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다음 날 아침, 흐릿한 의식이 선명해지기도 전 서둘러 머리 맡 시계부터 챙겼다.
9시 58분. 맨몸에 옷을 걸치면서 자꾸만 나는 거울에 시선이 간다.
머리를 감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모자를 쓰는 게 낫겠어. 혹시 말이라도 하게 되면.
양치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설마….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방 갔다 올게요.”
기차 시간 늦어 서두르는 놈처럼 부산하게 밖으로 나왔다만.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리 서둘러야 하는가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무작정 나는 개천가로 달려 나갔고, 막상 도착해서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내가 왜 여길 나온 거지? 왜 그렇게 서둘렀던 걸까. 그래, 난 운동을 하러
나온 거야.
처음엔 걷다가 어느 순간부터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생각했다.
생각하면서 탐색하였다. 내 눈은 시종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주변을 샅샅이 뒤적였다.
아마 그렇게 삼십 분을 달렸던가 보다. 순간, 나는 덜컥 그 자리에 멈추었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검은 색 바탕에 흰 색 줄무늬가 들어간.
아니다. 흰 색 줄무늬와 검은 색 줄무늬가 교대로 들어가 보기만 해도
활달하고 산뜻하게 보이는 트레이닝복.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방아를 찧고 있는 상의에 딸린 모자는 오직 검은 색이었군.
아쉬워. 왜 앞섬은 검은 색 줄무늬인 거야?
못해도 185센티미터는 넘을 키다. 넘어도 83키로는 안 될 무게다.
넓은 앞가슴은 웬만한 계집 둘은 한꺼번에 품어도 좋을 만큼 탄탄해 뵌다.
저 허벅다리로 계집을 조이면 숨도 못 쉬겠지.
날렵한 허리의 유연성은 보나마나한 거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서부터 이제 그의 얼굴은 선명해졌다. 아름다웠다.
한 순간….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흘리고 간 체취를 모두 폐에 옮겨 놓을 작정이었다.
아기 살에서 풍겨지는 은은한 젖내 같기도 하고, 옅은 밤꽃 냄새
같기도 하다. 그 위로 샴푸 향인 듯 보다 강한 냄새가 겹쳤다.
돌아섰다. 그리고 달렸다. 달리면서 그의 등을 훑었고
유연한 엉덩이 선과 허벅지를 지나 수려한 종아리를 훔쳐보았다.
일탈, 그건 분명 일탈이었다.
그 누구 있어 일탈의 명분과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으리오.
일탈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빚어낸 가장 간악스럽고 화려한
자구인지도 모르겠다.
9시 58분. 맨몸에 옷을 걸치면서 자꾸만 나는 거울에 시선이 간다.
머리를 감아야 하지 않을까. 아니, 모자를 쓰는 게 낫겠어. 혹시 말이라도 하게 되면.
양치질은 해야 하지 않을까. 설마….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금방 갔다 올게요.”
기차 시간 늦어 서두르는 놈처럼 부산하게 밖으로 나왔다만. 그러면서도
내가 왜 이리 서둘러야 하는가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무작정 나는 개천가로 달려 나갔고, 막상 도착해서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내가 왜 여길 나온 거지? 왜 그렇게 서둘렀던 걸까. 그래, 난 운동을 하러
나온 거야.
처음엔 걷다가 어느 순간부터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생각했다.
생각하면서 탐색하였다. 내 눈은 시종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며
주변을 샅샅이 뒤적였다.
아마 그렇게 삼십 분을 달렸던가 보다. 순간, 나는 덜컥 그 자리에 멈추었다.
저 멀리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검은 색 바탕에 흰 색 줄무늬가 들어간.
아니다. 흰 색 줄무늬와 검은 색 줄무늬가 교대로 들어가 보기만 해도
활달하고 산뜻하게 보이는 트레이닝복.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방아를 찧고 있는 상의에 딸린 모자는 오직 검은 색이었군.
아쉬워. 왜 앞섬은 검은 색 줄무늬인 거야?
못해도 185센티미터는 넘을 키다. 넘어도 83키로는 안 될 무게다.
넓은 앞가슴은 웬만한 계집 둘은 한꺼번에 품어도 좋을 만큼 탄탄해 뵌다.
저 허벅다리로 계집을 조이면 숨도 못 쉬겠지.
날렵한 허리의 유연성은 보나마나한 거고.
어느 지점에 이르면서부터 이제 그의 얼굴은 선명해졌다. 아름다웠다.
한 순간…. 폐부 깊숙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가 흘리고 간 체취를 모두 폐에 옮겨 놓을 작정이었다.
아기 살에서 풍겨지는 은은한 젖내 같기도 하고, 옅은 밤꽃 냄새
같기도 하다. 그 위로 샴푸 향인 듯 보다 강한 냄새가 겹쳤다.
돌아섰다. 그리고 달렸다. 달리면서 그의 등을 훑었고
유연한 엉덩이 선과 허벅지를 지나 수려한 종아리를 훔쳐보았다.
일탈, 그건 분명 일탈이었다.
그 누구 있어 일탈의 명분과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으리오.
일탈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 빚어낸 가장 간악스럽고 화려한
자구인지도 모르겠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