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부 그녀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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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 속엔

아물지 않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에서는

가끔

하늘처럼

파란

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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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부 그녀석 (1)


그녀석이 내 삶속으로 우연치 않게 들어온건,
그리고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건
고3 새학기가 시작되면서였다.

반이 바뀌고 처음 학교에 간 날.
난 첫날이라 조금 서두른 때문인지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뒤쪽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운동장 건너 아파트 사이로 비치는 초봄의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을 때
앞문이 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교실에 있던 몇 안되는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열린 문으로 들어선 녀석은 적당한 자리를 찾는지 두리번거렸다.

'저녀석이 우리반...?'

녀석은 우리 학교 럭비부의 그 유명한 준석이었다.
그녀석의 시선이 내쪽으로 향하더니 거침없이 다가와
내가 앉은 책상위에 가방을 던지듯 올려놓더니
내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가방위에 머리를 묻고는 눈을 감았다.

'어! 이녀석 보게. 오자마자 자려는건가?
잘려면 왜 이렇게 일찍나왔담?'

녀석은 숨소리까지 쌔근거리며 진짜 잠이든 듯 했다.
녀석의 얼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학교에서 그를 모른다면 그녀석은 아마도 간첩이 분명했다.

나도 1학년 말부터 그의 이름과 얼굴정도는 알고 있었다.
고등학생치고는 놀랍도록 저돌적인 힘과 기량으로 코치 선생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녀석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었던 건 학교에서 떠돌던
그에 관한 소문이었다.

플레이보이, 고딩 카사노바, 변태, 등등 일일이 기억할 수 조차 없는
바람둥이(?)에 관련된 별명을 모두 가진, 그래서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되던(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런 녀석이었다.
아니 이면에는 나도 나름대로 여학생들한테 인기가 있다고 자부하던 터에
그녀석의 별명들이 나의 질투심을 은근히 자극했는지도 모를일이었다.

하지만 그녀석이 키도 큰데다 누가 럭비부 아니랄까봐
시시한 바디빌더 못지않게 덩치가 컸고, 얼굴도 아주 잘생긴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여학생들이 좋아할만큼 스포티해 보이는건 사실이었다.


내가 잠든 그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
어느새 아침 조례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나는 그녀석을 깨웠다.

\"야! 일어나!\"

\"으 - 응\"

그녀석은 여전히 졸린듯 힘겹게 눈을 뜨며 몸을 일으키더니
입 가를 한번 훔쳤다.
난 그녀석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실소가 터져나왔다.

그녀석의 얼굴엔 가방 끈 자국이 대각선으로
너무나도 선명히 나 있었다.

교실에서는 웃음소리가 퍼졌고,
선생님까지 그 모습에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흘리셨다.

조례가 끝나고 선생님이 나간뒤 녀석이 갑자기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나 준석이라고 해! 잘 지내보자!\"

\"으 - 응 \"

나는 그녀석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 그래! 잘 - 지내보자!\"
난 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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