를 약간 못미쳐 가면 맛있는 빵집이 하나 있어요.
그러니까 그남자 집에서 한 10분 거리쯤 될까요?
횡단보도를 건너서,조그만
교회당을 지나고 밑으로 조금만 걸으면 그 빵집이 있으니까요.
그 빵집에서 나는 빵굽는 냄새는 정말 입에 군침을 돌게 만들어요.
이른 새벽부터
그 빵을 먹기위해서 제법
사람들도 많아요.
그 영화 보셨죠?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거기서 왜 맨마지막 장면에 빵집 나오잖아요.
그정도는 아니어도
이곳 빵집에 풍경도 조금은 비슷해요.
그남자도 그 빵집앞을 지나다니면서
언젠가 그 빵을 꼭 먹으리라 생각했지요.
어느날인가 그남자가 아침일찍
빵을 사러갔어요. 부지런을 떨었지요, 그 빵을 살려구요.
이곳 빵집은 이른새벽
4시쯤은 문을 열거든요.
그남자 그날 굉장히 바쁜 마음에 빵집에 서둘러 갔어요.
그런데 문이 닫혀있는거에요.
매일 정확한 시간에 문을 여는 빵집 주인도 간혹.
피곤해서 늦게 열 수 있잖아요.
그남자 발걸음을 돌렸지요.
한시간쯤 후에 다시
그 빵집으로 갔어요.
맛있는 빵을 먹으리라는 기대와 함께요.
그런데 그때까지도
문을 안열었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있나요?
그 앞에서 맨처음으로 빵을 사야지
하는 마음에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지요.
그런데요.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빵을 사러오는 사람들도 없더라구요.
이상하잖아요. 한참이 지난 후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봤어요.
안되는 영어를 써가면서.
그랬더니 뭐라고 하는줄 아세요?
그날이 여왕생일 이라네요.
여왕생일에 공휴일 이라니..놀랍지 않아요?
그날 그남자는 집에와서 달력을 휴지통에 버렸어요.
그남자가 가지고 있던 달력은
이곳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잖아요.
여왕생일이라고 표시가 돼있겠어요? 그남자
달력에. 그날 이후로 그남자 달력보는거 포기했어요.
사실은 그날 빵을 못먹은게
더 화났지만요.

잠깐만요...창문을 열구요..봄바람이 너무 좋아요..

그남자 체크무늬 닥스우산을 쓰고 여전히 씩씩하게 일터로 향해요.
일주일째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안맞으려면 우산을 꼭 챙겨야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왠만한 비는 그냥 맞아요.
산성비 걱정요? 여기는 아직 그렇게도
공해가 없어요.
편지함을 보면 달팽이들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아직 공기가
깨끗하다는거 아닐까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산을 안쓰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우산쓴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보이기도 해요.
그남자는 습관처럼 슬그머니 내리는
비에도 우산을 편답니다.
참.이나라 남자들의 30%이상이 대머리인거 아세요?
그 남자들..혹시 유전이 아니라,비 맞아서 그런거 아닐까요?
여튼,여전히 그남자 세탁소로 열심히 나가요.
뜻밖의 길'을 지나서요.
김치 좋아하는 리나'아줌마 한테 혼나면서 열심히 다림질 배우고 있어요.
리나'아줌마는 그남자가 다림질 못하는게 신기(?)한가봐요.
매번 가리켜줄때 마다
화를 내니까요. 아니,그러면 그 리나 아줌마 얼굴은 왜 그렇게 생겼답니까?
저도 리나'아줌마 얼굴을 볼때마다,왜 그렇게 생겼냐고 매번 화를 내야겠어요?
하지만 그남자 그런거에 아랑곳 하지않고 열심히 가리켜주는데로 배우고 있어요.
바지 중앙선을 잡을때는 이렇게 해라.
셔츠를 다릴때는 등판부터 다려라..등등..
다림질도 보기보다는 굉장히 힘들더라구요.
그남자는 손재주가 그렇게 있는편이
아니라서 남들보다 더 힘들게 배우고 있지만요.
다림질도 자꾸 하니까 느는것
같아요. 몇일동안 얻어먹은 잔소리 보다는 못미치지만
그런데로 이제는 셔츠나
남방. 다리는건 제법 잘하거든요.
바지 중앙선도 똑바로 잡을 수 있구요.
뿌듯하잖아요. 못하는걸 제대로 할 수 있을때.그런 감정 못 느끼세요?

혹시, 별자리에 대해서 잘아세요?

밤하늘 보면서 별자리를 보고,
저건 어떤 별이고 그 옆에있는 별은 무슨 별이다..
이렇게 밤하늘만 봐도 척척 별이름을 알마맞추는 사람들 있잖아요.
당신도 혹시
그렇게 별자리에 대해서 잘아세요?
그남자 3층에서 살아요. 창문에 그 흔한
커텐이나 버티칼도 없지요.
실은,달생각을 했지만 그창문엔 그런것들이 어울리지
않아요. 침대에 누워서 밤하늘을 보면 고스란히 그별들이 눈에 들어와요.
가끔 같이 방을 쓰는 후배녀석과 그 별이름을 지어보기도 하지요.
저건 얼굴큰
누구별.저건 우리가 아는 남십자성...이렇게요.
그런데 이제는 별자리 이름도
혼자서 지어야 해요. 새벽에 라뽁이를 끓여먹을 수 도 없구요.
그녀석 기분 좋을때
치는 스팅'도 못듣구요
.왜냐면 후배녀석이 사랑하는 자기 애인집으로 떠났거든요.
유키구라모토'의 "Romance"를 피아노 연주로 남기고 휭하니 가버렸어요.
아직 피아노 음이 끊기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가버렸어요.조금 속이 상했지만
어쩌겠어요. 사실은요..사실은 그날밤 한잠도 못잤지요.
그날따라 왜그리
별들이 날 쏘아보는지..

혹시, 오늘이 11월의 몇째날쯤 되었나요? 20일 아닌가요?

당신, 오늘이 바로 당신의 생일이군요?
지나가는 말로 11월20일 이라고 했던,그날이 바로 오늘이면..
하마터면 당신의 생일을 잊을뻔 했군요.
당신께 변변한 생일 선물도 준비 못했네요.
고작 당신의 생일을 기억할 수 있는
일이 제게 전부네요.
당신은 놀랍게도 제가 했던 얘기나,편지들의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더군요.가끔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그래서 어느순간 하고 싶은
얘기도,그전에 했던 얘기일까봐 한참을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저에
대해서 모든것을 다 기억하고 있던 사람이 제게 있었을까요?
가끔 무서울 정도로 제마음을 꿰뚫고 있었던 사람이 제게 있었을까요?

변변치 못한 생일 선물이지만,
어느날, 당신 생일에 당신의 옷을 한번쯤 다려주고 싶습니다.
셔츠를 다리고,바지를 다리고..
그렇게 한번쯤 당신의 옷을 다려주고 싶습니다.
사실, 한번쯤이 아니라 매년 생일마다,
아니 매일 아침마다 당신의 옷을
다려주고 싶습니다.
가끔은 다림질이 지겨워서 잘 다리지는 못하겠지만
그 따뜻한 온기 만큼은 매일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혹시, 저에게 다림질 할 기회를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추신..
이편지가 이곳에서 쓰는 마지막 편지일겁니다.
오늘 당신의 생일에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했으면 바래봅니다.

풍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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