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엘리베이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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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빨간 엘리베이터/

--1--

자명종 소리에 눈을 비벼 일어난 수혼은 시게를 보았다.
새벽 한시반.
눈을 뜬건지 감은건지 모호한 상태에서 옷을 주워입고
행여나 이모나 이모부가 깰까봐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여름이지만 새벽은 아직 쌀쌀하다.
하지만 그래도 반팔을 입고 나온건 조금후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것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신문 보급소에 도착해보니 벌써 형들과 동생들이 나와서 전단지작업들을 하고 잇었다.
수혼은 새벽에 신문을 돌리는일을 적어도 보름 전까지는 좋아했다.
이곳에오면 자신과 같은 아니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 모두가 열심히 열심히 살려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위로하고 또
강해지기도 했다.

암이 걸린 아빠의 병원비에 보태기 위해 신문을 돌리는 동갑나기 서희도 있고.
소년가장인 초등학교 6학년 짜리 막내도 있다.

하지만..
놀러가기위해..또는 취업이 될때까지나 아니면 운동삼아 하는
부러운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건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잇는 모습이다.

서희나 막내에 비하면.. 이년후 대학교 등록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다니는 수혼은 행복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서희처럼 어머니나 아버님이 게시지 않고 막내처럼 동생도 없지만
그래도 ..수혼에겐  어렸을때부터  키워주신 건강한 이모와 이모부가 있었고..
또 초등6년인 막내 보다도 더 성인이기 때문이다.

수혼이 보다 일년 오래다닌 서희의 손이 더 빠르다.
서희가 전단지 작업을 끝내고 시계를 힐끗 보고 수혼을 쳐다보며 말했다.

"막내가 오늘도 늦네?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
항상 늦더라구.. 어제는 내가 대신 작업해 줬는데..."

"그래?..전에도 늦게와서 깨지더니..언제 작업하고 학교 가려고 하지?"

두시삼십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서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나도 시간이 없는데..병원 가봐야하는데..."

"내가 해줄게뭐..."

"호호..그럴래? 역시 수혼이는 멋져.."

"막내가 250부 돌리나? 그거면돼?"

"아냐..지난주부터 한구역 더 맡았어..350부 돌려..."

"그거나 그거나뭐..알써..."

막내가 돌리는 구역은 노원역 바로옆 아파트 단지이기에
전단지의 종류가 많다.
각종 대형 마트와 백화점들의 전단지와 음식점들.학원들의 광고들.
일곱 가지는 되는것 같다.


물론 낮에 감독님들이 그 전단지들을 가장 큰 광고지에  작업을 해 놓았고
그 작업해 놓은것만 다시 신문사이에 끼워 넣으면 되었지만..
그래도 두꺼운 만큼 시간은 더 걸린다.

드디어 전단지 작업이 끝이났다.
새벽 세시 삼십분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3분의 일을 돌리고 있을 시간이다.
수혼은 뒷면이 비여잇는 전단지위에 --막내 6구역--이라고 매직으로
큼지막하게 써서 막내의 신문 가장위에 올려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때 저만치서 눈을 비비며 막내가 걸어온다.

"형..늦게 나가네? 우쒸 나도 늦잠 잣는데.."

"야임마..형이 작업 해 놨으니까 그냥 나가기만 하면 될거야.."

조그만 입이 크게 벌어지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귀여운녀석.대견한 녀석.

.
.
.
..
.

3교시가 끝이나고 주어진 쉬는 시간동안 수혼은 깜빡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이 넘 곤해 보였는지 수학시간이 시작돼도 누구하나 깨워주지 않았고
수학 선생님도 조용히 수업에 방해가 돼지 않기에 자는 모습에 그냥 내버려 두었다


헌데.
수학 시간이 반쯤 지났을때..
모두가 조용히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있는 분위기에서  갑자기

 --으악..살려줘..난 아니에요..악--

하는 비명소리가 났다.
모두가 깜짝 놀라 수혼을 쳐다 보았다.
수혼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일어나서는 입을 벌린채로 동그라게 커진
눈동자로 친구들을 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어떤 악몽을 꾸었는지 얼굴에 땀까지 묻어 있었다.

"흠..아까 그냥 깨울껄...도대체 무슨 꿈을 꾼거야?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귀신이라도 만난거야?"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이 웃었다

수혼은 그 3교시의 사건? 때문에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해야만 했다.
별일 아니라고 그냥 악몽이라는 말을 하고는 절뚝 거리며 교문을 향했다.

교문입구에 역시나 도수가 기다리고 있다.
도수.
내친구/섹스파트너/애인/장차의 내사랑.
아니 어쩌면 그 전에 깨질지도 모른다.
내일은 어떤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아직도 다리 안난거야? 축구하다 삔거 가지고 되게 오래 티내내?"

"정말 아프단 말이야.."

"삔지 삼일이나 됐쟎아.."

"그러게..점점 좋아 지겠지뭐.."

"근데..낮에 무슨 꿈을 꾸었는데..그리 놀래서 깬거야?"

"귀신을 보았어.
그 아파트에서 죽은 여자귀신.."

"힉.....정말이야? 너가 신문 돌린다는 구역의 그 아파트?"

"어..."

"잊어라 임마..고등학교 1학년이 아직도 그런 귀신에 연연하냐?
아무래도 보약좀 먹어야 겠다..아까 땀도 많이 흘리더만.."

"너가 몰라서 그래..그 아파트가 얼마나 섬찟한데.."

"아파트가 아파트지 뭐가 섬찟하냐?"

도수와 수혼은 공원의 잔디밭에 앉았고  캔커피를 사와서건네는
도수를 바라보며 수혼은 그 아파트를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 아파트는 불암산 바로밑에있어.
25층 고층 아파트지.
그래서 아파트 복도에서 보면 바로 앞에 거대한 폭포수를
중앙에 둔 검은 산이 떡 하니 보인단 말야."

"그게 뭐 어쨋다고 폭포가 흐르는 산 앞의 아파트라 경치 죽이네.."

"맞아 경치 죽여..단..낮에만...
새벽에는 완전히 공포그 자체야 너가 생각해 봐라.
새벽 세시 정도엔 아무도 없어.

현관으로 딱 들어가면..중앙에 엘리베이터가 한대 있고
그 엘리베이터의 위에 층수를 나타내는 빨간 숫자만이 보여.
그걸 타고 25층에서 내려서 복도에 서면..
매년 여름마다 아가씨가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있는 폭포수가
달빛을 받아 은은한 빛깔로 나를 쳐다보지.

복도를 좌우로 흘깃 쳐다보면 불켜진 집은 한집도 없고
비상등을 나타내는 복도 끝의 소화전이 빨간 불빛으로 보여.
꼭 뒤에서 누가 나타날것만 같단 말이지.
비가 오는날은 더하다..네가 한번만 와보면 그런소리 못할걸?"

"그럼 때려쳐라뭐..지금 생활 하는것도 괞챦으면서..."

"내 사정을 아는놈이 그런말을 하냐?"

"아니까 그런말을 하지..방학후에 내가 좋은 알바자리 소개해 준다니까.."

그랬다.
열심히 공부를 해도 모자란 판에..새벽마다 서너시간씩 신문을 돌린다는건
결코 쉬운건 아니였기 때문이다.

공부도 아주 많이 해야했고 건강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수혼이 신문을 돌리면서 점점 지쳐갔고 그런 모습을 보며 도수가 말렸지만
수혼은 대학 등록금까지 이모에게 부담하게 할순 없다고 하며 한사코
다녔고...

도수는 그런 수혼을 위해 정말 방학을 하면 삼촌이 게시는 시골에서
고 단가로 알바를 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수혼은 내일일을 어떻게 아냐며
한사코 고집을 꺽지 않았다.

"됐어..내일일은 모르는거야.."

"너 아까도 그렇게 악몽을 꾸었으면서 어떻게 새벽마다 그 아파트를 가려고 하냐?"

"그래서 ..사실 조금 망설여 지기도해.."

"보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여자 얼굴이 생각나니?"

"어..생생하게..."

수혼은 그 때의 그 미소가 다시금  떠오르는것 같아 몸서리를 쳤다.

"그만 뒀으면 좋겠는데.."

도수의 말에 수혼이 살짝 웃어 주엇다.

"어쩌면 그만 둘거야..뭐.."

"만약 그만두게 되면 다신 알바 하지마라..나랑 시골가서 같이 하면 되쟎아.."

"그래..만약 그만두게 되면 방학때 까지는 책하고 너만 보며 살께.."

"그말에 도수의 얼굴이 환하게 바뀌였다."

.
.
.
.
새벽.세시.
한참을 뛰어다녔기에..이 아파트에올때 쯤이면 온몸이 땀으로 졋어있어야 했지만
조금전부터 가랑비가 내렸기에 땀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104동 이 가까워 올수록 가슴이 조금식 빨라졌다.

"경비 아저씨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수혼은 나지막히 속삭이며 자동문으로 들어가기위해 우측의
숫자판에 비밀번호를 눌렀다.1444

"숫자도 지랄같군.."

어두운 복도.
 수혼이 승강기 앞에서자 자동으로 조명이 들어온다.
승강기를 타고 25란 숫자를 눌렀다

"그날도 비가 왔었는데...쓰..."

25층에서 내려 복도에서 산을 보니 온통 캄캄했고..
폭포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들렸다.
비가와서 달빛도 없고 각 가정앞의 조그만 복도비상등의 빨간 불빛들만이
일렬로 쫘악 늘어서 있다.

수혼은 원래 뛰어다녀야 했지만..
그냥 천천히 걷기로 했다.발목이 아픈 것도 그렇지만..
왠지 뛰면 더 무서울것 같았기 때문이다.

25층에세부를 돌리고..게단을 내려와서 23층에 두부.
20층에 한부.그리고 18층에 한부.
마지막으로 17층에 한부를 넣어야 했다.

승강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게단을 뛰는게 빨랐기에
25층에서 17층 까지는 내려오면서 돌렸고
17층에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다 2층에 한부만 더 넣으면 끝나는 거였다.

18층을 다 돌린 수혼은 게단으로 내려갔다.
헌데..게단에서 자동으로 들어와야 하는 불이 왠지 들어오지 않았다.

침을 꼴깍 삼키고 게단을 내려가서는 17층의 14호로 뛰었다.
그리곤 신문을 그집앞으로 던지고는 뒤를 휙 돌아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다.


그날새벽.
그 여자가 서있던 복도의 반대편4호 앞엔 아무도 없다.
천천히 중앙의 승강기로 갔다.
숫자가25에 머물러 있다.

"씨발.."

원래 25층에서 내릴때 미리17층을 눌러놓는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누르면 바로 열려야 했는데..
깜빡 잊었나 보다.

버튼을 누르고 좌우로 복도를 훝어 보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다.
폭포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내려오는 승강기의 숫자를 보다가 4호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아무도 없다.

헌데..이상하게 고개만 돌리면 그 자리에 여자가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름전 비가 오던 ..그날도 수혼은 이렇게 승강기 앞에 잇었다.
그 여자는 수혼이 18층에서 내려와 신문을 넣고 돌아 서서 깜짝 놀라며
자신을 보고 잇는데도 멍하니 폭포수를 보고 있었다

비에 흠뻑 젖은채로 서있는 여자의 옆모습.
날씬하고 매력적이지만 미친여자?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승강기가 "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릴때..그때서야 그 녀는 수혼을 돌아 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승강기는 활짝 열렸지만..수혼은 그곳에 탈수가 없었다.

수혼 과 눈이 마주친 여자는 아름다움 미소를 띄며 수혼을 보았고.
수혼도 답레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생각할때..
그녀는 수혼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채 몸을 날렸다.
그곳은 지금 서있는 17층이였다.



"띵"

문득 정신을 차린 수혼은 승강기가 열리자 안으로 들어가며
그날의 일들을 애써 잊으려 했다.

"쓰벌..왜? 왜 웃은거야?"

승강기에 문은 정상적으로 닫혔지만 그 닫히는 시간이
엄청 길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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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파이스트님 무서워요 이렇게 무서운글에도 재능이 있으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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