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선생님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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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이 있은 후 3일이 지났다.

영민은 학교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시종일관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영민을 바라보는 성민 또한 마음이 아팠다.

아침 조례와 종례시간에는 항상 창 밖을 바라봤고, 체육시간은 구석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처럼 영민에게는 불행의 기운이 감싸고 있었고 항상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던 영민의 옆자리는 하나 둘 친구들이 떠나고 공허함 만이 남았다.

그러나 영민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성민은 영민을 그렇게 만든게 본인이라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성민은 큰 결심을 한 듯 영민에게 다가갔다.

"영민아, 잠깐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할까?"

영민은 대답하지 않고 멍하니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영민아 그러지말고 선생님 보고 얘기 좀 하자..응?"

마지못해 고개를 든 영민의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영민아, 선생님이랑 집 가서 저녁 먹으면서 얘기 좀 할까?"

"집이요?"

"그래... 요새 통 힘도 없는것같고... 선생님이 마음이 불편하네. 선생님이 맛있는거 해줄게."

"아니에요. 억지로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냐. 억지라니... 선생님 혼자 오래 살아서 요리 잘해."

"..."

"응? 일어나봐."

성민은 영민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그리고 어깨동무를 하고 학교 주차장으로 향했다.

영민은 내심 좋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성민은 차에 도착해서 조수석 차 문을 열어줬고 영민은 마지못해 타는 듯이 차에 탔다.

차 안은 제법 깨끗하고 좋은 방향제 향이 났다.

살짝 머스키하면서도 어른의 스킨 향이 영민의 몸 속으로 파고 들었고 밀폐된 공간에 단 둘이 있는 이 상황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차 안이 깨끗하시네요."

"그런가? 혼자 살면 오히려 더 신경써야되는 부분들이 있지."

"아... 근데 선생님은 왜 결혼 안하세요? 인기 많으셨을거같은데...?"

"응? 음.. 아직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못만나서?"

"아..네..."

영민은 성민도 자신과 같은 게이일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그 대답을 단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 안한다고 이해했다.


얼마 가지 않아 조그마한 아파트에 도착했고 성민은 주차 후 시동을 껐다.

"영민아, 올라가자."

"네..."

영민은 선생님의 집에 처음 오는 이 순간이 두근거리면서도 단지 자신에 대한 동정이라는 생각에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집에 도착하고 성민은 영민을 소파에 안내 후 TV를 틀었다.

"잠깐 TV 좀 보고있을래? 선생님 옷 좀 갈아입고 네가 입을만한 옷 좀 찾아볼게."

"네"

영민이 TV를 보는 사이 금방 성민은 옷을 갈아입고 반바지와 티 하나를 가지고 나왔다.

"옷이 좀 커서 영민이 너한테는 조금 헐렁할거같은데.."

"괜찮아요."

영민은 바로 옷을 벗고 성민이 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허리에 주먹이 4개는 들어갈 만큼 헐렁했지만 다행히 반바지라서 끌리지는 않았다.

"풉"

"뭐에요. 선생님 저 웃기죠.."

"아니.. 귀엽다."

그렇게 말 하고는 주방 냉장고로 가서 저녁 준비를 했다.

영민은 TV를 보는 척 하다가도 요리하는 성민의 뒷 모습을 바라봤다.

딱 벌어진 어깨와 탄탄하고 볼륨감 있는 엉덩이가 트레이닝 복 위로 또렷이 드러났다.

"영민아 된장찌개 괜찮아?"

갑자기 물으며 돌아보는 바람에 훔쳐보던 영민은 깜짝 놀라 TV로 얼굴을 돌렸다.

"네.. 좋아해요."

"알았어. 금방 해줄게. 잠깐만"

더이상 훔쳐보다가 또 들킬거 같아 영민은 TV에 집중했다.

딱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하지 않아서 유튜브를 켰다.

성민의 아이디로 이미 로그인이 되어있어 평소 어떤 영상들을 시청했는지 알 수 있었다.

주로 헬스, 수영, 등산 등의 운동과 관련된 영상이 많았다.

'선생님은 어떤 유튜버를 구독했을까...'

궁금해서 구독자를 확인하다가 영민이 보던 게이 유튜버가 구독이 되어있는 것이 보였다.

'응?? 뭐지? 왜 선생님이 이게 구독이...'

영민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때 영민이 TV 잘 보고있는지 성민은 보러 왔다가 그 유튜버 영상을 보고있는 영민을 마주했다.

"아.."

"선..생님... 이거.. 왜 구독이.. 되어있는거에요?"

성민은 당황해서 쉽게 대답하지 못했고 그런 성민을 영민은 계속해서 바라봤다.

"음... 영민아 이따 얘기해줄게.."

그렇게 말하고는 성민은 다시 저녁을 위해 주방으로 이동했다.

'선생님이... 혹시... 게이인건가? 그래서 결혼을 안하신건가?'

온갖 생각이 영민의 머리를 가득 채웠고 성민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녁 준비를 마친 성민은 영민을 식탁으로 불렀다.

주방에서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가득했고 밑반찬도 제법 여러가지 있었다.

"일단 저녁부터 맛있게 먹고 얘기하자. 알았지?"

"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영민은 바로 된장찌개를 떠 먹었고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선생님 요리 정말 잘하시네요."

"그래? 하하 입에 맞다니 다행이네."

둘은 그 후 말 없이 밥을 먹었다.

"후아... 배부르다. 선생님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다니 선생님도 기분 좋다."

"선생님 설거지 제가 할게요."

"아니다. 그러지마라. 소파 가있어. 정리 하고 금방 갈게."

"아니에요. 저 설거지는 잘 할수 있어요."

"음... 알았어. 그럼 선생님은 음료수 따라놓을게."

그렇게 영민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했고 성민은 냉장고에서 주스를 따라 소파 테이블로 가져갔다.

금방 설거지를 마치고 영민이 왔고 성민은 옆자리에 영민을 앉혔다.

"고생했다. 이리 앉아."

"네 선생님."

"음... 영민아, 선생님이 미안했다."

"네? 뭐가 미안해요..?"

"선생님이 솔직하지 못했어."

"..."

"영민이 네가 나한테 준 편지 받고나서 솔직히 기뻤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돼가지고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어."

"무슨..."

"그런데 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너도 나에게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힘든 순간들을 버텼을지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

"내가 너의 고백을 받든 안받든 그것보다 나도 나의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너한테 말하고 너에게도 선택할 기회를 주는게 맞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

"아까 유튜브 봤지? 그래.. 선생님도 사실은 남자가 좋다. 그래서 결혼도 안한거고... 그리고... 선생님도 영민이 너 좋아했다. 처음부터 끌렸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신경쓰였다."

"선생님.."

"미안했다. 솔직하지 못해서."

영민은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말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선생님이 본인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너무 꿈만 같았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해줘서 너무 기뻐요."

영민은 웃었지만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그런 영민을 성민은 꼭 안아줬다.

"영민아 선생님은 영민이 결정에 따를게. 그게 무엇이든 그 선택을 지지할거야."

"선생님..."

영민은 성민을 더 꽉 끌어안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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