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 06 - 잃어버린 보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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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에서 기다리는 동안 재광은 내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겨댔다. 가지런하던 눈썹은 시옷자를 뒤집어 미간으로 모여져 있었고, 간간히 김이 가득담긴 찜통뚜껑을 열었을때처럼 한숨도 나왔다. 무언가 계속해서 불만은 있었다. 간접조명 하나없이 그대로 스트레이트인 조명에 하얀 면보가 눈에 부딛쳐 깨지는 것도 그랬고, 물을 나르는 트레이가 나무 쟁반인것도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정수를 기다리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들어온 커피숍은 흔히 얘기하는 미니멀리즘을 조악하게 결합한, 흔하게 잘 꾸며진 몇집의 부분만을 따온 보기싫은 패치코트 같은 인테리어도 싫었다.
'9시...'
15분 전 확인했던 시간인데 이젠 정확히 9시가 되었다. 딱히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남이라 그 기다림은 더욱더 가슴저미고 애가 닳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물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끼니를 걸렀음에도 시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물때문만은 아닌 듯도 했다.
비록 조합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문난 집으로 잘 꾸며진 정원을 바라보질 못했다. 그 눈에 그 벨벳의 색깔이 비춰질 때 그렇게 어항이 깨어지듯 눈동자가 부서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따귀라도 올려붙이지 않을까 짐짓 긴장하고 있던 차에 그렇게 여과없이 깨지는 눈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미 지갑의 한도를 훨씬 넘어버린 쇼핑을 무작정 해버리고 한번도 써보지 못한 카드를 꺼내는 기분...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전화에서 장소를 물어보는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담담했다. 딱히 이쪽이 누구인지 기웃거리는 기색도 없었고, 슬픔에 젖어 억양이 변해 있지도 않았다. 예의 조용한 목소리는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하고 있었을 뿐, 이 역시 예상에서 많이 빚나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모든것이 이렇게 능수능란해지는걸까?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로와 보이지 않는 앞테이블의 노신사와 젊은 여성을 보며 그 여유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컵 받침대 아래로 시선이 둘 무렵 침묵을 가르는 공기가 재광에 얼굴에 부딛쳤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을때... 정수... 그가 앞에 있었다.
창문풍경을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의 모습은 겉눈으로 보기에도 반대꼴이었다. 크고 밝은 분위기에 조금 더 젊은 남자는 4시간 내내 어쩔줄을 몰라했던 그 모습이 한층 더 도드라졌고, 그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게 했던 남자는 작고 어둡워보여 바다낚시때 보았던 바다빛처럼 매혹적이지만 위태로왔다. 주문한 음료를 들고 가는 동안까지 이쪽이 지나가길 바라는 건지 두 남자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저울로 치자면 이미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져버린 관계... 부지런히 서로의 무개를 낮추지 못하면 한쪽은 중심을 잃고 떨어져버리고 만다.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과연 구 테이블이 몇시까지나 얘기를 하게될지 여자는 궁금해졌다.
"..."
"..."
"내가... "
테이블보에 천천히 손을 올려 깍지를 끼며 마무리를 한 후... 성대에서 나온 공기가 혀와 입을 공명하여 정확한 단어를 천천히 구사하며 정수가 입을 열었다.
"어떤 말을 해야할진 잘 모르겠습니다."
"..."
"어떤 경로로 이 물건을 얻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 주인과 어떤 관계인지도 관심없습니다."
"..."
"제게 뭘 바라십니까?"
"..."
"..."
"저는... "
"인환의 친구입니다. 저는... "
황급히 물잔을 들었고, 물잔을 내린 후에도 눈을 들지 못했다. 물잔주변으로 필사적인 도주를 계속하던 손은 쉽게 자기 자릴 찾지 못했다.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
천천히 잔을 든 정수는 흐트러짐 없는 동선을 그리며 천천히 물을 마셨다.
"많이 당황스럽네요."
"..."
"뭔가 요구를 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을 많이 벗어나네요."
"..."
"그게... 그러니까 이 반지대신 드려야 되는게 제 몸뚱이인가요?"
순간 재광에 눈에 불꽃이 튀었다. 흰색 테이블보를 거칠게 움캐쥐던 손은 힘에 못이겨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니라면 뭔가요?"
"..."
"내 사랑? "
"..."
한쪽 입술이 삐죽히 올라간 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정수의 모습은 차분하던 전 모습과는 달리 뱀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몰려진 먹이에게 돌아갈 곳은 없음을 알리고 이제 즐기듯 조였다가 한입에 고통에 빠진 표정 그대로 잡아삼킬 뱀.
"깨버려서 미안한데, 뭐하는 짓거린가요? 이거..."
"..."
"반지도 필요없고 당신도 필요없습니다."
"..."
반지 케이스를 정확히 테이블 한 가운데 놓아둔 정수는 그대로 일어나 샵을 나가 버렸다. 아직 재광에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 테이블 보는 손자국 그대로 구겨지고 있었고, 여전히 재광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9시...'
15분 전 확인했던 시간인데 이젠 정확히 9시가 되었다. 딱히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남이라 그 기다림은 더욱더 가슴저미고 애가 닳을 수 밖에 없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물잔으로 손을 가져갔다. 끼니를 걸렀음에도 시장기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물때문만은 아닌 듯도 했다.
비록 조합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문난 집으로 잘 꾸며진 정원을 바라보질 못했다. 그 눈에 그 벨벳의 색깔이 비춰질 때 그렇게 어항이 깨어지듯 눈동자가 부서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따귀라도 올려붙이지 않을까 짐짓 긴장하고 있던 차에 그렇게 여과없이 깨지는 눈을 보고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었다. 이미 지갑의 한도를 훨씬 넘어버린 쇼핑을 무작정 해버리고 한번도 써보지 못한 카드를 꺼내는 기분... 아니 그 이상이었다.
전화에서 장소를 물어보는 목소리는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담담했다. 딱히 이쪽이 누구인지 기웃거리는 기색도 없었고, 슬픔에 젖어 억양이 변해 있지도 않았다. 예의 조용한 목소리는 한층 더 무게감을 더하고 있었을 뿐, 이 역시 예상에서 많이 빚나가고 있었다. 나이가 들면 모든것이 이렇게 능수능란해지는걸까?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로와 보이지 않는 앞테이블의 노신사와 젊은 여성을 보며 그 여유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컵 받침대 아래로 시선이 둘 무렵 침묵을 가르는 공기가 재광에 얼굴에 부딛쳤다.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을때... 정수... 그가 앞에 있었다.
창문풍경을 배경으로 한 두 남자의 모습은 겉눈으로 보기에도 반대꼴이었다. 크고 밝은 분위기에 조금 더 젊은 남자는 4시간 내내 어쩔줄을 몰라했던 그 모습이 한층 더 도드라졌고, 그를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게 했던 남자는 작고 어둡워보여 바다낚시때 보았던 바다빛처럼 매혹적이지만 위태로왔다. 주문한 음료를 들고 가는 동안까지 이쪽이 지나가길 바라는 건지 두 남자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십시요."
저울로 치자면 이미 기울어질대로 기울어져버린 관계... 부지런히 서로의 무개를 낮추지 못하면 한쪽은 중심을 잃고 떨어져버리고 만다. 상투적인 인사를 하고 과연 구 테이블이 몇시까지나 얘기를 하게될지 여자는 궁금해졌다.
"..."
"..."
"내가... "
테이블보에 천천히 손을 올려 깍지를 끼며 마무리를 한 후... 성대에서 나온 공기가 혀와 입을 공명하여 정확한 단어를 천천히 구사하며 정수가 입을 열었다.
"어떤 말을 해야할진 잘 모르겠습니다."
"..."
"어떤 경로로 이 물건을 얻게 되셨는지 그리고 그 주인과 어떤 관계인지도 관심없습니다."
"..."
"제게 뭘 바라십니까?"
"..."
"..."
"저는... "
"인환의 친구입니다. 저는... "
황급히 물잔을 들었고, 물잔을 내린 후에도 눈을 들지 못했다. 물잔주변으로 필사적인 도주를 계속하던 손은 쉽게 자기 자릴 찾지 못했다.
"저는... 당신이 좋습니다."
"..."
천천히 잔을 든 정수는 흐트러짐 없는 동선을 그리며 천천히 물을 마셨다.
"많이 당황스럽네요."
"..."
"뭔가 요구를 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예상을 많이 벗어나네요."
"..."
"그게... 그러니까 이 반지대신 드려야 되는게 제 몸뚱이인가요?"
순간 재광에 눈에 불꽃이 튀었다. 흰색 테이블보를 거칠게 움캐쥐던 손은 힘에 못이겨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니라면 뭔가요?"
"..."
"내 사랑? "
"..."
한쪽 입술이 삐죽히 올라간 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정수의 모습은 차분하던 전 모습과는 달리 뱀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몰려진 먹이에게 돌아갈 곳은 없음을 알리고 이제 즐기듯 조였다가 한입에 고통에 빠진 표정 그대로 잡아삼킬 뱀.
"깨버려서 미안한데, 뭐하는 짓거린가요? 이거..."
"..."
"반지도 필요없고 당신도 필요없습니다."
"..."
반지 케이스를 정확히 테이블 한 가운데 놓아둔 정수는 그대로 일어나 샵을 나가 버렸다. 아직 재광에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 테이블 보는 손자국 그대로 구겨지고 있었고, 여전히 재광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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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을 받으셨나요^^
또 이런저런 말씀 드리면 행여나 스트레스 받으실까보아
그냥 조용히 글만 읽고 가려다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emoticon_013
또 이런저런 말씀 드리면 행여나 스트레스 받으실까보아
그냥 조용히 글만 읽고 가려다가 그래도 뭔가 아쉬워서....emoticon_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