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선생님 - 2 (죄송합니다 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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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수시로 절 집으로 불러들였어요. 직접 삽입하기도 하고 입으로 하게 하기도 했어요.
>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뭐든 익숙해 지더군요. 나중엔 선생님을 만족 시킬만큼 하게 됐어요.
> 하루, 이틀...일주일...그런 관계가 한달넘게 지속됐어요.
> 가끔 선생님은 이상하리만치 흥분해선 절 쉽게 놔주지 않았어요.
> 미친 짐승처럼 달려들어 제 몸을 다 부셔버릴 듯 했어요.
> 무슨 약을 먹었는지 하루에 몇 번씩 할때도 있었어요. 그런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고 기절도 했어요. "
>
> 그의 옷장에서 발견된 환각제들.
>
> "제 몸엔 온통 그사람의 흔적이 있었어요. 울긋불긋한 반점들이 남아서 행여나 다른 애들에게 들킬까봐 늘 신경써야 했죠.
> 새벽늦게 집에 들어가는 일이 잦았죠. 선생님은 엄마에게 제가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느라 늦는거라고 했어요. 늦을때면 절 집까지
> 차로 데려다 주었고 그래서 엄마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어요.
> 엄마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며 칭찬을 했죠. 후훗.. 정말 우습지 않아요?
> ...전 당연히 성적이 떨어지고 생활도 엉망이 되 버렸죠. 늘 잠이 모자라 수업시간은 졸기 일쑤였고 선생님들에게 야단을 맞았어요.
> 머리는 멍해져서 다른 아이들 이야기도 잘 알아듣지 못했고 점점 친구들도 멀어져 갔어요. 그리고...그림도....그릴수 없었어요. 그걸
> 알게 된건 선생님과의 관계가 시작된지 한달정도 지난 미술시간이었어요..."
>
> .
>
>
> .
>
> 마침 다음시간에 있을 국사 선생님이 수업을 빠지게 되어서 최선생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뒷산으로 스케치를 갔다.
> 아이들은 그림그리기 보다는 떠들고 노는데 신경이 팔려있었고 선우는 아이들에게서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 그런 선우에게 최선생이 다가왔다.
>
> "뭘 그리고 있지?"
>
> 최선생의 목소리만 듣고도 선우는 깜짝 놀라 사색이 되었다.
>
> "뭐야. 아무것도 안그렸잖아. 벌써 한시간이 지났는데"
>
> 그의 말대로 선우의 스케치북은 하얗게 비어져 있었다.
>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그릴수 없었다.
> 연필을 들고 손을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무언가 강한힘이 그 손을 잡는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미술부원인 네가 이러면 안되지. 자, 어서 시작해. 어디보자.. 여기라면 저 산을 배경으로 구도를 잡고 그리면 되겠구나"
>
>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위에 다시 연필을 가져갔다.
> 그러나 아무리 해도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 연필을 꽉 잡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
> "선우야"
>
> 최선생이 질책하듯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 그순간 선우는 갑자기 연필을 주먹으로 쥐고는 스케치북 위에 북북 그어댔다.
> 최선생은 놀란눈으로 선우를 쳐다보았고 다른 학생들도 선우를 보았다.
> 무언가 멈출수 없는 감정으로 선우는 그렇게 선을 그어댔고 연필이 반동강으로 부숴져서야 그 행동을 멈추었다.
>
> .
>
>
> .
>
> "수업이 끝난후 선생님은 날 차에 태우고 집으로 데려갔어요.
> 배를 주먹으로 쳤어요. 고통으로 몸을 숙이자 머리채를 잡고 침실로 끌고가선 두손을 묶고 옷을 벗겼어요.
>
> .
>
>
> .
>
> "가소롭구나. 네놈이 그런식으로 내게 반항하겠다는 거냐!"
>
> 최선생은 잔뜩 화가나 있었다.
>
> "오늘 단단히 네놈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겠어."
>
> 선우는 미친 듯이 소리치는 그앞에서 완전히 겁을먹고 한없이 작아져 몸을 떨었다.
> 최선생은 자신의 넥타이를 끌러 선우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옷을 벗었다.
> 그리고 그는 선우의 두 다리를 가차없이 벌리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격하게 뚫고 들어갔다.
>
> '아아아아!!!'
>
> 비명을 질러도 재갈에 물린 입에선 일그러진 신음만 배어나올 뿐이었다.
>
> .
>
>
> .
>
> "온몸이 거기서부터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너무 아파서 정말 죽을 것 같았아요.
> 있는힘껏 내게로 퍽퍽 밀어붙이는 힘 때문에 난 침대머리에 머리를 쿵쿵 박을 수밖에 없었죠.
>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이대로 죽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죽을거라고...
> 하지만 난 의식조차 잃지 않았어요. 아...차라리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건데..
> .....그날밤은 그렇게 또 몇 번씩 당해야 했어요. 나중엔 피가 흘러 침대시트를 적셨죠.
> ... 그는 내 피를 보고 웃어댔어요. 그사람 얼굴이 악마처럼 느껴졌어요.. 아니..악마였는지도 몰라요.
> 새벽이 돼서야 선생님도 진정이 되는 듯 했고 난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어요. 선생님은 방이 지저분해졌다며 짜증을
> 내며 날 안아다가 욕조에 담궜죠. 내 안에서 나온 피가 욕조에 서서히 번지는걸 난 멍하게 바라만 봤어요.
> 선생님은 방을 정리하고 날 안아다가 엎드려 눕히고 상처를 치료해 줬어요.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화구통을 들고오더니 붓을 잡았어요.
> '네가 그릴수 없다면 대신 내가 그려주마'
> 선생님은 내 다리 안쪽으로 작은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걸 씻지 말고 놔두라더군요. 내일 확인해서 그 그림이 없으면 날 가만 두지
> 않을거라 했어요. "
>
> .
>
>
> .
>
> 그 새벽 최선생은 선우를 집에 데려다 주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우는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 다음날은 늦잠을 잤고 쉽게 걸을수도 없었지만 선우는 학교로 가야 했다.
> 점심시간 아이들이 없을 때 최선생은 선우를 미술실로 불렀다.
> 그리고 책상에 앉혀 바지를 벗기곤 어제 자신이 그린 그림을 확인했다.
>
> "좋아. 아직 있구나. 이렇게 말을 잘들으면 얼마나 좋니."
>
> 그리곤 다시 바지를 올려주곤 선우를 안아 등을 쓰다듬었다.
>
> "넌 내말을 잘 들어야돼. 어떤경우에도 내말을 어겨선 안돼. 넌 나의 인형이야.
> 내 말을 거역하지 않는 착한 인형... 알겠지?"
>
> .
>
>
> .
>
> "날 인형이라고 했어요. 그의 말대로 난 그사람의 인형이었죠.
> 성적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더치와이프, 선생님이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뜨,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자동인형. 난....더이상
>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림도 그릴수 없었던 거예요.
> 난 마음이 없으니까 그림도 당연히 그릴수 없었던 거예요. 난 그릴수 없었어요.."
>
> 선우는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쇼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
> "선생님은 자주 그렇게 내 몸에 그림을 그렸고 다음날 학교에서 확인을 했어요.
> 어쩌다가 내가 실수로 그걸 지우면 불같이 화를 내며 날 범했어요.
> 차안에서도 학교에서도..."
>
> "학교?"
>
> 이형사가 놀라 되물었고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학교에서도 했어요. 주로 사람이 없는 시간 미술실에서였어요.
> 수업시간에 날 빠지게 하고 미술실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어요.
> 학교에선 정말 싫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을 죽이고 싶었어요.
> 그래요. 죽이고 싶었어요. 내가 죽던지 선생님이 죽던지.
>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런일이 계속될거라 생각들었어요.
> 언젠가 그렇게 선생님을 죽이게 될거란걸 예감했어요"
>
> 선우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 그리고 나서 다시 몸을 돌려 이형사에게로 다가와 앉았다.
>
> "이제 아저씨가 궁금해 하던걸 말할게요. 그날..선생님을 죽인 그날에 대해서"
>
> 현실과 과거의 기억사이에서 헤매던 아까까지의 불안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 또렷하고 맑은 눈빛으로 선우는 말하고 있었다.
>
>
>
>
>
> "그날 밤은 정말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예요.
> 선생님은 낮에 학교시절 같이 그림을 그리던 사람을 만났는데 그사람은 제법 잘나가는 화가였어요.
> '그자식이 예술입네 뭐니 하고 떠들어 대는걸 보니 배알이 뒤틀려 죽는 것 같았어.
> 실력도 없는 놈이 어쩌다 빽이 든든하고 운이 좋아서 잘 풀린것도 모르고 잘난척은'
> 그사람을 만나고나서 선생님은 기분이 상당히 안좋았어요.
> 선생님은 내게 무슨 약을 줬어요. 난 먹기 싫었어요. 전에 한번 먹은적이 있는데 정신이 이상해 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다음날엔
> 속이 뒤집어지고 머리가 너무 아파 견딜수 없었죠.
> 그래서 정말 먹기 싫었어요. 하지만 난 거부할 권리가 없죠. 늘 그렇듯이..
> 선생님은 나보고 침대에 올라가라 하고선 의자를 가져다 그 앞에 앉았어요.
> 그리고 옷을 벗으라고 해서 난 옷을 벗었죠. 옷을 벗자 다리를 벌리라고 했어요. 우습지 않아요? 다큰 사내녀석이 침대위에 다리를
> 벌리고 앉은 모습이라니. 게다가 선생님은 그 앞에 정면으로 앉아 날 주시했죠.
> 난 또 뭘 시킬지 몰라 긴장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또 이상한걸 요구했어요.
> 내손으로 직접 마스터베이션을 하라는 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할수 없다고 했어요.
> 선생님은 윽박지르며 하길 강요했고 난 계속 반항했지만 결국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아까 말했죠? 내몸이지만 내게 권리가 없었다고.
> 그래서...시키는 대로 했어요. 선생님은 계속 지껄여 댔죠.
> '좋아. 아주 잘하는데. 아냐아냐. 좀더 흥분한 듯 해야지. 그렇게 뻣뻣한 표정으로 하면 재미가 없잖아.'
>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절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 그 눈빛이...너무 싫었어요.."
>
> 선우는 두팔을 꼭 끌어당기며 몸을 움츠렸다.
>
> "어쨌든 난 시키는 대로 포르노영화의 배우처럼 연기를 해야 했어요.
> 그걸 지켜보던 선생님은 흥분됐던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위로 올라와 날 타고 앉아 안으로 밀고 들어왔어요. 그사람이 흥분했을 때 내뱉는
> 그 신음소리도 싫었어요. 짐승처럼 헉헉 대는 숨결이 끔찍해요.
> 아무리 약을 먹었다 해도 한번 절정에 이르고 나서 바로다시 하기는 힘들죠.
> 그시간이 내겐 그나마 쉴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날은 그 정도의 여유도 주지 않았어요.
> '아, 오늘은 아무래도 기분이 안나. 뭔가 재밌는게 없을까'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방을 나가더니 잠시후 손에 뭔가를 들고 왔어요.
> 그건 선을 그을 때 쓰는 유리봉이었어요. 끝이 온도계처럼 둥근 가는 유리봉인데 그걸 여러개 들고 왔어요.
> '미술부 애들한테 선물하려는 건데 그전에 한번 사용해볼까?'
> 난 대체 그걸로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도 못했어요.
> 선생님은 침대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단단히 잡고 벌렸어요. 순간 난 그가 뭘 할지 깨닫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그사람의 힘을
> 당할순 없었어요. 주먹으로 몇 대 맞고서야 난 반항하길 포기했어요.
> 그리고 잠시후 차가운 이물질이 내 안으로 쑥 들어오는게 느껴졌어요.
> '아주 잘 들어가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지? 더 넣어볼까'
> 먼저 들어가 있는 유리봉에 부딪쳐 딸깍거리며 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어요.
> 그리고 또 하나...또 하나. 선생님 말대로 아프진 않았어요. 볼펜보다 가는데다가 이미 들어가 있던 그사람 정액이 윤활제가 되어서 그
> 차가운 이물감만 아니라면 견딜만 했어요.
> '이젠 안들어 가겠다'
> 그는 내안으로 들어온 그 유리봉들을 손에 쥐고는 움직였어요.
> 딸끄닥 거리는 마찰음과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 그는 그게 상당히 재미있었나봐요.
>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손에쥔 아이처럼 입가에 만족한 웃음을 띄우고 그것들을 내 안으로 넣고 빼길 반복했어요.
> 그런 일을 당하고 있으니 갑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이 생겨서 견딜수 없었어요.
> 난 짐승보다 못한 존재였어요.
> 그저 그 사람의 욕망의 도구가 되어버린...인간이 아닌...존재.
> 왜 그때 갑자기 내 마음이 되살안 난 걸까요. 난 이런식으로 농락당하는걸 더 이상 못견딜 것 같았어요.
> 그래서 몸을 일으키며 그사람 손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그가 황급히 한손으로 날 누르며 말했어요.
> '조심해. 이건 굉장히 약해. 네가 움직이며 부숴져. 그럼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거야?
> 난 네 피가 내 침대를 더럽히는건 못봐준다구'"
>
> 선우는 그의 말을 되뇌이더니 쿡쿡 웃었다.
>
> "내 피로 침대가 더럽혀 지는게 싫다고 했어요. 후후... 그가 걱정하는건 그것뿐이었죠.
> 그렇게 한참을 그짓을 하더니 싫증이 나는지 내 안에서 완전히 빼내어 탁자위에 올리며 말했어요.
> '씻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지. 재미있지 않아? 네 친구들이 이걸 사용하는걸 보게 될게 말이야'
>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날 덮쳤어요.
> 내 몸을 쥐어뜯을 듯이 움켜쥐고 거칠게 안으로 들어와선 움직여댔죠.
> 정말 더 이상 못견딜 것 같았어요.
> 대체 언제까지 이짓들을 당해야 하는건지.
> 앞으로 또 어떤 것을 해야 할지.
> 약 기운때문인지 판단력도 흐려졌어요.
> 날 타고 앉은 그사람이 괴물처럼 느껴졌어요.
> 그때 누군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 '죽여!'라고"
>
> 선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크게 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
> "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건 어떤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오직 이사람을 죽여야 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어요. 그래야만
> 모든게 끝날거라 생각했어요.
> 한참후 선생님도 지쳐서 내 옆에 누운채 잠이 들었어요.
> 잠든 그를 확인하며 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어요.
> 그리고 싱크대에서 칼을 찾아들고 방으로 돌아와....선생님을 찔렀어요. "
>
> 선우는 마치 지금 손에 그 칼을 들고 있는 듯 두손을 움켜잡았다.
>
> "한번 찌르자 감정이 폭발해서 계속해서 그를 찔러댔어요. 미친 듯이 마구 찔러댔죠. 얼마나 찔렀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난 선생님을
> 죽였어요"
>
> 선우는 그리고 입을 다물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 "...그게 다니?"
>
> 이형사의 물음에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래서.. 그후에 어떻게 했니?"
>
> 선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
>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나요. 찌른 후부턴 모든게 뒤죽박죽 섞여서 기억해 낼수 없어요"
>
> 뭔가 빠진게 있었다.
>
> "...명진이. 명진이는 어떻게 된거지?"
>
> 명진의 이름에 선우는 움찔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
> "명진이..? 모르겠어요.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애가 방문에 서 있었어요.
> 온통 피로 난장판이된 방을 보고 명진이는 놀라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 하지만 벌거벗은 나와 선생님을 보고 뭔가를 안 듯 했어요.
> 난 명진이에게 매달렸어요. 도와달라고..
> 자세한 내막도 모른체 명진이는 날 도와주려고 했어요.
> 그앤 동정심이 많고 착해서 그렇게 날 도와주게 된거예요."
>
> "그래서 시체를 욕조에 넣었어? 왜지?"
>
> "몰라요. 난 정말 잘 기억이 안나요!"
>
> 선우는 머리를 감싸안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
>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새벽 3,4시였어. 대체 그시간 명진인 왜 선생님집을 찾아온거지?
> 명진이도 선생님과 그런 관계였어?"
>
> "아니예요!"
>
> 선우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매서운 눈빛으로 이형사를 보았다.
> 이제까지 선우가 그런식의 강한 태도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었기에 이형사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
> "아니예요. 명진이는 달라요. 그앤 나같은거 하고는 틀리단 말이예요.
> 그러니까...그날...그날....맞아요. 밤늦게 까지 이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시 나왔는데 선생님 집에 불이 켜진걸 보고
>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올라와본 거예요.
> 그런데 문이 잠겨 있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른체 안으로 들어와던 거예요.
> 명진인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지금도 그앤 모르고 있어요..."
>
> 그리고 선우는 간절하게 말했다.
>
> "제발 명진인 이사건에서 빼주세요. 어차피 아저씨야 범인만 잡으면 되잖아요.
> 내가 죽였어요. 그러니까 나만 잡아가요. 굳이 명진이까지 여기에 연루되게 하지 말아요.
> 녀석이 잘못한거라곤 날 불쌍하게 생각한 것 뿐이예요. 우연히 내 범행현장에 들렀던 것 뿐이예요.
> 한사람이면 되잖아요. 아저씨도 그정도는 해줄수 있잖아요.."
>
> 선우는 눈물을 흘리며 이형사에게 애원했다.
>
> ".....그럼 한가지만 물어볼게. 네 혈액형이 어떻게 되지?"
>
> "혈액형요?"
>
> "그래."
>
> 선우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듯 했지만 무슨 뜻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 잠시후 선우는 잔뜩 긴장을 하며 대답해주었다.
>
> "...A..형이예요"
>
> 혈액형이 사실이라면 선우의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날 명진은 최선생이 죽은후 온 것이 아니었다.
>
> 최선생의 손톱에서 발견된 살점과 AB형의 혈액형.
>
> 그날밤 이집에 있었던 세사람중 한명의 것이다.
>
> 최선생과 선우는 같은 A형이다. 그럼 그 AB형은?
>
> 그때였다.
>
> "선우말 믿지 말아요"
>
> 등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런 목소리에 이형사가 놀라 돌아보았다.
> 거기엔 명진이 서있었다.
>
> "네가 어떻게!"
>
> 이형사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
> "이앞에 지나다가 불이 켜진걸 봤어요. 선우의 모습이 보이길래 올라와본거예요."
>
> 명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 지나쳐 놀란 듯 멍하게 서있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
>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선우말 믿지 마세요"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명진의 팔을 잡으며 소리쳤다.
>
> "내가 다 이야기 했어. 선생님을 내가 죽였다고 말했단 말야. 넌 그날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선생님을 찾아왔던 거잖아. 그리고 내가
> 도와달라고 해서 뒷수습을 한것뿐이잖아.
> 명진아. 넌 여기 오늘 안온걸로 해. 그러면 여기 아저씨가 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거야.
> 제발 명진아!"
>
> 선우는 필사적으로 명진의 팔을 잡고 소리쳤다.
> 그런 선우를 명진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다시 시선을 이형사에게로 돌렸다.
>
> "..그 혈액형이 무슨 의미가 있죠? 뭔가 단서라도 찾았나요? 그럼 내 혈액형을 말해줄게요. 난AB형이예요."
>
> "명진아!"
>
> 선우는 절망적으로 명진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 앉았다.
> 명진은 몸을 숙여 그런 선우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
> "정말 어리석구나. 누가 우릴 도울수 있겠어. 바보같이 혼자서 무슨 이야길 한거야.
> 이제 그만해. 내가 다 해결할테니."
>
> 그리고 나서 명진은 우두커니 서있는 이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
> "진실을 알고 싶어요? 그럼 내가 말해주죠. 선우의 거짓말이 아닌 진짜 진실을요"
>
> 그렇게 명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
>
>
>
>
>
> "이야기 하기전에 부탁이 있어요. 선우가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
> 명진의 말에 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
> "안돼. 나도 듣겠어"
>
> 선우는 명진을 놓아주지 않을 듯 팔을 꽉 잡았다.
>
> "괜찮을거야. 날 믿어"
>
> 명진의 그 한마디에 선우는 순순히 명진의 팔을 놓아주었다.
> 처음 이형사와 면담할 때 명진은 선우와 친하지 않다고 말했었다.
> 선우도 그날 밤 명진을 만난것도 우연이고 평소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 했었다.
> 하지만 지금 두사람을 보고 있으니 그 말도 거짓말이었다는걸 이형사는 확실히 알수 있었다.
>
> "그럼...우리가 들어가서 얘기할까?"
>
> 이형사는 명진과 함께 최선생이 작업실로 이용하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 평소 깔끔하던 성격답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인데도 물감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 두사람은 의자를 끌어당겨 마주보고 앉았다.
> 선우와 달리 명진은 어깨를 당당히 펴고 이형사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안경너머 눈빛이 총명해 보였다.
> 이형사는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 만약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면 선우의 거짓말과는 달리 쉽게 속을 것 같았다.
> 그래서 그는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 지금부터 녀석이 하는 이야기중 진실과 거짓을 분명히 구분해야 했던 것이다.
>
> "선우가 최선생님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 이야기 했습니까?"
>
> "그래"
>
> "저에 대해선요?"
>
> "한마디도.."
>
> "...그럼 전 선우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가졌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군요"
>
> .
>
>
> .
>
> 같은 반이었지만 선우와 친하게 어울리진 않았었다.
> 그냥 한 반 급우로서 조금 곱상한 외모를 가진 애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 하지만 한 학급의 반장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좀더 신경을 썼고 자연이 어느날 부터인가 지각이 잦아지고 겉돌기 시작하는 선우가 이상하다고
> 생각했다.
> 담임인 최선생에게 의논을 드리자 최선생도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
>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애. 그렇잖아도 나도 걱정이 돼서 너에게 부탁하려던 참인데.
> 네가 좀 신경좀 써줘라. 점심도 같이 먹고 다른애들하고 어울리게 좀 도와줘.
> 너무 억지로 하지는 마. 녀석, 자존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캐묻고 그러면 싫어할거야."
>
> 최선생의 말에 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한반 급우로서 선우를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 .
>
> "우리반은 아이들 모두 쉽게 단결이 되고 학습분위기도 좋았죠. 최선생님이 우릴 잘 이끌어 줬고 특별한 문제아도 없었어요. 그래서 난
> 그런 우리반을 좋아했고 그런 반의 반장이라는게 자랑스러웠어요.
>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외톨이가 되거나 선우처럼 겉도는걸 내버려 둘수 없었습니다.
> 선생님의 말대로 선우에게 신경을 써주려 했어요.
> 말도 더 붙여보고 다른 아이들 무리에 슬쩍 어울리게 만들었죠.
> 하지만 선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더 어두워지고 혼자 자꾸만 떨어져 있으려 했어요.
> 결국 저도 그냥 선우를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그래도 학급에서 우리가 따돌리는건 아니니까 그걸 위로 삼으면서. 그러던 어느날
> 이었어요."
>
> .
>
>
> .
>
> 명진은 자신이 속한 서클모임을 마치고 교실에 잊고온 책을 가지러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로 갔다.
> 그런데 교실가까이 갔을때였다.
>
> "...흑...흐흑.."
>
> 낮고 가는 울음소리가 조금 열린 교실문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 명진은 조심스레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 아무도 없이 텅비고 어두운 교실 책상위에 누군가 고개를 묻고 있었다.
> 울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깨를 떨며 한없이 울고 있었다.
>
> .
>
>
> .
>
> "그 울음소리가..너무 슬프게 들렸어요. 아니, 가슴을 저미는 느낌이라는 편이 낮겠군요.
> 정말 그랬어요. 듣고 있는 나까지 이유도 모른체 같이 울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 그 애가 바로 선우였어요.
> 난 망설였죠. 다가가서 위로를 해야 하나, 아니면 모른체 있어야 하나.
> 그러다 결국 혼자 울도록 내버려 두기로 하고 선우가 나오길 기다렸어요.
> 한참을 울던 선우는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교실을 나왔고 전 안으로 들어가 책을 들고 집으로 향했어요.
> 기분이 우울했어요. 전 성격이 낙천적이라 웬만한 일로는 그렇게 쉽게 우울해 하지 않는데 단지 남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렇게 까지 우울해
> 질수 있다는걸, 그렇게 까지 마음이 아플수 있다는걸 처음 그때 알았어요."
>
> 그리고 명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 "휴..죄송합니다.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이젠 좀더 본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게요.
> 그리고 며칠 후 토요일이였어요. 그날도 전 혼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할 일이 있었죠.
>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교실을 나오던 전 갑자기 선생님이 아직 계신지 궁금했어요.
> 토요일엔 미술부 애들도 없고 선생님은 혼자 작업을 하시는 일이 종종 있어서 혹시나 계시리라 생각했죠.
> 미술실에 가면 선생님은 늘 따뜻한 원두커피를 건네주곤 했는데 그게 마시고 싶었어요."
>
> .
>
>
> .
>
> 그런 생각으로 명진은 미술부가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 미술실 문을 여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그러나 인기척이 느껴졌다.
> 최선생은 칸막이와 롤 스크린으로 미술실 한켠에 개인적인 공간을 작게 만들어 놓았었는데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 명진이 별 생각없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기서 들린 소리는 뜻밖에도 두사람의 소리였다.
> 낮은 흐느낌이 하나, 그리고 어른남자의 가쁜 숨소리.
> 명진은 망설이면서도 롤 스크린과 칸막이 사이의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 그리고...
>
> .
>
>
> .
>
> "전 봐선 안될 것을 보고 말았죠. 아니, 있어서는 안될 일이 거기서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
> .
>
>
> .
>
> 그 안엔 선우와 최선생이 있었다.
> 선우는 커다란 미술실 책상을 짚고 몸을 숙인채 서있었고 교복은 아래로 벗겨진 상태였다.
> 최선생은 그런 선우의 허리를 강하게 붙잡고 자신의 배에 끌어당기고 있었다.
>
> .
>
>
> .
>
>
> "선생님은 혼자 열에 들떠 헉헉 대고 있었고 선우는 두 주먹을 움켜진채 고통을 참고 있었어요.
> 책상을 꽉진 주먹이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책상위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 전 너무 놀라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어요. 그대로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각인되는 것 같았어요.
>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은 꿈쩍도 않았고 난 계속 그걸 지켜봤어요.
> 마치 현실이 아닌 듯 했어요. 내게 보이는 게 모두 환상같기만 했어요."
>
> 명진은 감정에 휩쌓일 듯 하면서도 곧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
> "잠시후 만족스럽게 숨을 내뱉으며 선생님은 선우를 놓았어요. 그러자 선우는 그대로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더군요.
> 저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그곳을 빠져나왔어요.
> 미술실은 그렇게 나왔지만 가슴이 떨려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더군요.
> 그래서 아래층 계단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어요.
> 얼마 안있어 미술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전 앞에 있던 화장실로 몸을 피해서 바깥을 살폈어요.
> 선우가 내려오더군요. 그런데 선우역시 내가 있는 화장실쪽으로 오는거였어요.
> 전 얼른 다시 아무칸이나 들어가 숨을 죽였어요.
> 선우는 바로 내 옆칸으로 들어갔고 곧 터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 그 울음소리.
> 가슴을 도려낼 것 같던 그 울음소리의 원인을 전 그때 알았던 겁니다.
> 견딜수 없이 슬퍼졌어요. 나까지 선우의 감정에 동화되어 참을수 없었죠."
>
>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아이는 그렇게 울었다.
>
>
> 학교라는 공간.
> 모든 것이 개방적인 것 같지만 어떤 곳보다 폐쇄적이고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 수백명의 학생과 수십명의 개성다른 교사들이 있지만 우린 늘 전형적인 하나의 모습만을 바라본다.
> 하지만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모두다 다른 모양이다.
> 부모가 이혼을 한 학생,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학생, 얼마전 가까운 사람을 잃은 학생,
> 전날밤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한 학생.
> 불륜의 관계에 빠진 교사, 빚 때문에 하루하루가 근심인 교사, 자식문제로 골치가 아픈 교사,
> 전날밤 누군가를 폭행한 교사.
> 그렇게 우리가 보는 학교라는 공간의 한꺼풀을 벗겨보면 각양각색의 모양들을 하고 있다.
> 하지만 그들은 학교안에서 그들의 사연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 그저 한명의 '학생'이고 한명의 '선생님'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
>
> 그날 미술실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명진은 자기가 아는 평범한 학교의 테두리만 보고 있었다.
> 안전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배움의 공간.
> 그런 명진이 감추어진 세계의 또다른 이면을 들여다 보게 되었고 그건 충격이었다.
>
> .
>
>
> .
>
> "집으로 돌아와선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머릿속에 각인된 두사람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어요.
> 내가 모르던 선생님의 모습과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던 선우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 그리고 내 귓가를 울리던 그 흐느낌.
> 그것이 제일 나를 괴롭혔어요.
>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한채 내가 알아버린 두사람의 비밀로 난 고민해야 했어요.
> 처음엔 충격, 그리고 선우에 대한 동정심. 그다음엔 혼자 잘난척 모든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만한 나자신에 대한 혐오....
> 마지막으로 선생님.
> 내가 그렇게 믿고 존경하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이 제일 컸어요.
> 전 정말 선생님을 존경했습니다.
> 선생님은 지식도 깊고, 이해심도 많았고, 어떤 면을 보더라도 완벽해 보였어요.
>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게 된걸 다행으로 여겼어요.
> 존경했고 따랐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게 거짓이었어요.
> 그 이면에 있는 추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알게되자 선생님을 떠나 한 인간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느껴졌어요.
> 언젠가 선생님은 선우가 걱정스럽다고 저에게 잘 대해주라고 했죠.
> 생각해보니 그건 저를 속인것과도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전 정말 선생님이 학생을 위한다고만 여겼죠.
> 전 선생님에게 속았던 거예요."
>
> 명진은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듯 무릎에 올리고 있던 두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이형사는 냉정해지려 애썼다.
> 자칫 명진의 감정에 휩쓸리다간 판단력이 흐려질 것 같아서였다.
>
> "다음날 학교에 갔을텐데 두사람을 만났겠지?"
>
> "네. 아침자율학습 시간 난 선우를 봤어요. 책을 펴놓고 있었지만 꼼짝도 않은채 계속 쳐다만 보고 있더군요. 조회시간 선생님은
> 평소처럼 모범적인 교사의 모습을 하고 교탁에 섰어요.
> 저 역시 평소처럼 차렷, 경례. 인사를 했죠.
> 이상하더군요. 어떻게 그런일들이 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까.
> 이것이 정상인건가 비정상인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모든게 혼란스러웠어요.
> 그렇게 너무 혼란스러워 그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척 했어요.
> 하지만 그날이후 선우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건 어쩔수 없었어요.
> 선우를 보면... 자꾸 그 미술실에서의 일이 생각 나더군요. 생각날때마다 나도 괴로웠어요.
> 이렇게 가만 있어도 되는건가 싶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 선우를 좀더 주시하다 보니 선우의 문제가 심각하다는걸 알게됐어요.
> 선운 수업시간 전혀 집중하지 못했어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면 파랗게 질려 마치 죄지은 사람모양 고개를 떨구었어요.
> 점심시간. 몇 번 젓가락질을 할뿐 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 선우는 점점더 야위어가고 있었어요. 마치 살아있는 유령같았죠.
> 그렇게 자꾸만 시들고 야위어서 언젠간 마치 마른 꽃처럼 손대면 파삭 하고 가루가 되어 부서질 것 같았어요.
> 난 그날 같은 일이 자주 있다는걸 예감했습니다.
> 어쩌면 내가 본건 두사람의 관계중 아주 작은 부분이었겠죠. 내가 알지 못하는 또 어떤 일들이 두사람에게 있는 걸까. 그리고 난 이대로
> 계속 외면해야 하는가. 선우가 야위어 갈수록 나역시 힘들었어요.
>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안다는건 정말 괴로운 일이더군요."
>
> .
>
>
> .
>
> 그렇게 몇주가 지나갔다.
> 최선생에게 전처럼 가까이 다가설순 없었지만 반장으로서, 학생으로서 예의를 갖추고 행동했기에 최선생은 명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 선우는 어느날 부터인가 체육시간이면 스텐드에 그냥 앉아 있었다.
> 담임이 특별히 체육선생에게 몸이 약한 아이라고 부탁을 하긴 했지만 항상 그렇게만 있는게 체육선생으로선 불만이었다.
> 차라리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게 건강에 도움이 될꺼라 생각하고 선우를 뛰게 했다.
> 운동장을 겨우 한바퀴 돌았는데도 선우는 다른 아이들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 가쁜숨을 내쉬며 힘들게 뛰던 선우는 결국 쓰러져 버렸고 놀란 체육선생과 아이들이 달려와 선우를 애워쌌다.
> 체육선생님은 굉장히 당황했다.
> 억지로 무리하게 뛰기를 강요한 자신의 책임이 될까봐 겁을 낸거였다.
> 다행히도 선우는 금방 의식을 차렸고 선생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명진을 불렀다.
>
> "반장, 네가 얘 좀 양호실로 데려가라."
>
> 명진은 시키는 대로 선우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 등뒤로 체육선생님이 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 .
>
>
> .
>
> "선우를 부축해 데려가는데 전 놀랬어요. 평소 마른건 알았지만 생각이상이었어요.
> 여자애들보다 허리가 가늘었어요. 팔도, 다리도 살이라곤 없더군요.
> 선우는 걷는걸 무척 힘들어 했어요. 자꾸 어지러운지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더군요.
> 양호실이 눈앞에 보여서 전 선우에게 등을 내밀며 업히라고 했어요.
> 선우는 싫다며 내손도 거부하고 벽을 짚고 혼자 걸어갔어요.
> 주제에 엉뚱한 고집 부리는 것 같아 화가 나서 그냥 내버려 뒀더니 얼마 안가 비틀거리더군요.
> 전 달려가 선우를 일으켰는데 또 내손을 뿌리쳤어요.
> 화도 나고 속상해서 그냥 선우를 안아들었어요.
> 하... 정말 기가 막혔어요. 홧김에 안아들었는데 너무 가볍게 들렸어요.
> 선우는 놀라서 날 밀쳤지만 전 그대로 양호실로 데려갔어요.
> 양호실엔 마침 아무도 없었고 난 선우를 침대에 내려놓아주었어요."
>
> .
>
>
> .
>
> "몸이 많이 안좋은 것 같다. 병원에 가봐"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
> "...쓸데없는 참견마.."
>
> 선우는 침대에 누워눈을 감았지만 명진은 일어나지 않고 그냥 옆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 선우가 그런 명진을 보고 물었다.
>
> "...가야 되는거 아냐?"
>
> "어차피 곧 마칠시간이야..."
>
> 5월의 밝은 햇살이 양호실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 멀리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 가만히 누워있던 선우가 몸을 일으켰다.
>
> "왜그래?"
>
> "목이 말라.."
>
> 선우의 말에 명진이 대신 물을 한컵 따라 가져다 주었다.
>
> "고마워."
>
> 물을 마시는 선우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손목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
> .
>
>
> .
>
> "전 뭔가 싶어 선우의 손을 잡았어요. 그리고 선우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소매를 걷었어요.
> 선우의 가는 팔목엔 뭔가로 묶였던 흔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팔엔 멍든자국도 있었고 엉망이었어요. 전 놀랐죠. 내 뜻밖의 행동에 놀라긴
> 선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우는 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힘이 있을 리가 없었죠."
>
> .
>
>
> .
>
> "놔. 무슨 짓이야!"
>
> 명진은 선우의 다른 팔을 잡아 소매를 걷었다.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
> .
>
>
> .
>
>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어요. 분명 옷을 벗기면 온몸에 그런 자국들 투성이겠죠.
> 속에서 마구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어요.
> '선생님이지? 선생님이 이런거지?'
> 내말에 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뒤로 물러나며 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쳐다봤어요.
> '...네가 어떻게 알어?...너 뭐야? 뭘 아냐구!'
> 선우는 자신의 비밀을 들켜버린것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어요.
> 그렇게 결국 난 내가 선우와 선생님의 관계를 안다는걸 말해버렸고 난 더 이상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제3자가 될 수 없었어요.
>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 얽혀 들어가 버렸습니다."
>
> 선우는 명진에게 한마디라도 입밖에 냈다간 자기는 죽어버릴거라고 했다.
> 답답한 명진은 부모님이나 경찰에 알리라고 했지만 선우가 그말을 들을리 없었다.
>
> .
>
>
> .
>
>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오히려 선우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더 불안해했어요. 아마 선우에겐 내가
> 선생님과 별 다를바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
> .
>
>
> .
>
> 선우와 최선생의 관계는 어느새 2개월이 넘어섰다.
> 음악선생님이 결혼을 하시면서 수업이 비는 날이 있었다.
> 수업시간전 최선생이 명진을 불렀다.
>
> "음악시간 자율학습이지? 교실에서 그러고들 있지 말고 다음시간 3반 체육시간이라니까 축구시합이라도해. 체육선생님하고 이야기 다
> 해놨어."
>
> "네"
>
> 명진이 돌아서려는데 최선생이 다시 명진을 불렀다.
>
> "참, 명진아."
>
> "네?"
>
> "가서 선우좀 미술실로 오라고해라. "
>
> 그 말에 명진은 놀란 표정으로 최선생을 바라보았다.
>
> "왜 그러니? 할말 있어?"
>
> "...아..아닙니다.."
>
> 명진은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최선생의 말을 전했고 아이들은 신나하며 체육복을 갈아입고 밖으로들 나갔다.
> 명진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 선우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들어 명진을 바라보았다.
>
> .
>
>
> .
>
> "...어떻게 말을 할수 가 있겠어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다면 상관없지만 선생님이 왜 미술실로 부르는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
> 어떻게 말할수 있어요. 그래도 전 말해야 했습니다"
>
> .
>
>
> .
>
> "..담임이.."
>
> 힘들게 한마디를 했지만 다시 말을 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
> "담임이...미술실로..."
>
> 차마 다음말을 잇지 못하는데 아무말없이 선우가 의자를 뒤로 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명진을 무심히 지나쳐 교실을 나섰다.
> 아이들이 모두 다 빠져나간 교실에서 명진은 한동안 그렇게 서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
> .
>
>
> .
>
> "너무 괴로웠어요. 그리고 이런노릇을 하게 만든 선생님이 미웠어요. 증오스러웠습니다."
>
> .
>
>
> .
>
> 다음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 선우는 교실에 돌아오지 않았다.
> 창밖을 내다보니 운동장 스텐드 한켠에 선우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 명진은 매점에 가서 우유와 빵을 사들고 선우에게 다가갔다.
> 명진이 다가와 옆에 앉는걸 알면서도 선우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채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
> "....점심 안먹었지..? 이거라도 좀 먹어"
>
> 명진이 내미는 우유와 빵을 보던 선우가 비웃음을 지었다.
>
> "훗.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구? 왜? 주인에게 두들겨 맞은 강아지가 불쌍해 보이나 보지?"
>
> "너 보니까 제대로 밥도 안먹고 다니는 것 같아서 그래. 지금 네가 얼마나 마른지 알아? 굶어 죽으려는거야?"
>
> "굶어 죽을수 있다면 죽을거야. 차라리 그렇게 되면 좋겠어."
>
> "그런소리 함부로 하지마! 죽긴 왜 죽어! 그럴용기 있으면 차라리 말해버리란 말야"
>
> "입닥쳐! 사람들이 날 도울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웃기지마.
> 소문만 잔뜩 나고 난 학교도 못다니게 될거야. 선생님은 제대로 벌이라도 받을 것 같아?
> 난 아직 그런소리 못들어봤어.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떳떳하게 고개쳐들고 잘 살아간단 말야.
> 넌 뉴스같은것도 안봐?"
>
> "그럼...계속 이렇게 당하고만 살거야?"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
> "...언젠가 끝나겠지. 선생님이 내게 질리던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하던가.. 아니면 내가 죽던가"
>
> "제발 죽는다는 소리 그만해. 왜 네가 죽어? 잘못한건 선생님인데. 내가 도와줄수 있으면 도와줄게. 응? 우리 한번 같이 생각해보자"
>
> "날 도와줘? 그럼...네가 선생님을 죽여줄수 있어?"
>
> .
>
>
> .
>
> "전 선우의 말에 놀라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요. 한참동안 우린 아무말 없이 서로를 쳐다봤어요. 그러자 선우가 먼저 피식 웃어
> 버리더군요."
>
> .
>
>
>
> .
>
> "훗. 놀란 모습이라니. 성실한 모범생 반장님이 그럴수는 없겠지. 너도 불쌍하구나. 쓸데없이 이것저것 알아버려서 말야"
>
> 그리고 선우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며 사과했다.
>
> "미안해. 괜히 너한테 이런소리해서. 난 괜찮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일에 상관하지마."
>
> .
>
>
> .
>
> "농담이었을까요? 하지만 그말이 내 가슴에 박혔어요. 선생님을 죽여줄수 있냐구.
> 물론 불가능한 일이고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죠. 그때는."
>
> .
>
>
> .
>
> 명진은 다시 우유를 내밀었다.
>
> "마셔"
>
> "귀찮아. 그리고 내게 명령하지마!"
>
> "명령아냐. 부탁이야. 제발 좀 먹어"
>
> 안타까운 듯 명진이 말하자 그제야 선우는 우유를 받아들고 마셨다.
> 그리고 빵도 조금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 명진도 선우와 같이 빵을 먹었다.
>
> .
>
>
> .
>
> "우린 말없이 먹기만 했어요. 운동장가득 햇살이 눈부셨죠.
> 어느새 점심을 다먹은 아이들이 하나둘 운동장에 달려나와 떠들고 소리치고 시끄러웠어요.
>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엔 어떤 벽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쪽은 환한 빛이, 우리가 있는곳엔 어둠만이.
> 그렇게 벽이 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 .......................
>
> 명진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다 사실인 듯 했다.
> 선우에 대해 알게되고 조금씩 선우의 절망감을 동감하고 선생님을 미워하게 되고.
> 그렇다고 살인까지 하게 되었단 말인가?
>
> "그게 언제쯤이지? 5월? 6월?"
>
> "6월 초였어요. 날이 따뜻해져 모두들 하복을 입기 시작했죠. 선우는 다른 애들보다 늦게 하복으로 바꿨어요. 팔엔 눈에 띄는 상처는
> 없었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멍자국이 내눈엔 보였습니다."
>
> "그뒤 선우와는 계속 이야기를 해봤어?"
>
> "네. 난 몇 번 방과후 선우를 우리집에 데려갔어요. 선우가 우리집에 있으면 밤에 선생님이 불러내지 못할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 아니었어요. 자신이 원할 때 선우가 없으면 그 후엔 더 심하게 대한다는걸 알았어요.
> 그래서 그런 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죠.
> 그리고 사건이 있기 며칠 전. 그날은 특별활동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부 활동이 끝난후 다시 교실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모여서 뭔가를
> 이야기 하고 있었죠.
> 그런데 선우의 이름이 들려왔어요."
>
> .
>
>
> .
>
> "선우녀석, 보기보다 성질 있는 놈이더라"
>
> 명진은 아이들 사이로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
> "무슨 일 있었어?"
>
> "선우 말이야, 오늘 미술부에서 사고 쳤잖아"
>
> 미술부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
> "선생님이 애들한테 선물이라며 유리봉을 주시려고 했거든. 그게 붓으로 선 그을 때 홈자에 대고 사용하는 뭐 그런거야. 그런데 선생님이
> 그걸 꺼내자 마자 앞에 있던 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선생님 손에서 확 뺏어 들더니 바닥에 집어 던졌어. 유리라서 산산조각 나
> 깨져버렸지."
>
> "왜 그런거야?"
>
> "나도 모르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선생님도 우리도 황당~해서 선우를 보고 만 있었어.
> 하여튼 난 우리선생님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됐다니까. 선생님은 별 말씀 없이 손수 빗자루를 들고 그걸 치우셨어. 그리고 선우한테 뭐라
> 하지도 않고 앉으라고만 하대. 우리에겐 대신 다른걸 줘야 겠다며 새 붓 셋트를 꺼내서 하나씩 나눠 주셨어. 붓이 좀 비싼편인데도
> 아까워 하지 않으시고 미술부 전원에게 다 주시더라"
>
> 명진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선우가 괜한 행동을 한게 아니라고만 짐작했다.
> 종례시간 선우는 책상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종례를 마치고 모두들 나가는데 선우는 여전히 그러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일어나 교실을 나섰다.
> 명진은 그런 선우를 뒤따라 갔다.
>
> .
>
>
> .
>
> 이형사는 명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우가 앞서했던 이야기를 기억했다.
>
> '......'미술부 애들한테 선물하려는 건데 그전에 한번 사용해볼까?'
> 난 대체 그걸로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도 못했어요.
> 선생님은 침대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단단히 잡고 벌렸어요. 순간 난 그가 뭘 할지 깨닫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그사람의 힘을
> 당할순 없었어요.
> 주먹으로 몇 대 맞고서야 난 반항하길 포기했어요.
> 그리고 잠시후 차가운 이물질이 내 안으로 쑥 들어오는게 느껴졌어요.....................
> ...........................................................그렇게 한참을 그짓을 하더니
> 싫증이 나는지 내 안에서 완전히 빼내어 탁자위에 올리며 말했어요.
> '씻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지. 재미있지 않아? 네 친구들이 이걸 사용하는걸 보게 될게 말이야'
>
> ............
>
>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 선우는 그게 사건이 있던 날 이라고 했었다.
> 하지만 명진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건 사건이 있기 며칠전이다.
> 두사람의 말중 현재는 명진의 이야기 쪽이 사실 같았다.
>
> "학교 밖으로 나온 선우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비틀거리며 옆으로 몸이 기울어 졌어요. 전 얼른 선우를 잡아줬죠. 선우는 잠시 넋나간
> 사람처럼 날 바라보더니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제 옷을 붙들었어요."
>
> .
>
>
> .
>
> "나 어떡하지? 선생님이 가만 두지 않을거야. 어떡하면 좋아"
>
> "오늘 미술부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야? 왜 그런 짓을 한거야? "
>
> 이렇게 겁먹을 거면서 왜 그랬는지 명진은 이해할수 없었다.
>
> "넌... 모를거야. 너처럼 평범한 녀석은 상상도 못할거야.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당하는지.
> 하지만 나도 사람이란 말야. 차라리 감정같은거 없어져 버렸으면 좋을건데 그게 맘대로 안돼."
>
> 그때 최선생의 차가 두사람 옆에 서더니 차창이 열리며 최선생이 고개를 내밀었다.
>
> .
>
>
> .
>
>
> "선우는 얼마나 놀랐는지 사색이 되었어요. 전 선우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제 손까지 다 떨릴 정도로 몸을 떨더군요. 선생님은 선우가
> 몸이 안좋아 보인다며 차에 타라고 했죠. 난 차마 선우의 팔을 놓을수가 없었어요.
>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선우에게 차에 타라고 했고 선우는 모든걸 다 포기한마냥 차에 올라탔어요.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는 날 뒤로 하고
> 가버렸어요.
> 선우의 마지막 표정이 지워지지 않더군요. 마치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모양 그렇게 자포자기한 듯 한 그모습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 전 그날밤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 제대로 걷지도 못할만큼 겁을 먹은 선우를 그냥 그렇게 보낸게 너무나 맘에 걸렸어요.
> 밤새도록 내가 무언가를 정말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더군요.
> 다음날 선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요.
> 전 조퇴를 하고 선우집에 갔어요. 선우는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뜻밖에 나타난 절 보고 일어나 앉았어요."
>
> .
>
>
> .
>
> 명진은 선우옆에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두사람다 아무말 없이 그렇게 있었다.
> 한참동안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던 선우가 중얼거렸다.
>
> "....난 곧 죽을거야..."
>
> "정말 네가 죽어 버리면 난 뭐가 되는 거지? "
>
> "넌 정말 재수가 없었던 거야. 괜히 잘못 끼어든 것 뿐이야.."
>
> "...신고하자. 어른들에게 알리자.."
>
> 하지만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
> "그건 어떤일이 있어도 안돼. 차라리 죽는게 나아. 그쪽이 더 좋아.."
>
> .
>
>
> .
>
> "전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선우가 바보같고 나도 바보같고. 우리가 아무힘도 없는 아이들이란게 속상했고.
> 그냥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섰죠. 선우는 일어나서 절 배웅하려고 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 했고 전 선우를 잡았어요. 그런데 선우를
> 놓고 나니 제 손에 뭔가 묻어있는거였어요. 그건 피였어요. 찐득찐득한 피가 손바닥 가득 묻어서 난 깜짝 놀랐어요.
> 그 피는 선우의 등에서 배어나온 거였어요. 싫다는 선우의 옷을 억지로 올려봤더니 등 가득 날카롭게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간 자국들이
> 있었어요. 좍좍 그어진 그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어요.
> 순간 확 분노가 치솟아서 도저히 주체를 못하겠더군요. 그런식으로 저자신의 감정을 콘트롤 할수 없긴 처음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 소리쳤어요.
> '죽여버릴거야. 내가 죽일거야'
> ....그렇게 선생님을 죽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
> 명진은 계속해서 자신이 선생님을 죽였다는걸 이형사에게 확신시켜주는 듯 했다.
> 살인동기가 어딘가 애매하긴 했지만 이형사는 묻지 않고 계속해서 명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
> "한번 그렇게 생각하니 꼭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 그렇게 해서 선우를 구하겠다고, 그게 마치 제 사명같이 느껴졌습니다.
> 매일 어떻게 하면 될까 마치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그생각만 했어요.
> 약, 칼, 사고...온갖 방법을 다 떠올려봤죠. 학교에서 선생님을 볼때마다 저의 상상력은 커졌어요.
> 선우에게 선생님집 열쇠가 있다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선우몰래 열쇠를 가져다 복사를 해서 가지고 있었어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 있었던건 아니었죠. 그래도 그렇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제 마음이 놓였어요.
> 그리고 사건이 있던 날..."
>
> 이형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
>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될까?
> 아니면 또 다른 거짓말을 듣게 될까.
>
>
>
> 그날 방과후 최선생이 명진을 교무실로 불렀다.
> 그는 최근 명진이 전보다 학급일에 소흘하고 공부에도 열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
>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반장인 네가 그러면 우리반 전체에 영향이 있잖아.
> 힘든 일이 있으면 선
>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뭐든 익숙해 지더군요. 나중엔 선생님을 만족 시킬만큼 하게 됐어요.
> 하루, 이틀...일주일...그런 관계가 한달넘게 지속됐어요.
> 가끔 선생님은 이상하리만치 흥분해선 절 쉽게 놔주지 않았어요.
> 미친 짐승처럼 달려들어 제 몸을 다 부셔버릴 듯 했어요.
> 무슨 약을 먹었는지 하루에 몇 번씩 할때도 있었어요. 그런날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고 기절도 했어요. "
>
> 그의 옷장에서 발견된 환각제들.
>
> "제 몸엔 온통 그사람의 흔적이 있었어요. 울긋불긋한 반점들이 남아서 행여나 다른 애들에게 들킬까봐 늘 신경써야 했죠.
> 새벽늦게 집에 들어가는 일이 잦았죠. 선생님은 엄마에게 제가 공부를 하고, 그림을 그리느라 늦는거라고 했어요. 늦을때면 절 집까지
> 차로 데려다 주었고 그래서 엄마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어요.
> 엄마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라며 칭찬을 했죠. 후훗.. 정말 우습지 않아요?
> ...전 당연히 성적이 떨어지고 생활도 엉망이 되 버렸죠. 늘 잠이 모자라 수업시간은 졸기 일쑤였고 선생님들에게 야단을 맞았어요.
> 머리는 멍해져서 다른 아이들 이야기도 잘 알아듣지 못했고 점점 친구들도 멀어져 갔어요. 그리고...그림도....그릴수 없었어요. 그걸
> 알게 된건 선생님과의 관계가 시작된지 한달정도 지난 미술시간이었어요..."
>
> .
>
>
> .
>
> 마침 다음시간에 있을 국사 선생님이 수업을 빠지게 되어서 최선생은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뒷산으로 스케치를 갔다.
> 아이들은 그림그리기 보다는 떠들고 노는데 신경이 팔려있었고 선우는 아이들에게서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 있었다.
> 그런 선우에게 최선생이 다가왔다.
>
> "뭘 그리고 있지?"
>
> 최선생의 목소리만 듣고도 선우는 깜짝 놀라 사색이 되었다.
>
> "뭐야. 아무것도 안그렸잖아. 벌써 한시간이 지났는데"
>
> 그의 말대로 선우의 스케치북은 하얗게 비어져 있었다.
>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그릴수 없었다.
> 연필을 들고 손을 움직이려 해보았지만 무언가 강한힘이 그 손을 잡는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 "미술부원인 네가 이러면 안되지. 자, 어서 시작해. 어디보자.. 여기라면 저 산을 배경으로 구도를 잡고 그리면 되겠구나"
>
>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스케치북위에 다시 연필을 가져갔다.
> 그러나 아무리 해도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 연필을 꽉 잡은 손은 떨리고 있었다.
>
> "선우야"
>
> 최선생이 질책하듯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 그순간 선우는 갑자기 연필을 주먹으로 쥐고는 스케치북 위에 북북 그어댔다.
> 최선생은 놀란눈으로 선우를 쳐다보았고 다른 학생들도 선우를 보았다.
> 무언가 멈출수 없는 감정으로 선우는 그렇게 선을 그어댔고 연필이 반동강으로 부숴져서야 그 행동을 멈추었다.
>
> .
>
>
> .
>
> "수업이 끝난후 선생님은 날 차에 태우고 집으로 데려갔어요.
> 배를 주먹으로 쳤어요. 고통으로 몸을 숙이자 머리채를 잡고 침실로 끌고가선 두손을 묶고 옷을 벗겼어요.
>
> .
>
>
> .
>
> "가소롭구나. 네놈이 그런식으로 내게 반항하겠다는 거냐!"
>
> 최선생은 잔뜩 화가나 있었다.
>
> "오늘 단단히 네놈 버르장머리를 고쳐놔야 겠어."
>
> 선우는 미친 듯이 소리치는 그앞에서 완전히 겁을먹고 한없이 작아져 몸을 떨었다.
> 최선생은 자신의 넥타이를 끌러 선우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옷을 벗었다.
> 그리고 그는 선우의 두 다리를 가차없이 벌리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격하게 뚫고 들어갔다.
>
> '아아아아!!!'
>
> 비명을 질러도 재갈에 물린 입에선 일그러진 신음만 배어나올 뿐이었다.
>
> .
>
>
> .
>
> "온몸이 거기서부터 찢어지는 것 같았어요. 너무 아파서 정말 죽을 것 같았아요.
> 있는힘껏 내게로 퍽퍽 밀어붙이는 힘 때문에 난 침대머리에 머리를 쿵쿵 박을 수밖에 없었죠.
> 죽는다고 생각했어요. 이대로 죽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정말...죽을거라고...
> 하지만 난 의식조차 잃지 않았어요. 아...차라리 그랬더라면 더 좋았을건데..
> .....그날밤은 그렇게 또 몇 번씩 당해야 했어요. 나중엔 피가 흘러 침대시트를 적셨죠.
> ... 그는 내 피를 보고 웃어댔어요. 그사람 얼굴이 악마처럼 느껴졌어요.. 아니..악마였는지도 몰라요.
> 새벽이 돼서야 선생님도 진정이 되는 듯 했고 난 완전히 기진맥진해서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어요. 선생님은 방이 지저분해졌다며 짜증을
> 내며 날 안아다가 욕조에 담궜죠. 내 안에서 나온 피가 욕조에 서서히 번지는걸 난 멍하게 바라만 봤어요.
> 선생님은 방을 정리하고 날 안아다가 엎드려 눕히고 상처를 치료해 줬어요.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화구통을 들고오더니 붓을 잡았어요.
> '네가 그릴수 없다면 대신 내가 그려주마'
> 선생님은 내 다리 안쪽으로 작은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고 그걸 씻지 말고 놔두라더군요. 내일 확인해서 그 그림이 없으면 날 가만 두지
> 않을거라 했어요. "
>
> .
>
>
> .
>
> 그 새벽 최선생은 선우를 집에 데려다 주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우는 그대로 쓰러지듯 잠들었다.
> 다음날은 늦잠을 잤고 쉽게 걸을수도 없었지만 선우는 학교로 가야 했다.
> 점심시간 아이들이 없을 때 최선생은 선우를 미술실로 불렀다.
> 그리고 책상에 앉혀 바지를 벗기곤 어제 자신이 그린 그림을 확인했다.
>
> "좋아. 아직 있구나. 이렇게 말을 잘들으면 얼마나 좋니."
>
> 그리곤 다시 바지를 올려주곤 선우를 안아 등을 쓰다듬었다.
>
> "넌 내말을 잘 들어야돼. 어떤경우에도 내말을 어겨선 안돼. 넌 나의 인형이야.
> 내 말을 거역하지 않는 착한 인형... 알겠지?"
>
> .
>
>
> .
>
> "날 인형이라고 했어요. 그의 말대로 난 그사람의 인형이었죠.
> 성적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더치와이프, 선생님이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마리오네뜨,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우는 자동인형. 난....더이상
>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림도 그릴수 없었던 거예요.
> 난 마음이 없으니까 그림도 당연히 그릴수 없었던 거예요. 난 그릴수 없었어요.."
>
> 선우는 넋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며 쇼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
> "선생님은 자주 그렇게 내 몸에 그림을 그렸고 다음날 학교에서 확인을 했어요.
> 어쩌다가 내가 실수로 그걸 지우면 불같이 화를 내며 날 범했어요.
> 차안에서도 학교에서도..."
>
> "학교?"
>
> 이형사가 놀라 되물었고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
> "학교에서도 했어요. 주로 사람이 없는 시간 미술실에서였어요.
> 수업시간에 날 빠지게 하고 미술실로 불러내 관계를 가졌어요.
> 학교에선 정말 싫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을 죽이고 싶었어요.
> 그래요. 죽이고 싶었어요. 내가 죽던지 선생님이 죽던지.
> 그렇지 않으면 평생 이런일이 계속될거라 생각들었어요.
> 언젠가 그렇게 선생님을 죽이게 될거란걸 예감했어요"
>
> 선우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 했다.
> 그리고 나서 다시 몸을 돌려 이형사에게로 다가와 앉았다.
>
> "이제 아저씨가 궁금해 하던걸 말할게요. 그날..선생님을 죽인 그날에 대해서"
>
> 현실과 과거의 기억사이에서 헤매던 아까까지의 불안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 또렷하고 맑은 눈빛으로 선우는 말하고 있었다.
>
>
>
>
>
> "그날 밤은 정말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예요.
> 선생님은 낮에 학교시절 같이 그림을 그리던 사람을 만났는데 그사람은 제법 잘나가는 화가였어요.
> '그자식이 예술입네 뭐니 하고 떠들어 대는걸 보니 배알이 뒤틀려 죽는 것 같았어.
> 실력도 없는 놈이 어쩌다 빽이 든든하고 운이 좋아서 잘 풀린것도 모르고 잘난척은'
> 그사람을 만나고나서 선생님은 기분이 상당히 안좋았어요.
> 선생님은 내게 무슨 약을 줬어요. 난 먹기 싫었어요. 전에 한번 먹은적이 있는데 정신이 이상해 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다음날엔
> 속이 뒤집어지고 머리가 너무 아파 견딜수 없었죠.
> 그래서 정말 먹기 싫었어요. 하지만 난 거부할 권리가 없죠. 늘 그렇듯이..
> 선생님은 나보고 침대에 올라가라 하고선 의자를 가져다 그 앞에 앉았어요.
> 그리고 옷을 벗으라고 해서 난 옷을 벗었죠. 옷을 벗자 다리를 벌리라고 했어요. 우습지 않아요? 다큰 사내녀석이 침대위에 다리를
> 벌리고 앉은 모습이라니. 게다가 선생님은 그 앞에 정면으로 앉아 날 주시했죠.
> 난 또 뭘 시킬지 몰라 긴장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또 이상한걸 요구했어요.
> 내손으로 직접 마스터베이션을 하라는 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할수 없다고 했어요.
> 선생님은 윽박지르며 하길 강요했고 난 계속 반항했지만 결국 누가 이길 것 같아요? 아까 말했죠? 내몸이지만 내게 권리가 없었다고.
> 그래서...시키는 대로 했어요. 선생님은 계속 지껄여 댔죠.
> '좋아. 아주 잘하는데. 아냐아냐. 좀더 흥분한 듯 해야지. 그렇게 뻣뻣한 표정으로 하면 재미가 없잖아.'
>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절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 그 눈빛이...너무 싫었어요.."
>
> 선우는 두팔을 꼭 끌어당기며 몸을 움츠렸다.
>
> "어쨌든 난 시키는 대로 포르노영화의 배우처럼 연기를 해야 했어요.
> 그걸 지켜보던 선생님은 흥분됐던지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위로 올라와 날 타고 앉아 안으로 밀고 들어왔어요. 그사람이 흥분했을 때 내뱉는
> 그 신음소리도 싫었어요. 짐승처럼 헉헉 대는 숨결이 끔찍해요.
> 아무리 약을 먹었다 해도 한번 절정에 이르고 나서 바로다시 하기는 힘들죠.
> 그시간이 내겐 그나마 쉴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그날은 그 정도의 여유도 주지 않았어요.
> '아, 오늘은 아무래도 기분이 안나. 뭔가 재밌는게 없을까'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방을 나가더니 잠시후 손에 뭔가를 들고 왔어요.
> 그건 선을 그을 때 쓰는 유리봉이었어요. 끝이 온도계처럼 둥근 가는 유리봉인데 그걸 여러개 들고 왔어요.
> '미술부 애들한테 선물하려는 건데 그전에 한번 사용해볼까?'
> 난 대체 그걸로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도 못했어요.
> 선생님은 침대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단단히 잡고 벌렸어요. 순간 난 그가 뭘 할지 깨닫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그사람의 힘을
> 당할순 없었어요. 주먹으로 몇 대 맞고서야 난 반항하길 포기했어요.
> 그리고 잠시후 차가운 이물질이 내 안으로 쑥 들어오는게 느껴졌어요.
> '아주 잘 들어가는데. 별로 아프지도 않지? 더 넣어볼까'
> 먼저 들어가 있는 유리봉에 부딪쳐 딸깍거리며 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어요.
> 그리고 또 하나...또 하나. 선생님 말대로 아프진 않았어요. 볼펜보다 가는데다가 이미 들어가 있던 그사람 정액이 윤활제가 되어서 그
> 차가운 이물감만 아니라면 견딜만 했어요.
> '이젠 안들어 가겠다'
> 그는 내안으로 들어온 그 유리봉들을 손에 쥐고는 움직였어요.
> 딸끄닥 거리는 마찰음과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 그는 그게 상당히 재미있었나봐요.
> 마치 재밌는 장난감을 손에쥔 아이처럼 입가에 만족한 웃음을 띄우고 그것들을 내 안으로 넣고 빼길 반복했어요.
> 그런 일을 당하고 있으니 갑자기 자신에게 혐오감이 생겨서 견딜수 없었어요.
> 난 짐승보다 못한 존재였어요.
> 그저 그 사람의 욕망의 도구가 되어버린...인간이 아닌...존재.
> 왜 그때 갑자기 내 마음이 되살안 난 걸까요. 난 이런식으로 농락당하는걸 더 이상 못견딜 것 같았어요.
> 그래서 몸을 일으키며 그사람 손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그가 황급히 한손으로 날 누르며 말했어요.
> '조심해. 이건 굉장히 약해. 네가 움직이며 부숴져. 그럼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거야?
> 난 네 피가 내 침대를 더럽히는건 못봐준다구'"
>
> 선우는 그의 말을 되뇌이더니 쿡쿡 웃었다.
>
> "내 피로 침대가 더럽혀 지는게 싫다고 했어요. 후후... 그가 걱정하는건 그것뿐이었죠.
> 그렇게 한참을 그짓을 하더니 싫증이 나는지 내 안에서 완전히 빼내어 탁자위에 올리며 말했어요.
> '씻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지. 재미있지 않아? 네 친구들이 이걸 사용하는걸 보게 될게 말이야'
>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날 덮쳤어요.
> 내 몸을 쥐어뜯을 듯이 움켜쥐고 거칠게 안으로 들어와선 움직여댔죠.
> 정말 더 이상 못견딜 것 같았어요.
> 대체 언제까지 이짓들을 당해야 하는건지.
> 앞으로 또 어떤 것을 해야 할지.
> 약 기운때문인지 판단력도 흐려졌어요.
> 날 타고 앉은 그사람이 괴물처럼 느껴졌어요.
> 그때 누군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 '죽여!'라고"
>
> 선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크게 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
> "난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건 어떤것도 생각나지 않았어요. 오직 이사람을 죽여야 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채웠어요. 그래야만
> 모든게 끝날거라 생각했어요.
> 한참후 선생님도 지쳐서 내 옆에 누운채 잠이 들었어요.
> 잠든 그를 확인하며 난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어요.
> 그리고 싱크대에서 칼을 찾아들고 방으로 돌아와....선생님을 찔렀어요. "
>
> 선우는 마치 지금 손에 그 칼을 들고 있는 듯 두손을 움켜잡았다.
>
> "한번 찌르자 감정이 폭발해서 계속해서 그를 찔러댔어요. 미친 듯이 마구 찔러댔죠. 얼마나 찔렀는지도 몰라요. 그렇게 난 선생님을
> 죽였어요"
>
> 선우는 그리고 입을 다물곤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 "...그게 다니?"
>
> 이형사의 물음에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래서.. 그후에 어떻게 했니?"
>
> 선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
>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나요. 찌른 후부턴 모든게 뒤죽박죽 섞여서 기억해 낼수 없어요"
>
> 뭔가 빠진게 있었다.
>
> "...명진이. 명진이는 어떻게 된거지?"
>
> 명진의 이름에 선우는 움찔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
> "명진이..? 모르겠어요.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그애가 방문에 서 있었어요.
> 온통 피로 난장판이된 방을 보고 명진이는 놀라서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 하지만 벌거벗은 나와 선생님을 보고 뭔가를 안 듯 했어요.
> 난 명진이에게 매달렸어요. 도와달라고..
> 자세한 내막도 모른체 명진이는 날 도와주려고 했어요.
> 그앤 동정심이 많고 착해서 그렇게 날 도와주게 된거예요."
>
> "그래서 시체를 욕조에 넣었어? 왜지?"
>
> "몰라요. 난 정말 잘 기억이 안나요!"
>
> 선우는 머리를 감싸안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
> "사건이 일어난 시간은 새벽 3,4시였어. 대체 그시간 명진인 왜 선생님집을 찾아온거지?
> 명진이도 선생님과 그런 관계였어?"
>
> "아니예요!"
>
> 선우가 날카롭게 소리치며 매서운 눈빛으로 이형사를 보았다.
> 이제까지 선우가 그런식의 강한 태도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었기에 이형사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
> "아니예요. 명진이는 달라요. 그앤 나같은거 하고는 틀리단 말이예요.
> 그러니까...그날...그날....맞아요. 밤늦게 까지 이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시 나왔는데 선생님 집에 불이 켜진걸 보고
>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올라와본 거예요.
> 그런데 문이 잠겨 있지 않았고 아무것도 모른체 안으로 들어와던 거예요.
> 명진인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지금도 그앤 모르고 있어요..."
>
> 그리고 선우는 간절하게 말했다.
>
> "제발 명진인 이사건에서 빼주세요. 어차피 아저씨야 범인만 잡으면 되잖아요.
> 내가 죽였어요. 그러니까 나만 잡아가요. 굳이 명진이까지 여기에 연루되게 하지 말아요.
> 녀석이 잘못한거라곤 날 불쌍하게 생각한 것 뿐이예요. 우연히 내 범행현장에 들렀던 것 뿐이예요.
> 한사람이면 되잖아요. 아저씨도 그정도는 해줄수 있잖아요.."
>
> 선우는 눈물을 흘리며 이형사에게 애원했다.
>
> ".....그럼 한가지만 물어볼게. 네 혈액형이 어떻게 되지?"
>
> "혈액형요?"
>
> "그래."
>
> 선우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아내려는 듯 했지만 무슨 뜻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 잠시후 선우는 잔뜩 긴장을 하며 대답해주었다.
>
> "...A..형이예요"
>
> 혈액형이 사실이라면 선우의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다.
>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날 명진은 최선생이 죽은후 온 것이 아니었다.
>
> 최선생의 손톱에서 발견된 살점과 AB형의 혈액형.
>
> 그날밤 이집에 있었던 세사람중 한명의 것이다.
>
> 최선생과 선우는 같은 A형이다. 그럼 그 AB형은?
>
> 그때였다.
>
> "선우말 믿지 말아요"
>
> 등뒤에서 들려온 갑작스런 목소리에 이형사가 놀라 돌아보았다.
> 거기엔 명진이 서있었다.
>
> "네가 어떻게!"
>
> 이형사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
> "이앞에 지나다가 불이 켜진걸 봤어요. 선우의 모습이 보이길래 올라와본거예요."
>
> 명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 지나쳐 놀란 듯 멍하게 서있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
>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선우말 믿지 마세요"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명진의 팔을 잡으며 소리쳤다.
>
> "내가 다 이야기 했어. 선생님을 내가 죽였다고 말했단 말야. 넌 그날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선생님을 찾아왔던 거잖아. 그리고 내가
> 도와달라고 해서 뒷수습을 한것뿐이잖아.
> 명진아. 넌 여기 오늘 안온걸로 해. 그러면 여기 아저씨가 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거야.
> 제발 명진아!"
>
> 선우는 필사적으로 명진의 팔을 잡고 소리쳤다.
> 그런 선우를 명진은 무표정하게 바라보더니 다시 시선을 이형사에게로 돌렸다.
>
> "..그 혈액형이 무슨 의미가 있죠? 뭔가 단서라도 찾았나요? 그럼 내 혈액형을 말해줄게요. 난AB형이예요."
>
> "명진아!"
>
> 선우는 절망적으로 명진의 이름을 부르며 주저 앉았다.
> 명진은 몸을 숙여 그런 선우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
> "정말 어리석구나. 누가 우릴 도울수 있겠어. 바보같이 혼자서 무슨 이야길 한거야.
> 이제 그만해. 내가 다 해결할테니."
>
> 그리고 나서 명진은 우두커니 서있는 이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
> "진실을 알고 싶어요? 그럼 내가 말해주죠. 선우의 거짓말이 아닌 진짜 진실을요"
>
> 그렇게 명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
>
>
>
>
>
> "이야기 하기전에 부탁이 있어요. 선우가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요"
>
> 명진의 말에 선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
> "안돼. 나도 듣겠어"
>
> 선우는 명진을 놓아주지 않을 듯 팔을 꽉 잡았다.
>
> "괜찮을거야. 날 믿어"
>
> 명진의 그 한마디에 선우는 순순히 명진의 팔을 놓아주었다.
> 처음 이형사와 면담할 때 명진은 선우와 친하지 않다고 말했었다.
> 선우도 그날 밤 명진을 만난것도 우연이고 평소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 했었다.
> 하지만 지금 두사람을 보고 있으니 그 말도 거짓말이었다는걸 이형사는 확실히 알수 있었다.
>
> "그럼...우리가 들어가서 얘기할까?"
>
> 이형사는 명진과 함께 최선생이 작업실로 이용하던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 평소 깔끔하던 성격답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인데도 물감자국 하나 없이 깨끗했다.
> 두사람은 의자를 끌어당겨 마주보고 앉았다.
> 선우와 달리 명진은 어깨를 당당히 펴고 이형사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채 똑바로 쳐다보았다.
> 안경너머 눈빛이 총명해 보였다.
> 이형사는 어쩐지 긴장이 되었다.
> 만약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한다면 선우의 거짓말과는 달리 쉽게 속을 것 같았다.
> 그래서 그는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 지금부터 녀석이 하는 이야기중 진실과 거짓을 분명히 구분해야 했던 것이다.
>
> "선우가 최선생님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다 이야기 했습니까?"
>
> "그래"
>
> "저에 대해선요?"
>
> "한마디도.."
>
> "...그럼 전 선우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가졌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군요"
>
> .
>
>
> .
>
> 같은 반이었지만 선우와 친하게 어울리진 않았었다.
> 그냥 한 반 급우로서 조금 곱상한 외모를 가진 애라고만 생각했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 하지만 한 학급의 반장이다 보니 아이들에게 좀더 신경을 썼고 자연이 어느날 부터인가 지각이 잦아지고 겉돌기 시작하는 선우가 이상하다고
> 생각했다.
> 담임인 최선생에게 의논을 드리자 최선생도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
> "집안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애. 그렇잖아도 나도 걱정이 돼서 너에게 부탁하려던 참인데.
> 네가 좀 신경좀 써줘라. 점심도 같이 먹고 다른애들하고 어울리게 좀 도와줘.
> 너무 억지로 하지는 마. 녀석, 자존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캐묻고 그러면 싫어할거야."
>
> 최선생의 말에 명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한반 급우로서 선우를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 .
>
>
> .
>
> "우리반은 아이들 모두 쉽게 단결이 되고 학습분위기도 좋았죠. 최선생님이 우릴 잘 이끌어 줬고 특별한 문제아도 없었어요. 그래서 난
> 그런 우리반을 좋아했고 그런 반의 반장이라는게 자랑스러웠어요.
>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외톨이가 되거나 선우처럼 겉도는걸 내버려 둘수 없었습니다.
> 선생님의 말대로 선우에게 신경을 써주려 했어요.
> 말도 더 붙여보고 다른 아이들 무리에 슬쩍 어울리게 만들었죠.
> 하지만 선우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더 어두워지고 혼자 자꾸만 떨어져 있으려 했어요.
> 결국 저도 그냥 선우를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그래도 학급에서 우리가 따돌리는건 아니니까 그걸 위로 삼으면서. 그러던 어느날
> 이었어요."
>
> .
>
>
> .
>
> 명진은 자신이 속한 서클모임을 마치고 교실에 잊고온 책을 가지러 학생들이 모두 돌아간 교실로 갔다.
> 그런데 교실가까이 갔을때였다.
>
> "...흑...흐흑.."
>
> 낮고 가는 울음소리가 조금 열린 교실문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 명진은 조심스레 교실을 들여다 보았다.
> 아무도 없이 텅비고 어두운 교실 책상위에 누군가 고개를 묻고 있었다.
> 울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깨를 떨며 한없이 울고 있었다.
>
> .
>
>
> .
>
> "그 울음소리가..너무 슬프게 들렸어요. 아니, 가슴을 저미는 느낌이라는 편이 낮겠군요.
> 정말 그랬어요. 듣고 있는 나까지 이유도 모른체 같이 울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 그 애가 바로 선우였어요.
> 난 망설였죠. 다가가서 위로를 해야 하나, 아니면 모른체 있어야 하나.
> 그러다 결국 혼자 울도록 내버려 두기로 하고 선우가 나오길 기다렸어요.
> 한참을 울던 선우는 빨갛게 부은 눈을 하고 교실을 나왔고 전 안으로 들어가 책을 들고 집으로 향했어요.
> 기분이 우울했어요. 전 성격이 낙천적이라 웬만한 일로는 그렇게 쉽게 우울해 하지 않는데 단지 남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렇게 까지 우울해
> 질수 있다는걸, 그렇게 까지 마음이 아플수 있다는걸 처음 그때 알았어요."
>
> 그리고 명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
> "휴..죄송합니다.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이젠 좀더 본론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게요.
> 그리고 며칠 후 토요일이였어요. 그날도 전 혼자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할 일이 있었죠.
> 하던 일을 마무리 짓고 교실을 나오던 전 갑자기 선생님이 아직 계신지 궁금했어요.
> 토요일엔 미술부 애들도 없고 선생님은 혼자 작업을 하시는 일이 종종 있어서 혹시나 계시리라 생각했죠.
> 미술실에 가면 선생님은 늘 따뜻한 원두커피를 건네주곤 했는데 그게 마시고 싶었어요."
>
> .
>
>
> .
>
> 그런 생각으로 명진은 미술부가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 미술실 문을 여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그러나 인기척이 느껴졌다.
> 최선생은 칸막이와 롤 스크린으로 미술실 한켠에 개인적인 공간을 작게 만들어 놓았었는데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 명진이 별 생각없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거기서 들린 소리는 뜻밖에도 두사람의 소리였다.
> 낮은 흐느낌이 하나, 그리고 어른남자의 가쁜 숨소리.
> 명진은 망설이면서도 롤 스크린과 칸막이 사이의 틈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 그리고...
>
> .
>
>
> .
>
> "전 봐선 안될 것을 보고 말았죠. 아니, 있어서는 안될 일이 거기서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
> .
>
>
> .
>
> 그 안엔 선우와 최선생이 있었다.
> 선우는 커다란 미술실 책상을 짚고 몸을 숙인채 서있었고 교복은 아래로 벗겨진 상태였다.
> 최선생은 그런 선우의 허리를 강하게 붙잡고 자신의 배에 끌어당기고 있었다.
>
> .
>
>
> .
>
>
> "선생님은 혼자 열에 들떠 헉헉 대고 있었고 선우는 두 주먹을 움켜진채 고통을 참고 있었어요.
> 책상을 꽉진 주먹이 떨리고 있었고 눈물이 책상위로 떨어지고 있었어요.
> 전 너무 놀라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어요. 그대로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각인되는 것 같았어요.
>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발은 꿈쩍도 않았고 난 계속 그걸 지켜봤어요.
> 마치 현실이 아닌 듯 했어요. 내게 보이는 게 모두 환상같기만 했어요."
>
> 명진은 감정에 휩쌓일 듯 하면서도 곧 냉정을 되찾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
> "잠시후 만족스럽게 숨을 내뱉으며 선생님은 선우를 놓았어요. 그러자 선우는 그대로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더군요.
> 저도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그곳을 빠져나왔어요.
> 미술실은 그렇게 나왔지만 가슴이 떨려 도저히 움직일수가 없더군요.
> 그래서 아래층 계단에 앉아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어요.
> 얼마 안있어 미술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서 전 앞에 있던 화장실로 몸을 피해서 바깥을 살폈어요.
> 선우가 내려오더군요. 그런데 선우역시 내가 있는 화장실쪽으로 오는거였어요.
> 전 얼른 다시 아무칸이나 들어가 숨을 죽였어요.
> 선우는 바로 내 옆칸으로 들어갔고 곧 터지는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 그 울음소리.
> 가슴을 도려낼 것 같던 그 울음소리의 원인을 전 그때 알았던 겁니다.
> 견딜수 없이 슬퍼졌어요. 나까지 선우의 감정에 동화되어 참을수 없었죠."
>
>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아이는 그렇게 울었다.
>
>
> 학교라는 공간.
> 모든 것이 개방적인 것 같지만 어떤 곳보다 폐쇄적이고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 수백명의 학생과 수십명의 개성다른 교사들이 있지만 우린 늘 전형적인 하나의 모습만을 바라본다.
> 하지만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 보면 모두다 다른 모양이다.
> 부모가 이혼을 한 학생,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학생, 얼마전 가까운 사람을 잃은 학생,
> 전날밤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한 학생.
> 불륜의 관계에 빠진 교사, 빚 때문에 하루하루가 근심인 교사, 자식문제로 골치가 아픈 교사,
> 전날밤 누군가를 폭행한 교사.
> 그렇게 우리가 보는 학교라는 공간의 한꺼풀을 벗겨보면 각양각색의 모양들을 하고 있다.
> 하지만 그들은 학교안에서 그들의 사연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 그저 한명의 '학생'이고 한명의 '선생님'으로 존재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
>
> 그날 미술실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해도 명진은 자기가 아는 평범한 학교의 테두리만 보고 있었다.
> 안전하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배움의 공간.
> 그런 명진이 감추어진 세계의 또다른 이면을 들여다 보게 되었고 그건 충격이었다.
>
> .
>
>
> .
>
> "집으로 돌아와선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머릿속에 각인된 두사람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어요.
> 내가 모르던 선생님의 모습과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던 선우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 그리고 내 귓가를 울리던 그 흐느낌.
> 그것이 제일 나를 괴롭혔어요.
>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한채 내가 알아버린 두사람의 비밀로 난 고민해야 했어요.
> 처음엔 충격, 그리고 선우에 대한 동정심. 그다음엔 혼자 잘난척 모든 아이들을 이해하고 있다고 자만한 나자신에 대한 혐오....
> 마지막으로 선생님.
> 내가 그렇게 믿고 존경하던 선생님에 대한 배신감이 제일 컸어요.
> 전 정말 선생님을 존경했습니다.
> 선생님은 지식도 깊고, 이해심도 많았고, 어떤 면을 보더라도 완벽해 보였어요.
>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그런 선생님을 만나게 된걸 다행으로 여겼어요.
> 존경했고 따랐고 믿었어요. 그런데 그 모든게 거짓이었어요.
> 그 이면에 있는 추악하고 더러운 본성을 알게되자 선생님을 떠나 한 인간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느껴졌어요.
> 언젠가 선생님은 선우가 걱정스럽다고 저에게 잘 대해주라고 했죠.
> 생각해보니 그건 저를 속인것과도 같았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전 정말 선생님이 학생을 위한다고만 여겼죠.
> 전 선생님에게 속았던 거예요."
>
> 명진은 자신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듯 무릎에 올리고 있던 두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이형사는 냉정해지려 애썼다.
> 자칫 명진의 감정에 휩쓸리다간 판단력이 흐려질 것 같아서였다.
>
> "다음날 학교에 갔을텐데 두사람을 만났겠지?"
>
> "네. 아침자율학습 시간 난 선우를 봤어요. 책을 펴놓고 있었지만 꼼짝도 않은채 계속 쳐다만 보고 있더군요. 조회시간 선생님은
> 평소처럼 모범적인 교사의 모습을 하고 교탁에 섰어요.
> 저 역시 평소처럼 차렷, 경례. 인사를 했죠.
> 이상하더군요. 어떻게 그런일들이 있는데 이렇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까.
> 이것이 정상인건가 비정상인가 혼란스러웠습니다. 모든게 혼란스러웠어요.
> 그렇게 너무 혼란스러워 그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척 했어요.
> 하지만 그날이후 선우에게 자꾸 시선이 가는건 어쩔수 없었어요.
> 선우를 보면... 자꾸 그 미술실에서의 일이 생각 나더군요. 생각날때마다 나도 괴로웠어요.
> 이렇게 가만 있어도 되는건가 싶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 선우를 좀더 주시하다 보니 선우의 문제가 심각하다는걸 알게됐어요.
> 선운 수업시간 전혀 집중하지 못했어요.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면 파랗게 질려 마치 죄지은 사람모양 고개를 떨구었어요.
> 점심시간. 몇 번 젓가락질을 할뿐 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어요.
> 선우는 점점더 야위어가고 있었어요. 마치 살아있는 유령같았죠.
> 그렇게 자꾸만 시들고 야위어서 언젠간 마치 마른 꽃처럼 손대면 파삭 하고 가루가 되어 부서질 것 같았어요.
> 난 그날 같은 일이 자주 있다는걸 예감했습니다.
> 어쩌면 내가 본건 두사람의 관계중 아주 작은 부분이었겠죠. 내가 알지 못하는 또 어떤 일들이 두사람에게 있는 걸까. 그리고 난 이대로
> 계속 외면해야 하는가. 선우가 야위어 갈수록 나역시 힘들었어요.
>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안다는건 정말 괴로운 일이더군요."
>
> .
>
>
> .
>
> 그렇게 몇주가 지나갔다.
> 최선생에게 전처럼 가까이 다가설순 없었지만 반장으로서, 학생으로서 예의를 갖추고 행동했기에 최선생은 명진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
> 선우는 어느날 부터인가 체육시간이면 스텐드에 그냥 앉아 있었다.
> 담임이 특별히 체육선생에게 몸이 약한 아이라고 부탁을 하긴 했지만 항상 그렇게만 있는게 체육선생으로선 불만이었다.
> 차라리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게 건강에 도움이 될꺼라 생각하고 선우를 뛰게 했다.
> 운동장을 겨우 한바퀴 돌았는데도 선우는 다른 아이들 뒤로 쳐지기 시작했다.
> 가쁜숨을 내쉬며 힘들게 뛰던 선우는 결국 쓰러져 버렸고 놀란 체육선생과 아이들이 달려와 선우를 애워쌌다.
> 체육선생님은 굉장히 당황했다.
> 억지로 무리하게 뛰기를 강요한 자신의 책임이 될까봐 겁을 낸거였다.
> 다행히도 선우는 금방 의식을 차렸고 선생님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명진을 불렀다.
>
> "반장, 네가 얘 좀 양호실로 데려가라."
>
> 명진은 시키는 대로 선우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 등뒤로 체육선생님이 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 .
>
>
> .
>
> "선우를 부축해 데려가는데 전 놀랬어요. 평소 마른건 알았지만 생각이상이었어요.
> 여자애들보다 허리가 가늘었어요. 팔도, 다리도 살이라곤 없더군요.
> 선우는 걷는걸 무척 힘들어 했어요. 자꾸 어지러운지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더군요.
> 양호실이 눈앞에 보여서 전 선우에게 등을 내밀며 업히라고 했어요.
> 선우는 싫다며 내손도 거부하고 벽을 짚고 혼자 걸어갔어요.
> 주제에 엉뚱한 고집 부리는 것 같아 화가 나서 그냥 내버려 뒀더니 얼마 안가 비틀거리더군요.
> 전 달려가 선우를 일으켰는데 또 내손을 뿌리쳤어요.
> 화도 나고 속상해서 그냥 선우를 안아들었어요.
> 하... 정말 기가 막혔어요. 홧김에 안아들었는데 너무 가볍게 들렸어요.
> 선우는 놀라서 날 밀쳤지만 전 그대로 양호실로 데려갔어요.
> 양호실엔 마침 아무도 없었고 난 선우를 침대에 내려놓아주었어요."
>
> .
>
>
> .
>
> "몸이 많이 안좋은 것 같다. 병원에 가봐"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
> "...쓸데없는 참견마.."
>
> 선우는 침대에 누워눈을 감았지만 명진은 일어나지 않고 그냥 옆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 선우가 그런 명진을 보고 물었다.
>
> "...가야 되는거 아냐?"
>
> "어차피 곧 마칠시간이야..."
>
> 5월의 밝은 햇살이 양호실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 멀리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렸다.
> 가만히 누워있던 선우가 몸을 일으켰다.
>
> "왜그래?"
>
> "목이 말라.."
>
> 선우의 말에 명진이 대신 물을 한컵 따라 가져다 주었다.
>
> "고마워."
>
> 물을 마시는 선우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손목이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
> .
>
>
> .
>
> "전 뭔가 싶어 선우의 손을 잡았어요. 그리고 선우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소매를 걷었어요.
> 선우의 가는 팔목엔 뭔가로 묶였던 흔적이 있었어요. 그리고 팔엔 멍든자국도 있었고 엉망이었어요. 전 놀랐죠. 내 뜻밖의 행동에 놀라긴
> 선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선우는 내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럴 힘이 있을 리가 없었죠."
>
> .
>
>
> .
>
> "놔. 무슨 짓이야!"
>
> 명진은 선우의 다른 팔을 잡아 소매를 걷었다.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
> .
>
>
> .
>
>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어요. 분명 옷을 벗기면 온몸에 그런 자국들 투성이겠죠.
> 속에서 마구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쳤어요.
> '선생님이지? 선생님이 이런거지?'
> 내말에 선우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뒤로 물러나며 나를 적대적인 시선으로 쳐다봤어요.
> '...네가 어떻게 알어?...너 뭐야? 뭘 아냐구!'
> 선우는 자신의 비밀을 들켜버린것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어요.
> 그렇게 결국 난 내가 선우와 선생님의 관계를 안다는걸 말해버렸고 난 더 이상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제3자가 될 수 없었어요.
>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 얽혀 들어가 버렸습니다."
>
> 선우는 명진에게 한마디라도 입밖에 냈다간 자기는 죽어버릴거라고 했다.
> 답답한 명진은 부모님이나 경찰에 알리라고 했지만 선우가 그말을 들을리 없었다.
>
> .
>
>
> .
>
> "아무것도 할수 없었어요. 오히려 선우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때문에 더 불안해했어요. 아마 선우에겐 내가
> 선생님과 별 다를바 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었을 겁니다"
>
> .
>
>
> .
>
> 선우와 최선생의 관계는 어느새 2개월이 넘어섰다.
> 음악선생님이 결혼을 하시면서 수업이 비는 날이 있었다.
> 수업시간전 최선생이 명진을 불렀다.
>
> "음악시간 자율학습이지? 교실에서 그러고들 있지 말고 다음시간 3반 체육시간이라니까 축구시합이라도해. 체육선생님하고 이야기 다
> 해놨어."
>
> "네"
>
> 명진이 돌아서려는데 최선생이 다시 명진을 불렀다.
>
> "참, 명진아."
>
> "네?"
>
> "가서 선우좀 미술실로 오라고해라. "
>
> 그 말에 명진은 놀란 표정으로 최선생을 바라보았다.
>
> "왜 그러니? 할말 있어?"
>
> "...아..아닙니다.."
>
> 명진은 교실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최선생의 말을 전했고 아이들은 신나하며 체육복을 갈아입고 밖으로들 나갔다.
> 명진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선우에게 다가갔다.
> 선우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들어 명진을 바라보았다.
>
> .
>
>
> .
>
> "...어떻게 말을 할수 가 있겠어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다면 상관없지만 선생님이 왜 미술실로 부르는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
> 어떻게 말할수 있어요. 그래도 전 말해야 했습니다"
>
> .
>
>
> .
>
> "..담임이.."
>
> 힘들게 한마디를 했지만 다시 말을 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
> "담임이...미술실로..."
>
> 차마 다음말을 잇지 못하는데 아무말없이 선우가 의자를 뒤로 빼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명진을 무심히 지나쳐 교실을 나섰다.
> 아이들이 모두 다 빠져나간 교실에서 명진은 한동안 그렇게 서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
> .
>
>
> .
>
> "너무 괴로웠어요. 그리고 이런노릇을 하게 만든 선생님이 미웠어요. 증오스러웠습니다."
>
> .
>
>
> .
>
> 다음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 선우는 교실에 돌아오지 않았다.
> 창밖을 내다보니 운동장 스텐드 한켠에 선우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 명진은 매점에 가서 우유와 빵을 사들고 선우에게 다가갔다.
> 명진이 다가와 옆에 앉는걸 알면서도 선우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찌른채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
> "....점심 안먹었지..? 이거라도 좀 먹어"
>
> 명진이 내미는 우유와 빵을 보던 선우가 비웃음을 지었다.
>
> "훗. 이걸 지금 나보고 먹으라구? 왜? 주인에게 두들겨 맞은 강아지가 불쌍해 보이나 보지?"
>
> "너 보니까 제대로 밥도 안먹고 다니는 것 같아서 그래. 지금 네가 얼마나 마른지 알아? 굶어 죽으려는거야?"
>
> "굶어 죽을수 있다면 죽을거야. 차라리 그렇게 되면 좋겠어."
>
> "그런소리 함부로 하지마! 죽긴 왜 죽어! 그럴용기 있으면 차라리 말해버리란 말야"
>
> "입닥쳐! 사람들이 날 도울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웃기지마.
> 소문만 잔뜩 나고 난 학교도 못다니게 될거야. 선생님은 제대로 벌이라도 받을 것 같아?
> 난 아직 그런소리 못들어봤어.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떳떳하게 고개쳐들고 잘 살아간단 말야.
> 넌 뉴스같은것도 안봐?"
>
> "그럼...계속 이렇게 당하고만 살거야?"
>
> 명진의 말에 선우는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힘없이 말했다.
>
> "...언젠가 끝나겠지. 선생님이 내게 질리던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하던가.. 아니면 내가 죽던가"
>
> "제발 죽는다는 소리 그만해. 왜 네가 죽어? 잘못한건 선생님인데. 내가 도와줄수 있으면 도와줄게. 응? 우리 한번 같이 생각해보자"
>
> "날 도와줘? 그럼...네가 선생님을 죽여줄수 있어?"
>
> .
>
>
> .
>
> "전 선우의 말에 놀라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어요. 한참동안 우린 아무말 없이 서로를 쳐다봤어요. 그러자 선우가 먼저 피식 웃어
> 버리더군요."
>
> .
>
>
>
> .
>
> "훗. 놀란 모습이라니. 성실한 모범생 반장님이 그럴수는 없겠지. 너도 불쌍하구나. 쓸데없이 이것저것 알아버려서 말야"
>
> 그리고 선우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며 사과했다.
>
> "미안해. 괜히 너한테 이런소리해서. 난 괜찮으니까 이제 더 이상 내 일에 상관하지마."
>
> .
>
>
> .
>
> "농담이었을까요? 하지만 그말이 내 가슴에 박혔어요. 선생님을 죽여줄수 있냐구.
> 물론 불가능한 일이고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었죠. 그때는."
>
> .
>
>
> .
>
> 명진은 다시 우유를 내밀었다.
>
> "마셔"
>
> "귀찮아. 그리고 내게 명령하지마!"
>
> "명령아냐. 부탁이야. 제발 좀 먹어"
>
> 안타까운 듯 명진이 말하자 그제야 선우는 우유를 받아들고 마셨다.
> 그리고 빵도 조금씩 뜯어 먹기 시작했다.
> 명진도 선우와 같이 빵을 먹었다.
>
> .
>
>
> .
>
> "우린 말없이 먹기만 했어요. 운동장가득 햇살이 눈부셨죠.
> 어느새 점심을 다먹은 아이들이 하나둘 운동장에 달려나와 떠들고 소리치고 시끄러웠어요.
>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엔 어떤 벽이 있는 것 같았어요. 그쪽은 환한 빛이, 우리가 있는곳엔 어둠만이.
> 그렇게 벽이 가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 .......................
>
> 명진은 이야기를 멈추었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다 사실인 듯 했다.
> 선우에 대해 알게되고 조금씩 선우의 절망감을 동감하고 선생님을 미워하게 되고.
> 그렇다고 살인까지 하게 되었단 말인가?
>
> "그게 언제쯤이지? 5월? 6월?"
>
> "6월 초였어요. 날이 따뜻해져 모두들 하복을 입기 시작했죠. 선우는 다른 애들보다 늦게 하복으로 바꿨어요. 팔엔 눈에 띄는 상처는
> 없었지만 희미하게 남아있는 멍자국이 내눈엔 보였습니다."
>
> "그뒤 선우와는 계속 이야기를 해봤어?"
>
> "네. 난 몇 번 방과후 선우를 우리집에 데려갔어요. 선우가 우리집에 있으면 밤에 선생님이 불러내지 못할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 아니었어요. 자신이 원할 때 선우가 없으면 그 후엔 더 심하게 대한다는걸 알았어요.
> 그래서 그런 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죠.
> 그리고 사건이 있기 며칠 전. 그날은 특별활동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부 활동이 끝난후 다시 교실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모여서 뭔가를
> 이야기 하고 있었죠.
> 그런데 선우의 이름이 들려왔어요."
>
> .
>
>
> .
>
> "선우녀석, 보기보다 성질 있는 놈이더라"
>
> 명진은 아이들 사이로 슬며시 다가가 물었다.
>
> "무슨 일 있었어?"
>
> "선우 말이야, 오늘 미술부에서 사고 쳤잖아"
>
> 미술부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
> "선생님이 애들한테 선물이라며 유리봉을 주시려고 했거든. 그게 붓으로 선 그을 때 홈자에 대고 사용하는 뭐 그런거야. 그런데 선생님이
> 그걸 꺼내자 마자 앞에 있던 선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선생님 손에서 확 뺏어 들더니 바닥에 집어 던졌어. 유리라서 산산조각 나
> 깨져버렸지."
>
> "왜 그런거야?"
>
> "나도 모르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선생님도 우리도 황당~해서 선우를 보고 만 있었어.
> 하여튼 난 우리선생님 다시 한번 존경하게 됐다니까. 선생님은 별 말씀 없이 손수 빗자루를 들고 그걸 치우셨어. 그리고 선우한테 뭐라
> 하지도 않고 앉으라고만 하대. 우리에겐 대신 다른걸 줘야 겠다며 새 붓 셋트를 꺼내서 하나씩 나눠 주셨어. 붓이 좀 비싼편인데도
> 아까워 하지 않으시고 미술부 전원에게 다 주시더라"
>
> 명진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선우가 괜한 행동을 한게 아니라고만 짐작했다.
> 종례시간 선우는 책상에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 종례를 마치고 모두들 나가는데 선우는 여전히 그러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일어나 교실을 나섰다.
> 명진은 그런 선우를 뒤따라 갔다.
>
> .
>
>
> .
>
> 이형사는 명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우가 앞서했던 이야기를 기억했다.
>
> '......'미술부 애들한테 선물하려는 건데 그전에 한번 사용해볼까?'
> 난 대체 그걸로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도 못했어요.
> 선생님은 침대위로 올라와 내 다리를 단단히 잡고 벌렸어요. 순간 난 그가 뭘 할지 깨닫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려 했지만 그사람의 힘을
> 당할순 없었어요.
> 주먹으로 몇 대 맞고서야 난 반항하길 포기했어요.
> 그리고 잠시후 차가운 이물질이 내 안으로 쑥 들어오는게 느껴졌어요.....................
> ...........................................................그렇게 한참을 그짓을 하더니
> 싫증이 나는지 내 안에서 완전히 빼내어 탁자위에 올리며 말했어요.
> '씻어서 애들한테 나눠줘야지. 재미있지 않아? 네 친구들이 이걸 사용하는걸 보게 될게 말이야'
>
> ............
>
>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다.
> 선우는 그게 사건이 있던 날 이라고 했었다.
> 하지만 명진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건 사건이 있기 며칠전이다.
> 두사람의 말중 현재는 명진의 이야기 쪽이 사실 같았다.
>
> "학교 밖으로 나온 선우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비틀거리며 옆으로 몸이 기울어 졌어요. 전 얼른 선우를 잡아줬죠. 선우는 잠시 넋나간
> 사람처럼 날 바라보더니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제 옷을 붙들었어요."
>
> .
>
>
> .
>
> "나 어떡하지? 선생님이 가만 두지 않을거야. 어떡하면 좋아"
>
> "오늘 미술부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야? 왜 그런 짓을 한거야? "
>
> 이렇게 겁먹을 거면서 왜 그랬는지 명진은 이해할수 없었다.
>
> "넌... 모를거야. 너처럼 평범한 녀석은 상상도 못할거야. 내가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당하는지.
> 하지만 나도 사람이란 말야. 차라리 감정같은거 없어져 버렸으면 좋을건데 그게 맘대로 안돼."
>
> 그때 최선생의 차가 두사람 옆에 서더니 차창이 열리며 최선생이 고개를 내밀었다.
>
> .
>
>
> .
>
>
> "선우는 얼마나 놀랐는지 사색이 되었어요. 전 선우의 팔을 잡고 있었는데 제 손까지 다 떨릴 정도로 몸을 떨더군요. 선생님은 선우가
> 몸이 안좋아 보인다며 차에 타라고 했죠. 난 차마 선우의 팔을 놓을수가 없었어요.
> 선생님이 다시 한번 선우에게 차에 타라고 했고 선우는 모든걸 다 포기한마냥 차에 올라탔어요. 그리고 우두커니 서있는 날 뒤로 하고
> 가버렸어요.
> 선우의 마지막 표정이 지워지지 않더군요. 마치 도살장에라도 끌려가는 모양 그렇게 자포자기한 듯 한 그모습이 지워지지 않았어요.
> 전 그날밤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 제대로 걷지도 못할만큼 겁을 먹은 선우를 그냥 그렇게 보낸게 너무나 맘에 걸렸어요.
> 밤새도록 내가 무언가를 정말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더군요.
> 다음날 선우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요.
> 전 조퇴를 하고 선우집에 갔어요. 선우는 침대에 엎드려 있다가 뜻밖에 나타난 절 보고 일어나 앉았어요."
>
> .
>
>
> .
>
> 명진은 선우옆에 의자를 가져다 앉았다. 두사람다 아무말 없이 그렇게 있었다.
> 한참동안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던 선우가 중얼거렸다.
>
> "....난 곧 죽을거야..."
>
> "정말 네가 죽어 버리면 난 뭐가 되는 거지? "
>
> "넌 정말 재수가 없었던 거야. 괜히 잘못 끼어든 것 뿐이야.."
>
> "...신고하자. 어른들에게 알리자.."
>
> 하지만 선우는 고개를 저었다.
>
> "그건 어떤일이 있어도 안돼. 차라리 죽는게 나아. 그쪽이 더 좋아.."
>
> .
>
>
> .
>
> "전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선우가 바보같고 나도 바보같고. 우리가 아무힘도 없는 아이들이란게 속상했고.
> 그냥 집에 돌아가려고 일어섰죠. 선우는 일어나서 절 배웅하려고 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려 했고 전 선우를 잡았어요. 그런데 선우를
> 놓고 나니 제 손에 뭔가 묻어있는거였어요. 그건 피였어요. 찐득찐득한 피가 손바닥 가득 묻어서 난 깜짝 놀랐어요.
> 그 피는 선우의 등에서 배어나온 거였어요. 싫다는 선우의 옷을 억지로 올려봤더니 등 가득 날카롭게 무언가가 할퀴고 지나간 자국들이
> 있었어요. 좍좍 그어진 그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어요.
> 순간 확 분노가 치솟아서 도저히 주체를 못하겠더군요. 그런식으로 저자신의 감정을 콘트롤 할수 없긴 처음이었어요. 나도 모르게
> 소리쳤어요.
> '죽여버릴거야. 내가 죽일거야'
> ....그렇게 선생님을 죽이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
> 명진은 계속해서 자신이 선생님을 죽였다는걸 이형사에게 확신시켜주는 듯 했다.
> 살인동기가 어딘가 애매하긴 했지만 이형사는 묻지 않고 계속해서 명진의 이야기를 들었다.
>
> "한번 그렇게 생각하니 꼭 그렇게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 그렇게 해서 선우를 구하겠다고, 그게 마치 제 사명같이 느껴졌습니다.
> 매일 어떻게 하면 될까 마치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그생각만 했어요.
> 약, 칼, 사고...온갖 방법을 다 떠올려봤죠. 학교에서 선생님을 볼때마다 저의 상상력은 커졌어요.
> 선우에게 선생님집 열쇠가 있다는걸 알았어요. 그래서 선우몰래 열쇠를 가져다 복사를 해서 가지고 있었어요.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 있었던건 아니었죠. 그래도 그렇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제 마음이 놓였어요.
> 그리고 사건이 있던 날..."
>
> 이형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
> 드디어 진실을 알게 될까?
> 아니면 또 다른 거짓말을 듣게 될까.
>
>
>
> 그날 방과후 최선생이 명진을 교무실로 불렀다.
> 그는 최근 명진이 전보다 학급일에 소흘하고 공부에도 열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
> "집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반장인 네가 그러면 우리반 전체에 영향이 있잖아.
> 힘든 일이 있으면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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