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경허스님과 만공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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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온다. 어느덧 나도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나 보다. 영화관도 불이 꺼져 가고 주위의 상점들 간판도 하나 둘씩 불이 꺼져 갔다. 버스에 올라타 보니 늦은 시간에 집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대부분 영화를 보거나 근처 유흥가에서 그들의 시간을 보낸뒤 집으로 향해 가는 길 인가보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저들의 얼굴이 오늘 따라 왠지 행복해 보인다. 피곤에 지쳐 창밖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40대 중반의 아저씨에게서 집에서 아빠를 기다릴 귀여운 애들이 보이고,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는 20대 청년에게선 집에서 들어올 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릴 어머니의 따스한 손이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라 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의 자동차 불 빛 모두가 하늘의 별 만큼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신기한 일이다. 마음이 부자가 되니까 사물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불현 듯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에 관한 우화가 생각 났다.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길을 가는데, 만공 스님이 시주자루를 메고 무겁다고 끙끙대며 투덜거다. 그러자 경허 스님이 지나가는 처녀를 희롱하였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두 스님은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서 산으로 뛰기 시작하다. 쫓아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경허 스님은 숨을 돌리면서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
"어떠냐? 지금도 무겁느냐?"
그러자 만공 스님이 대답한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무거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옳거니, 네 말이 맞다. 무겁다는 생각이 없으니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겠느냐.!
모두가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사는 게 힘들지도 않을텐데 하며 쓰디쓴 웃음을 지어본다. 허나 그런 마음으로만 산다면 모두가 절에 들어가 살아야 될 거라는 웃지 못할 상상에 키득키득 웃어 보였다. 연신 그 모습이 우스워 보였는지 옆에 서있던 사람이 위에서 아래로 훑어본다. 어험...웃음을 참고 손잡이를 잡고 서 가지만,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이 참을 수가 없었다. 공중 변소에서 소변을 보던 남자가 지퍼에 자신의 물건을 넣기도 전에 돌아섰고, 들어가던 난 그 남자의 물건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길거리에서 만원권 한 장 주은 듯 땡 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태수 아제네 포장마차가 생각났다. 영화가 하는 중간에 비가 그쳤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태수 아제가 문열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도중에 버스에서 내리고 언제나 가던 그 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비가 그치면 언제든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주는 포장마차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아제의 포장마차는 열지 않았다. 이내 발길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갈려고 하는데 다른 포장마차 앞에 누렁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누렁아~!"
녀석 몇 일만에 보는 내가 반가웠는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는 듯이 쫓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태수 아제도 없이 혼자 그렇게 지냈을걸 생각 하니까 측은 했는데 이 녀석 못 본 사이에 어째 살이 더 올라 통통해 보인다. 이상하리만큼 통통한게 복날 잡아먹으면 두 접시는 되겠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녀석 누구한테 얻어먹었는지는 몰라도 세상사는 방법에 많이 익숙해졌나보다. 태수 아제보고 집에서 길러보라고 했을 때 아제는 누렁이도 밖에서 생활하던 습관이 있어서 집에서 기르면 더 약해질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게 좋다고 하며 가끔씩 먹을 것을 주면서 그냥 내 버려 두었다. 그런 아제의 뜻을 잘 알아들었는지 누렁이는 스스로 먹이를 얻는 방법을 터득했고, 손님도 몰아다 줄줄 알았다. 녀석 신통하기도 하기가 방통하기 그지없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아마 영재 소리 들었을 텐데 생각 해 본다. 여러 번 쓰다듬어 준 뒤 피자헛에서 먹다가 남아 싸가지고 온 피자 한 조각 내려주고는 골목을 걸어가다 누렁이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 언제 갔는지 골목 모퉁이에 돌아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언제 저런 곳에 포장마차가 생겼지? 하는 마음에 궁금증이 생겨 발길을 도로 돌렸다.
"어서오세요.."
".....어..."
".....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라는 한마디만 하고선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영화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우의 심정으로 시간은 멈추듯 흘렀다. 서로의 눈빛만 보던 영호와 포장마차 주인은 재회의 기쁨과, 지나쳐간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듯 말 없는 주객이 되어 포장마차 안을 이도공간으로 만들어 갔다.
"그 날은 잘 들어 가셨어요? "
"............예......"
침묵으로 지난 일을 떠올리던 그의 말에 짧게 한마디 던졌다. 그 날밤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불러온 뜻하지 않은 사건과,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짱가 같은 한 사나이가 짧은 단편 영화처럼 순식간에 뇌리에 펼쳐져 지나갔다.
"요즘 비가 요상스럽게 많이 오죠?. 맑았다가도 금새 흐려져 비가 오고 기상이변이 매년
속출하는데, 지구 방위대 후레쉬맨은 대책을 잘 세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푸~~웁..."
"..하하하하..."
지난 이야기를 상기하기 싫은 속마음이 내 비쳤는지 주인 아저씨가 가벼운 농담으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그런 그의 모습이 코미디언 같아 금새 웃어버렸고, 지나간 기억으로 눌러져 있던 무거운 공기는 날아 가 버렸다.
비가 오고 난 뒤의 밤 공기 냄새가 포장마차 안으로 시원스럽게 불어들었다.
언젠가 과학 잡지에서 비 온 뒤의 밤 공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한번 맡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라는 기사를 봣다. 대기중의 음이온의 증가로 인해 시원함은 물론이요, 가까이 하므로 인간의 두뇌의 기억력을 증가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며 공부하는 학생과 노인의 치매 및 중병과 고혈압 등의 질병을 극복하는데 원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허나 어디까지나 가설이지 주위에서 효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 그걸 기대하고 밤거리를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분위기가 가벼워지자 그는 술 한 잔 하겠냐고 묻는다. 별로 생각은 없었지만, 그에게 신세 진 것도 있어 손님도 없는 날에 손님이 되어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소주 두 병을 시켜 놓고, 그와 누렁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 저 개 이름이 누렁이인가요? 그랬군요. 누렁이가 저 밑에 포장마차 있던 자리에서 매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봤더니 배가 고팠는지 전봇대 옆에 있던 쓰레기 봉지 더미를 마구
파 해치길래 데려다가 먹을 것을 조금 나눠줬더니. 저 녀석이 그 뒤로 자주 포장마차로
오더군요. 저도 여기서 혼자 장사하고 있어서 개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는 게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먹을 것을 좀더 넉넉하게 주었죠."
"그래서 조금 전에도 누렁이가 이곳으로 들어온거군요. 저도 실은 우리 누렁이가 여기로
들어오는 것보고 호기심에 따라 들어 왔던겁니다."
영호는 멋쩍은 듯 머리를 뒷 통수를 긁적였다. 그렇게 그들은 누렁이의 영리함에 관해 얘기를 했고, 술도 한병 비워갔다.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따뜻한 연탄 곤로 앞에 쓰러져 눈을 붙이고 있는 누렁이의 편안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 저는 영호라고 하는데, 성함이 뭐예요?"
"아이구 이거 인사가 늦었네요.. 전 용준이라고 합니다."
"용준요? 나이는요? 사는곳은요?"
영호의 호기심이 또 발동 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에 그렇게 화를 당하고도 또 시작이다. 그런 영호가 귀여웠는지 용준은 한번에 한 가지 씩만 물어보라고 한다. 그제서야 영호는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물어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선 잠시 숨을 돌렸다.
"나이는 29살이고, 진구에 살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저도 진구에 살고 있고요 나이가 저보다 많으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리고, 저보다 나이도 많고, 초면도 아닌데 말씀 놓으세요. 운명도 자꾸 반복되면 인연
이라고 하듯이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만나겠어요? 두 번째인데 편하게 대하세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또.. 요자 붙이네..남자가 뭐 그렇노? 한번 하자고 했으면 하는거지..대신 나도 말 놓을거니
까. 욕하기 없기..헤헤.."
영호의 호기심과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용준은 편해지기 시작했다. 영호가 편해서였는지 용준은 영호에게 말을 놓기로 하고 지금은 포장마차를 하고 있지만, 원래는 어머니가 하던 것이라고 했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대신 포장마차에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법 공부한답시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한 달에 한번도 집에 잘 들리지 않다가, 일이 생겨 집에 들렸는데 어머니가 몸이 많이 불편해져서 쉬고 계시는 것이었단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포장마차 걱정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된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신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저렇게 아픈 것이 자신의 탓만 같아서 쾌차하실 때까지 대신 포장마차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용준의 얘기를 듣는 영호의 눈은 새하얀 페튜니아 꽃처럼 은은한 눈망울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호의 마음을 아는지 누렁이도 친해지고 싶다며 어느 틈엔가 다가와 용준의 다리에 목덜미를 비비고 있었다.
재떨이 위의 담배꽁초가 늘어갈수록 많은 이야기의 끝은 달랑거리는 소주잔과 비워버린 소주병뿐이다. 영호는 이젠 일어나야 겠다며 돈을 지불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던 영호는 도로변에 장식되어 있는 페튜니아를 보며 용준의 어리숙 하면서도, 꿋꿋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하룻 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과 용준의 모습 속에 페튜니아의 꽃말처럼 좋은 기억으로 남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다. 마음이 부자가 되니까 사물 하나 하나가 사랑스럽게 보인다. 불현 듯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에 관한 우화가 생각 났다.
경허 스님과 만공 스님이 길을 가는데, 만공 스님이 시주자루를 메고 무겁다고 끙끙대며 투덜거다. 그러자 경허 스님이 지나가는 처녀를 희롱하였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두 스님은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서 산으로 뛰기 시작하다. 쫓아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경허 스님은 숨을 돌리면서 만공 스님에게 물었다.
"어떠냐? 지금도 무겁느냐?"
그러자 만공 스님이 대답한다.
"죽을지도 모르는데 무거움이 어디 있겠습니까."
"옳거니, 네 말이 맞다. 무겁다는 생각이 없으니 무엇이 너를 무겁게 하겠느냐.!
모두가 그렇게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 사는 게 힘들지도 않을텐데 하며 쓰디쓴 웃음을 지어본다. 허나 그런 마음으로만 산다면 모두가 절에 들어가 살아야 될 거라는 웃지 못할 상상에 키득키득 웃어 보였다. 연신 그 모습이 우스워 보였는지 옆에 서있던 사람이 위에서 아래로 훑어본다. 어험...웃음을 참고 손잡이를 잡고 서 가지만, 연신 터져 나오는 웃음이 참을 수가 없었다. 공중 변소에서 소변을 보던 남자가 지퍼에 자신의 물건을 넣기도 전에 돌아섰고, 들어가던 난 그 남자의 물건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길거리에서 만원권 한 장 주은 듯 땡 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태수 아제네 포장마차가 생각났다. 영화가 하는 중간에 비가 그쳤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태수 아제가 문열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도중에 버스에서 내리고 언제나 가던 그 골목으로 발을 옮겼다. 비가 그치면 언제든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어주는 포장마차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아제의 포장마차는 열지 않았다. 이내 발길을 돌려 골목을 빠져나갈려고 하는데 다른 포장마차 앞에 누렁이가 쭈그리고 앉아 있다.
"누렁아~!"
녀석 몇 일만에 보는 내가 반가웠는지 꼬리를 흔들며 반갑다는 듯이 쫓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태수 아제도 없이 혼자 그렇게 지냈을걸 생각 하니까 측은 했는데 이 녀석 못 본 사이에 어째 살이 더 올라 통통해 보인다. 이상하리만큼 통통한게 복날 잡아먹으면 두 접시는 되겠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녀석 누구한테 얻어먹었는지는 몰라도 세상사는 방법에 많이 익숙해졌나보다. 태수 아제보고 집에서 길러보라고 했을 때 아제는 누렁이도 밖에서 생활하던 습관이 있어서 집에서 기르면 더 약해질지도 모른다면서 그냥 있는 그대로 두고 보는 게 좋다고 하며 가끔씩 먹을 것을 주면서 그냥 내 버려 두었다. 그런 아제의 뜻을 잘 알아들었는지 누렁이는 스스로 먹이를 얻는 방법을 터득했고, 손님도 몰아다 줄줄 알았다. 녀석 신통하기도 하기가 방통하기 그지없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아마 영재 소리 들었을 텐데 생각 해 본다. 여러 번 쓰다듬어 준 뒤 피자헛에서 먹다가 남아 싸가지고 온 피자 한 조각 내려주고는 골목을 걸어가다 누렁이를 다시금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 언제 갔는지 골목 모퉁이에 돌아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언제 저런 곳에 포장마차가 생겼지? 하는 마음에 궁금증이 생겨 발길을 도로 돌렸다.
"어서오세요.."
".....어..."
".....어..."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라는 한마디만 하고선 멈추어 설 수 밖에 없었다. 영화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우의 심정으로 시간은 멈추듯 흘렀다. 서로의 눈빛만 보던 영호와 포장마차 주인은 재회의 기쁨과, 지나쳐간 과거의 일이 떠오르는 듯 말 없는 주객이 되어 포장마차 안을 이도공간으로 만들어 갔다.
"그 날은 잘 들어 가셨어요? "
"............예......"
침묵으로 지난 일을 떠올리던 그의 말에 짧게 한마디 던졌다. 그 날밤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불러온 뜻하지 않은 사건과,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짱가 같은 한 사나이가 짧은 단편 영화처럼 순식간에 뇌리에 펼쳐져 지나갔다.
"요즘 비가 요상스럽게 많이 오죠?. 맑았다가도 금새 흐려져 비가 오고 기상이변이 매년
속출하는데, 지구 방위대 후레쉬맨은 대책을 잘 세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푸~~웁..."
"..하하하하..."
지난 이야기를 상기하기 싫은 속마음이 내 비쳤는지 주인 아저씨가 가벼운 농담으로 화제를 돌려버린다. 그런 그의 모습이 코미디언 같아 금새 웃어버렸고, 지나간 기억으로 눌러져 있던 무거운 공기는 날아 가 버렸다.
비가 오고 난 뒤의 밤 공기 냄새가 포장마차 안으로 시원스럽게 불어들었다.
언젠가 과학 잡지에서 비 온 뒤의 밤 공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한번 맡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라는 기사를 봣다. 대기중의 음이온의 증가로 인해 시원함은 물론이요, 가까이 하므로 인간의 두뇌의 기억력을 증가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며 공부하는 학생과 노인의 치매 및 중병과 고혈압 등의 질병을 극복하는데 원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허나 어디까지나 가설이지 주위에서 효과 보았다고 하는 사람은 없으니 그걸 기대하고 밤거리를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분위기가 가벼워지자 그는 술 한 잔 하겠냐고 묻는다. 별로 생각은 없었지만, 그에게 신세 진 것도 있어 손님도 없는 날에 손님이 되어 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소주 두 병을 시켜 놓고, 그와 누렁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 저 개 이름이 누렁이인가요? 그랬군요. 누렁이가 저 밑에 포장마차 있던 자리에서 매일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봤더니 배가 고팠는지 전봇대 옆에 있던 쓰레기 봉지 더미를 마구
파 해치길래 데려다가 먹을 것을 조금 나눠줬더니. 저 녀석이 그 뒤로 자주 포장마차로
오더군요. 저도 여기서 혼자 장사하고 있어서 개 한 마리가 왔다갔다 하는 게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먹을 것을 좀더 넉넉하게 주었죠."
"그래서 조금 전에도 누렁이가 이곳으로 들어온거군요. 저도 실은 우리 누렁이가 여기로
들어오는 것보고 호기심에 따라 들어 왔던겁니다."
영호는 멋쩍은 듯 머리를 뒷 통수를 긁적였다. 그렇게 그들은 누렁이의 영리함에 관해 얘기를 했고, 술도 한병 비워갔다. 처음 어색했던 분위기는 따뜻한 연탄 곤로 앞에 쓰러져 눈을 붙이고 있는 누렁이의 편안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아저씨 저는 영호라고 하는데, 성함이 뭐예요?"
"아이구 이거 인사가 늦었네요.. 전 용준이라고 합니다."
"용준요? 나이는요? 사는곳은요?"
영호의 호기심이 또 발동 했다.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에 그렇게 화를 당하고도 또 시작이다. 그런 영호가 귀여웠는지 용준은 한번에 한 가지 씩만 물어보라고 한다. 그제서야 영호는 번개 불에 콩 구워 먹듯이 물어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선 잠시 숨을 돌렸다.
"나이는 29살이고, 진구에 살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저도 진구에 살고 있고요 나이가 저보다 많으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그리고, 저보다 나이도 많고, 초면도 아닌데 말씀 놓으세요. 운명도 자꾸 반복되면 인연
이라고 하듯이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만나겠어요? 두 번째인데 편하게 대하세요."
"그럼 그렇게 할까요?"
"또.. 요자 붙이네..남자가 뭐 그렇노? 한번 하자고 했으면 하는거지..대신 나도 말 놓을거니
까. 욕하기 없기..헤헤.."
영호의 호기심과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성격으로 용준은 편해지기 시작했다. 영호가 편해서였는지 용준은 영호에게 말을 놓기로 하고 지금은 포장마차를 하고 있지만, 원래는 어머니가 하던 것이라고 했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대신 포장마차에 나와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법 공부한답시고, 고시원에 틀어박혀 한 달에 한번도 집에 잘 들리지 않다가, 일이 생겨 집에 들렸는데 어머니가 몸이 많이 불편해져서 쉬고 계시는 것이었단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포장마차 걱정에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된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신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저렇게 아픈 것이 자신의 탓만 같아서 쾌차하실 때까지 대신 포장마차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용준의 얘기를 듣는 영호의 눈은 새하얀 페튜니아 꽃처럼 은은한 눈망울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호의 마음을 아는지 누렁이도 친해지고 싶다며 어느 틈엔가 다가와 용준의 다리에 목덜미를 비비고 있었다.
재떨이 위의 담배꽁초가 늘어갈수록 많은 이야기의 끝은 달랑거리는 소주잔과 비워버린 소주병뿐이다. 영호는 이젠 일어나야 겠다며 돈을 지불하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가던 영호는 도로변에 장식되어 있는 페튜니아를 보며 용준의 어리숙 하면서도, 꿋꿋한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하룻 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과 용준의 모습 속에 페튜니아의 꽃말처럼 좋은 기억으로 남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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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말 상큼하고 멋있는 소설이라기 보담은요 산문 같다고나 할까
정말 풋풋하고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많이 많이 좋은글 써 주세요
정말 풋풋하고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많이 많이 좋은글 써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