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여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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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느적거리며 우울한 블루스 스타일의 재즈 음악이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테이블에 기대어 손가락을 펴고 마치 빗처럼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이마의 뒤로 쓸어올리던 그녀가 이제 적당히 술에 취한 표정으로 그를 보면서 피식하고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를 보면서 넌지시 그가 물었다.

뭐가?”

그런 그에게 다시 그렇게 물으며 그녀가 손을 뻗어 프러시안블루의 빛을 띄고 있는 칵테일에 슬며시 검지 손가락을 담갔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그녀가 슬며시 고개를 젖히고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마치 손가락 끝에 뭍은 칵테일의 맛을 보려는 것처럼 도톰한 입술로 관능적으로 빨았다.

 

오빠는 뭐야?”

뚱딴지 같은 그녀의 질문에 그가 입에 대던 칵테일 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속에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 아냐?”

“......”

솔직히 오빠 나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거...... 아니,  나를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 쯤은 알고 있거든...”

그녀가 표정이 굳어있는 그를 보고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오빠하고 나하고 그래도 중,고딩때 몇 년을 주말마다 교회에서 보아왔는데, 그걸 내가 왜 모르겠어. 개 닭 보듯 관심 1도 없었던 것 다 알고 있어.”

“........”

사실, 부모님 성화에 적당히 한두번 만나보고 서로 전혀 아니다 싶다고 말해버리면 되는 일인데.....”

“........”

난 부모님이 오빠랑 되든 안되든 안만나보면 경제적인 원조 끊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으셔서 할수없이 귀국하고 오빠 만나러 나왔지만 오빠와 서로 말 맞추고 각자 제 갈길 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

근데 계속 전화하고 만나자는 오빠가 이해되지 않아서 말이지....”

말을 멈춘 그녀가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는 재훈을 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 너 괜찮아.” 그가 억지로 얼굴에 미소를 띄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웃기시네.” 그런 그의 말에 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아마 내가 오빠보다 남자를 더 잘 알걸? 내가 만난 남자가 몇인데....”

“.......”

예전부터 교회에서 오빠를 볼때마다 난 알고 있었어. 아 이 남자는 나와 정반대인 보색이구나. 나는 빨강. 이 남자는 파랑.” 그녀가 자신이 입고 있던 붉은색 드레스와 그의 청자켓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란 말이지. 자석의 엔극과 에스극저럼...”

그렇지 않아.” 그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손가락에 느껴지는 그녀의 피부에 순간적으로 다시 얼른 손을 떼었다.

그런 그를 보고 그녀가 큰 소리로 한번 웃고는 다시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예전에 사귀던... 애가.....여자가...” 말을 멈추고 그가 하고 헛기침을 했다.

너 같은 말을 했었어. 서로 색깔이 다르다고......” 그의 말에 그녀가 칵테일에 두던 시선을 돌려 그를 보았다.

그래도...서로 좋아하게 되어서 꽤 오래 사귀었어.”

얼마나 오래?”

아주 오래는 아냐.”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듯 그가 손을 저었다.

한 이삼년?” 그가 다시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근데... 왜 헤어졌어?‘

그냥.......“ 헤어진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려고 그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걔네 부모가 날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그녀의 눈을 피해 그가 마치 자신이 한 말이 옳다는 듯 자신의 말에 동의 한다는 듯 고개를 슬며시 끄덕였다.

 

걔도 자신하고 나하고 색깔이 다르다고 그랬었어.“ 희미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고 그가 그녀를 흘끗 바라보았다.

 

 

 

 

너하고 나하고는 서로 안어울려.“

그렇게 손하가 말했었다.

 

스물넷이었던 재훈은 종로에서 주말을 화끈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미 이태원 클럽 와이낫에서 한바탕 신나게 몸을 흔들고 넘어 온 종로에서 다른 일행과 함께 합석하게 된 그는 그 무리 중에서 손하를 발견했다.

 

그때 그를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시끄러운 양판댁의 처마 밑 골목에서 담배를 피다가 한두번, 그리고 같은 술번개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말을 걸어본 적은 없었다.

그 당시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꽤 받고 있었고 그런 그의 인기를 그는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모여있는 타인들의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같이 자고 싶다고 대쉬하는 녀석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렇게 자신의 주위에 호감을 보이는 녀석들이 많이 있다보니 그때까지는 재훈도 그 이외의 사람들과의 접촉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 날 새벽, 두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 그렇게 이어진 술집에서 어쩌다 보니 그의 맞은편에 앉게 된 손하는 그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재훈에게 관심을 주는 녀석이 자신의 자리 근처에서 불편하게 행동을 하자 슬며시 일어서서는 그런 녀석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비어있는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겨버렸다.

 

시끄러운 주변의 녀석들과 달리 입을 다물고 조용하게 소주를 마시던 녀석은 주변의 사람들이 무슨 질문을 할 때만이 고개를 들고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는 다시 입가에 희미한 미소만 띄면서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곁눈질로 관찰하던 손하가 어느 순간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재훈도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새벽에 집에 전화를 해야한다는 말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온 그는 가방을 메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손하의 뒤를 슬며시 따라갔다.

 

그리고 큰 길로 나온 그는 택시를 잡으려는 듯 주변을 돌아보는 손하의 어깨를 슬며시 손끝으로 건드렸다.

돌아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멋쩍은 듯이 재훈이 입을 열었다.

 

... 이시간에는 택시를 잡기가...“

그렇게 어색한 말투로 말을 건넨 후, 그가 주변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서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방금 전에 이프로에서 같이 술 마셨었는데......“ 경계의 눈빛으로 자신을 살피는 손하를 보면서 재훈이 다시한번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의 말에 손하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않아도 나도 집에 갈 때가 되어서 대리를 부를건데, 괜찮으시면 바래다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재훈이 조심스럽게 손하의 표정을 살폈다.

집이... 부천이라서요.“

.... 부천...“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들러서 가면 되니까요. 힘들 때 서로 도우면서 살아야죠.“ 겸연쩍은 표정으로 재훈이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 자신도 부천이 어디이고 종로에서 어느정도 떨어져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닙니다. 여기에서 너무 멀어요.“ 손하가 희미하게 웃었다.

택시를 타려는게 아니고요. 피시방이나 커피숍에서 첫 지하철 다닐때까지 버텨 보려고요.“

....“ 그의 말에 재훈이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제가 잘 아는 카페가 있는데....“

그가 손을 뻗어 대로의 한쪽 길을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2층에 있어요. 마침 잘됐네요. 저도 커피를 한잔 마실까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인데....“

말을 마치고 그가 슬며시 손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행동에 불편한 표정을 감추진 않았지만 그런 그의 발에 맞추어 손하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종로에는 자주 나와요?“

커피를 내려놓으면서 재훈이 그에게 물었다.

가끔요.“

맞은편에 앉는 재훈을 보고 손하가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저도 가끔와요.“ 그런 그를 보고 커피잔을 손하의 앞쪽에 내려놓고 재훈도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외로울때면..... 가끔 와서 술한잔 하면서 기분전환하고.....“

여전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손하를 흘끔거리며 그가 커피잔을 들었다.

누군가 진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가지고....“

자신의 말에 스스로 피식하고 한번 웃고는 재훈이 커피를 한모금 마신 후 다시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저 사람들처럼 또 쓸쓸하게 돌아가고요.“ 그가 창 밖으로 종로 3가의 큰길로 향하는 사람들의 어두운 뒷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오늘도 마찬가지네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그렇게 외롭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손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혹시 사귀는 사람은 있나요?“

그의 말에 시선을 창밖에서 고개를 돌리고 손하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재훈이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사람이예요?“

그의 말에 피식하고 희미한 웃음을 짓고 손하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누구 만나려고 종로에 오는 것은 아니예요.“

손을 뻗어 커피잔을 들고 손하가 입에 대고 한모금을 마셨다.

그냥.... 와요. 아무 이유없이....“

잔을 양손에 들고 있던 그가 다시 잔을 내려놓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믿지 않거든요. 사랑이란 감정은 더더욱....“

그가 시선을 돌려 다시 자신의 커피잔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도 모두 와서 인연도 찾고.. 서로 사랑도 하고....“

저는 그래요....“ 손하가 재훈의 말을 가로 막았다.

그건 마치 가뭄에 샘을 파는 것하고 마찬가지라고요.“

”.........“

아무리 파 내려가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아요. 그럼 또 삽을 들고 다른 곳을 열심히 파내려가지요.“

”.........“

마치 원래 물이 땅 속에 숨어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말을 멈추고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실 물은 땅 속이 아니고 저기에서 보내지는 거잖아요.“ 그가 손을 들어 창밖의 하늘을 가리켰다.

아무리 종로를 뒤지고 다녀도 사랑은 찾지 못해요. 거기 없거든요.“

 

여기 있어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재훈이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리고 여기도....“ 그가 다시 손가락으로 손하의 가슴을 가리켰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 있어요. 사랑이란 것은.....“ 마치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재훈이 손하를 바라보았다.

그냥 자신에게 진짜 인연이 되는 사람을 만나면 원래 그곳에서 동면하고 있던 사랑이란 놈이 눈을 뜨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부터 작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는 거고 싹을 틔우는 거예요.“

빤히 손하를 바라보면서 그가 말을 멈추고 침을 삼켰다.

그렇게 사랑이 커가는 거예요. 두 사람의 감정을 영양분으로 삼아서....“

”........“

그러니까 누구라도 좋으니 그렇게 단단하게 마음을 닫지 말고 기회를 줘봐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전혀 자신과 같지 않은 말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상대에게 낯간지러운 오글거리는 말을 건네고 있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고 마음 한쪽에서는 자신의 그런 말이 부끄러워 얼굴이 벌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왠일인지 그는 마치 자신과 상관없는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처럼 담담하게 그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달착지근한 말들을 이어갔다.

그게 혹시라도.....“

그가 말을 잇기전 침을 삼켰다.

... 일수도 있잖아요.“

말을 멈추고 그가 빤히 손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그런 예상치 못한 행동, 허세에 쩔어 어느 상대라도 자신에게 넘어오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카사노바같은 자신감에 상대를 테스트 해보려는 듯한 마음으로 그가 우울하게 보이는 손하의 두 눈을 응시했다.

 

우리는 너무 달라요.“ 손하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사람마다 자신의 색깔이 있는데.....“ 그가 말을 멈추고 무심코 커피잔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아까 술자리에서도 느꼈지만....우리는 너무 달라요.“

 

그렇게 고개를 젓는 손하를 보면서 재훈은 그런 그를 어떻게든 자신에게 빠지도록 하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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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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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 대충 끄적거린 솜씨는 아닌듯해요..
재미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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