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곰이 떠오르는 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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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을상이 되어 있냐'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전화를 마치고 돌아온 남우. 독한 술과 감정이 동시에 올라와서 감성에 취해있던 승환이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남우를 올려다본다.

승환은 마음 속에서 종철을 밀어냈다고 믿었고, 이제는 괜찮을 때도 됐다고 스스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정말 오랜만에 종철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한 때 사랑했던 그 얼굴. 너무나도 미운데 마음 한 구석이 참 쓰라리다.


'아이 어딜 갔다오시는 거에요. 술 취해서 잘 뻔했네'

'전화가 길어져서 후후'

아무것도 아니라고 전화기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앉으며 말하는 남우. 남우는 오히려 승환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훑어보더니 말을 잇는다.

'너 괜찮냐?'

'뭐가요'

'지금 종철이 생각하고 있던 거 아니냐'

'그럼 형님 생각 하고 있었겠어요?'

'말을 참 밉게도 하네 허 참'

남우는 조금은 퉁명스러워진 승환의 대답에 헛웃음을 지으며 잔을 들어 술을 마신다. 그런 남우를 따라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려다가 잠시 손을 멈추는 승환. 아니다, 더 먹다가는 절제력을 잃어버릴 것 같다. 이 만큼 먹었는데도. 지금, 종철이 보고싶어졌는데.


'솔직히 종철이 좀 보고싶지?'

'...'

'야 내가 아직 이야기를 끝까지 못들어서 그런가 뭐 굳이 헤어질만한 일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래, 아까 얘기하다 끊겼는데. 너 그거 목걸이. 종철이가 그걸 준게 무슨 의미였는지를 몰라서 그래'

'예?'

그러고 보니 종철이 목걸이 선물을 했다고 하니 종철이 너를 진심으로 좋아한 것 같다고 말했던 남우. 승환은 미묘하게 찡그린 표정을 짓고 남우를 바라본다.

'나도 그렇고, 지찬이 알지. 우리 같이 노는 친구 그 마른애. 걔도 예전에 연애할 적에 매번 반지끼고 다니고, 커플 신발이다 목걸이다 항상 하고 다녔단 말이지.'

남우는 이제는 아무런 악세서리가 없는 자신의 손가락과 목을 괜히 꼼지락 만져대며 말을 잇는다.

'근데 우리가 그러고 다닐 때마다 종철이 눈에는 엄청 꼴보기 싫어 보였나봐. 알잖냐. 걔가 쓸데없이 감정으로 사치부리는 거 딱 질색하는 거. 그래서 한번은 술먹다가 그걸로 이야기가 나왔지. 배종철이는 그런 걸 왜하냐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그래서 우리는. 니가 무슨 사랑을 해봤냐. 니는 이런거 해볼 생각조차 못들었다는 게 애초에 글러먹은 거라고.'

그렇게 예전 이야기를 떠올리듯 가만히 눈을 감고 궁시렁대고 있는 남우. 결국 승환은 남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채 술잔에 다시 손을 대고야 만다.

'그러니까 걔가 그러대. 자기도 진짜로 괜찮은 사람 만나면 할 거라고. 살면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그런 비싼 보석 선물한 적은 없지만, 이 사람이면 내 짝을 찾은 것 같다 싶은 사람에게는 망설임 없이 할 거라고. 니들처럼 만날 때마다 참 사랑이니 뭐니. 반지 갈아끼우는 거 촌시럽다고. 푸흡. 뭐 그 때 걔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지. 지찬이나 나나 지금은 다 안좋게 헤어졌으니까'

꿀꺽-

술 없이는 들어주기가 힘든 남우의 이야기다. 그토록 신중했던 종철이 승환에게는 목걸이를 선물해줬었다. 그래서 그랬나보다. 그래서 그렇게 어울리지도 않은 수줍은 모습을 보이며 평생 선물 처음 주는 사람인듯 종철이 부끄러워했나보다.

자신이 종철에게 그정도로 특별한 의미였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믿기 싫은 사실로 다가오는지. 승환은 화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미안하고 지치기도 하고. 너무나도 복잡해진 감정이 들어 머리를 쥐어잡는다.


'아무튼 다시 이야기 이어가봐. 끝까지 가보자고. 한 이십분 남았으니까.'

'뭐가요'

'어? 아니 나도 집에 가야지'

'푸후...'

새벽은 깊어져만 가고 여기까지 다 이야기했는데, 더 이야기할 힘은 없지만 어짜피 이야기를 끝내긴 해야지. 그렇게 승환은 목을 축이듯 또 다시 술잔을 든다. 술을 그만 먹고 싶은데, 자꾸만 술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우우우웅-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 쇼파에 발라당 누워서 티비나 보고 있던 승환은 삐뚤한 자세로 테이블에 올려진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본다. 종철의 전화다. 승환은 티비는 켜놓고서는 그저 진동이 울리는 휴대폰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다.

우우우웅- 뚝.

결국 한참을 울리다가 끊어진 전화. 승환은 그제서야 쇼파에 얼굴을 파묻듯이 뒤돌아 엎어져 눕는다.

'으아아아...'

혼자서 몸부림치며 내는 목소리. 그래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승환의 목에는 몇달 전 백일 때 종철이 선물한 목걸이가 채워져있다.

종철과 만난지 어느덧 8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다. 어젯 밤 종철과 전화로 크게 싸우고서는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은 승환.

최근 들어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길 때는 3주 만에 본 적도 있었으니. 두 사람 사이의 공식적인 이유야 항상 존재했다. 승환의 일이 바쁘거나. 승환이 컨디션이 안좋거나.

예상은 가겠지만, 승환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미뤘다. 그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 약속을 미뤄도 종철은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아무런 반응이 없다. 싫다 좋다 말 한마디 없고, 그저 오케이란다. 그러니 더 괘씸하다. 두 번째, 그런 이유로 종철과 섹스를 하기가 싫어진다. 섹스를 하면 승환도 좋지 않은 건 아니지만 섹스를 해주기가 싫다.

이건 다시 철저히 자존심의 문제다. 자신을 향한 승환의 반응이 점점 미적지근해지면 승환의 감정이 식은 건 아닐까 안절부절 못하는 티라도 내줬으면 하는 종철은 만날 때마다 여느때와 똑같이 따.먹고 싶다는 말만 남발하며 승환을 거칠게 박아대니까.

승환은 그래서 종철에게 섹스를 해주기가 싫어진다. 나만 힘들어하는 듯한 연애. 왜 나 혼자서만 감정이 요동치고, 종철은 그저 한없이 태연한지. 말을 해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고, 이해가 안간다며 변하지 않는 종철이니 어젯 밤 승환은 종철에게 화를 폭발하듯 내고야 말았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같이 있어도 외롭다는 대사가 처음으로 공감가더라.

내가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연애를 하는 방식이 이렇게 감정을 갈구하는 스타일인 걸 이제서야 알았다. 근데 이게 온전히 내 탓일까. 상대방이 너무 이기적인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승환이다.


띵동-

그 때, 울리는 초인종 소리. 쇼파에 엎어져있던 승환은 깜짝 놀라 목을 번쩍 든다.

쿵쿵쿵-

저 묵직한 노크 소리. 주먹으로 문을 두드리는 듯한 힘만 보아도 누가 찾아왔는지 알겠다. 승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진다.









덜컥-

'뭐하ㄴ..'

'이거.'

문을 여니 역시나 보이는 내 불곰 남자친구. 불곰처럼 듬직하고 섹시하지만 세상에 이런 미련하고 무식한 곰탱이도 없을 거다. 그런 종철에게 갑자기 찾아온 것을 나무라듯 문을 열자마자 미운 소리를 뱉는 승환. 허나 종철은 자신의 전화를 세 통이나 씹던 승환에게 과일 봉다리를 건넨다.

'자고 있었어?'

어젯 밤에 그렇게 싸웠으면서, 아니 싸웠다기보다 승환의 일방적인 짜증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승환의 집으로 들어오는 종철. 심지어 자고 있었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전화를 안받은 게 자느라 안받은 줄 알고 있는 걸까. 이 사람은 진짜 모를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왔다고 승환의 집 안을 조금 호기심이 든 눈빛으로 둘러보더니 쇼파에 털썩 앉는 종철. 승환은 종철이 준 과일 봉다리를 쥔 채 가만히 서서는 그런 종철에게 말을 잇는다.

'왜 말도 없이 와요'

'내가 내 남친 집에 오겠다는데 무슨 문제 있나. 그리고 나는 말하고 오려고 오는 내내 전화 했어. 너가 자느라 못들은 거지. 일루와. 뭐해 거기 서서'

할 말이 없다. 결국 과일 봉다리를 그대로 식탁에 올려두고는 쇼파로 걸어가는 승환. 아무리 눈치 없는 종철이어도 어젯 밤 승환이 잔뜩 화가 났던 건 알테니 종철도 신경은 쓰이겠지. 그렇게 종철은 화해를 시도하는 듯 승환에게 옆에 안기듯 앉으라며 떡 벌어진 어깨를 뻗는다.

허나 종철과 떨어진 의자에 앉는 승환. 종철은 뻗은 손이 머쓱해져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잇는다.

'점심은 먹었나 내 남자친구'

'아뇨. 입맛 없어요'

애정이라곤 하나도 담기지 않은 승환의 말투. 종철은 그런 승환을 힐끔 보고는 꽤나 염려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왜 입맛이 없어.'

'형 왜 이렇게 태연해요'

그 때, 결국 참고 있던 감정이 다시 터져서는 종철에게 쏘아붙이듯 말하는 승환. 종철은 눈썹을 들어올리며 입을 다물고 승환을 바라본다.

'내가 자존심도 다 내려놓고, 형이랑 연애해도 형이 나를 좋아하는 지도 안느껴지고, 만나고 있는데도 외로운 느낌이 든다고 까지 말했는데. 근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나 지금 밥 먹을 기분이 아니라는데 그 이유를 몰라요? 형은 안느껴져요? 내가 너무 편해서 그런가? 내 감정 식을 건 안무섭고요?'

'나도 이제 느끼지. 너가 어제 말해줬잖아'

헌데 표정 하나 안바뀌고 당연한 말을 하듯 대답을 툭 뱉는 종철. 승환은 그런 종철을 더욱 힘껏 노려본다.

'아니 그걸 말이라ㄱ..'

'그래서 오늘도 찾아왔잖냐. 내가 먼길 오는 거 하나도 안귀찮고 아침부터 승환이 보고싶으니까 이렇게 집까지 왔잖냐'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종철의 말에 순간 반박할 수가 없어져 말문이 막히는 승환. 이게 아닌데. 승환이 요구하는 감정적 교감은 이런 게 아닌데.

'뭐가 또 잘못댔나. 내가 뭘 잘못했나.'

승환은 갑작스러운 종철의 방문에 절대 기분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종철은 자신이 뭘 또 잘못했냐고 묻고, 이제는 말할 힘도 없어서 그저 빤히 종철을 바라보는 승환. 승환은 답답하고 서글퍼서 속이 터져버릴 것 같다.

애초에 이런 곰같은 남자랑 만날 거였으면 서운함은 내가 감수해야할 부분이었을까. 이런 모습까지 미리 보지 못하고 섣불리 선택을 했던 내 탓인걸까. 허나 이 감정 때문에 이 연애를 그만두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아닐까. 나는 돌아갈 곳이 없는데. 여자와의 결혼까지 포기하고 시작한 연애인데. 그리고 나는 이 남자의 눈빛에 여전히도 너무 자극을 받는데.

'앞으로는 말 더 잘들을게.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릴까. 내 남친, 승환이.'

그 때, 점점 승환에게로 다가오듯 등을 살짝 굽힌 채 쇼파에서 일어나는 종철. 종철의 두 눈이 매섭고도 또렷하게 승환을 바라본다. 두툼한 몸을 움직여 점점 가까이 오는 종철이 주는 위압감. 이게 아닌데. 승환은 결국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연약하게 두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후우.. 후우....후욱!!'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어억 퍼어억!!

'ㄲ으아아흐...'

오늘따라 더 거친 종철의 박음질. 종철은 엎드려진 승환의 허리를 부여잡고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승환을 박아댄다. 그 통증이 주는 엄청난 몸의 자극에 흐느끼며 신음을 뱉는 승환. 지금 이 상황이 맞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저 습관이 되어버린 종철과의 섹스가 마음이 아닌 몸에 완벽히 맞아버리는 승환이다. 이미 승환의 몸은 종철에게 길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어억 퍼어억!

'끄욱.. 으움. 으후움. 승환이 엉덩이 섹시하군. 우움'

'하윽.. 흐으.. 하악.. 아파요.'

'으윽! 으어? 아프다고? 아프냐. 흐흐 우웁!

종철의 거대한 자.지가 애.널을 찢을듯이 밀고 들어오니 익숙한 통증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더욱 힘이 좋아 절로 신음이 터져나온다. 승환은 고개를 들지 못한채로 그저 이리저리 튀듯 터져나오는 신음을 뱉고 있다.

꾸우욱!

'으우욱!!!!'

'하아아.. 하아. 돌아봐. 귀여운 얼굴 좀 보자. 박.힐 때가 제일 이쁘지 승환이는 하아.'

그런 승환을 뒤로 한참 박아대더니 처음으로 머리까지 쥐어잡아 뒤로 휙 땡기고는 승환의 얼굴을 돌려버리는 종철. 순간 승환은 엄청난 수치심을 느낀다. 머리를 쥐어잡히니 섹.스라기 보다는 누군가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느낌까지 들어버린다.

허나 그러든 말든 종철은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혀를 낼름거리고 승환의 돌려진 몸 위에 올라타 승환의 두 볼을 매만진다. 두 다리가 벌어져서는 역시나 입을 처절하게 벌리고 숨을 헐떡이는 승환. 승환의 반쯤 떠진 눈으로 얼굴을 가까이 맞대듯 다가오는 종철의 얼굴이 보인다.

이어지는 구렁이같은 종철의 혀놀림. 혀도 왜 이리 힘이 좋은지. 종철의 혀는 승환의 입술부터 얼굴을 핥아대며 특유의 뜨거운 숨을 쏟아낸다. 그런 종철의 혀를 거부하듯 목을 돌리는 승환. 승환의 얼굴이 잔뜩 찡그려진다.

'하아악 하아악 에에움. 에엑. 움. 승환이. 김승환. 요즘 뭐가 그렇게 불만일까. 이렇게 귀여운 얼굴로. 이쁜 말만 하지. 하악.'

'아으으. 아흐으으. ㄲ아아.'

그런데도 종철은 미.친듯이 잘도 승환의 얼굴을 따라가며 핥는다. 핥으면서도 승환의 찡그린 표정이 귀여워죽겠다는 듯 눈웃음을 짓고 있는 종철. 이게 종철의 사랑 표현 방식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오히려 승환이 종철에게 투덜댈수록. 승환의 감정이 종철에게 멀어질수록. 종철은 더욱 애타게 승환을 핥아댄다.

'하아아.. 하아아아아...'

종철도 이제는 숨이 부족한지 그제서야 승환의 얼굴을 놔주고는 승환의 위에 올라 앉은 채 허리를 들어올린다. 털에 덮여 우락부락한 상체. 빨딱 서 있는 꼬추는 여느때처럼 우람하다.

'개도 아니고 하아. 왜 이렇게 핥아대요'

'너가 피하니까 자꾸 더 핥고 싶잖냐'

승환은 그제서야 숨 돌릴 틈이 생겨서 얼굴에 묻은 종철의 침을 닦아대며 잔뜩 얼굴을 찡그린다. 종철이 공격을 하면 느껴지는 엄청난 성감에 아무런 저항을 할 수가 없다. 허나 이럴수록 승환의 자존심은 짓밟히고, 마음에는 무언가 잘못됐다는 반발심이 생기고야 만다. 결국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 종철을 찡그린 채 올려다보며 말을 뱉는 승환.

'짐승이에요?'

'으하하. 짐승이지 그럼'

'아니 인간 아니고 짐승이냐고요. ㅈ대로 움직이는게 꼭 그런거 같애서'

'뭐라?'

이야기를 듣다보니 승환의 짜증난 표정하며 날카로운 목소리가 자신에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닌 것을 알아차리는 종철. 종철은 심기가 불편해져서는 살짝 인상을 쓰고, 더 이상은 몸을 대주고 있으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 승환은 침대에 몸을 일으키며 말을 잇는다.

'말은 하나도 못알아들으면서 핥아대고 박.아대려고만 하잖아요. 내가 형 조ㅈ집이에요?'

'야아. 김승환. 너 말이 좀 심하다'

'왜요. 이렇게 땍땍대니까 따.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어요? 그럼 저 만나기가 싫어졌겠네요? 나 따.먹고 싶어서 만난다며'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처음으로 승환의 몇달내내 깊어져버린 감정의 골을 느끼는 듯한 종철. 종철은 처음 보는 심각한 표정으로 승환을 바라보고, 승환은 그런 종철에게서 살짝 몸을 돌린 채 앉아 팬티를 주워입고 있다.

'오늘도 굳이 왜 왔대요. 형이 나한테 해주는 말이라고는 따.먹고 싶다는 말 밖에 없는데. 그럼 따.먹고 싶어서 왔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죠? 그럼 내가 순순히 따.먹혀 줘야되나.'

'......'

승환도 이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저 본능에 충실한 종철의 모습이 순간 미워보여서 홧김에 말을 뱉어버렸다. 종철은 꽤나 충격을 받은 듯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눈도 한번 깜빡이지 않고 승환을 바라본다. 그렇게 팬티를 입고 침대에 앉은 채 다시 종철을 돌아보는 승환. 종철이 입을 연다.

'내가 너랑 섹.스하고 싶은게 죄냐?'

'나랑 섹.스하려고 온거 맞죠?'

'아니 나는 너가 보고싶어서.'

냉랭해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 땀이 식어가니 춥기까지 하다. 조금은 억울하게 들리는 종철의 목소리. 하지만 승환은 그런 종철의 대답이 이제는 참을 수 없이 지긋지긋하다.

'섹.스 안해준다하면 안왔을 거잖아요. 아 답답해 씨..발'

'씨.발? 야. 김승환.'

덥썩-

툭!

욕을 하고야 마는 승환을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부여잡는 종철. 승환은 그런 종철의 손을 밀어내고 무섭게 종철과 눈을 맞춘다.

'뭐요?'

'섹.스를 안해주면 어쩌고? 굳이 왜 그래야 되는데. 그리고 누가 뭘 해주냐? 너 억지로 하는 거 아니잖냐. 이제와서 뭘 딴 말이냐? 할 때마다 허리 꺾인다고 계집처럼 신음내고, 황홀하다고. 좋아 죽겠다고. 받으면서 질질 싸는 새ㄲ..'

퍼억!!!!!!!!!!














결국 생전 처음 승환에게 주먹으로 뺨을 맞은 종철. 종철은 그대로 뺨을 부여잡고는 고개를 돌리고 굳어버린다. 화가 나서 뱉은 종철의 말이 참아왔던 승환의 자존심의 끝을 건드려버렸다. 종철은 이렇게까지 승환이 자신에게 자존심을 내주고 있었는지 상상도 못했겠지. 그저 손찌검까지 하는 승환의 행동에 머리가 새하얘졌을 뿐.

그렇게 종철은 아무 말 없이 옷을 입고 승환의 집을 나왔다. 승환 역시도 욕실에 들어간채 들어가는 종철에게 배웅조차 해주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점점 위태로워져만 간다.























'형, 미안해요. 아무리 화가 나도 그건 아니었는데'

'형, 얘기 좀 해요. 전화 받아요.'

'전화 안받을 거에요?'












몇일 뒤,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승환. 오랜만에 멋을 낸듯 머리도 올리고 피부도 빤들하다. 승환은 자신의 휴대폰에 기록된 문자 기록을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다. 결국 손찌검은 너무 심했다고 먼저 사과를 한 승환. 이틀은 연락이 안되다가 오늘 아침, 조금은 갑작스레 종철은 마음이 풀렸다고 연락이 되었다.

그렇게 오늘 바로 보기로 한 두 사람. 곪았던 감정이 터져버리니 마음이 개운하면서도 얼얼하다. 무슨 느낌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종철에게 사과를 해야할 것 같아서 했고, 오늘은 꼭 봐야할 것 같아서 만나기로 했다.


'오오. 승환이. 머리 올렸네.'

그리고 카페에 들어오며 그런 승환을 발견하고 역시나 태연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종철. 전화까지 해서 사과를 하고 화가 풀렸다니 정말 괜찮은 건가. 가끔 이 사람은 정말 속을 모르겠는 정도로 태연하기만 하다.

'오랜만에 좀 만졌어요'

'잘생겼다.'

종철은 승환의 앞에 앉아서는 승환의 빠짝 올라간 머리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이내 눈을 돌리는 종철. 어딘가 조금 어색해보이기도 하는 시선 처리.

'밥 먹으러 갈까'

'네'

그렇게 시작되는 두 사람의 데이트. 종철은 먼저 일어나서는 일어나는 승환을 기다려준다. 승환 역시도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나 종철은 그런 승환을 기다리면서도 괜히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있는 것 같다. 승환은 이 어색해진 분위기에 또 다시 머릿 속이 복잡해져온다.


















'재밌네. 요즘 이 영화가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다. 크으. 마지막 액션이 진짜 끝장나드만'

영화를 보고 나오는 두 사람. 밥을 먹고 딱히 할 게 없는 미묘하게 어색한 분위기에 영화를 보자고 한 승환. 종철은 미처 다 못 먹은 팝콘을 하나 둘 집어 먹으며 상영관을 나선다. 영화가 만족스러웠나보다.

'너는 재미없었어?'

'아뇨. 재밌네요.'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종철이 평소와 달리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승환. 분명 종철이 내색하나 없이 평소같은 행동 그대로를 하고는 있는데. 왜 승환은 이렇게 이 상황이 불편할까.

그렇게 승환의 대답이 짧아지자 다시 대화가 단절되고야 마는 두 사람. 말 없이 엘레베이터를 내려와서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탄다.



타악-

'음. 어디 갈까 이제.'

종철은 역시나 다시 평소와 같은 말투로 운전대를 잡고 말을 잇는다. 그리고 조수석에 탄 채로 그저 창 밖만 보고 있는 승환. 평소 차 안을 채워주던 음악도 없어서 더욱 조용하다.

이 부자연스러운 흐름들. 종철의 목소리는 여느때와 다를 것 없이 힘찬데. 왜 이리도 어설프게만 들리는 걸까. 그 때, 잠시 정적이 흐르고는 대답이 없는 승환에게 말을 잇는 종철.

'승환아.'






'네.'

'미안하다.'

'뭐가요?'

갑자기 차분하다 못해 가라앉은 종철의 목소리. 승환은 순간 알 수 없는 불길한 직감에 종철을 돌아보며 대답한다. 그런 승환의 눈을 맞추지 못하고 말을 잇는 종철.

'내가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승환한테 손찌검까지 당하고 나서야 승환이 홀로 견뎌왔다는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의 고충을 이해한 걸까. 종철은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뱉는다. 심지어 목소리가 떨려오기까지 한다.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요.'

그런 종철의 진심 어린 사과에 괜찮다고 말하는 승환. 원래 같았으면 이제 섹.스하러 가자고 진작 모텔은 잡아뒀다고 능글맞게 장난치며 출발했을 종철이 잔뜩 풀이 죽어서는 시동 조차 걸지 못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안쓰러워보이기도 하는 승환. 그래도 이렇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종철이 많이 노력해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아니. 그것도 그건데..'

헌데 그 때, 이어지는 종철의 목소리. 종철의 목소리가 더욱 불안하게 떨린다. 평생 이런 적이 없어서 순간 놀라 종철을 다시 바라보는 승환. 그렇게 종철이 승환의 시선을 애써 피하듯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을 잇는다.











'..나 어제 번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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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아..먼가요..ㅡ.ㅡ..먼가 불안하다싶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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