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인간- 악덕남녀를 평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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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덕 외과의와 연예 매니져의 최후 ---
나는 층계에 숨어 기다렸다.
고개를 삐쭉 내밀고 두리번거리지만 않는다면, 복도에 있는 사람이, 내가 층계에 엎드려있음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보다 8배 좋은 시각과, 인간보다 50만 배나 더 뛰어난 후각을 갖춘 내가 먼저 인기척을 포착하겠지! 괜히 유전자 변형인간이더냐?!
지금 이 건물 안은 텅 비어있다.
그리고 나는 20층 꼭대기 층에서 자정을 넘기며 방탕한 밀애를 나누는 두 남녀 악당을 기다리고 있다. 그 두 인간이 오늘 내가 처리해야할 죄인들인 셈이다. 알게 모르게, 수백 명의 인간들에게 악행을 끼친 그들은 여기서 오늘, 내 손에 아니 촉수에 징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동안, TV출연이네, 고급 자가용이네, 호화스런 생활에, 실컷 재미를 보아온 년놈들이고 보니, 오늘 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한들, 결국 이해타산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궁극적으로는 수지가 맞는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날 원망은 마라! 노래가사에도 있잖니?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음흠흠, 어허허…"
난 손바닥에 밴 땀을 손수건에 닦으며 빙긋 웃었다.
오늘 내가 이 안으로 들어온 걸 본 이는 아무도 없었고, 설사 목격했다 한들 날 제지할 수는 있는 인간은 지구상에 없겠지만, 난 묘한 짜릿함과 긴장감에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처음으로 같은(?) 인간을 사냥한 뒤에 느낀 죄책감과 구역질이 사라진 이후, 난 이러한 스릴감을 즐겨왔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도사라던가?
난 옛 속담 그대로 무섭게 적응해 가는 나 자신에게 적이 놀라며, 조용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1년 전 만 하더라도, 내가 누굴 해칠 수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물론 그러고 싶은 적은 많았지만‥!
시간은 새벽 3시 27분!
어디선가 인간의 희미한 살 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랜 훨씬 더 예민해야할 내 감각기관들이, 육중한 콘크리트 벽과 전자장비들 때문에 상당히 약화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차츰 나아지겠지. 해충들이 '에프 킬라'를 극복했듯이--! 음, 몇 분 뒤면, 내가 노리는 두 남녀 악당이 이리로 걸어오겠군!
이윽고, 경쾌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두 남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간은 새벽 3시 반! 어둠을 틈타 섹스라도 나눴는지, 서로 껴안고 장난치며 나오는 꼴이 꽤나 다정해 보였다. 더구나 30대 초반의 선남선녀들 아닌가?
쭉 뻗은 건장한 체격에 알마니 정장을 빼 입은 강 대표와, 육감적인 몸매를 점잖은 페라가모 투피스로 감춘 진아(아니지, 최 박사)--! 아무도 없는 첨단건물에서 밀애를 나누다가 빠져나가는 그들을, 웬 끔찍한 괴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아마 변기 통에 빠진다 한들 평생 한 번 상상조차 못하겠지?!
더구나 세상에나‥! 약자들을 짓밟으며 탐욕스러운 돈을 갈취하는 인간 주제에, 자신들의 외모는 저리도 꼼꼼하게 신경 쓰나? 이런 젠장! 껍질 속에 비린내나고 추악한 실체가 있다는 건 스스로들도 잘 알고 있나보군. 그나마 다행이야, 암!
난 외부의(!) 두 다리와 몸 속의 여섯 다리들(!) 모두에 불끈 힘을 주며, 먹이사냥을 시작했다. 맨 먼저, 바다 문어 특유의 8배율 적외선으로 조율한 내 동공이, 그들의 뱃속을 열로 투시한다.
음, 강 대표의 위장엔 맥주와 코냑이 가득하고‥ 이런, 최 박사의 식도와 위장에는 허여멀건 정액이 가득하군! 아유 불결해라! 로마 시대에 유행했던 오랄 섹스가 아직도 유행이냐? 인간(나는 빼고!)이란 족속들도 알고 보면 어지간히 독창성이 없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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