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이야기] 그 날, 그 부대에서 -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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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점호 시간이 다 돼서야 우리는 겨우 텐트로 돌아와서 점호를 받을 수 있었다.
별 말도 안했는데 시간이 너무 훅 가버린 것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텐트는 한인혁 일병님이 부대로 복귀하면서,
나와 정해성 상병님 단 둘이서 전세를 낸 셈이 되었다.
"......."
"......."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건 정해성 상병님도 마찬가지라서, 둘 다 양반다리를 하고 텐트에 앉아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
"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서로 말을 건 것도 동시였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더 어색해져 버렸다.
"너 먼저 말해."
"아닙니다 먼저 말하셔도 됩니다."
"별거 아냐. 그냥 너 먼저 말해."
"어…… 그러니까……"
나는 쭈뼛쭈뼛하게 손가락을 뻗어 정해성 상병님 뒤에 놓인 의류대를 가리켰다.
"과자라도…… 드시겠습니까?"
"그…… 그래. 다 먹어."
그렇게 말하는 나도, 정해성 상병님도 과자는 까놓고 한 두조각 집어 먹었을 뿐이었다.
당연하지…… 지금 과자가 입에 들어갈 리가 없어…….
나는 애써 따라놓은 콜라로 타들어가는 목을 축였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게 좋더라…….?
"지금부터 텐트 내 일괄 소등한다. 불침번은 근무 투입해."
텐트 밖에서 그렇게 3중대장님 소리가 들렸다.
먹던 과자를 접어서 넣고, 나는 텐트 불을 껐다.
밤 공기는 꽤 서늘했다.
아무리 밑에 방수포와 천을 깔았다지만, 지면으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냉기는 가을의 그것이었다.
바깥에서는 작지만 사람들이 수근수근 거리면서 텐트 내에서 조금씩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해성 상병님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자자."
그러고는 드러누우셨다.
나는 뭔가 아쉬웠다.
"벌써 잡니까?"
"왜? 안 재울려고?"
".......잘 못 들었습니다?"
"안 재우고 뭐하게."
"......."
내가 입을 닫아버리자 그제서야 나를 와락 끌어안으시는 정해성 상병님.
그의 활동복에서 은은한 그의 체취가 났다. 무척 기분좋은 향이었다.
"또 삐지기는 ㅋㅋ"
"아닙니다…… 안 삐졌습니다."
"어이고 퍽이나."
그러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정해성 상병님.
뭔가 돌봐지는 느낌이 든다…… 으으 뭔가 엄청나게 부끄럽다.
한참 그렇게 우리는 모포속에서 꼭 끌어안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궁금한게 생겼다.
"정해성 상병님."
불침번에게 들릴까봐, 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정해성 상병님을 불렀다.
"왜."
"정해성 상병님도 게이이십니까?"
"글쎄다. 맞나? 아닌가? 모르겠다."
정해성 상병님은 곰곰히 생각하더니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확실한 건 호감을 가져본 사람으로는 너가 유일? 한 것 같다."
정해성 상병님은 부드럽게 내 머릴 쓸면서 얘기했다.
내가 처음이라고? 그게 그렇게 될 수가 있나?
"그럴 수도 있지. 너도 너가 왜 게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건데."
하긴 그것도 그렇긴 하다.
그렇다는 데 이유가 있을 리가 없어.
"죄송합니다……."
"금방 풀 죽기는 ㅋㅋ 화난거 아니니까 신경쓰지마."
정해성 상병님은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자상하게 얘기해 주셨다.
아직도 나는 이 사람과 사귀게 된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건 정해성 상병님도 같겠지.
"조금 급한 감도 없잖아 있긴 한데……."
내가 생각하는 걸 동시에 정해성 상병님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조금 급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까 그 자리에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는데, 결국 시간문제겠더라고."
"......."
"게다가 그 자리에서 그냥 듣고 외면했으면 너는 다시는 나한테 말도 안 걸었을테고…….."
우으으…….
내 평상시 성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다 저렇게 말했을 것이다.
애초에 고백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혼자 짝사랑 비슷한 걸 하고 있었던 터라…….
분명 그래놓고 거절당했으면 나는 정해성 상병님께 고개조차 들지 못했을 것이다.
"걱정하지마. 나도 너 많이 좋아하니까."
너무 달콤한 말에 심장이 아프다.
처음 연애해 본다는 사람이 이런 말들은 어디서 배워온거야.
진짜 너무 치명적이다…….
그의 그런 묵직한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깊숙히 그의 품에 파묻었다.
내일 있을 유격훈련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이 순간, 그와 같이 이 공간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 18.
"기상- 기상!"
텐트 밖으로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함께 확성기 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당연히 푹 잘 수가 없었다.
일단 돌을 골라내서 나름의 평탄화를 한 바닥이지만 여전히 땅바닥은 울퉁불퉁해서 자기엔 딱히 적합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이례적으로 늦잠을 자고 있는 정해성 상병님을 나는 지긋이 살폈다.
당연히 이 사람 옆에서 자고 있는데 푹 잘 수가 없지….
꼬옥 끌어안아진 채로 도무지 놔 주지를 않으신데다가,
자다가 배 쪽으로 손이 닿는게 느껴졌을때 진짜 너무 깜짝 놀라버린 탓도 컸다.
이게 그 과잉 행복인가…...ㅠㅠㅠㅠㅠ
“정해성 상병님 기상입니다.”
“어엉……”
“일어나셔야 됩니다 곧 점호입니다.”
“아…...알았어…….”
허공에 내저으면서 나를 저지하려는 정해성 상병님의 손.
그 포즈는 진짜 너무 살인적으로 귀여웠다.
평상시에 정해성 상병님은 아침에 정말 스스로 잘 일어나셔서 딱히 깨울 필요가 없었던 터라 이런 걸 전혀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으하암…....”
조금 지나서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펴는 정해성 상병님.
비유를 하자면 갈색 햄스터 같았다.
물론 햄스터가 기지개 펴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눈을 조금 부비다가 내 쪽을 쳐다보는 무방비 상태의 정해성 상병님.
나를 보자마자 그제서야 아. 하고 조금 정신을 차리신 것 같았다.
“뭐야…… 보현이구나…….”
“얼른 가야됩니다. 10분 남았습니다.”
“천천히 가도 돼……. 안 늦어……”
그러면서 정해성 상병님은 내가 어제 먹다가 반 쯤 남긴 포카리스웨트를 시원하게 원 샷을 하셨다.
그리고는 이런 건 익숙하다는 느낌으로 군장에서 물티슈를 꺼내서 나한테 한 장 주셨다.
보면 볼 수록 진짜 엄청난 센스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ㅋㅋㅋ”
그러면서 얼굴을 닦는 정해성 상병님.
예전부터도 매력이 많으셨지만, 연인으로서의 정해성 상병님은 고작 하루만인데도 진짜 센스만점이었다.
정말 나한테 과분한 사람이야…….
“그만 봐라. 얼굴 닳겠다.”
그런 나한테 넌지시 정해성 상병님이 눈치를 준다.
그제서야 황급하게 나는 멍때리고 있다가 전투복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으으……. 지금 단 둘만 있어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한테 티 안 낼 수 있을까?
점호를 하고, 아침을 먹고 나서 비로소 헬게이트가 열렸다.
아침을 먹고 간략한 입소식 뒤,
대대장님이 들어가시기 무섭게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교관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자신이 여기 왜 왔는지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본 교관도 여러분들의 전투력 증강과 전우애 함양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열중 쉬어 자세로 우리는 연병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교관의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마치 자대 배치 전 훈련소에 다시 들어 온 느낌이었다.
“훈련 간 훈련 받으시는 모든 훈련병들의 호칭은 XX번 훈련병 입니다. 알겠습니까.”
“예!”
“이동 간에는 반드시 뛰어서 이동하고, 뛰면서 유격자신이라고 구호 외칩니다. 알겠습니까.”
“예!”
“소리 작습니다. 더 크게 합니다.”
“예!!!”
우리는 산등성이까지 메아리가 칠 정도로 고함을 내지르듯이 대답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인근 옆 대대랑 같이 훈련을 받고 있어서 적은 인원이 아닌지라 소리가 작지는 않았다.
“앞으로 대답할 때 그 정도 소리, 유지합니다.”
교관이 그렇게 말하면서 단상 앞에 서 있는 빨간 모자를 쓴 기동중대 조교 두 명을 불러 올렸다.
절도있게 까딱거리는 손에, 두 명의 조교가 재빠르게 뛰어 단상으로 올라갔다.
“본격적으로 유격 훈련 시작하기 전에, 간단히 몸을 풀겠습니다.
앞에 보이는 조교 두 명이 시범을 보여줄테니까 간단히 따라하면 됩니다. 알겠습니까?”
“예!”
그리고는 교관님은 입에서 마이크를 떼고는 육성으로,
맨 뒤에 있는 내가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1번 높이뛰기 준비!” 라고 조교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그러자 조교도 엄청나게 각잡힌 포즈로 유-격! 하고 복명을 하면서 높이뛰기 포즈를 잡았다.
그걸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게 사람인가……?’
가뜩이나 오랫동안 행정 일만 해서 체력이 바닥을 기는 나한테,
기동중대 조교들은 정말로 비인간스러운 날렵함을 보여줬다.
아 그래서 다들 기동대대 기동대대 하는거구나…....
“잘 봤습니까?”
“예!”
“그럼 연습 한 번 해 보겠습니다. 1번 높이뛰기 준비!”
“유, 격!”
그리고 그 때부터 교관님의 악마의 조련이 시작되었다.
“2회 실시합니다. 몇 번?”
“2회!”
“소리 작습니다. 4회 실시합니다. 몇 번?”
“4회!!!!”
“목소리 그거밖에 안나옵니까? 8회 실시합니다 몇 번?”
“8회!!!!!!!!!!!!!!!!!”
분명히 아까랑 똑같은 목소리 크기였는데,
성에 차지 않는지 교관님이 카운트 하는 소리는 두 배씩 늘어났다.
결국 우리는 32회에서 간신히 타협을 봤다.
“마지막 구호는 생략합니다. 32회 시-작!”
그리고는 그걸 시작으로 훈련장에는 지옥도가 서서히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벌써 영혼을 놓고 있어서,
마지막 구호를 떠나가라 외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면 교관님은 빡친 표정으로 다시 2배수를 불렀고,
1번 체조에서만 우리는 무려 200회 가까이를 했다.
“정신 안 차리면 하루종일 체조만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신 차립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교관님은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명령을 할 뿐이었다.
그래도 7번 체조.까지는 동작이 체조에 가깝기는 해서 몸에 큰 무리는 없었다.
그렇다…… 7번 까지는 말이다.
“8번 온몸 비틀기 준비!”
“유- 격!”
갑자기 조교가 절도있게 뒤로 눕더니 ,
양 팔을 십자로 벌린 상태로 발을 쭉 하늘 위로 올렸다.
완전히 기역자로 굽혀진 몸…….
아니 저걸 지금 나 보고 하라는 말이야?
삑- 삑- 하는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서 좌우로 움직이는 하체……
딱 근육통 걸리기 좋은 체조였다.
“그대로 따라합니다. 8번 온몸 비틀기 준비!”
“유- 격!”
방탄모가 머리를 지끈거릴 만큼 무겁게 누르는 상태에서,
나는 십자로 팔을 벌려서 누웠다.
다들 벌써부터 혼이 나갔는지 비명에 가까운 악을 지르기 시작했다.
곧추 올려진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지탱하는 허리는 허리대로 빠질 것 같고,
그걸 지켜봐야 하는 머리는 지끈거리는 상태에서 뒷목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4회 실시합니다. 시-작!”
악소리가 훈련장을 하얗게 물들이고 있었다.
쨍쨍한 햇빛도, 모래 투성이인 연병장 바닥도 전부 거슬렸다.
참 사람은 신기한 동물이다. 어떻게 체조 하나로 이렇게 사람을 완벽하게 고문 시킬 수 있지……?
고작 4회를 했을 뿐인데 벌써 혼이 입 밖으로 반 쯤 튀어나온 것 같았다.
벌써 다리는 풀려서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4회로 끝나지 않은 PT 8번…….
오전 내내 그런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 나서,
드디어 간신히 점심 시간이 돼서 조금 쉴 수 있었다.
마땅히 밥을 먹을 데가 없어서 텐트에서 밥을 먹어야 했는데,
그래서 나와 정해성 상병님은 비닐로 싼 식판에 밥을 받아와서 텐트에서 먹기 시작했다.
“괜찮냐?”
내가 밥을 너무 깨작거리고 있자, 넌지시 정해성 상병님이 물어왔다.
체력을 한계까지 써버려서 나는 밥맛도 돌지 않았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겨우 이걸로? ㅋㅋ 평소에 운동 좀 하자.”
내가 맥 빠진 표정으로 탈진해 있자,
정해성 상병님은 내 허벅지를 조물조물 주무르기 시작하셨다.
사실 평소같았으면 간지러워 미쳤을 테지만, 지금은 너무 무리를 해서 그런지 아픈게 조금 완화되는 느낌도 있었다.
나는 간지러움에 오그라들 것 같은 기분을 버티면서 대답했다.
“업무가 너무 많습니다…….”
“할 게 그렇게 많냐?”
“궁금하시면 업무 시간에 저 찾아오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정해성 상병님이 자꾸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그렇게 대꾸해버렸다.
“그래? 그럼 가야지 뭐.”
그런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시는 정해성 상병님.
“.......진짜 업무시간에 오시려고 하는 겁니까?”
“니가 방금 오래놓고 지금 발빼냐? ㅋㅋ”
으으…… 하기사 오라는 말은 내가 먼저 꺼내긴 했다.
그리고 또…… 업무시간 중간에 정해성 상병님이 오시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오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알겠습니다 ㅋㅋ 오시면 커피라도 드리겠습니다.”
“커피 마시러라도 가야겠네. 알았다.”
키득거리는 정해성 상병님.
그리고는 가만히 정해성 상병님은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근육통이 조금 있었지만, 최대한 안쪽으로 누으셔서 그런지 다리는 딱히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는 지긋이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제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나는 애써 시선을 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이상하게도 눈이 자꾸 마주치면 뭔가 부끄럽다……
“엉.”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는 정해성 상병님.
그러고는 계속 지긋이 나를 쳐다보는 정해성 상병님은 재밌다는 표정이었다.
뭐가 묻었길래 그러는거지…… 맛다시라도 묻었나…….?
살펴보기에는 거울도 없었다.
“뭐……. 말입니까?”
“어 그게 뭐냐면…….”
정해성 상병님은 피식 웃으면서 내 볼을 양 손으로 쭉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귀여움? ㅋㅋㅋ 귀여워 죽겠다 이 자식아.”
그 말을 듣자마자 뭔가 펑 하고 내 안에서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 사람…… 진짜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을 그냥 입에 낼 수가 있지???
손아귀가 오그라들어서 다 사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발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ㅋㅋㅋ 너무 막 던졌나…….”
정해성 상병님은 볼에서 손을 떼면서 말했다.
나는 일부러 무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애써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참고 있었다.
“그리고 왜 자꾸 볼 꼬집으십니까…… 볼 아픕니다.”
“볼이 제일 귀여우니깐?”
“자꾸 꼬집으시면 저도 할 겁니다.”
“어디 할려면 해봐 ㅋㅋ”
정해성 상병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슬쩍 일어나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나는 앉은채로 정해성 상병님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다가 문득 나만 당할 수 없어서 재밌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대로 나는 정해성 상병님의 왼 볼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한 거지만 분명 엄청나게 놀랐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정해성 상병님은 갑자기 엄청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ㅁ…….뭐야”
“싫으십니까?”
“아니…….그…….”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시뻘겋게 달아올라서는,
“다른 사람들 보잖아…….”
그렇게 조그만 소리로 나한테 틱틱대는 정해성 상병님.
“괜찮습니다. 없는 거 확인 하고 했습니다.”
“와 개 깜짝 놀랐네…….”
“어제 저한테 하신 거 그대로 돌려 드린겁니다.”
“어쭈……. 소심한 놈이 스킨쉽에만 대범하네. 완전 변태여 변태.”
“저 변태 아닙니다.”
“헤에.”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정해성 상병님.
그런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겨서 웃음이 나 버렸다.
“왜 웃어.”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웃겨서 그렇습니다 ㅋㅋ”
“너가 변태인게?”
“저 말고 정해성 상병님이 더 변태같습니다.”
“내가? 왜?”
“지금 표정 되게 변태같았습니다.”
“ㅋㅋㅋ 아니거든? 지금 나 멕이냐?”
그렇게 말하고는 주변을 슬금슬금 둘러보더니,
정해성 상병님은 텐트 가장자리 쪽으로 나를 슬쩍 밀쳤다.
ㅁ…… 뭘하시려고…….
“별 수 없네…… 나중에 해 주려고 했는데.”
받기만 해서는 수지가 안 맞잖아, 라고 하면서
갑자기 정해성 상병님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과 입술이 겹쳐서 전기라도 통하는 듯이 찌릿찌릿한 느낌을 냈다.
그 사이로 무척 폭신한 혀가 얽혔다.
나도 얼떨결에 그 프렌치키스를 받아들였다.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착각이 들 무렵,
천천히 정해성 상병님은 얼굴을 뗐다.
내 정신은 후라이팬 위에 놓인 버터처럼 다 녹아버린 지 오래였다……
여긴 대체 어디고…… 난 누구지…….
“이 정도는 해야 변태겠지.”
“........”
난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서 손으로 얼굴을 가릴 수 밖에 없었다.
으아아……. 진짜 이거 대체 뭐야…… ㅠㅠㅠ
정해성 상병님은 쓱 하고 유격복 소매로 입을 닦고 있었다.
“이런거야 말로 누가 보면 큰일납니다……”
“똑같이 돌려줄게. 없는거 다 확인하고 했어.”
ㅋㅋ 하면서 정해성 상병님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정신머리는 이미 하늘 위 구름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지 오래였다.
정해성 상병님이야 말로 이런 거 얘기 좀 하고 하시죠…...ㅠㅠㅠㅠ
“흐아…….”
“정신차려. 안 그러면 장애물 통과 할때 다친다 너.”
또 다시 내 볼을 쭈욱 꼬집으시는 정해성 상병님.
“ㅇ…...아닙니다. 오후에는 괜찮을겁니다.”
“그렇게 체조로 쩔쩔매놓고? ㅋㅋㅋ”
퍽이나 ㅋㅋ 하고 정해성 상병님은 피식 웃었다.
기분좋은 산들바람이 가을 하늘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언덕 아래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왠지 그 모든것들이, 지금은 무척 기분 좋게 느껴졌다.
아무 걱정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 사람과 함께라면.
“정해성 상병님.”
난 넌지시 그를 불렀다.
그런 그한테 내 마음을 담아서 얘기했다.
“사랑합니다.”
무척 부끄럽지만, 그런 말을 했다.
생각해보면 아직 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거겠지.
조금 머뭇거리다가, 정해성 상병님은 내 머리를 쓰윽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사랑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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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쓰는데 왜 제가 다 부끄럽죠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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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스킨십을 시작했네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작가님 화이팅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