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사우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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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안에서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데 뒤에서 샤워기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참방..
물소리와함께 온탕의 수위가 높아진다. 나와 조금떨어진 옆으로 아저씨가 들어와 앉는다.
나는 고개도 못쳐들고 애꿎은 발가락만 꼼지락댄다. 나는 많은 생각을 하면서,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멘붕상태였다.
불편한 내 마음도 모르고 아저씨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입을 뗀다.
"학생?"
"여기 뒤편에 학교?"
"방학?"
아저씨의 짧은 물음에 "네","네","네" 하고 더욱 짧게 대답한다. 불편한 마음 감추지 못해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려던 순간.
내 마음이 동요된건 그 다음 이어지는 아저씨의 뜻밖의 말때문이었다.
"뭐..남자가 남자 좋아할수도 있지. 젊은사람이 뭐 그리 기가 죽어있어. 돈내고 들어왔으면 때 밀고 가. 나때문에 그냥 가지 말고."
아까 내가 눈물흘린걸 보셨기에 괜히 미안해서 그런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말하는건지 알길이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위로가 되는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저씨의 말 한마디에 아까 욕탕에 들어와 뺨이 녹듯이, 마음한켠이 서서히 녹아내렸다. 조금의 적막이 또 흐르고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여기 뒤에 학교면,, 학생 공부 열심히 안했구나? ㅎㅎ"
""아저씨도 공부 잘해보이진 않는데요?""
마음이 조금 풀려서 일까, 내 입에서는 퉁명스런 대답이 바로 튀어나왔고, 곧바로 후회했다. 아저씨는 조금 동그래진 눈으로 날 바라보다가 이내 호탕하게 웃었다. 좀전에 경찰을 부른다고 할때는 세상 가장 무서운 얼굴이었는데, 치아가 다 보이게 웃는 모습을 보니 누구보다 상냥해 보였다. 웃으면 사라지는 눈 또한 귀여웠다.
"나 공부 잘했어."
라며 시작한 이야기는 자신이 3년전에 결혼했으며, 와이프가 몰래보증을 서는 바람에 이혼하게 되었으며, 그 보증상대가 와이프의 내연남이었으며, 그 이후로 결혼생각도, 여자 만날 생각도 안하게 되었다. 라는 이야기로 끝이났다.
산전수전 다 겪었구나라는 생각과, 그래서 남자가남자 좋아하는 정도는 가볍게 이해할수있는 건가 라는 생각과, 말이 많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시끄럽지는 않았다. 무뚝뚝한 말투와 굵고낮은 목소리가 많은 양의 말도 짧게 느끼게 했다.
온탕의 열기가 서서히 견디기 답답해 질때쯤 아저씨가 말했다.
"학생. 등 좀 밀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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