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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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가을인가 싶은게 더위는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코끗을 여미고 있었다.
시골에 내려와서 생활한지도 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나만의 추억이 배어있고 간직하고픈 한폭의 수채화처럼 정겨운 고향이기에 모든 기억들이 새삼 새록거리고 있엇다.
그중 한 가지는 서울 형을 만나 즐거움을 보내고, 형을 그리워하는 추억의 고민거리가 있어서인지  아쉬움만 남아있고, 또 다른 나의 생활로 향하고 있는 내 육신도 지치다 시피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서서히 나도 개강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비록 시골떼기 촌놈이지만 그래도 뭐든 배워야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문대학이라도 다니고 있는 것은 나로서는 천만 다행한일이다.
사회생활 하려면 그래도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살아가야 되기에 주경야독식으로 어렵게 대학 생활을 하고 있었다.
좁은 방 한켠에서 월세방에 신세지고 의지하면서 매 끼니마다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번거러움도 잊은채 주섬주섬 짐정리를 하고 있었다.
책 정리를 하고 있는데 무슨 쪽지가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었다.
지날 일에 대한 기억을 더듬게 하는 쪽지였다.
서울 진욱이 형 연락번호며 주소가 적혀있는 쪽지이다.
잘 간직하고 있었는데, 찾을 땐 어디다 간직했는지 하루종일 몸싸움 하면서 찾았었지만 찾을수 없어 포기했었는데 갑자기 쪽지를 접하고 있으니, 나의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여 지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쪽지가 얼떨결에 지금 나타나다니......?
순간 나도 모르게 형의 얼굴을 그려 보았다.
우유빛 얼굴에 근육이 단단하리 만큼 우람한 가슴이며, 젠틀한 얼굴은 뭇 사내 못지않게 잘생긴 얼굴을 그려보고 있었다.
그 형도 잘 지내고 있겠지?
나도 모르게 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때는 형을 그리워하고 사모 했었는데,
더위에 잠도 못 이루고 며칠동안은 형 생각에 눈물도 아무도 모르게 흘렸는데, 새삼 쪽지를 보고나니 뭐가 뭔지 머리만 뒤숭해 지고 있었다.
이것 저것 정리를 하다보니 차를 놓칠 듯 싶어 발 빠르게 서두르고 있었다.
시골이라 다 그렇겠지만 하루에 서너 번 시내버스가 왕래하다보니, 차를 놓치면 또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만 되는 나의 고향은 말 그대로 깡촌 이었다.
서둘러 대서 그나마 버스에 몸을 지탱할수 있었지만 갑자기 뛰어오는 바람에 더위가 온몸에 서 열기를 토해내듯 이마에선 벌써부터 땀으로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다.
차창으로 바라보는 들녘에는 어느새 누런 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였고, 때이른 곡식들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새색시 얼굴처럼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바람 부는대로 살랑거리고 있는 들녘은 어느때나 배부른 듯 그렇게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농부 분들의 마음은 나보다 더 긴장하고 풍년을 기다리고 있겠지?
마음 한켠에 시골추억을 접어두고 하염없이 나만의 공간을 향해서 버스에 몸을 의지 한체 달리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보니 쾌쾌한 냄새가 코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한달 보름 만에 방문을 열고 안주인을 맞이하는 좁은방에서 곰팡이 냄새로 내 코를 자극하고 있으니, 역겹다 못해 창문까지 활짝 열어놓고 환기를 시키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옆방에는 일찍 도착해서인지 앞마당엔 빨래가 넘실넘실 춤을 추고 있어, 나도 옷가지며 이불을 챙겨서 바람을 쏘여야겠다고 하면서도 여름 장마 탓인지 습기가 온방을 휘젖고 있어 불쾌하기 까지 하였다.
비록 싼 월세방이지만 안주인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나의 보금자리인 만큼 이것저것 밖으로 내다가 일광욕을 시키고 환기를 시키다 보니 금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걱정이다.
온갖 신경을 방에다 쏟다부니 배가 절로 고파왔다.
좀 참아야지 하면서도 배에선 연실 밥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밑 반찬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만의 그릇에 주섬주섬 쌀을 씻으면서도 형의 얼굴이 나의 두상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서둘러 한 끼를 때우고 전화를 걸어 봐야겠다면 나만의 산책로를 따라 공중전화 앞으로 다가섰다.
왠지 가슴에서 심장소리가 콩당거리고 있었다.
두려움도 아니고 나만의 특유한 행동 탓인지는 모르지만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다어얼을 돌려댔다.
따르릉, 따르릉
몇 번의 전화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았다.
중년부인의 목소리였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저......
진욱이 형 있으면 바꿔 주세요?
저는 청주에 사는 후배인데......
중년부인이 엄마인 듯 하다.

전화 바꾸었읍니다.
까랑까랑한 진욱이 형의 목소리가 분명하였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인가?
다급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일방적인 말만 계속 되풀이 하고 있었다.
개강이 아직 며칠 남아 있어 형을 한번 찾아볼까 생각 중 이라 하니, 형의 목소리가 반갑다는 듯 맞이하고 있는 형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는 형과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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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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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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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글솜씨입니다.^^
날씨는 많이 무덥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거리의 쇼윈도우에는 어느새 가을 신상품이^^
아무리 덥다고 한들 계절은 속일수가 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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