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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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빙의(憑依) : 영혼을 사로잡힘
나를 통제하고 미친 짓을 하게 만드는 귀신이 내 안에 살고 있다.
빙의 용어 정의 : 영혼이 옮겨붙음.
* 참고 설명:
악마/원혼의 빙의
악마가 영혼을 사로잡는 것은 영혼, 악마 또는 다른 실체가 사람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에 관해 얘기한다. 자신이 악마의 통제에 놓이게 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기억을 잃고, 지각이 왜곡되며, 통제력 상실 및 초 암시성이 발현된다고 주장합니다. 에리카 부르기뇽(Erika Bourguignon)은 전 세계 488개 사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74%가 영적 소유를 믿고 있으며, 태평양 문화에서 가장 많은 수의 인구가 믿고 있다. 북미와 남미의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 가장 낮은 믿음을 보인다.
불교에서 악마는 지옥의 영역에서 고통받는 존재일 수도 있고 망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싯다르타가 부처가 되기 전에 유혹의 구현인 마라에게 도전을 받고 그것을 극복했다. 전통적인 불교에서는 "māra"의 존재를 4가지 형태가 나눈다.
1. 탐욕, 증오, 망상과 같은 모든 비숙련된 감정의 구현으로 클라이아마라, 또는 마라. (망상/불온한 상태의 악마)
2. 죽음의 마라, Mtyu-māra. (죽음의 악마)
3. 스칸다-마라(Skandha-māra), 또는 마라. (오염된 존재인 악마)
4. 부처가 깨달음의 밤에 부활의 순환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막으려는 감각적 영역의 데바푸트라마라(Devaputra-māra). (욕망과 유혹의 악마)
동양의 의미에서 악마가 달래지면 혼은 인간 세상에서 다른 영역으로 떠나는 것으로 믿어진다.
1.
준이씨는 하루를 요가로 시작한다.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플로어에 몸을 누인 후 몸을 스트레칭하고 플랭크 자세로 몸을 받친 채 홀딩을 한다. 준이씨는 마른 몸인데 살이 없이 온몸이 탄탄하다. 얼굴 살이 없어서 마른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벗은 몸은 본 사람들은 그가 매우 균형 잡힌 체형을 가졌다는 것을 안다. 유감스럽게도 평상시에 몸을 노출하지 않는 준이씨의 습성 때문에 그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요가 동작을 다 마치고 나서 그는 다리를 꼬아 앉은 채로 삼십분간 명상에 잠긴다. 그가 명상에 잠길 무렵이면 동쪽으로 해가 뜨기 시작한다. 도시의 해가 그가 사는 고층의 창문을 때리면 그는 지긋하게 눈을 감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다. 오늘 하루도 그는 차분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도시에서의 흥분된 활기참에서 그가 평정심을 얻는 원천이 아침의 요가 운동이다.
요가와 명상을 마치고 준이씨는 커피를 마신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도 좋다. 하지만 그는 직장에 가기 전에 근처 커피 전문점에 들러 커피를 산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들르는 탓에 커피점 점원들도 그를 알아보는 눈치다. 그는 따뜻한 라테를 주문한다. 테이크아웃 컵에 받힘을 끼우고 그는 사무실로 향한다.
흔한 IT 기업의 사무실은 아침이면 매우 분주하다. 준이씨는 자신의 칸막이 탁자에 커피를 얹어놓고 컴퓨터를 켠다. 그가 이해항으로 온 지는 이제 2년이 되어 간다. 원래는 서울이 집인데 직장 탓에 이해항으로 이주한다. 회사에서 마련한 숙소는 기숙사로 직원들이 빌딩의 14층과 15층에 나뉘어 살고 있다. 14층은 여자들이 살고 15층엔 남자들이 산다. 공동구역이 있는 큰 수이트룸형 아파트이다.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타지에서 온 사람이 많아서 숙소에서 한 공간을 공유하지만 다들 자기 방으로 들어가 생활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은 내내 비어있기 일쑤다. 때로 그는 여자 직원들은 어떻게 살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여자 직원들이어서 다를 것은 없다. 그들도 늦게까지 작업하는 일이 많아서 개인 시간을 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오전에는 계속 컴퓨터 화면만 바라보면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바쁘다. 준이씨는 컴퓨터 언어에 도통한 편이다. 그는 언어에 관한 한 눈치가 있는 편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도 일반적인 그에 대한 평가이다. 조용하고 살짝 부끄럼을 타서 다른 사람들과 통교를 나서서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교성이 떨어지거나 사회성이 적은 것은 아니다. 단지 스스로 나서서 관계를 넓히는 외향적인 사람이 아닐 뿐이었다. 기실 그는 자신이 원할 때는 누구보다 더 분위기를 잘 살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능숙하다. 다만 평상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점심 식사는 근방에 맛있다는 돈가스집으로 간다. 여직원이 새우가 들어간 로제 파스타를, 같은 나이 또래의 남직원은 봉골레 파스타를 시키고 상사는 돈가스를 시킨다. 준이씨는 상사의 메뉴와 같은 것을 시킨다. 이 레스토랑은 주변에서는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곳인데 식사와 함께 커피를 시키면 삼천 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었다. 여직원과 준이씨는 식사와 함께 커피를 시키고 남직원과 상사는 맥주를 시킨다. 상사인 노랑씨는 술을 좋아한다. 식사할 때마다 반주를 꼭 곁들인다. 오늘 저녁에도 곱창을 먹으러 가자고 직원들에게 말한다. 회식이 달갑지 않은 준이씨는 어떤 핑계를 대고 오늘 저녁 회식에서 탈출해야 할는지 궁리를 한다.
퇴근할 때까지 준이씨는 마땅한 핑곗거리를 마련하지 못한다. 여자친구라도 있다면 기념일이라는 핑계라도 대고 빠져나오련만 변변한 여자친구도 없는 준이씨는 꼼짝없이 노랑 상사의 손에 이끌려 회식 자리로 간다.
회식하러 가는 길에 그는 길에서 특이한 것을 본다. 그것은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나무에 달린 종이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저녁이어서 길거리에 종소리를 내며 땅을 구르고 있었다. 준이씨는 뭐에 홀린 듯 그 나뭇가지에 달린 종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 나뭇가지는 바람에 날려가고 본의 아니게 준이씨는 그 나뭇가지에 달린 종을 쫓아가는 행색이 되어버린다.
큰길을 벗어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온 준이씨는 가까스로 그 나뭇가지에 달린 종을 손으로 집으려는 순간 누군가 일갈을 하며 그를 말렸다.
손대지 말아요. 위험해요.
준이씨가 되돌아본다. 준이씨의 뒤에는 붉은 옷을 입은 생머리의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하얀 얼굴에 흑단 같은 검은 눈썹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검은 눈은 마치 눈 주변에 검은 칠을 한 듯,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빠져들어 갈 듯 매우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지닌 듯 보였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준이씨에게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 안에는 단호함 말고도 강한 염원 같은 것도 느껴졌다. 그것은 강하고 엄한 어투면서도 뭔가 사정하는 간곡함이 서려 있었다.
준이씨는 그 말을 알아듣고 그에 맞는 행동을 취하기 전에 이미 나뭇가지에 걸린 종을 손바닥 안에서 흔들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마른하늘에서는 흰 벼락이 쳐서 주변의 건물 위에 떨어졌다. 전선 주변으로 흰 스파크가 튀고 갑자기 하늘은 구름이 모이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은 마치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듯 소라 빵의 밑둥치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무당의 종을 들고 있는 준이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말로 주문을 외며 결사적으로 무엇을 막는 것처럼 보였고, 신기하게도 준이씨는 이 모든 것이 벌어지는 동안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 없는 마비에 걸린 듯했다.
또 다른 벼락이 치고 이는 준이이 있는 골목으로 떨어졌다. 주문을 외우는 여인은 자신의 노력이 이미 벌어진 상황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한 탓인지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내 땅과 벽과 하늘을 향해 사방으로 흩어버리고는 땅에 손을 대고 무언가 중얼거린 후 뒷걸음질을 치며 뒤로 돌아섰다.
그녀가 후다닥 달아나고 얼마 후 준이씨는 나른해지면서 머릿속으로 뭔가 구름 같은 것이 지나간 듯 뽀얘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개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그는 몸의 마비가 풀렸다. 무슨 일인지 가늠이 가지 않았지만 이미 회식 자리에 늦어진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 준이씨는 머리를 한 번 돌리면서 자신의 기억을 떨쳐내기라도 한 듯 그 골목을 빠져나온다.
준이씨는 회식을 위한 곱창집에 온다. 이 곱창집은 주변에서 잘 알려진 맛집이었다. 그는 늦게 와서인지 상사 노랑의 옆자리만이 비어있었기에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여느 때처럼 여직원은 열심히 곱창을 구우면서 요즘 자기가 팔로우하고 있는 연예인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평상시답지 않게 준이씨는 그 연예인에 관해 아주 혹독한 말을 하며 여직원과 말다툼을 하는 것이었다. 평상시의 준이씨라면 그 얘기를 들어주거나 맞장구쳐주는 것이었는데 이 모습은 좌석에 앉은 모두에게 낯선 광경이었다. 심지어는 준이씨 자신에게도.
꼰대 노랑 과장님, 아저씨 개그 웃기지 않거든요. 제발 좀 하지 말아 주세요.
준이씨가 말한다.
아니, 준이씨. 그게 무슨 소리예요.
파랑 팀장이 말한다.
파랑 팀장도 마찬가지야. 팀별로 나온 수당 혼자 가로채는 거 난 치사하다고 봐.
준이씨가 말한다.
준이씨...
갈색 여직원이 말한다.
갈색씨, 나 갈색씨 향수 진짜 싫거든. 향이 너무 강해. 매일 처바르는 것도 아니고. 무슨 향수가 나이트 크림이야? 처바르게?
준이씨가 말한다.
그날 회식은 생각한 것보다 일찍 끝이 났다. 준이씨가 입을 열 때마다 각자의 사생활과 온갖 회사 내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분위기가 묘해진 것은 전혀 일찍 끝내는 이유가 아니라고 한사코 모두 말하지만, 결코 그의 이상행동이 파장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준이씨는 이렇게 일탈을 벌이는 자신이 매우 원망스럽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은 회식에 오기 전 그 이상한 일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회식을 마치고 모두를 보낸 후, 준이씨는 다시 그 일이 벌어진 곳으로 간다. 혹시 그곳에 이 일을 번복시킬 수 있는 단서라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실낱같은 바램 때문이었다.
일이 벌어진 골목에 다다른 준이은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다. 뭔가 자신이 깜빡하고 건너뛴 한 글자의 오타를 찾기 위해 문서 전체를 꼼꼼히 읽어보듯 주변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때 골목으로 다가오는 또각또각하는 힐 소리가 들렸다. 그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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