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 살인사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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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말씀좀 묻겠는데요....삼포빌딩이 어디쯤이죠?"

"삼포빌딩이요? 여기서 조금 먼데....."

"역에서 물어보니까 쭉 직진만 하면 된다고 하던데......"

"역에서부터 걸어오신거에요? 대단하시네요....네, 직진은 직진이에요....이 길로 계속 쭉 가시다가, 저 앞에 육교 보이시죠? 거기서 왼쪽 귀퉁이에 보면 삼포 주차장이라고 써있어요...그 옆에 보시면 보일거에요"

"감사합니다"

(멋있어도 머리가 나쁘면 곤란해)
혜정은 역에서부터 걸어왔다고 숨을 헐떡이면서 지나간 젊은 남자의 뒤통수에다 대고 이렇게 속으로 외쳤다.

그도 그럴것이, 역부터 지금 그녀가 서있는 이 길까지는 버스로 무려 7-8정거장은 될 것이었다.  참고로 이 길은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중심가로, 역부터 항구까지를 가로질러 나 있는 이 동네 유일의 왕복 6차선 도로이다.
(버스면 버스, 택시면 택시....원한다면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을텐데..... 대체 저 젊은 남자의 혈기왕성함이란.....)

"삐뽀삐뽀~"
(웬일이야~ 어디서 불이라도 난거야?)

혜정의 기억으로는 10여년 전에 항구쪽 공단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한 이래로 소방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설마....민방위 훈련이라도 하는거겠지)

이런 조용한 동네에 화재라....있을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입사 5년차의 동물적인 감각이 모처럼 주말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이혜정 기자의 눈에서 번뜩이는 순간...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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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내부는 예상밖으로 너무나 깔끔했다. 대개 치정극이 일어나는 무대라면 담배연기로 찌든 밀폐된 방, 난장판이 되어버린 세간, 이런것들을 연상하게 되는데, 이곳은 너무나 <건전>한 냄새를 풍기는 터라 영호는 알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도 여기서 사람이 죽었다고는 생각 못할거야)
 
첫 목격자 이웃집 아주머니의 진술에 따르면, 엊그제 혼자사는 피해자 집에 김치라도 좀 드시라고 들를때만 해도 다음날 시체로 발견될 줄은 몰랐다.... 현관문이 활짝 열려있길래 무슨일인가 하고 들여다 봤더니 일직선으로 생긴 집 구조상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피해자가 대뜸 보이더라....구급차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사망후 2시간정도 지난 상태였다....는 얘기들을 했었다.... 

"대인관계에 문제점이 있어보이지는 않던가요?"

"글쎄요.....호탕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았지만, 성실하고 밝은 총각이었는데......"

"엊그제 김치를 주실 때 뭔가 이상한 느낌은 없던가요? 평소와는 다르게...."

"아, 빈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우와~오늘은 좋은 일만 연속으로 일어나네요....뭐 이런걸 다....아무튼 잘먹겠습니다....> 이랬던가...."

대개 갑자기 죽는 사람은 죽기 직전에 뭔가를 눈치챈다던데.....이사람은 정반대였나보다....그의 행운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행운도 김치에서 끝나버렸군.....아, 그러고보니 점심도 굶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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