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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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학생들이 겨울 방학을 시작하기 전에 가게를 열려고 준비를 서둘렀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후문 옆에 조그마한 가게를 얻었다. 가게를 아담하게 꾸미는 동안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가게의 상호를 전자와 모형이라고 짓고 성탄절 전날 드디어 문을 열었다. 학생들이 가게를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날개 돋친 듯 상품이 팔려 나갔다. 나는 첫날 매상을 계산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다음날 오전, 나는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주문할 상품 명세서를 작성했다. 가게 문이 드르륵 열리고 첫인상이 귀공자형의 접근하기 어려운 느낌이 드는 소년과 눈길이 마주쳤다. 나는 소년이 손에 종이 상자를 들고 있어 궁금히 여겼다.

"그 안에 뭐가 들었니?"

"무선 조종 자동차요."

소년은 종이 상자에서 모형 자동차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무선 조종기 스위치를 켜고, 모형 자동차 스위치도 켠 다음 시험 운전해 보았다. 

무선 조종기에 아무런 이상도 없고, 모터가 돌아가는데 모형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변속 기어에 문제가 있는 걸로 단정하고 모형 자동차를 뜯었다. 

나는 소년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형 자동차를 살펴보았다. 내가 소년의 눈길이 의식되어 한번 힐끗 보았다. 소년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멋쩍게 씩 웃었다. 

나는 오래된 부품 상자를 뒤져 낡은 기어를 새것으로 대체하고 모형 자동차를 조립하면서 소년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본 제품에 맞는 부품이 없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어로 바꿨거든. 또 고장날 수 있으니까 언제든 다시 와. 

"예, 얼마죠?"

"그냥 가."

소년은 내 얼굴을 흘끔 보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진열장 위에 놓았다. 나는 돈을 얼른 집어 소년에게 돌려주었다.

"오늘은 공짜로 해주고 다음에 돈 받을게"

"고맙습니다."

소년은 꾸벅 인사하고 환하게 웃으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짓고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소년이 문을 열고 가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주문할 상품 명세서를 마저 작성했다. 그런데 소년이 가다가 도로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탁자 위에 비닐 봉투를 놓았다.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소년은 가게를 재빨리 나가 버렸다. 나는 비닐 봉투를 들여다보고 심성이 좋은 귀공자형의 소년 얼굴이 떠올랐다.


   소년은 며칠이 지나도록 가게에 오지 않았다. 나는 늦은 시간까지 판매한 전자 키트를 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내가 늦게 가게를 닫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내 뒤에 서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다보고 소년과 눈길이 마주쳤다. 

"또 고장났구나."

"예, 자동차 모터가 안 돌아요."

"가게에 들어가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예."

나는 슈퍼마켓에서 우유와 카스타드를 사고 가게로 들어갔다. 탁자 위에 우유와 카스타드를 놓으며 소년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너가 사 준 거 잘 먹어서 내가 보답하는 거야."

"고맙습니다! 잘 먹을 게요."

"그래, 서 있지 말고 편하게 앉아라."

"예."

나는 소년에게 마음이 이끌려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소년은 가게의 진열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년은 진열장 위에 모형 자동차를 놓으며 록버스타 버기의 가격을 물어 보았다.

"이건 얼마에요?"

"그건 초등학생이 하기에 값이 비싸고, 자동차를 조립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은데."

나의 뜻밖의 대답에 소년은 실망한 듯 눈길을 내게로 돌렸다. 나는 모형 자동차가 수리되는 즉시로 소년에게 넘겨주었다. 소년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려는 것을 못하게 말렸다.

"수리비는 됐고, 내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

"뭔데요?"

"어떤 부탁이든지 자신 있게 들어 줄 수 있으면 예라고 대답하고, 그렇지 않으면 아니요라고 대답해."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들어 줄게요."

"정말이지? 약속하는 거다!"

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소년의 새끼손가락에 억지로 걸고 약속했다. 그리고 잠시 뜸들인 다음에 용기를 냈다.

"니 거 만지고 싶어."

소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모형 자동차를 종이 상자에 챙겨 넣었다. 종이 상자를 들고 밖에 나가며 문을 세게 닫았다. 


   며칠 뒤, 소년이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서자마자 종이 상자에서 모형 자동차를 꺼내 진열장 위에 놓았다. 

"이게 고장만 안 났어도 여기 오지 않았을 거에요."

"그래? 그게 다 나를 만나라는 뜻이야."

나는 소년을 반가이 맞이하면서 눈치를 보았다. 소년은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본론만 간단히 말했다.

"이번엔 제대로 한번 고쳐 주세요." 

"먼젓번에 부탁한 거 들어 주면 그렇게 해주겠어."

"돈으로 드릴게요."

나는 소년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년은 내 부탁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건 왜죠?"

"니 걸 만지고 싶은 맘이 생겼으니까."

소년은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는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나는 소년에게 부당한 것을 요구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소년은 무슨 말을 하려다 나를 보더니 주춤했다.

"왜, 할말 있니?"

"알았어요. 자동차를 먼저 고쳐 주면‥‥." 

"정말? 이야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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