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소방관과의 동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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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준이형.."
"영호야..다친데는 없나?"
"....예....아니 응..."
"근데..형이 여기는 왠일로.."
"아,,그게 얘기 하자면 길다."
"일단 여기서 사고 경의에 대해서 얘기 좀 하고 끝나면 내하고 같이 나가자."
"....응.."
고시 공부를 한다던 그가 소방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의 맘을 눈치 챘는지 용준형은 간단한 조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다른 이와 사고 경위에 관하여 차근차근 말을 주고 받았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 경황이 없는 터였지만, 용준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 어느정도 마음을 가라 앉힐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자고 있다가 눈을 떠보니 소방관이 소리 치는 소리가 들리셨다고요?"
."예.. 첨에는 그냥 더웠던 것 뿐이었는데, 점점 무언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꼇고,
안되겠다 싶어 눈을 떠보니 소방대원이 부르는 소리가 났다니까요.."
"정말 기억하시는게 그게 다인가요?"
"네. 그렇다니까요.."
"네.. 그럼 이만 가보셔도 됩니다.."
".............................."
그렇게 간단한 조서를 꾸미고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다. 짧은 반바지에 티를 하나 입고 잠이 들었던 차라 밖으로 나오니 새벽 공기가 여간 쌀쌀한게 아니었다. 가을이 눈앞에 왔는지 통 넓은 반바지 사이로 9월의 서러운 감정들이 복받쳐 올라왔다.
돌아갈 집이 없어진 것이었다. 나의 추억이 간직된 앨범이 있는 집이 불에 타버려 돌아갈 곳이 없었다.
이대로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자고 하니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고, 걱정도 하실 것 같아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근처 여관으로 가자고 하니 주머니엔 달랑 천원권 두 장이랑 백원짜리 동전 세 개와 담배가 들어 있었다. 도합 2300원이 지금 쓸 수 있는 돈이었기에 여관이란 생각도 할 수가 없었고, 나도 모르게 아까 맡았던 연기냄새의 자극으로 눈시울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영호야.."
뒤를 돌아보니 용준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끝나면 나를 찾아서 얘기하고 가라고 했는데 말도 하지 않고, 왜 그냥 나왔냐며, 애정 썩인 목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길게 얘기할 수가 없었다. 단지 지금 이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았고, 누군가의 따스한 품이 그리워졌다. 그런 맘에 입가로 뜨거운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고, 그런 모습이 측은했는지 용준은 울지 마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영호야..뭐하노?"
"들어온나.."
"당장 갈곳도 없고 하니까 여기서 며칠 있다가 갈곳 정해지면 얘기해라."
"그러면 형 한테 민폐가 될건데..."
"언제는 형 동생 하자고 해놓고, 민폐 될게 뭐있노?"
"그런가?.... "
용준의 말에 영호는 피식 웃었고, 그런 용준의 배려가 놀라서 정신 없던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우측에 보이는게 욕실이다. 그리고, 저기 뒤쪽에 문은 다용도 실겸 베란다고.."
"아..응"
"혼자사는 집이라서 방도 좁고 하지만, 지금은 갈 곳이 없는 것 같으니까 여기 있어라."
"응.. 고마워.."
남자 혼자 사는 집이라서 그런지 여느 방이라 틀린 게 없었다. 케케한 홀애비 냄새에 언제 벗어 놓았는지 모르는 팬티 한 장이 구석에서 나뒹굴고, 치킨과, 피자를 먹고 난 종이 상자가 현관 옆에 쌓여 있었다. 싱크대에는 라면을 끓여먹고 난 냄비가 물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영호 물 한잔 마셔라"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생수 pet를 꺼내서 컵에 따라 건네주었다. 용준도 갈증이 났는지, 얼마 남지 않은 페트에 들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남은 물을 모조리 먹었는지, 비었다는 듯 혀로 한번 핥아보더니 없음을 확인하고선 다용도 실 문을 열어 페트 봉지에 담아 두었다.
"물 한잔 마시고, 욕실 가서 세수 좀 하고 한숨 자라."
"응... 고마워.."
용준은 다시 나가 봐야 된다며 오전에 일 마치면 그때 들어 올테니 눈 좀 붙이고 있으라고 한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다소 무뚝뚝하지만, 세심한 배려에 든든함이 느껴졌다. 그런 용준에게서 영호는 친형 이상의 끈끈한 형제애를 느끼고 있었고, 실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용준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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