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아빠와 친구 2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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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아"

그 남자인 줄 알고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상황에서 정식이를 보고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이름이 나와버린 뒤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구~ 이제 이름까지 그냥 막 부르네"

정식은 그렇게 말하고는 날 보며 배시시 웃었다.

"미안해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핑계 댈 거리는 없고 혹시 이 녀석이 내가 지 초등학교 친구라는 걸 알아차리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내 이름 함부러 불렀으니 오늘은 저 하자는대로 하는 겁니다."

정식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잡아 끌더니 옆에 정차해 놓은 차에 태웠고 난 순간적으로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따랐다.

"저기.."

정식이 안전벨트를 매어줄 때 비로소 얼떨떨했던 정신이 돌아와 '아무래도 내려야겠다.'고 말하려고 하는데 

"쉿"

왠지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지는 그 단발의 한마디가 날 그대로 눌러앉게 했다. 

"여자들을 이런 식으로 유혹하나 보죠?" 

쌀쌀하게 던지는 말에 정식은 대답 대신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헉.. 이 녀석 진짜 잘 생기긴 잘생겼네.

얼굴이나 체형이 잘생긴 아저씨를 거의 빼다박은데다 아무래도 젊다보니 피부에 윤기가 흘러 반들반들했다.

거기다 팔뚝 위에 새겨진 문신과 함께 수염을 다듬어 기르고 있어 수컷 냄새까지 물씬 풍겨나오고 있었다.

"여자들이 알아서 탔지 억지로 태워본 기억은 없는 거 같은디ㅎㅎ"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살짝 섞인 목소리 톤까지 아저씨를 완전 빼닮았다. 그렇다면 자지까지..

야야!! 니가 왜 거기까지.. 정신 차려라 영준아.

한강 고수부지로 온 정식은 어떤 매점으로 날 데려가서는 호일 안에 라면을 끓여서 들고 왔다.

"오 신기하다. 이런 것도 있었네.."

라면을 서빙 없이 셀프로 직접 끓여 먹을 수 있도록 누가 만들었는지 아이디어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나랑 여기에 오려고 미리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네. 맞죠?"

편의점에서 아저씨랑 먹으려고 준비했던 샌드위치랑 삼각김밥을 탁자 위에 올려놓자 정식이가 너스레를 떨었다.

아휴~ 이걸 진짜 그냥 콱

"아니거든요. 그냥 집에서 저녁으로.."

차마 아저씨랑 같이 먹으려고 준비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근데 그쪽 이름은 뭐래요?" 

"윤아"

갑자기 왜 이 이름이 나왔는지..

딱히 누구에게 알려줄 일이 없어 여자 이름을 따로 만들어 놓지는 않았었다.

"윤아요? 혹시 소녀시대 그 윤아 맞죠? 어쩐지 똑같다 했더니.."

정식은 감탄하는 표정으로 날 위아래로 훑어보며 놀려댔다.

"에이 몰라. 그렇게 장난할 거양?"

헐~ 이 말투는.. 이건 내가 누군가에게 귀염떨 때 내는 톤인데.. 근데 내가 왜 이넘 앞에서..

고수부지는 처음이었다. 같이 올 친구도 없었고 이쪽에서 만나는 사람도 아저씨들 뿐이라 가는 곳이 늘 텔 아니면 종로 술집이었다.

공원처럼 잘 조성된 고수부지에는 볼거리도 먹거리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젊음이 넘쳐 흐르는 게 맘에 들었다.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큐브스테이크를 먹구 셰프가 만들어준 오르차타를 들고 나와 강변을 거니는데 강 건너 야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정식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식이가 주로 얘기하고 난 거의 듣기만 했는데 정식이의 지금 하는 일도 알게 되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배우게 되어 세계 선수권 대회까지 나갔지만 부상으로 지금은 우리 편의점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유도부 코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어라~ 그냥 백수로 아저씨 등꼴이나 빼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기특한데..ㅎㅎ

저번에 울 편의점에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혹시 몰래 날 미행이라도 한 건 아닌지  궁금했었는데 가까이 있어 그냥 우연히 왔겠거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윤아씨.."

마포대교 밑을 지날 때 나란히 걷던 정식이가 갑자기 한 발 앞서 나가 멈춰 서면서 서로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네?"

날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식이가 기습적으로 날 끌어안고는 입을 맞춰왔다. 

"아앙.."

전혀 예상을 못한 상황에서 엉겁결에 입술을 받아들이다가 정식의 혀가 안으로 들어오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예요."

난 정식을 밀쳐내고 잔뜩 화난 표정으로 쏘아붙이고는 뒤돌아서버렸다.

쑈한 거냐고? 그러게. 수많은 남자를 만나 보지까지 서슴없이 내어주던 애가 왜 갑자기 요조숙녀인냥..

근데 분명한 건 그 짧은 순간에 왠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머리 속을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

"아!! 미안해요."

정식이는 잔뜩 화가나서 걸어가고 있는 날 쫓아와 팔목을 잡으며 사과했지만 난 뿌리쳐버렸다.

"제가 너무 무례했죠?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정식은 쩔쩔매며 두 번 세 번 그렇게 용서를 빌었다.

"여기서 살아요?"

자취하는 곳까지 차로 바래다준 정식은 허름한 연립 빌라 건물을 아래서부터 위로 쭈욱 올려다 보았다.

인적도 드문 이런 으슥한 곳에서 여자 혼자 사는 건 위험한데..

딱 이런  표정으로

"걱정 말아요. 겉은 이렇게 낡았어도 살만해요."

실제로 나같이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는 녹슬고 갈라지고 부서지고 이런 허름한 빌라였지만 그래도 감지덕지한 곳이었다. 

"맘 같아서는 따라 들어가고 싶지만 오늘은 그냥 갑니다."

정식은 차에 올라타서 선팅되어 있는 유리문을 내리고 환하게 한 번 웃어준 뒤 천천히 골목길을 돌아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한 이 마음의 정체는 뭘까.. 설마.. 에이~ 아니겠지...

정식은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인 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거기다 초등학교 때 지 친구란 걸 알면..

아.. 보고 싶다.

갑자기 아저씨 생각이 간절해지며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곧장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병원으로 달려갔다.

10시 좀 넘은 시간인데 아저씨는 이불도 차버린 채 침대에 누워 나지막하게 코를 곯며 자고 있었다.

이불을 끌어올려주고 보호자용 의자에 앉아 두툼한 아저씨의 손을 쥐어 뺨에 가져다 대자 아저씨가 깨어났다.

"울 애기 왜 이제 왔어. 기둘렸는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아저씨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왠지 아저씨한테 미안한 생각이 들어 넓은 가슴 위에 얼굴을 묻자 아저씨는 나를 그대로 꼬옥 안고는 침대 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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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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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있습니다 건필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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