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우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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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때는 늘 부지런 하고 하고픈 포부와 욕망도 남들 못지않게 대단했었는데, 지금 나의 모습은 추악하기 그지없었다. 긴 담배연기를 내뿜으면서 천정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잠시 뒤 담배연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연기를 뿜어대도 잠시면 어디론지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았다.
이런 것이 인생인가 보구나.
스스로 자책하면서 담배를 연실 피우고 있었다.
손님,
네?
양주를 지금 준비 못했는데 소주로 한잔 하시죠?
너무나 고마운 소리였다.
근처 수퍼에 가서 재빠르게 사오면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주변엔 수퍼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럽시다.
그럼 안주는 시원한 찌개로 준비 좀 해주시죠?
네,
그렇게 모처럼 비싼 양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듯, 사내가 소주를 권하는 것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나 같으면 잠깐 양해를 구하고 주문한 양주를 팔았을텐데,
순진한 면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양주 사오기가 귀찮아서인지는 알수 없지만, 나는 사내를 다시 한번 생각해 하게 묘한 기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지 ?
내가 허룸한 옷을 입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허룸한 옷을 입었다하여, 손님이 주문한 양주를 마다하고 소주로 권하는 사내의 궁금증을 술도 먹지 않았는데 자극을 시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인물로 봐서는 선해보였지만, 사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내가 시키는 대로 소주를 마시기로 했으니, 더 이상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양주든, 소주든 취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죄 없는 담배만 물고 있었다.
손님,
다 준비 되었읍니다.
맛있게 끓고 있는 찌개가 코 끗을 자극하고 있었다.
쭉 들이키면서 찌개를 먹어보았다.
찌개 맛이 일품이었다.
혼자 자작하고 있는 것이 측은하게만 느껴졌던지, 사내가 내 앞에 다가와 구걸하듯, 소주 한잔을 얻어먹고 싶다고 한다.
서로 통하고 있는 것인지, 사내가 내 앞에 앉아 소주잔을 받고나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손님,
기분이 안 좋으신것 같네요?
아닙니다.
일이 오늘이 일찍 끝나 집에 들르기 전에 소주가 생각나서 들렀읍니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여기오시는 손님은 늘 정해져 있어요.
손님이 보시기엔 똑같은 술값내고 누가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겠어요?
처음 뵙는 손님인데,
그러게요,
답답함의 극치인지 사내가 나의 혀를 찌른 듯, 나는 한동안 아무 말없이 소주잔만 비우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제게는 형님같은 분인데 답답한 얘기 있으면 말씀 하세요.
동생같은 사장에게 뭐 할말이 있겠어?
그리고 나는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이고,
아까도 사장이 말했듯이 이곳에 오는 손님은 단골뿐이 없다했는데, 지나가는 나그네한테 얘기 들어야 지루하고 답답한 얘기뿐이 더 나오겠어?
그래도 형님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하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초면인데 허락도 없이 제 마음대로 형님이라 부르는게 마음이 걸리네요.
내가 나이가 조금 더 먹었으니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지.
그래야 좀 서먹함이 덜하지 않겠어?
인연이 따로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쭉 들이키면서 사내를 자꾸 탐색이라도 할듯, 행동이며 자세를 살펴보았지만 때 묻지않은 청년답게 예의도 바르고 말투도 다른 사내들보다 정중해보였다.
사실 내가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힘이 들고 의지 할때가 없어서 소주 한잔 마시고 있는거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나의 생활터전이라 생각하면서 피땀으로 일궈놓은 사업에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기에 몰려있어. 남들한테 부지런하다고 칭찬도 받아가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빛도 보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보직전까지 와있어. 어쩜 나의 업보 일수도 있겠지만 주변 친구들도 모두 냉대하다보니 헛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따분하지?
아닙니다.
형님도 열심히 생활하고 떳떳하게 살았으면, 누구의 도움을 받던 기회가 다시 한번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 하십시오.
저도 술장사하면서 사회 물정에 대해 형님보다는 더 많이는 모르지만 조금은 알고 있어요.
형님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시길 바랍니다.
건배한번 하시죠?
그럽시다.
형님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그렇게 초저녁부터 술잔을 기울고 있었다.
얼떨결에 찾은 허룸한 술집의 사내에게 뭔가 이끌리듯이 묘한 기분은, 또 다른 나의 인생의 기로에서 서막이 오를지 모른다는 판단이 들고 있었다. 왠지 사내에게 자석처럼 끌려가는 느낌 뿐이었다.
자네는 이일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네 거의 2년쯤 됩니다.
그래,
많이 벌어서 정승같이 사용해야 대우받고 산다네,
그럼요, 사회물정을 알고 싶어서 제가 택한 길인만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읍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말씀 하십시오.
처음 양주를 마시고 싶어서 부탁했는데 왜 소주를 권했지?
그거요,
들어올때 형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 있더라구요.
술이라도 마시고 잊고 싶은 모양이다 생각해서 소주를 권했읍니다.
취하는 것은 소주든 양주든 별 차이 없고, 자고 나면 왜 양주를 마셨나 후회도 하실 것 같아 소주를 권한 겁니다.
양주도 있긴 있는데 이상하게 연민의 정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형님같은 포근함이 얼굴에 있어서인지 잘은 모르지만 사연은 그렇읍니다.
저도 양주 팔면 소주보다 매상이 훨씬 나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소주나 양주나 별 차이 없잖아요.
술에 취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너그러운 배려인 듯 보였다.
젊은이 치고 생각하는 것이 깊어 보여 내가 배울점이 많아 보였다.
인연이 따로 있듯, 그렇게 사내와 술 한잔으로 인연이 되었다.
모든 잡념을 잊고 술기운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 하였다.
기분 때문인지 일찍 술이 올라와 더 이상은 마시기가 어려웠다.
오늘 좋은 것 많이 배우고 가네.
벌써 일어나시려고요?
많이 취했으니 집에 가봐야지
좀더 쉬었다 가세요.
손님이 없으닌까, 쪽방에서 한숨 주무시고 가셔도 됩니다.
처음 보는 나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라도 쏟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따스한 청년을 일찍 만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친구놈들의 두상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잘나갈때는 자주 들러 소주잔을 기울더니, 내 처지가 어렵다하여 발도 끊고 아는 척도 안하는 것을 보면, 내가 착각속에 세월을 살았나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친구얼굴을 그려보고 있는 이유는 나도 모르게 두줄기 눈물로 답하고 있었다.
이럴때 내옆에 의지하고픈 친구 한놈만 있어도 좋으련만,
그만 일어나야 되겠네,
오늘 신세 많이 지고 가네,
다음에 꼭 한번 찾아올께.
축 늘어진 어깨를 추수리면서 나는 또 다른 나의 보금 자리로 가야만 되기에 취한 육체를 등지고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안녕히 가세요,
아름다운 청년임에 분명하였다.......
이런 것이 인생인가 보구나.
스스로 자책하면서 담배를 연실 피우고 있었다.
손님,
네?
양주를 지금 준비 못했는데 소주로 한잔 하시죠?
너무나 고마운 소리였다.
근처 수퍼에 가서 재빠르게 사오면 될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주변엔 수퍼도 없는 듯 보였다.
그럽시다.
그럼 안주는 시원한 찌개로 준비 좀 해주시죠?
네,
그렇게 모처럼 비싼 양주를 마시고 싶었지만, 나의 사정을 알고 있는 듯, 사내가 소주를 권하는 것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나 같으면 잠깐 양해를 구하고 주문한 양주를 팔았을텐데,
순진한 면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양주 사오기가 귀찮아서인지는 알수 없지만, 나는 사내를 다시 한번 생각해 하게 묘한 기분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니지 ?
내가 허룸한 옷을 입어서 무시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보잘 것 없고 허룸한 옷을 입었다하여, 손님이 주문한 양주를 마다하고 소주로 권하는 사내의 궁금증을 술도 먹지 않았는데 자극을 시키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인물로 봐서는 선해보였지만, 사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사내가 시키는 대로 소주를 마시기로 했으니, 더 이상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코가 석자인데 양주든, 소주든 취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죄 없는 담배만 물고 있었다.
손님,
다 준비 되었읍니다.
맛있게 끓고 있는 찌개가 코 끗을 자극하고 있었다.
쭉 들이키면서 찌개를 먹어보았다.
찌개 맛이 일품이었다.
혼자 자작하고 있는 것이 측은하게만 느껴졌던지, 사내가 내 앞에 다가와 구걸하듯, 소주 한잔을 얻어먹고 싶다고 한다.
서로 통하고 있는 것인지, 사내가 내 앞에 앉아 소주잔을 받고나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손님,
기분이 안 좋으신것 같네요?
아닙니다.
일이 오늘이 일찍 끝나 집에 들르기 전에 소주가 생각나서 들렀읍니다.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여기오시는 손님은 늘 정해져 있어요.
손님이 보시기엔 똑같은 술값내고 누가 이런 곳에서 술을 마시겠어요?
처음 뵙는 손님인데,
그러게요,
답답함의 극치인지 사내가 나의 혀를 찌른 듯, 나는 한동안 아무 말없이 소주잔만 비우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제게는 형님같은 분인데 답답한 얘기 있으면 말씀 하세요.
동생같은 사장에게 뭐 할말이 있겠어?
그리고 나는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이고,
아까도 사장이 말했듯이 이곳에 오는 손님은 단골뿐이 없다했는데, 지나가는 나그네한테 얘기 들어야 지루하고 답답한 얘기뿐이 더 나오겠어?
그래도 형님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하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초면인데 허락도 없이 제 마음대로 형님이라 부르는게 마음이 걸리네요.
내가 나이가 조금 더 먹었으니 형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괜찮지.
그래야 좀 서먹함이 덜하지 않겠어?
인연이 따로 있는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있었다.
쭉 들이키면서 사내를 자꾸 탐색이라도 할듯, 행동이며 자세를 살펴보았지만 때 묻지않은 청년답게 예의도 바르고 말투도 다른 사내들보다 정중해보였다.
사실 내가 조그만 사업을 하는데, 힘이 들고 의지 할때가 없어서 소주 한잔 마시고 있는거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나의 생활터전이라 생각하면서 피땀으로 일궈놓은 사업에 바람앞에 등불처럼 위기에 몰려있어. 남들한테 부지런하다고 칭찬도 받아가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빛도 보지 못하고 주저앉기 일보직전까지 와있어. 어쩜 나의 업보 일수도 있겠지만 주변 친구들도 모두 냉대하다보니 헛 살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따분하지?
아닙니다.
형님도 열심히 생활하고 떳떳하게 살았으면, 누구의 도움을 받던 기회가 다시 한번 올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 하십시오.
저도 술장사하면서 사회 물정에 대해 형님보다는 더 많이는 모르지만 조금은 알고 있어요.
형님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내시길 바랍니다.
건배한번 하시죠?
그럽시다.
형님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그렇게 초저녁부터 술잔을 기울고 있었다.
얼떨결에 찾은 허룸한 술집의 사내에게 뭔가 이끌리듯이 묘한 기분은, 또 다른 나의 인생의 기로에서 서막이 오를지 모른다는 판단이 들고 있었다. 왠지 사내에게 자석처럼 끌려가는 느낌 뿐이었다.
자네는 이일을 언제부터 시작했나?
네 거의 2년쯤 됩니다.
그래,
많이 벌어서 정승같이 사용해야 대우받고 산다네,
그럼요, 사회물정을 알고 싶어서 제가 택한 길인만큼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읍니다.
그래야지.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말씀 하십시오.
처음 양주를 마시고 싶어서 부탁했는데 왜 소주를 권했지?
그거요,
들어올때 형님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차 있더라구요.
술이라도 마시고 잊고 싶은 모양이다 생각해서 소주를 권했읍니다.
취하는 것은 소주든 양주든 별 차이 없고, 자고 나면 왜 양주를 마셨나 후회도 하실 것 같아 소주를 권한 겁니다.
양주도 있긴 있는데 이상하게 연민의 정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형님같은 포근함이 얼굴에 있어서인지 잘은 모르지만 사연은 그렇읍니다.
저도 양주 팔면 소주보다 매상이 훨씬 나은 것은 알지만, 그래도 소주나 양주나 별 차이 없잖아요.
술에 취하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너그러운 배려인 듯 보였다.
젊은이 치고 생각하는 것이 깊어 보여 내가 배울점이 많아 보였다.
인연이 따로 있듯, 그렇게 사내와 술 한잔으로 인연이 되었다.
모든 잡념을 잊고 술기운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 하였다.
기분 때문인지 일찍 술이 올라와 더 이상은 마시기가 어려웠다.
오늘 좋은 것 많이 배우고 가네.
벌써 일어나시려고요?
많이 취했으니 집에 가봐야지
좀더 쉬었다 가세요.
손님이 없으닌까, 쪽방에서 한숨 주무시고 가셔도 됩니다.
처음 보는 나에 대한 배려가 너무나 고마워 눈물이라도 쏟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따스한 청년을 일찍 만났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친구놈들의 두상을 머리 속으로 그려보았다.
잘나갈때는 자주 들러 소주잔을 기울더니, 내 처지가 어렵다하여 발도 끊고 아는 척도 안하는 것을 보면, 내가 착각속에 세월을 살았나 하는 후회를 하면서도 친구얼굴을 그려보고 있는 이유는 나도 모르게 두줄기 눈물로 답하고 있었다.
이럴때 내옆에 의지하고픈 친구 한놈만 있어도 좋으련만,
그만 일어나야 되겠네,
오늘 신세 많이 지고 가네,
다음에 꼭 한번 찾아올께.
축 늘어진 어깨를 추수리면서 나는 또 다른 나의 보금 자리로 가야만 되기에 취한 육체를 등지고 서늘한 가을바람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안녕히 가세요,
아름다운 청년임에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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