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랴! 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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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향은 어디예요...?
만식이 고향을 묻자 웨이터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꺼냈다.
- 네... 저도 서울에서 오래 살았지만 고향은 홍성입니다.
- 홍성? 강원도, 아니면 충청도?
- 아...! 네... 충청도... (그는 말끝에 살짝 힘이 없어 보였다)
- 그래요... 나는 고향이 부산인데...! 하하하...! 아무튼 반가워요. 동향인은 아니지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인사나 하죠! 난 최만식이라 해요...
만식이 악수하려고 손을 내밀자,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손을 내밀며 만식의 손을 꽉 잡았다. 힘이 있지만 부드러운 그의 손은 따뜻했다. 상대적으로 만식의 손은 얼음처럼 몹시 차가웠다. 다들 만식의 손을 잡으면 차가워서 놀라곤 했다. 여름에도 별로 따뜻하지 않았는데 겨울이 되면 거의 얼음장 수준이었다.
- 전, 최형도 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 그래요... 같은 최 씨네요!… 어느 최 씨인가요...?
- 네… 강릉 최 가입이다…
- 아...! 난 경주 최 가 인데… 근데, 형도 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저요...? 토끼띠입니다. 올해 서른넷입니다.^^
- 그래요? 하하하...! 난 서른 안 된 줄 알았는데… 어려 보여요...!
- 감사합니다. 초면에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닌가요...?
- 무슨... 정말 어려 보여요...
- 그럼, 선생님께서는 연세가...?
- 오십 중반입니다...
- 정말이세요...!??? 너무 동안이십니다!
- 음... 이거 또 내 자랑 같지만 나이를 속일 수도 없고...
- 헐...! (형도는 정말 놀라는 눈치였다) 선생님 정말 동안이십니다! 오십이라 해도 안 믿기겠는데요...!
- 하하하...! 이거 왠지 쑥스럽구먼...! 이제 나이 이야기는 그만 해요...!
형도 는 정말로 놀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약간의 접대용 멘트인 걸 알면서도 만식은 그렇게 싫진 않았다. 그는 서울에 가족을 두고 혼자서 작년 여름에 이곳 정동진에 와서 지금껏 머물고 있었는데, 아직 미혼이며 사랑의 상처를 씻기 위해 우연히 정동진에 들렀다가 아름다운 풍광이 너무나 좋아서 살고 있었다.
- 근데, 여긴 정말 몇 시에 마쳐요?
- 아, 네... 보통 9시에 마칩니다. 시내랑 달라서 오후에는 손님들이 일찍 끊기거든요... 손님은 오늘 서울로 가세요? 아님, 여기서 묵으실 건지요?
- 흠... 글쎄요...! 오늘 하루는 이곳에서 자긴 자야 하는데... 주변에 잘 곳은 많이 있죠? 예전에 자고 가진 않아서...
그는 시계를 보더니 곧 마칠 시간이 되어 가니 괜찮다면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만식은 속으로 밥을 또 먹어야 하나? 종일 굶다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게 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을 했다.
- 그래요. 그럼 식사 후 술은 내가 한잔 사지요. 하하하... 그럼, 난 먼저 밑에 나가서 담배나 한 대 피우며 기다릴 테니 마무리하고 나오도록 해요...
- 네. 바깥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정리하고 나가겠습니다!
형도가 힘차게 외치고 벌떡 일어섰다. 만식은 계산하고 형도를 뒤로 하고 레스토랑을 먼저 나왔다. 어느덧 해는 져서 바깥은 어두워졌다. 이미 커피 가게 안에서 바깥은 어두컴컴했었다. 바닷가라 그런지 서울의 시내보다 어둠이 더 짙었다. 멀리 보이는 밤바다 위로 보석같이 빛나는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 아! 역시, 바닷가에는 별들이 많구나...!
정동진의 밤바람은 차갑게 만식의 온몸을 할퀴듯이 훑고 지나갔다. 만식은 가방에서 혹시나 해 가져온 두꺼운 점퍼를 꺼내 바꿔 입었다. 성격은 그렇지 않은데, 체질이 불같아서 더운 걸 잘 못 참아 더울 때는 옷을 다 벗어야 한다. 그러다가 땀이 식으면 옷을 입곤 한다.
그래서 낮에 집을 나설 때 가벼운 점퍼를 입고 나왔었다. 만식이 가방을 정리하고 잠시 숨을 고르니 형도가 급히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그냥 갔을까 싶어 서둘렀던 모양이었다.
- 빨리 마무리했네요...
- 네, 형님이 그냥 가실까 싶어 무지 빨리 움직였습니다! 흐흐흐...
갑자기 호칭이 선생님에서 형님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부르니 만식은 오히려 편했다.
- 그래, 어디 가서 저녁을 먹을까? 사실,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있다가 레스토랑에 가기 전에 초당두부를 좀 먹었거든...
만식은 자신도 모르게 형도에게 반말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이 같지 않게 만식과 형도는 마치 알고 지낸 사이같이 친하게 느껴졌다.
- 아, 초당두부요? 잘 드셨습니다. 이곳에 유명한 곳이 (초당두부)거든요. 형님, 그래도 정동진에 오셨으니 이곳도 바닷가인데 회를 한 접시 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좋은 데로 모시겠습니다. 사실, 오늘 형님은 운이 좋으신 겁니다... 왜냐면, 오늘이 제 월급날이거든요... 흐흐흐
- 그래? 음... 어제 좋은 꿈도 안 꾸었는데... 하하하... 아무튼 멋진 아우를 만나 나도 반가워요...!
- 네. 저도 인상 좋은 형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실은 저도 이곳에 그렇게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거든요… (형도는 보기보다 성격이 싹싹했다)
만식과 형도가 어둠 속에서 파랗게 빛나는 네온 불빛을 따라 걷고 있었다. 어느새 형도는 만식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다. 그렇게 어색하게 둘이 걷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정동횟집)이라는 간판이 고딕으로 크게 쓰여 있는 작은 횟집이었는데, 이상하게 큰 간판이 가게 입구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과의 기온 차이로 안경에 김이 조금 서렸다. 만식은 안경을 벗으며 여주인이 안내하는 곳에 앉았다. 실내를 둘러보니 테이블이 5개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횟집이었다. 여주인은 나이가 꽤 되어 보였는데 구수한 강원도 말투가 그대로 배어 나왔다. 강원도의 말씨는 얼핏 들으면 북한 말과 비슷했다.
형도는 단골인 듯 여주인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 오늘 들어온 횟감 중에 제일 싱싱한 놈으로 골라 주세요! 소주도 주시고요!
여주인은 알았다는 듯 대답은 하지 않고 눈을 살며시 깔면서 웃기만 했다.
강원도의 지역 소주인 경월을 주문하여 먼저 나온 전채 요리를 곁들이며 1잔을 기울였다. 바닷가답게 다양한 해물 음식이 기본 찬으로 나왔다. 만식은 여행의 첫날부터 분위기가 좋아서 술이 확 달아올랐다. 회가 나오기 전에 이미 소주 한 병을 다 비웠다.
-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마침 회가 다 됐는지 소주랑 회가 같이 나왔다. 역시, 회는 바닷가에서 먹어야 제맛이지! 오래전에 남해에서 먹었던 회 맛이랑 또 달랐다. 서로 통성명 후, 소주를 3병째 비우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형도가 드디어 본질적인 썰을 풀기 시작했다. 둘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처럼 가까워졌다.
-... 형님!
- 왜, 동생...!
-... 형님은 결혼하셨죠? 그렇죠...?
그는 만식이 당연히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하하하... 내가 결혼한 사람으로 보여? 나 결혼 안 했어! 원싱이야. 원싱이라고!
- 원싱요...? 아니, 연세가 있으신데 왜 결혼을 안 하셨어요?
- 살다 보니 그렇게 됐어...!
- 형님... 혹시? 혹시...!
- 혹시? 뭐... 왜?
- 혹시... 형님 고자는 아니시죠...?
-...! (뜨악~!)
그러면서 형도는 귀엽게 헤~~ 하고 웃었다. 뜻밖의 그 말에 만식은 사실 속으로 살짝 당황했었다. 이 나이에 결혼을 안 했으니 물어 볼만 도 했었지만…
- 그럼, 우리 동상은 결혼했나...?
- 헤… 저도 아직요...!
- 뭐야! 자기도 결혼을 안 했으면서? 동상이야말로 정말 고자 아냐...?
만식은 그러면서 형도의 바지 앞섶을 살짝 건드렸다. 그런데 웬일? 형도의 앞섶이 단단해져 있는 것이다. 형도는 갑작스러운 만식의 터치로 인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만식이 누구인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베테랑이 아닌가!
- 헐...! 형도 동상, 물건이 멋지구먼! 응? 멋져부러!
-... 아이, 형님...! 부끄럽게 갑자기 왜 그러세요... 깜짝 놀랐잖아요...!
- 뭐 어때서? 남자끼린데... 자, 자! 한 잔 더 마시자고! 2차는 내가 살 테니 오늘 광란의 밤을 달려 보자고!
만식과 형도는 횟집을 나와 부근의 소주방으로 또 향했다. 그곳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비우는 사이 정동진의 아름다운 초겨울 밤은 깊어만 갔다.
소주방을 나온 둘은 형도의 원룸 집으로 향했다. 형도가 자기 집으로 가자고 우겼기에 만식은 모텔비도 아끼고 좋겠다 싶어 집으로 따라갔다. 그런데 성격이 유별날 정도로 결벽증이 있는 만식이 형도의 방문을 여는 순간, 그냥 돌아서 집을 나와 버렸다.
뒤따라 형도가 따라오며 왜 그러느냐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만식은 그렇다고 집이 지저분하다고 말하기 그래서 그냥 편하게 모텔로 가자고 했다. 그제야 형도는 다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밝게 웃었다.
*형도는 뒤늦게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아직 제대로 된 경험이 없었다. 이쪽 말로 아직 데뷔를 못 한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 가끔 동네 찜질방에서 어쩌다 대시하는 사람들과 하는 게 전부였었다.
- 아 악~!
외마디 비명이 붉게 켜진 모텔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둘은 술을 마시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형도는 아직 제대로 된 경험이 없는 순 초짜였다. 살살 해 달라는 형도의 말에 만식은 콘돔을 끼고 조심스럽게 성난 페니스를 형도의 애널에 조심히 밀어 넣었다.
- 아, 악~!!!
상대의 고통스러운 비명에 만식은 더 흥분되었다. 만식은 멈추지 못하는 고장 난 기차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모텔 방 안에는 뜨거운 열기와 간간이 내지르는 신음 그리고 퍽~! 퍽~! 대는 소리만이 들릴 뿐, 바깥의 밤 추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쉰이 넘은 만식의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만식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 아...!!!
그리고 사정 후, 예의 버릇처럼 뒤에서 형도를 껴안고 크게 웃었다.
- 흐흐흐흐흐흐...!!!
만식은 개처럼 취하는 자세를 좋아했다. 상대를 엎드리게 하고 반쯤 일으켜 세워 등 뒤에서 삽입하는 방식인데 대체로 이쪽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체위였다. 만식이 흐흐흐흐! 웃는 것은 관계 후 만족할 때 내는 특유의 또 다른 버릇이다. 형도는 이미 그 자세로 사정했었다.
형도의 누리끼리한 정액이 하얀 침대 시트 위에 떨어져 있었다. 형도는 사정해서 힘이 빠진 만식을 향해 두 팔을 뒤로 젖히며 힘껏 껴안았다. 그대로 떨어지기엔 아쉽다는 듯이 있는 힘껏 끌어 당겼다.
형도가 애널로 남자의 그것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마디로 첫 경험이었다. 처음에 삽입할 때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죽을 것만 같았는데, 술기운인지 아니며 노련한 만식의 테크닉 때문인지 어느새 젖어 들어 차츰 고통과 희열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그런 형도의 기분을 알기에 만식은 바로 빼지 않고 천천히 움직여 주었다. 형도의 항문에선 선홍빛의 붉은 피가 만식의 하얀 정액과 함께 묻어 나왔다.
만식이 10여 년 만에 찾은 정동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첫날부터 버라이어티한 일이 생겼다. 언제나 그랬지만 관계 후에 밀려오는 이 엄청난 후회와 자괴감은 이번에도 어쩔 수가 없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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