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마도사로 이세계에서 치유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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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 말이 옳다... 하지만 그들의 힘은 너무 강하다. 지금 내가 그들을 어찌할 방법은 없어... 모두 돌아섰다. 백성들도... 귀족들도... 나와 전장을 누비던 자들도 모두 내게 등을 돌리고 성녀와 용사를 따르고 있어!!!”

 

술에 취한 황제의 음성이 방안을 울리고 그가 엎어버린 테이블 위의 음식과 접시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방금까지도 거리를 두고 있던 히스테일 백작이 스르륵 연기처럼 사라지더니 황제의 바로 옆에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그리고는 황제의 귀에 바짝 입을 가져다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저 히스테일은 폐하의 영원한 심복입니다... 저의 미천한 능력이 폐하께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녀와 용사를 움직여 어둠의 땅으로 그들을 보내싶시오. 그리고 정화되지 않은 어둠의 정수를 모아오게 하시지요 폐하...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으흐흐흐흐...”

 

용사... 성녀... 어둠의 땅... 어둠의 정수...”

 

히스테일 백작의 말이 끝나자 황제는 무언가에 홀린 듯 같은 말을 반복하더니 전령을 불러 용사와 성녀에게 교지를 내렸다. 어둠의 땅으로의 마수 토벌. 그리고 정화되지 않은 어둠의 정수 입수.......

 

 

 

어서 출발하죠 비에고. 그런데 폐하는 어둠의 정수를 어디에 쓰시려는 걸까요? 정화되지 않은 어둠의 정수를 잘못 다루다간 위험할 수도 있을텐데...”

 

제가 들은 바로는 히스테일 백작이 정화되지 않은 어둠의 정수에서 마물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냈다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뭐 폐하의 가장 최측근이고 제국을 위해 헌신하는 분이니 알아서 잘 하시겠죠.”

 

하지만 폐하를 뵌지 오래 된 것같아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랬다. 마왕 토벌후 정신이 잠식된 황제 마크테리아는 환대식 이후 한번도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은 정신지배를 간파하는 성녀의 눈을 피하기 위한 히스테일 백작의 의도가 깔려있었다. 자신의 계획이 완성되기 전 성녀에게 절대 황제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어쨌든 그들은 황제의 칙서를 받았고 어둠의 땅으로 떠났다. 그곳에 만연한 마물들을 처리하고 용사가 어둠의 정수를 모았다. 성녀의 손에 닿은 어둠의 정수는 정화되어 생명의 정수로 변해 버리기 때문에 정화되지 않은 어둠의 정수를 입수하는 것은 용사 비에고의 몫이었다.

 

이정도면 어둠의 정수도 넉넉히 모았고 마수도 토벌이 끝났으니 이곳을 정화하고 본국으로 귀환하죠 기셀다.”

 

비에고가 기셀다에게 따듯한 미소를 거냈다. 성녀 기셀다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성호를 긋고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녀의 지팡이 끝에 황금빛 성력이 물결치듯 충만하게 솟아 나더니 폭발하듯 사방으로 퍼지며 뻗어 나갔다. 그녀의 성력이 닿은 대지에는 검은 마수의 기운이 모두 사라지며 푸르고 건강한 땅 본연의 모습이 다시 자리잡았다. 대규모 광역 정화를 통해 대지를 정화시키고 축복을 내린 것이었다. 그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던 비에고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려다 말고 멈칫하며 멈추었다. 비에고는 성녀 기셀다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성회의 최고 자리인 성녀는 절대 결혼을 할 수도 남자와 사랑을 나누어서도 안된다. 고귀한 성녀는 그런 자리인 것이었다. 기셀다를 사모하는 마음을 가슴에 품었지만 그의 사랑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녀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는 것을 아는 비에고는 자신의 연정을 감추고 그저 그녀의 뒤에서 묵묵히 그녀를 지키는 것 밖에는 할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용사가 구해온 어둠의 정수를 받아든 히스테일 백작은 흑마법을 사용해 마수 하나를 소환했다. 조그맣고 꿈틀거리는 해삼처럼 생긴 기괴한 모습의 마수였다. 생명체가 가까이 다가가면 촉수를 펼처 거침없이 몸속으로 기어들어가 몸속에 기생하며 본체의 생명력을 모두 흡수해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 기생형 마수 베헤돔이었다. 꿈틀거리는 베헤돔를 바라보며 히스테일은 자신에게 마수가 덥쳐오지 못하도록 아둠의 주술을 사용해 마수를 억제시켰다. 그리고 어둠의 정수를 베헤돔에게 주입시켰다. 검은 어둠의 정수를 흡수한 베헤돔은 외형상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마수의 고유스킬인 지배가 더욱 강화되었다. 원래 베헤돔이 사용하는 정신 현혹 마법의 경우 일반인에게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여신의 은총을 받은 용사나 성녀에게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둠의 정수를 이용해 강화시킨 베헤돔의 정신 현혹은 정신 지배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여신의 은총을 잠시 가리는 효과를 부여하여 그들 정신으로 침투하여 잠깐이지만 현혹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을 알아낸 히스테일은 어둠의 정수로 강화된 베헤돔을 이용해 용사의 정신을 현혹시킬 계획이다. 성녀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 그녀에게는 스스로를 정화하는 마법이 상시 발동되기 때문에 정화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용사를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성녀님~”

 

한 아이가 성녀 기셀다에게 달려와 안겼다. 다섯 살에서 여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조그마한 여자 아이였다. 눈처럼 하얀 머릿결과 백옥같은 힌 피부를 가진 여자 아이였다. 아이를 바라보는 기셀다의 눈에 어머니의 것과 같은 따스한 미소가 가득 떠올랐다.

 

어이구 이녀석. 잘 지내고 있었니 엘리스?”

 

기셀다가 그녀를 번쩍 안아 올리며 포근하게 안아들었다.

 

! 성녀님이 오실때까지 열심히 기도하고 기도실 청소도 빼놓지 않았어요~”

 

원래 엘리스는 빈민가 출신의 고아였다. 마수가 휩쓸고간 폐허에서 부모의 시체에 깔려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있던 그녀를 구해내 성회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죽은 그녀의 부모를 대신해 자식처럼 아끼고 키웠으며 그녀에게 넘처나는 신성력이 잠들어 있음을 확인하고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였다. 엘리스에게 성녀 기셀다는 어머니이자 스승이고 끔찍한 죽음에서 자신을 구해낸 구세주였던 것이다. 엘리스는 그녀를 엄마처럼 따랐고 기셀다 역시 엘리스를 딸이라 생각하며 키우고 자신의 모든 것을 계승할 후계자로 키웠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화장실을 다녀오다 성녀의 방이있는 복도를 지날 때 그녀는 끔찍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무슨 짓이에요 비에고! 그만두세요!”

 

기셀다! 제발! 나를 거부하지 말아요!”

 

성녀 기셀다와 용사 비에고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이지... 성녀님과 용사님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른 그들의 흥분한 목소리에 엘리스는 두려운 걸음을 옮겨 성녀의 방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발에 무언가 툭하고 걸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떨구었을 때... 어린 꼬마였던 엘리스는 끔찍한 무언가를 보고는 손으로 입을 막으며 뒤로 풀석 주저앉아버렸다. 성녀의 방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들의 시체였다. 일격에 세로로 끔찍한 칼자국이 얼굴부터 가슴 깊숙한 곳까지 베여진 시체는 바닥을 온통 피로 물들이며 죽어있었다. 그녀가 주저앉은 자리까지 비릿하고 끈적한 피가 바닥을 적시고 그녀는 피에 물든 자신의 손과 옷자락을 보며 예전 부모님의 죽음을 떠올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아 버렸다.

 

엘리스! 절대 소리를 내선 안된다! 무슨일이 있어도 너는 살아남아야해... 제발 아가야... 소리를 내선 안돼!”

 

마수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그녀의 생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엘리스는 그녀의 부모들이 자신을 감싸다 죽어간 예전의 공포스럽던 장면을 떠올리는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기에 경비병의 피를 보고 그대로 자신의 입을 스스로 막아버렸다. 엄청난 공포감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리고 피가가득한 손으로 입을 막은 그녀에게 성녀의 방 문틈으로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그렇게 다정했던 용사 비에고가 온몸에 피를 뒤집어 쓴채 성녀를 겁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녀는 어떻게든 비에고를 떨쳐내려 힘을 썼지만 무장이 해제된 그녀가 완력이 뛰어난 용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만 두세요 비에고! 이러면 안돼요!”

 

그만! 당신은 오늘도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군요 기셀다! 마왕은 죽었고 이제 평화가 찾아왔어요! 이제 당신도 더 이상 성녀로 살아갈 이유는 없어요! 이제 그만 내마음을 받아줘요... ... 당신만 있다면 이따위 용사 언제든 버릴수 있어요!”

 

붉게 물든 눈의 용사 비에고가 잠자리에서 일어난 성녀의 잠옷을 찢어 발겼다. 그리고 그녀가 주문영창을 할 수 없도록 그녀의 입을 막고 서스럼 없이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비에고를 떨쳐내려 저항해보았지만 기셀다는 그를 막을 수 없었다. 정신을 잃을 듯 흥분한 비에고에게 끔찍하게 겁탈당한 기셀다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걸 지켜보던 엘리스 역시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채 그대로 뒤로 쓰러지며 기절해 버렸다.

해가 뜨고 성회 본산 미뉴타에 새 아침이 밝아오자 본산은 전날과는 다른 끔직한 장소로 변해 있었다. 밤사이 정신을 잠식당한 비에고는 성회본산의 모든 사제들과 경비병들을 죽이고 성녀 기셀다를 겁탈했던 것이었다. 아침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타난 황제의 근위병들을 이끌고 미뉴타에 나타난 히스테일 백작은 용사를 체포하여 지하감옥에 가두었다. 지하 감옥에서 현혹에서 풀려난 용사 비에고는 자신이 밤사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을 전해 듣고 완전히 정신이 붕괴되어 버렸다. 사지를 결박당한채 지하감옥에 갖힌 그에게 황제의 사형 선고가 떨어지기도 전에 그는 선채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용사의 만행 그리고 성녀의 겁탈 소식은 플라네시아를 넘어 웅가디움, 달의숲 그리고 팔라시아에 까지 퍼졌으며 용사와 성녀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완전히 히스테일 백작이 플라네시아의 권력을 잡은 것이었다. 히스테일 백작은 황제에게 시집간 자신의 딸 사브리나를 성회로 보냈다. 사브리나는 황제 마크테리아의 두 번째 황비였다. 성격이 잔혹하고 포악했던 그녀는 자신의 소생인 황자를 황태자로 책봉시키기 위해 황후의 자리를 늘 탐하고 있었으며 어린 황후의 적자 루이를 죽이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인물이었다. 겁탈당한 성녀를 보조하기 위한 명목으로 들어온 사브리나는 히스테일 백작이 준비해 준 독을 음식에 풀어 살아있던 나머지 기도사들과 거주 신도들을 독살했다. 그리고 독이든 음식을 병상에 누운 기셀다에게까지 먹였다.

 

기셀다님... 성회의 모든 사제들과 경비병들이 끔찍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방금... 남아있던 기도사들과 신도들 그리고 당신의 시중들까지 모두 독살 당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드시는 음식에도 그 독이 들어있구요...”

 

기셀다의 입에 스프를 떠먹이던 사브리나가 조용하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사브리나의 말을 들은 성녀의 눈빛이 적지않게 떨렸다. 떨리는 손을 뻗어 기셀다는 자신의 침상옆에 준비된 작은 금종을 흔들었다.

 

딸랑 딸랑~”

 

조용한 성회의 본산에 기셀다가 흔드는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같았다면 그의 시중들과 경비병 혹은 근처의 사제들이 달려와야 할 것이나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잠시뒤 기셀다의 뱃속에서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독이 퍼진 것이었다. 하지만 독정화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정화주문 한번으로 말끔히 독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충격에 가득한 얼굴로 눈에 눈물을 가득 흘리기만 할뿐 정화마법을 시전하지 않았다.

 

흐흐흐흑... 어떻게 이런... 대체... 당신들은...”

 

조용히 흐느끼는 성녀의 손을 사브리나가 따듯한 표정을 지으며 감쌌다.

 

역시 우리의 성녀님... 아아... 조금의 양심은 남아 계시는군요 기셀다님... 정화따위 하실 생각 마시고 조용히 그렇게 떠나세요! 나머지는 제가 처리하죠.... 오호호호...”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독설을 내뱉는 사브리나의 얼굴을 보며 기셀다는 더 이상의 삶의 미련을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침상에 기대 눈을 감았다. 독이 퍼지며 뱃속이 뒤틀리며 검붉은 피가 그녀의 입가로 흘러 나왔다.

 

아아... 비에고... 당신은... 마그리타, 미쉘... 모두 미안해요. 아아... 나의 엘리스... 엘리스도 죽은 것인가... 흑흑

 

바람소리 조차 들리지않는 성회의 본당 자신의 침실에서 조용히 죽음을 맞으려던 기셀다. 순간 조그마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작은 꼬마 엘리스가 뛰쳐들어왔다.

 

성녀님! 안돼요! 돌아가시면 안돼요!”

 

엘리스였다. 독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죽었어야 할 그녀지만 그녀안에 잠들어 있던 강대한 신성력이 정화마법을 배우지않은 그녀 스스로를 독에서부터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엘리스의 상태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있었으며 걸음걸이 역시 온전하지 못한 상태였다. 얼마나 끔찍한 독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더러운 꼬맹이는 뭐야! 경비병! 이년을 끌어내라! 당장!”

 

사브리나의 앙칼진 음성이 울려 퍼지고 경비들이 나타나 온몸에 땀이 범벅된 어린 엘리스를 끌어내려할 때였다.

 

당장 내 아이에게서 손을 떼라! 신성한 불꽃!”

 

엘리스의 소리에 눈을 뜬 기셀다가 마지막 힘을 다해 신성한 불꽃을 날렸다. 스르륵 거리는 황금색 불꽃이 엘리스이 몸에 작렬하며 그녀를 잡아채던 경비병들이 번쩍이는 신성한 화염에 둘러싸여 벽으로 날아가 처박혀 버렸다. 벽에 반쯤 박힌채 피떡처럼 터져버린 경비병들을 바라보며 사브리나가 공포에 휩싸이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

 

기셀다가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쓰러진 엘리스에게 다가와 그녀의 몸에 손을대고 정화를 시전했다. 그리고 엘리스의 손을 잡고 비틀거리면서 자신의 방을 나섰다. 그때까지 사브리나는 공포에 휩싸여 더 이상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조용히 방을 나선 기셀다는 엘리스의 손을 잡고 말없이 본당 가장 깊은 신성한 방으로 들어갔다. 신성한 방은 절대 성역 구간이다. 성녀 이외에는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신성한 땅. 여신이 부여한 지상에 마지막 남은 성역이었다. 이곳에 성녀가 아닌자가 발을 들이면 신불에 휩싸여 몸이 불타버린다. 그 사실을 기셀다도 엘리스도 알고 있었다. 엘리스가 주춤거리며 성역에 들어가기를 망설이자 기셀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걱정 말거라 엘리스... 성역은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기셀다의 말을 들은 엘리스가 망설임 없이 성역에 발을 들였고 그들은 황금빛 성역 속으로 사라졌다.

 

이곳은 성녀들만 출입이 가능한 금단의 영역 깊숙한 신성한 지식의 방이다. 금제된 신성주문과 모든 성회의 지식이 자리한 곳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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