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군대 체험 캠프 4화 - 시범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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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타자

연병장에 모여 이런 저런 일들을 보낸 지 어언 1시간이 흘렀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바깥에 있었음에도, 야상조차 걸치지 않은 우리들은 조금의 추위도 느끼지 못한다.

사회에서 입던 옷이 아닌 그 시절에 입던 옷.
디지털 무늬의, 혹은 얼룩 무늬 전투복과, 그 아래에서 반들거리는 검은 전투화는
간만에 우리들의 몸에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하얀 입김이 허공에 흩어지는 것 이상으로
다시금 모인 어제의 용사들은
그 시절 이상으로 혹독할 교육에 대한 기대를 피워 올리며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 팬티 속을 축축하게 적셔나가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행정반으로 불려가 무언가 추가적인 조치를 받은 모양이던 김세현이 돌아오자.
붉은 모자를 쓴 조교님들은 다시금 사열대 위로 모이셔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하셨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아무런 감정조차 담기지 않은 눈빛에
우리들은 혹여 자신의 숨소리를 조교님께서 듣지는 않으실까 두려워
최대한 느리고 가늘게 숨을 쉬어야 했다.

쿵.쿵.
숨은 조절할 수 있었지만 쿵.쿵.
도무지 이 심장소리는 조절할 방법이 없다.
쿵.쿵.
침묵을 지키는 조교님. 모래가 끌리는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부동자세를 굳히고 있는 우리들 속에서 가장 크게 들리는 소리가 바로 그 심장소리였다.
흥분에
불안에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그 심장소리가 내 머리 전체에서 울려 퍼진다.


저벅.저벅.

느릿하지만 그럼에도 힘 있고 절도 있는 걸음소리.
교관님은 이미 정렬해 계시는 조교님들과 우리들을 훑어보시고는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셨다.

“역시 사내새끼들은 처 맞아야 된다.”

그 굵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아무리 말로 한들 사내의 자존심은 꺾이지 않는다. 그런 것은 남자의 대화방식이 아니다.”

교관님의 말은 절대로 빠르지도, 길지도 않았다.
딱 한 번에 머릿속에 박.아넣기 좋은 수준의 말.
한 문장이 끝나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잠시의 침묵은
교관님의 다음 말에 대한 상상을 낳으며 우리들의 입 안을 말려나갔다.

“1시간. 고작 1시간 전만 해도 오합지졸, 중구난방으로 서 있던 새끼들이 고작 서른 대 만에 나름 사내다운 몰골로 서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지금.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너희를! 가장 사내다운 방식으로 지도할 것이고!”

근질거리는 엉덩이를, 저 말씀을 듣고 점점 세워총이 시작되는 총기를 숨길 필요가 없는 지금.

“최고의 사내가 되지 못한다면 반 시체로라도 만들어서 쪽팔린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주겠다! 알겠나!!”

우리들은 하나같이 터질듯 부풀은 앞섶을 자랑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예!!! 알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외침에
교관님은 비로소 웃음을 보여주셨다.

“믿는다. 그럼 현 시간부로 입소식을 시작한다.”


예행연습 따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입소식.
그러나 지금의 우리들에게는 굳이 그런 번거로운 절차 따위는 필요 없었다.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연습을 한다?
그 어떤 연습보다 우리들의 행동을 조심스럽고, 하나로 통일되게 만드는 것이 있는데 뭐하러 그런 번거로운 행동을 한단 말인가.

만약 입소식 도중 자그마한 실수라도 있다면
그 실수의 대가를 치를 엉덩이도, 치르게 해줄 빠따도 있는 이상.
우리들은 알아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정신을 다잡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가장 사내다운 방식.
붉다 못해 검게 변한 엉덩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알아서 조심하고, 알아서 움직여라. 그러지 못한다면 네 스스로 책임을 져라.

교관님도, 조교님도 그 사실을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멍청한 놈은 없었다.


지금 우리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실수하면 죽는다.’




“부대장님이 입장하시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말을 듣자 눈앞이 캄캄하다.
입소식 전에 정산해야 하는 벌점이 있기에 벌써부터 나의 엉덩이는 고통을 견뎌낼 준비를 하느라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품목 미 제출자 2명 사열대 위로.”


교관님의 명이 떨어지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뛰어 사열대 위로 올라섰다.
조금이라도 꾸물대지 않고 시키는 대로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이 살 길이다.

상병임에도 가장 이등병 같은 자세로
나는 교관님 앞에 서서 처분을 기다렸다.


“두 명이나 된다.”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내 옆에 한명이 더 서 있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김세현. 아까부터 탈이 많았던 이등병 녀석이다.
역시... 담배를 사오지 못한 모양이다.

“두 새끼 다 빤스와 양말만 남기고 탈의한다. 실시.”

지이이익.
빠르게 지퍼가 내려가고, 전투화가 벗어진다.
바지를 내리는 데는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딱 하나...
아까부터 질질 흘리는 바람에 젖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국방색의 드로즈 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사내새끼답게 자신감 충만한 모습으로 드러내야 하건만...
저 수많은 훈련병들 앞에서 나만.. 아니 나와 김세현 이병만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부끄러운 일이었다.


슬쩍 옆을 보자 세현이 녀석 또한 반쯤 발기된 자지를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서 빨리.. 이 시간이 끝났으면 싶다.
차라리 빠르게 체벌을 받고 다시 저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

“..... 체벌 받을 두 새끼들 벌점 10점씩 추가 부여한다.”

?!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말이 떨어진다.
다급히 고개를 들자 교관님께서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둘을 바라보고 계셨다.
무언가 실수한 것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뭔지 모르겠다.

지적을 받았음에도 우리 둘은 가만히 있을 뿐 어떤 행동을 고쳐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는 교관님.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우리 둘.

한참동안 우리 둘을 바라보시던 교관님께서 먼저 침묵을 깨실 때 까지.
우리는 체벌이 더욱 가혹해지리라는 것을 직감하며
차가운 바람에 몸서리 쳤다.

“엎드려.”

“엎드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우리는 쓰러지듯 그 자리에 엎어졌다.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뒤집히고,
전투화 몇 개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야 끄트머리에서 흔들리는 검은 진압봉은
이제 곧 내 엉덩이 위로 사정없이 떨어질 것이다.

아까처럼 여럿에게 가하는 것이 아닌
가장 멍청한 둘만을 위한 교육이기에
그 한 대는 종전의 것보다 훨씬 강한 파괴력으로 나의 엉덩이를 박살낼 것이다.

몇 대나 버틸 수 있을 진 모른다.
아무리 이를 악물고 버텨본다 한들 팔이 꺾이는 것을 막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열 대? 아니면 스무 대?
얼마를 버티던... 옆에 있는 녀석보다는 더 버티고 싶다.

아니.. 이왕이면 끝까지 버텨내고 싶다.

오십, 이제는 육십 대가 된 빠따를 버텨내고
시퍼렇게 멍이 든 엉덩이에 감히 손조차 가져가지 못하고 덜덜 떨게 되더라도...
버텨야 한다.


“조교들. 뭐하나?”

이를 악물고 엄습하는 공포를 애써 무시하고 있을 때.
교관님의 차가운 목소리가 떨어졌다.

나를 향한 것이 아닌 조교님들을 향한 그 말에
조교님들은 한 목소리가 되어 죄송하다는 답을 외치셨다.

“죄송합니다!”


무엇 때문에 조교님들에게 화를 내시는 것인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교관님의 목소리는 조교님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똑똑히 들려왔다.

“시작도 전에 저따위 태도인 새끼들이다. 그따위 몽둥이로 교육이 될 것 같나?”

“아닙니다!!”

“이병, 상병. 계급에 따라 빳따와 마대자루 가져오도록.”

“예! 알겠습니다!”


힘찬 복창 이후...
어디론가 달려갔다 돌아온 조교님의 손에는
교관님의 말씀대로의 무기가 들려 있었다.

그랬다. 그건 무기였다.
우리를 체벌할 몽둥이 따위가 아닌...
우리의 엉덩이를 작살낼 무기였다.


한 분씩.
우리의 바로 뒤에 서서 그 무기를 손에 들고
위협을 하듯 바닥을 캉.캉. 찍어댄다.

곧 체벌이 시작될 것이다.


“각자 받은 벌점! 현 상태에서 정산하고! 전우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시범타자가 될 수 있도록!”
교관님께서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을 신호삼아
조교님들은 그 굵은 팔뚝을 크게 휘두르며
양 손으로 우리의 엉덩이를 작살내기 시작하셨다.

빠아악, 텅

“끄으읍!!” “우아아아아아!!!!”

단 한차례.

있는 대로 젖혀졌다가 돌아온 마대자루는
마치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빠악 소리를 내며 내 엉덩이를 내려쳤다.

조금 전.
시작할 때 맞았던 서른 대는 애들 장난이었다는 듯이.
단 한 대 만으로 나의 자신감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빠아악]

“두우욱!!!”

저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이미 빨갛게 변한 엉덩이 위로 떨어진 매가
하얀 자국을 남긴다.

정말 강하게 맞은 자리는 처음에는 하얀 색을 띄게 된다.
그리고 천천히... 붉은 색으로,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나간 피로 인해 검푸른 색으로 변한다.
조교님의 굵은 팔뚝으로
자비 없이 휘둘러지는 그 마대자루는
내 엉덩이를 새하얗게 질리게 해 버렸다.


[빠아아악]
“아아아악!!! 세엑!!!”

바닥을 쥐어뜯다시피 하고 있는 손가락도,
저 무자비한 빠따질에 터져나가는 엉덩이도
비명을 지르느라 들려진 고개 덕에 볼 수 있었던... 전우들의 얼굴도.
모두 하얗게 질려있었다.

[휘이이익]
네 번째 매가 휘둘러 질 때.
나는 더 이상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남자답게 맞겠다는 생각은 앞서간 매들에 가루가 되었고
네 번째 매가 떨어진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한껏 엉덩이를 아래로 내리며
더 이상 숫자라고도 할 수 없는 괴성만을 질러댔다.

“아아아아악!!!!! 아아.. 크아아아!!”

도망가고 싶다.
이대로 60대를 채웠다가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겁이 덜컥 들었다.
일어나ㅇ... [빠아악]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다음 매가 떨어졌다.
이제는 아프다는 느낌도 바로 들지 않는다.
그저 둔탁한 충격이 엉덩이에 가해지는 느낌이 우선이다.

그 충격을 받은 내 팔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꺾여
너무나 한심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어지고 나서야
엉덩이가 불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내 감각을 지배한다.

“아..악!!! 아아아악!!!!”


손을 가져다 댈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어설픈 고통이나 손바닥으로 비비며 덜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그것마저 나를 짓밟을 고통이 될 것이 분명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고자
앞으로, 무턱대고 앞으로 기어가는 것뿐이었다.


“훈련병? 뭐 합니까?”

“끄으으.. 허억.. 허어.. 사, 살려주십시오!!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정신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놈이
기어봤자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조교님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에게 물으시고는
움직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발을 들어 내 엉덩이를 내려 찍으셨다.

“아으악!!!! 사, 살려.. 살려주아아악!!”

감히 체벌을 받는 도중에 도망가려 한 멍청한 새끼는
조교님의 전투화에 마치 벌레처럼 짓밟히면서도
제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살려 달라 울부짖었다.

정말로 살고 싶었다면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데도
고통에 마비된 머리는 제대로 된 생각 따위 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랬다. 나는 벌레였다.
움직이면 밟히는 것이 당연하고,
밟힌 뒤에도 움직인다면 더욱 강하게 다시 밟히는 벌레.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벌레가 그렇게 꿈틀거렸으니...
조교님의 매서운 군홧발에 내 엉덩이가 짓이겨지는 것은 당연했다.


터져나간 엉덩이를 밟은 조교님은 여전히 내가 꿈틀거리자
그 굵은 허벅지로 한껏 힘을 실어서 뒤꿈치를 돌렸다.

전투화 밑창의 굴곡이 나의 살을 파고들며 찢기는 것 같은 고통을 남긴다.

“끄아아악!! 아....아아아...”

크흑...
비명과 눈물. 애원이 뒤 섞인 소리가 울린다.

“아......”

너무나도 처참한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전우들의 방향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시범타자’
그 단어의 뜻은...
언제든지, 누구라도.
지금의 나처럼 얻어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 대. 한 대. 자비 없던 그 빠따에 대한 두려움.
자신도 저렇게 도망가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기에.
전우들은 나에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을 것이다.



“훈련병! 장난치냐 이 새끼야!”

“아닙니다!! 아닙니다악!! 제발.. 제발 그만.. 잘못했습니다.. 제발.. 끄윽...”

볼썽사납게 터진 눈물.
도저히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아무도 내 눈물을 나무라지 못했다.

어떻게든 날 일으켜 세워서 다시금 체벌을 이어가려는 조교님과
굵은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든 그 손을 뿌리치려는 나의 실랑이가 계속되었다.


“동작 그만!”

동작 그만.
그 말과 동시에 나의 몸에서 손을 뗀 조교님은 작은 소리로 욕을 하셨다.


“동.. 하아.. ㅆl발... 동작 그만!”


내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조교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욕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물 때문에 번지는 시야를 전투복으로 닦아내자
붉어진 얼굴로 이빨을 가는 조교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뭐하나 조교.”

“...죄송합니다!”

“지금 장난하고 있는 건가?”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게 장난이 아니면 뭔데! 훈련병들한테는! 장난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렇게 강조하고서는! 너는 뭐하는 새끼야!”

“...죄송합니다!!”

“너도 맞아봐야 정신 차리겠어? 조교면 조교답게 훈련병들을 휘어잡고 교육해야지! 방금 그 꼴사나운 모습은 뭐야! 훈련 받으라고 애원하나!”

“시정하겠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시정하고 교육을 진행할 건가?”

나 때문에 교관님께 욕을 들어먹어야 했던 조교님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셨다.

“훗...”

그 시선의 끝에서 나온 비웃음을 마주한 순간.
내 전투복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들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젖어버린 전투복.
긴장으로 인해 운동을 하는 것보다 많은 땀이 날 수 있다는 것과, 나는 이제 죽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배운 순간이었다.

“사람새끼가 아닌데 사람 취급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사내는커녕 사람도 못되는 것이 섞여있던 모양인데 파악이 늦었습니다. 말로 지적하는 것은 사람에게나 쓰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해당 훈련병은 구속 이후 체벌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음. 본 교관 또한 같은 생각이다. 조교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으니 다시 한 번 믿어보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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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태 ver.

저.. 저 멍청한 녀석이!
감히 조교님이 명령하시는데 엎드리지 않고 버티다니...

옆에 있는 이등병도 한 대를 맞을 때마다 바닥에 엎어질지언정
이를 악물고 일어나 다시금 매를 맞고 있는데!
어제부터 불안하던 꼬마섭 저 녀석은 저게 대체 무슨... 하.

그 한심하고도 두려운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절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교님들과 훈련병들의 시선이 저 녀석을 향해 있었지만
난 그 쪽보다는 다른 쪽으로 시선이 갔다.

역시 교관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팔짱을 끼고, 입꼬리를 씰룩거리시고 있는 저 표정.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 표정이다.

“동작 그만!”


일어나면 다시 맞을 것이 두려워 저항하던 멍청이와,
그런 멍청이를 어떻게든 교육시켜 사람새끼로 만들어 주시려던 조교님.
그 둘의 실랑이는 가만히 상황을 바라보시던 교관님의 명령에 의해 중단되었다.

교관님께서는 훈련병을 교육하는 것보다
조교를 교육하는 것을 우선시 하셨다.
이 많은 훈련병들 앞에서, 조교를 대놓고 나무라신다.

사정없이.
욕설까지 섞어가며 조교의 자존심을 짓밟는다.
점점 조교의 눈빛에 독기가 오르도록.
우리들을 훨씬 더 가혹하게 교육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나마 가장 부드러웠던 막내조교의 입에서
사람으로 보지 않고 구속해서 체벌하겠다는 말이 나오게 만들고 나서야
교관님은 만족한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나셨다.

교관님께서 막내조교의 말을 긍정하시자
다른 조교님들은 곧바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하셨다.
구속해서 체벌한다 하였으니 보나마나 체벌대를 가지러 가신 것이다.

내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쳐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묵직한 체벌대기에
조교님들은 두 분이서 하나의 체벌대에 붙어 한껏 힘을 쓰며 돌아오셨다.

마치 뜀틀처럼 생긴 체벌대를 보자 절로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 위에 몸을 뉘이고, 다리를 벌려 양쪽으로 묶은 다음.
팔마저 최대한 앞으로 당겨서 묶이고 나면...
정말 조금의 꼼수도 허용되지 않는... 체벌의 시간이 다가온다.

엉덩이를 앞으로 빼는 것도,
조금이라도 덜 맞은 곳으로 매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행동도 허락되지 않는.
교관님이 멈추시기 전까지 계속되는 체벌.



김세현 이병과... 한심한 상병님이 체벌대 위에 몸을 뉘이자
조교님들은 그 팔을 붙잡아 묶고 반대편에 달린 고리에 잡아매었다.
양 다리 또한 벌어진 상태로 체벌대에 묶이고 나면
어정쩡하게 앞으로 쏠린 체중 덕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얼마나 지독한 강도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자리인 만큼
우리들 방향으로 엉덩이를 배치하였기에 둘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이제 겨우 묶이기만 했음에도 쉼 없이 떨려대는 허벅지는
표정을 대체하고도 남을 만큼, 둘의 공포심을 절절히 나타내 주었다.


“입소식도 시작하지 않았으니 비명은 봐주도록 하겠다.
아까 맞은 대수는 없는 걸로 치고 새로이 체벌한다. 실시!“


“실시!”

교관님의 명령이 떨어지고
막내 조교님은 아까의 굴욕을 떨처내려는 듯
더욱 매섭게 빠따를 휘둘렀다.

마대자루에 얻어맞는 상병 쪽에서는 경쾌한 빠악 소리가 났지만
알미늄 빠따에 얻어맞은 세현이 쪽에서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았다.

맑은 소리라도 난다는 것은 그만큼 매가 진동을 하며 충격을 흡수해 준다는 뜻인데
지금 세현의 엉덩이를 후려치는 빠따에서는 마치.. 베개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정도의 소리밖에 나지 않고 있다.

[푸욱]
“끄아아아악!!!!”

푸욱.
퍼억도 아닌 푸욱.
그런 소리가 들렸다.

엉덩이 살을 내려치다 못해 뼈가 있는 곳까지 푸욱 파고드는 소리이다.

잘못 하면 뼈가 상할지도 모르기에
어린 녀석을 벌써부터 그렇게 만들면 안 되기에
교관님을 제외하고 가장 숙련자인 선임 조교님이 직접 집행하는 체벌.

한 번. 빠따가 엉덩이에 닿을 때 마다
군살 따위 없는 제법 탄탄한 엉덩이 임에도, 가차 없이 출렁거리는 것이 똑똑히 보인다.
묵직한 무게와 비할 데 없는 강도. 그리고 그런 빠따를 휘두르는 조교님의 힘이 만들어 내는 진풍경.

살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을 치는 것처럼
빠따가 휘둘러지는 대로 세현의 엉덩이는 사정없이 흔들리고, 다른 모양이 되었다가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푸욱] “아아아악!!!! 그만!! 그만!! 아아악!!!”

빠따가 휘둘러진 회수가 두 자리 수가 되자
여태까지 잘 참아오던 세현이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진 모양이다.

그만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끊임없이 발가락을 오므렸다 피길 반복한다.

저렇게 움직였다가는 밧줄에 쓸려서 살이 까지겠지만
분명 그런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조차 않을 것이다.

딱 기절을 하지 않을 정도로만.
세현이의 몸이 상하지 않을 정도로만.
반대로 말하면 오늘 하루 걷지 못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는 듯이 휘둘러지는 빠따에
녀석은 허벅지와 엉덩이를 덜덜 떨며 끊임없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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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아아악]

“스물일곡!!!! 아아악!!”

아무리 몸을 뒤틀어도
조금의 고통도 피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것 뿐.

일정한 박자로 내 엉덩이를 후려치는 매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그 매에게서 도망칠 수 없었다.

“아악!!!! 이십팔!!!!!”

어차피 소리를 지르는 것.
조금이라도 남자다워 보이고자 횟수를 질러본다.
때로는 충격에 정신이 나가 소리부터 지르다가도
어떻게든 방향을 틀어서 숫자를 외치며 다음 매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두 대를 더 맞고 서른 대를 채우고서야 받은 잠시의 휴식시간.
여전히 사지는 결박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도, 엉덩이를 감싸쥘 수도 없는 상태지만
그저 잠시라도 매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후우.. 하아.. 후우.. 후욱...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한번, 한번이 달콤하다.
내가 확실하게 살아있다는 증거와도 같은 숨을 내뱉으며
매가 남기고 간 타오르는 뜨거움을 만끽했다.

하아... 하아...
한껏 긴장을 하며 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을 줬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느 정도 고통이 사그라들고 나자 본능이 고개를 들이미는 걸까?
조금씩.. 자지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지만
다리가 한껏 벌어진 덕분에 전우들은 내 자지를 보는데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전우들의 앞에서 매를 맞을 뿐 아니라... 발기된 자지를 고스란히 드러내어야 했다.



[퍽]

“......으으으.......”

“흠. 아직 반절을 못 채우긴 했지만.. 체벌 중지!”


이제야 슬슬 주변의 소리가 인식된다.
빠따가 내 엉덩이에 세겨낸 흔적이 꽤나 심각한지
전우들의 웅성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슬쩍 옆을 보자 김세현 이병은 벌써 정신을 놓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겨우 눈은 뜨고 있지만, 계속해서 잔 경련이 일어나는 몸뚱이.

조교님이 손바닥으로 세현의 등을 비벼며 마사지를 해 주시고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녀석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그윽.. 끅.. 그만.. 그만.... 제발.. 잘못끄윽.. 습니다.. 끅..”

“괜찮다. 김세현 이병. 잘 버티고 있다.”

“싫..습니다.. 너무.. 끄윽.. 아픕니다.. 제발.. 제..”

“아까까지 그 패기롭던 사내새끼는 어딜 갔나. 그딴 나약한 소리 할 거라면 쉬는 시간은 그만 종료해도 되겠군.”

“아..아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버티..버티겟븝니히끅..다”

천천히...
저 아이의 떨림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부드럽고 따스하게 등을 쓸어주셨다.

그러시며 선임조교님이 내 쪽으로 눈짓을 하시자

방금 전까지 그렇게 사정없이 매를 휘두르시던 내 조교님 또한...
다정하신 목소리를 내시며... 내 엉덩이를 쓸어주셨다.

“짜식.. 괜찮냐.”

“사..상병... 끄윽..”

“대답 안 해도 되니까 편하게 있어. 넌 잘하고 있으니까.”

“가..감사 합니다..”

터져나간 엉덩이를 쓸어내리는 탓에
조교님의 손길이 닿은 곳 마다 뜨거움이 한가득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 손길이 싫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뭐.. 저 녀석이야.. 기절 안 한 것만 해도 충분히 잘했고. 너는 상병이 받는 가장 쌘 벌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숫자 세고 있었으니. 훌륭하다.”

그렇게 얻어맞으면서도 눈에서만 흐르던 눈물인데
조교님의 칭찬을 듣는 순간 눈물 정도가 아닌 울음이 터져 버렸다.
내 감정을 어찌 할 바를 모르고
혼나는 어린아이 마냥... ‘흐아아아!!’ 거리고,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울음을 토해내었다.

“끄윽... 끅... 가..감사합..끄윽...”


“흠. 교관님. 조교 권한으로 체벌 중지하고 싶습니다.”

다 큰 놈이... 어린애처럼 우는 것이 마음 쓰였는지
조교님은 이 한심한 놈을 위해 또다시 교관님께 혼날지도 모르는 말씀을 하셨다.

“좋다. 우는 꼬라지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외치는 것은 흡족하다. 교육을 받음에 감사할 줄 아는 자세를 봐서 이번엔 조교 뜻대로 하도록 하겠다.”

교관님의 허락을 받은 조교님은...
다시 한 번 나의 어깨를 쓸어주시며 작은 소리로 칭찬을 해 주셨다.

멈추지 않는 눈물과 울음을 토하는 동안
나의 나태함과 헤이해진 정신이 함께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시퍼렇게 멍들고, 까진 엉덩이를 얻음과 동시에
과거의 모습을 내려놓고..
간만에 사내새끼로.. 조금씩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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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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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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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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